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詩的) 울림 가득한 지질 탐사 여정의 기록이라면 왠지 모순된 문장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았던 원시 자연의 장엄함 앞에 서면 절로 겸허함과 경외감으로 채워진 시인의 탄성이 왜 나오지 않겠는가! 암석의 변성작용 전문가인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는 구조 지질학자인 '카이'와 '존 코르스트고르'와 함께 "그린란드가 거대 대륙이 둘로 쪼개진 복잡한 지대임을, 산맥 형성 후 대륙판 두 개가 서로 스쳐지나가간 큰 변형이 있던 지대임"을 입증하는 탐사에 동행한다.
드넓은 툰드라 평원과 피오르 빙하수가 흐르는 바위 투성이 골짜기만 펼쳐진, 산맥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오늘날의 그린란드에 약 20억년 전 알프스 크기의 산맥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증거에 대한 논쟁을 잠재우기 위한 지고한 여정이다. 여기에는 '판구조 이론'에 대한 학자들간의 이견(異見)이란 배경이 놓여 있었던 듯하다. 이 웅장한 자연 탐사의 기록이 분명 대륙 충돌의 접촉지점과 전단작용의 생생한 증거인 암석들, 그리고 온갖 지체운동의 흔적을 찾아 노두(outcrop)위를 이동하는 지난한 노력의 술회를 담고 있지만, 오히려 "습곡으로 휘어지고 뒤틀린 암석층"과 같이 자연이 써내려간 단순한 진술들 속에 담긴 풍요로움에 대한 숭고한 경외의 감정들에 대한 산문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짙푸른 빙하수가 흐르고 카펫 같은 툰드라 평원과 형형색색의 암석 골짜기가 펼쳐지는 적막한 태고의 풍경을 간직한 야생의 자연 속을 거닐 때, 그 장엄한 풍경에 압도되어 글래슬리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 해방과 겸허의 감정이 혼합된 알 수 없는 눈물의 의미에 동화된다. 그는 말한다. "그 땅에서 나는 오후의 산들바람보다도 존재감이 없었다.(56쪽)"고.
마그마의 방 바닥에서 형성된 '사방휘석 집적암'의 발견, 고대 바다 해저에서 분출한 다음 변성되고 습곡 작용으로 형성된 '베개 현무암', 극단적 전단 작용의 생생한 증거인 '연필 연마암' 등, "자연이 써내려간 이 단순한 진술들이 담고 있는 수십 억년 전 태초의 지구에서 시작된 흐름의 일시적 발현(189쪽)"을 바라보는 고독한 관중이자 일시적 방문자가 겪는 그 경외의 겸허가 전달되어 온다.
히말라야,알프스 크기의 거대한 산맥이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그 뿌리를 표면에 드러내어 20억년 전, 대륙판의 부딪침과 퇴적과 융기와 침식의 장대한 지구의 역동성 앞에 선 인간이 "안다고 생각한 자신의 무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무지에 대한 인식의 인정", 그 깨달음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게된다. 글래슬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쓴다. 차이를 생각하고 묘사하며 세세히 열거하는 분별의 마음, 개체를 파악하고 마치 시간에 고정된 것처럼 말하는 우리 인간의 정신이란 정말 한없이 왜소하게 축소되고 만다. 그런데 한낱 수십억년 지구 변화의 우연한 산물인 인간이 이 야생의 시간을 지워버리고 있다.
