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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 황인찬 시집 / 아시아 출판사 황인찬 시인을 좋아한다. 그의 시를 좋아한다. 그는 박 준 시인과 친하다. 박 준 시인의 시를 읽고 나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박 준 시인처럼 로맨틱하고 옛스럽지만 어디에도 없는 언어로 시를 쓰고 싶었다. 시를 쓰려면 많은 시를 읽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보다 시 편독이 심하다는 걸 알았다. 유명한 나태주 시인, 안도현 시인의 시를 읽어도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오디오 클립에서 황인찬 시인이 다양한 시를 소개하는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을 듣게 되었다. 황인찬 시인이 낭독하고 소개하는 시를 들으며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쓴 시인을 찾아 시집을 읽었다. 물론 처음으로 찾아 읽은 시가 황인찬 시인의 ‘구관조 씻기기’ 시집이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황인찬 시인의 쿨내 진동하는 시에 반하고 말았다. 황인찬 시인은 새를 좋아한다. 그의 시 속에는 항상 새가 등장한다. 황인찬 시인은 현실보다 꿈 속에 머무르는 걸 바란다. 그의 시 대부분은 꿈 속에 끝난다. 황인찬 시인의 이번 시집은 아주 얇다. 가수로 치자면 싱글앨범 같은 거다.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아시아 출판사는 2012년에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근현대 대표 작가 총망라한 최초의 한영대역선집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2014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하며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2019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유일무이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인 〈K-포엣〉이 그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 황인찬 시인은 시인계의 아이돌이라 할만큼 인기 작가인데, 이번 시집은 홍보를 하지 않았다. 황인찬 시인의 시가 발표될때마다 촉각을 세워가며 찾아보는 내가 이번에 시집이 나오는지 모르고 있다가 황인찬 시인이 인스타 릴스에 ‘작은 시집을 냈고요.’하는 깨알같은 글을 써놔서 알았다. 음… 해외 홍보를 많이 하는 건가? 라는 얼토당토 않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요즘 황인찬 시인의 새로운 시에 목말라 있던 나는 급히 해갈을 하기 위해 시집을 주문해 읽었다.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부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이미지 사진(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까지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황인찬 시인의 시는 갈수록 힘을 빼는 느낌이다. 어려운 시어를 선택하기 보다 일상의 언어로 사유할 수 있도록 시를 쓴다. 가만히 읽다 보면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번 시집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는 더욱 힘을 뺐다. 시를 읽으며 모든 상상과 공감이 총동원 되는 느낌이었다. 시는 어렵지 않았고,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다. 시인 노트에서 황인찬 시인은 쓰는 일은 무엇일까. 시는 무엇일까. 시를 쓴다는 일은 또 무엇일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마냥 막막해진다. 누군가 시는 자유로운 것이라 말했지만 내가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유폐와 유폐의 예감뿐이다. 56p 어쩌면 유폐를 의식한다는 것은 내가 여기에 있음을 의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우리의 세계를 꿰뚫고 저편의 자유를 향해 날아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더욱 잘 유폐될수록, 그것을 강력하게 의식할수록 우리는 진정한 자유에, 그 불가능에 근접할 수 있다. 57p 라고 시 쓰는 일에 대해 언급했다. 시를 쓰는 일이 유폐와 같지만 결국 진정한 자유를 만날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시인은 시를 쓴다. ‘자유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명백한, 도무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시라는 모호 한 것을.(57p)’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시집에는 시인의 글이 많이 실려서 좋다. 시인 노트와 시인 에세이를 통해 시인이 평소 시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갖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작년에 황인찬 시인의 북토크를 줌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시인에게 질문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혹시 산문집이나 에세이는 출간 계획 없으신가요?’하고 물었다. 나의 질문에 황인찬 시인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판사와 계약은 되어있지만 저는 에세이가 좀…. 하. 하. 언젠가는 쓸거에요.” 하며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시인 에세이를 읽어보니… 그의 시는 독자에게 쉬운 언어로 다가가지만 그의 세계는 어려운 단어로 가득하고 복잡해 보였다. 그래서 에세이 출간을 망설였을까? 그래도 시인의 속내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중에서 좋은 시 몇 편을 소개한다. 1.내 마음이 그런 마음인 시 비가 내린다 그렇게 시를 시작하면 이미 시를 다 쓴 것 같다 시에 대해 말을 하며 시를 시작하면 무엇이라도 쓴 것만 같고 - 부서지지 않는 중에서 2.시 속에 등장하는 동물이 귀여운 시 “사냥은 안 돼 사냥을 하면 안 돼 사냥을 해서는 절대로 안 돼.” (중략) 토끼는 그렇게 말하고는 코를 벌름거리고 뒷발로 귀를 긁으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귀엽기도 하지 (중략) 나는 사냥 당했다 -금렵 중에서 3.이 시는 슬픈시 겨울잠에 들지 않는 곰의 이야기 잠들어야 할 때 잠들지 않아 숲에는 소동이 일어나고 새들도 별들도 나무도 바람도 모두 안절부절하다 곰은 결국 숲을 떠나 추운 겨울 속으로 사라지는 이야기 장희가 잠들지 않는 것이 곰은 슬프고 곰의 슬픔이 동물원을 빠져나와 도시를 가득 채우고 - 무궁 중에서 4.읽고 또 읽고 곱씹는 시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어요.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금방 모두 돌아와요 어떤 사람은 산책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물에 빠지고 사람들은 공원의 주변을 계속 헤매고 있고 그것이 현대인의 삶이라는 것이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이해와는 무관한 것이군요 그 또한 이해합니다 -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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