저자 글래슬리는 '자연'이라 애기하지 않고 지구의 진짜 기원으로서 '야생'이라 부르고 있다. 점점 인간을 감싸고 있는 이들 야생을 잃어가는 것, 야생과의 접촉 기회를 상실해 가는 것의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이 명확할 때 조차도 인간은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지구의 물리적 토대와 생명의 상호작용을 파탄내고 있음을 경고한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야생의 시간을 쓴 이 지구 역사의 심오한 탐사의 기록은 경이로움과 함께 겸허의 존재로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사고는 점점 빈곤해지고 무지해지고 있다. 위계와 가치, 차이를 향한 욕망이 과연 태양 빛, 파란 바다, 패턴을 이룬 암석의 역사에 한 없이 왜소해지고 누추해진다. 아름답고 위대한 야생 찬미의 절창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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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수있듯이 이 책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얼음왕국 그린란드의 탐사기록이다 그린란드가 어디쯤인지 세계지도를 펼쳐보니까 캐나다 위 북쪽 맨끝에 초록색이 아닌 흰색으로 표시되어있다 저자는 두명의 지질학자와 함께 논란의 여지가있는 이론을 입증하기위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그린란드 야생에서 몇주동안 야영을 하며 조사를 한다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지질학이 책에 나온다 뼛속까지 문과생이던 나는 지질구조나 지층의 생성순서를 왜 알아야하는지 지루하고 어렵기만했다 이 책을 읽기전부터 그때의 지구과학 수업이 떠올라 살짝 망설여졌지만 책의 첫부분 그린란드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저자가 만난 그린란드의 야생을 따라가다 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프로그램을 보는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지질학자에게 그린란드는 꿈의 장소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진정한 야생이 남아있는 땅에서 지도를 그리고 샘플을 채취하고 암석 꽃이끼 물고기떼 들꿩 매 조약돌 빙하 바다표범 등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을 기록한다 저자는 그린란드 탐사경험을 총 3장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1장 분별 편에서는 그곳을 안다고 생각한 저자의 무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경험을 2장 고화 편에서는 저자의 무지가 인식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3장 등장 편에서는 이 세상에 대해 알수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작은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한다 다른 과학관련 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 책만의 놀라운 점이 한가지 있다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과학자가 지질조사의 여정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수있다니.. 저자는 아마도 이과적 두뇌와 문과적 감성을 반반씩 갖춘 사람인듯하다ㅎㅎㅎ 이 책은 단순한 지질조사의 기록물이 아니다 우리처럼 도시에 살던 저자와 동료들이 얼음밖에 없는 극한의 환경속에서 야생과 마주하는 모습을 통해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보게한다 저자는 거대한 우주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지할수있는 장소로서 야생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자연보존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얼음의 땅 그린란드에서 인간이 없던 지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낼 증거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근원의 시간속을 탐험하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될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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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의 틀 위에서의 지구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설들을 상세히 소개한 책 『지오포이트리』를 최근 읽었다. 이 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의 출판을 감수한 좌용주 지구과학 국내 권위자가 쓴 책이다. 『지오포이트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하며, 단백질이 주 구성원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아미노산은 실험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지며, 우주에도 고분자 화합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시지구에선 아미노산을 발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미노산이 흔하다고 하여 생명 탄생이 쉬웠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좌용주 저자는 생명의 탄생 조건에는 ‘자기복제 기능’과 ‘효소로서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복제를 해야 유전 정보를 옮길 수 있고, 효소 작용이 가능해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백질 월드 가설과 DNA 월드 가설은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되었다. 기후변화가 급격한 오늘날,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짧게는 4억 년 후 태양의 변화로 야기되는 이산화탄소의 감소, 산소의 감소와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없어질 운명이라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결국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외계생명체 탐색과 행성의 생존 적합성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바로 이것이 과학의 한 분야로서 지구과학이 시간이 갈수록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썼다. 독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고 감동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
이 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감동의 연속이다. 지구의 역사와 그것의 진화하는 풍경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헤치는 책이다. 글솜씨 또한 놀랄 만하다. 그린란드를 탐사하면서 지구의 신비, 생명의 신비를 탐험하듯이 샅샅이 살핀다. 지구과학자들의 일이다. 이들은 태고의 지층을 탐사하며 특정한 곳과 상황에서 벌어지는 세부 사항, 미묘한 단서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지질학자인 윌리엄 글래슬리는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그린란드 빙하에서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깊은 사색과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린란드는 진정한 야생이 남아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저자 윌리엄 글래슬리는 두 명의 지질학자와 함께 지질학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방문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에서 몇 주 동안 야영을 한다. 문명세계로부터 자발적으로 고립된 채 그들은 인간의 존재를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을 아무런 저항 없이 걷고 항해하면서, 지구 전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오래된 기반암의 샘플을 찾아내고 사진을 찍고 측정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에 정면으로 맞서는 반복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극한의 환경 속에서 유지되고 진화하는 대지와 생태계,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자연사 분야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는 존 버로스 상을 시작으로, 뉴멕시코 애리조나 북 어워드 수상, 스탠퍼드 대학과 윌리엄 사로얀 재단이 수여하는 국제집필상 최종 후보, 커커스 리뷰 ‘올해 최고의 책’,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추천도서, 파이 베타 카파 클럽(아이비리그 우등생클럽) 추천도서 선정 등 많은 매체들로부터 수상과 찬사를 받았고 독자들의 칭찬과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수작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앞으로 느끼겠지만 태고라고 표현할 정도로 빙하 속의 지구의 신비들이 저자의 글솜씨가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베일을 서서히 벗는다. 생명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완전 적막함, 고요함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글솜씨는 수많은 찬사를 받고 감동을 준 값어치를 가늠케한다. 이렇듯 깊이 있는 성찰과 풍부한 문학적 설명, 과학적 지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책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먼 곳으로 우리를 떠나게 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우리는 한 과학자가 펼치는 과학과 시의 멋진 만남을 보게 된다. 앞서 언급한 지구과학자 좌용주의 「감수의 글」 또한 인상적이다. "글래슬리의 글에 탄복했다. 야외 지질조사의 여정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매우 놀라웠다. 어렵게 느껴지는 지질 현상의 묘사조차 그만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는 태양빛, 파란 바다, 거친 표면의 패턴을 이루는 암석, 바위를 덮고 장식하는 넘쳐나는 지의류, 무리 지어 다니는 청어 떼, 장엄한 고독에 이르기까지 그린란드 순백의 야생이 생생히 펼쳐진다. 이 책은 단순한 지질조사 기록물이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야생을 홀로 걸으며 저자는 과학적 기록을 남기고 철학적 사색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도 구속이나 방해 받지 않는 장엄한 고독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는 생명체들의 삶을 보는가 하면, 미스터리로 가득 찬 암석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이 땅이 우리만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광활한 대지에서 맹렬한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야생은 ‘모든 것의 부재에 존재하는 냉기의 순수함’을 전해준다. 그 속에서 무한한 자유가 삶으로 침투하고, 그 궁극의 순수함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 근본적인 것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지속적인 일광은 일종의 해방이었고, 움직임을 제한하고 시야를 한정시키는 밤의 암흑이 사라지면 시계나 시각 따위는 불필요한 짐이 된다. (…) 자연의 웅대함에 흠뻑 빠진 채 노두에서 노두로 이동하다 보면 일상은 겸손해진다. 시간은 무의미해지고 인식의 저 끝에 머문다. (…) 도시의 소음은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고 우리는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영혼의 안과 밖을 가르던 경계는 불분명해졌다. 우리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지구의 진화 방식을 둘러싼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과학자인 우리가 그곳에서 연구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은 ‘그곳에서의 강렬한 경험’의 배경에 불과했다.”
저자는 ‘인간이 없던’ 지구의 거의 모든 역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를 그린란드의 광활한 고요 한가운데로 독자를 이끌고 가, 지구의 영혼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부패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때 묻지 않은 자연과의 만남을 선물하면서, 존재의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광활한 풍경으로 들어가 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저자는 예술가적 기교로 가득한 위대한 자연의 세계와 그 안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수천 마리의 청어가 수 미터 너비의 띠를 이루며 양쪽 방향으로 끝도 없이 뻗어 있는 모습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날개는 바람의 속도에 맞춰 절벽 끝에서 몇 미터 정도 떨어지도록 살짝만 조정할 뿐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날아오르는 작은 송골매의 비상은 눈앞에서 보는 듯 야생의 순간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날 태양빛을 흡수하는 노두에 누워 셔츠로 스며드는 온기를 느끼는 저자의 평온한 모습은 빛과 감촉이 전해주는 감미로움을 전해준다. 모든 문장에는 야생에 대한 호기심, 경외하는 마음, 존경이 담겨 있다. 저자는 야생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물고기 떼 가운데 놓인 빙하 덩어리, 절벽 표면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바람, 바다표범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 피어나는 생명의 생식기관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 야생은 추론하고 시를 짓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문턱이다.” 저자가 만난 지구의 표면은 거칠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아름다움에 에워싸여 진화하는 세상을 생생히 담고 있다. 그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기원을 알려주는 놀라운 생명체와 자연 현상, 과학의 장점과 한계, 그 안에 놓인 자연을 찾는 일의 중요성을 알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지구의 속속들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솟는다. 무생물체인 돌멩이 하나에도 생명의 신비가 곁들인 듯 한없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수십억년의 비밀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가 발견한 과학자에게 하나씩 하나씩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조약돌 하나에까지 생명을 불어넣는 한 지질학자의 아름다운 접근 또한 돋보인다. 물고기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마저도 솟구치는 생명력을 느끼는 과학자의 섬세한 눈길과 창의력 높은 글로 지구의 한갖 무생물에까지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간도 지구의 한 생명체로서 아름다운 지구를 더 아름다운 생명체로 가꾸어나가는 것이다.
이 땅은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중 극히 일부분에 거주하며 그 일부만 경험할 뿐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2.5미터 높이와 몇 미터 너비보다 적은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그 일은 잘해낸다. 하지만 툰드라 식물과 흠뻑 젖은 토양의 뒤엉킴 속에 존재하는 세상에는 애초에 접근할 수 없다. 조차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형태에도, 매가 날아다니는 혼돈 가득한 해류에도.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빈곤해지고 무지해진다. - 「이 땅은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 들꿩」 중에서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내 주위의 풍경은 새로움과 조화로 굉장히 아름다웠다. 색상, 질감, 형태, 패턴이 한 표현에서 다른 표현으로 막힘 없이 흘러갔다. 중대한 개념(바위, 물, 공기, 추위)들을 제외하고 익숙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이해를 거부했다. - 「인간의 손에서 탄생하지 않은 풍경 : 꽃이끼」 중에서
저자 : 윌리엄 글래슬리(WILLIAM E. GLASSLEY)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의 지질학자이자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의 명예연구자로, 대륙의 기원과 진화, 그것들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열에너지: 재생에너지와 환경CRC PRESS, 2014》이 있다. 현재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거주한다.
역자 : 이지민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고대 로마 안내서》《철학 가게》《망각에 관한 일반론》《철도, 역사를 바꾸다》《그곳에 가는 길》 등 다수가 있다
감수 : 좌용주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지질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소에서 남극연구를 수행하다 1992년부터 경상대학교 지질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화성암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고고지질학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극지연구로는 남극권의 남쉐틀랜드 군도 일대와 북극권의 스발바르 제도에서 지질조사를 수행했다. 한국암석학회와 한국지구과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 위원장, 경상대학교 기초교육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지오포이트리》《테라섬의 분화, 문명의 줄기를 바꾸다》를 비롯해 여러 권의 청소년을 위한 지구과학 교양서적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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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에 관한 이야기 지만 나는 작가와 함께 그곳에 앉아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천천히 검색하면서 사진들을 보며 함께 걸었다. 월든이 그린란드에서 살았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몇십억년을 켜켜이 쌓인 지구의 시간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며 반대로 찰라의 인간이 보인다. 어디론가 가고 싶고 숨고 싶을 때 사람이 없는 곳이 필요할 때 숨으면 딱 좋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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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가끔 수많은 찬사와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홍보에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그 수많은 찬사와 문학상 수상이란 설명이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작품이었다.
마치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영혼과 모비딕을 쓴 허먼 멜빌의 영혼이 결합된 듯한 저자는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탐구하는 지질학자면서도 자신의 사색과 기록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한편의 대서사시로 그려낸다.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익숙했던 알래스카가 아닌 그린란드 라는 점도 신선했는데 저자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에서 몇 주 동안 야영을 한다. 인간의 존재를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을 아무런 저항 없이 걷고 항해고 지구 전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오래된 기반암의 샘플을 찾아내고 사진을 찍고 측정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극한의 환경 속에서 유지되고 진화하는 대지와 생태계,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생생하면서도 문학적으로 함께 사유하고 느끼게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의 그린란드에서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과학자가 쓰는 언어가 아닌 예술가가 쓰는 언어로 말한다는 점이다. 어떤 대목들에서는 너무 진지하고 비장하며 거창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 표현들이 전혀 거북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하기에 그걸로도 모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경이로움 자연과 함께하는 철학적 사유을 독자들이 즐겁게 공유할 수 있도록 쓰는 대목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는 야생에서 펼쳐지는 생사의 보편성에 경탄하고 있었다. 툰드라 표면에는 새의 뼈와 북극여우의 두개골, 순록의 뿔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진화론적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증거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새하얀 땅 위를 어두운 음영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미래는 계속해서 뼈의 표면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우리가 계획하고 구축한 세상에서는 우리가 실제로 어떠한 세상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난 수십억 년에 걸쳐 펼쳐진 변화의 산물이다. 우리가 무엇인지, 무엇의 일부인지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형태가 완성되지 않은 야생의 세계를 알아야 한다. 그곳은 뼈가 놓여 있는 세상이다.
이 땅은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중 극히 일부분에 거주하며 그 일부만 경험할 뿐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2.5미터 높이와 몇 미터 너비보다 적은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그 일은 잘해낸다. 하지만 툰드라 식물과 흠뻑 젖은 토양의 뒤엉킴 속에 존재하는 세상에는 애초에 접근할 수 없다. 조차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형태에도, 매가 날아다니는 혼돈 가득한 해류에도.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빈곤해지고 무지해진다.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내 주위의 풍경은 새로움과 조화로 굉장히 아름다웠다. 색상, 질감, 형태, 패턴이 한 표현에서 다른 표현으로 막힘 없이 흘러갔다. 중대한 개념(바위, 물, 공기, 추위)들을 제외하고 익숙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이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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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서정(抒情)과 서사(敍事) 또는 감흥과 객관의 절묘한 결합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지질학자이자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명예 연구가다. 대륙의 기원과 진화, 그것들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등을 연구한다. 저자 윌리엄 글래슬리, 구조지질학자 카이 쇠렌센, 구조지질학자로 지구화학과 광물학에도 조예가 깊은 존 코르스트고르가 한 팀을 이루었다. 무대는 그린란드다.
이곳은 지의류가 넘쳐난다.(99 페이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야생 중 하나인 그린란드는 국토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인 곳이기도 하다.(25 페이지) 세 사람의 탐사는 카이와 존이 암석을 읽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논문이 발단이 되었다. 그들은 탐사를 통해 논란 또는 분란을 잠재울 자료를 수집하고자 했다. 과학은 골치 아픈 분야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는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결점이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74 페이지)는 설명을 덧붙인다.
저자에 의하면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부단한 수정이 필요하다. 출간된 논문 또한 완벽할 수 없다. 모든 과학자는 다른 이들이 자신의 논문을 보완할 거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발전을 위한 지적 정도가 아닌 의도적 묵살(默殺)이다. 자신들의 논문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논문을 접한 세 사람은 격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암석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전문 용어들에 실어 자신들의 생각을 표했다.
책은 흥미진진하다. 기반암이 무엇인지 같은 기본적인 사안은 물론 지질학 자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반암이란 토양이나 굳지 않은 퇴적물 아래에 자리한 단단한 암반이다. 저자가 풍경의 뼈대나 다름없다고 보는 기반암은 그곳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바람에게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기반암의 골조라는 말도 한다.(109 페이지) 조류(潮流)의 흐름은 기반암에 의해 제약을 받고 빙하는 기반암 위에 얹혀 있다. 기반암 결정 구조 안에 들어 있는 물은 기반암이 해저의 진흙에 불과했을 때부터 그곳에 있었다.(148 페이지)
그러면 지질학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지질학을 드라마가 가득한 분야가 아니라고 정의한다. 암석은 무심하게 답사를 기다릴 뿐이며 꼼꼼히 들여다봐야만 점진적인 변화가 담긴, 지루할 정도로 더딘 단서를 천천히 제공한다. 하지만 관점이 뒤바뀌고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며 학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68, 69 페이지)
이 말은 지질공원해설의 위상을 숙고하도록 이끈다. 참으로 더딘 지질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해야 할까? 지질공원 해설이란 지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고고학과 생태학, 역사를 포괄하여 지질공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그럼 저자는 더딘 지질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대지의 중추에 담긴, 멈춘 적은 없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느리게 작동하는 역동성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41 페이지)
과학에 바탕한 말이지만 시적으로도 들릴 만큼 인상적인 말을 하나 보자. 그것은 “지구의 대기는 지구가 호흡한 산물이며 해양과 강의 구성요소는 생명이 신진대사 활동을 벌인 결과”(18 페이지)란 말이다. 이 말은 “우리는 순전히 학문 연구로서 과학적 흥미를 품고 있지만 우리가 겪은 경험은 신비에 가깝다.”란 말과도 어울린다. 저자는 우리가 야생을 잃으면 우주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을 잃을 것이라 말한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에는 저자의 다섯 차례에 걸친 그린란드 탐사 경험이 담겼다. 저자는 모든 것은 침식에 결국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고 말한다.(65 페이지) 책에는 생소한 용어들도 많다. 봉합대(suture zone), 감람암(橄欖巖) 등이다. 봉합대는 충돌한 두 개의 대륙이 외과 수술에서 꿰매어진 것처럼 만난 지대를 말한다. 감람암은 현무암질의 용암을 만드는 근원암(89 페이지)으로 보통 퇴적물과 함께 산출되지 않는다.(95 페이지) 퇴적물에서는 석류석이 풍부한 암석이 생기기 마련으로 감람암과 석회석이 가까이 자리하려면 구조적으로 강렬한 힘이 필요하다. 이 암석들은 사라진 바다 가설을 지지할 증거다.
베개 현무암이란 말도 그렇다. 베개 용암이라는 말만을 들어온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들린다. 전단대(剪斷帶; shear zone)도 그렇다. 지구 역사의 대부분을 지배한 것은 적막(寂寞)이라 정의하는(61 페이지) 저자는 자갈투성이 해변을 걷는 동안에는 첨벙거리는 파도 소리나 자신의 부츠가 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 시간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야생의 고독 속을 홀로 걷는 시간이라 고백한다.(93 페이지)
원자와 분자는 한번 방출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98 페이지) 저자는 이끼에 대해 해박하지 않다. 정착 가능한 자리를 찾아 스스로를 그 안에 밀어넣는(53 페이지) 이끼를 이야기하며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지의류가 존재하지만 광물과 암석에만 단련된 자신의 눈은 몇 종류의 지의류만 식별할 수 있을 뿐이라 말한다.(99 페이지) 지의류는 1년에 0.85mm 정도 자라면 빨리 자라는 편에 속한다.(101 페이지) 1년에 0.025mm 정도 자라는 지의류도 있다.
저자는 전체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전체는 처음부터 우주의 모든 것이었다고 설명한다.(103 페이지) “기억에 저장된 과거가 풍부할수록 지금 이 순간과의 일치성이 더 강해지며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115, 116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물은 암석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분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끊임없는 재구성의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117 페이지) 맞는 말이다. 그러니 이는 앞에서 인용한 “모든 것은 침식에 결국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65 페이지)는 말과 어긋나는 듯 보인다.
저자가 바라보는 식물은 암석의 균열 부위와 틈에서 끈질기게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존재다.(122 페이지) 지구 내부에 깊숙이 묻힌 채 수백 도로 달궈진 결과 재결정화가 이루어진 석회암은 대리암이 되었고 진흙과 모래는 녹색 편마암과 편암이 되었다.
저자가 지질학을 전공한 것은 우연이었다.(126 페이지) 서핑에 미쳐 해양학을 공부하게 된 저자는 생물학, 화학, 지질학, 물리학 중 하나를 전공한 뒤 집중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질학을 선택했지만 별 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우리가 서 있는 곳은 6,500만년전 지하 15km에 위치했던 마그마의 방입니다.”란 교수의 말에 매료되어 지질학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다.(127, 128 페이지) 저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흥분이 앞서지만 그보다 더 선명한 감각은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경이로움이라 말한다.(173 페이지)
대륙은 처음 형성될 때 맨틀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마그마로부터 진화한다. 일부 마그마는 지각을 관통하여 성장하고 있던 대륙 표면 위로 용암의 형태로 분출하지만 아래로부터 올라와 대륙의 바닥을 만나게 되는 어떤 마그마들은 너무 점성이 높거나 무거워서 지각을 뚫지 못한다.(187, 188 페이지)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윤곽의 희미한 형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190 페이지)
“새로운 지점을 살펴볼 때마다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그것은 지질학적인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줄 작은 통찰력을 제공한다.”(193 페이지) 이 문장의 핵심 어휘는 '지질학적인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줄 작은 통찰력'이란 말이다. 나 또한 지질학적 이야기로부터 작은 통찰력을 길어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는다. 책 곳곳에 지구 역사를 헤아리게 하는 글, 그리하여 지질학자의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기에 족한 글이 등장한다.
“수천 년 전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이었던 빙벽은 동쪽으로 몇 백 킬로미터 이어져 있었다. 이 빙벽은 깊숙이 묻힌 상태에서 압축을 받은 뒤 재결정화 과정을 거쳤고 빙상의 거의 바닥까지 가라앉은 다음 기반암에서 암석의 파편을 떼어내 이들을 고운 가루로 분쇄했을 것이다. 그 후 1년에 몇 센티미터의 속도로 아주 천천히 융기해 이제 내 앞에 놓은 절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201 페이지)
그러고 보니 그린란드는 지구에서 가장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진 야생 중 하나로 국토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는 부분(25 페이지)을 전해야겠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을 보자. ”빙하는 크레바스와 길게 갈라진 틈으로 부서지면서 다시 흘러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마지못한 듯 떨어지는 물‘과 공자가 말한 ‘용감한 물‘을 연상하게 한다. 단순한 의인적 표현이라기보다 대조되는 담론 또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2미터 높이의 노두(露頭)의 기단에 주름져 있는 암녹색과 황갈색의 두터운 이끼 덤불을 보며 저자는 자신이 진균학자였다면 천국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지질학자인 자신은 어리둥절해하며 그곳을 지나갈 뿐이라 말한다.(212 페이지) 물고기 사냥에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바다표범처럼 우리도 풍경이나 깨끗한 물, 하늘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에 의하면 이는 생존과 관련된 진화론적인 지식에 기인한 방식으로 우리는 이처럼 내재된 지식과 교훈의 총체다.(215 페이지)
과학, 아니 사는 것의 패턴이라 할 내용이 ’야생의 대지와의 작별‘이란 장에 나온다. 이 지역 역사에 대한 상충된 해석은 해결되었지만 오랜 역사의 단서를 고려한 결과 새로운 복잡함이 드러난다는 말이다.(217 페이지) 자연의 과정을 분석적으로만 기술하는 것은 부적절한 방법이라는 말(222 페이지)을 기억하자. 우리의 생각과 꿈은 우리가 알고 보는 것들의 표면에서 반사된 것들이란 말(225 페이지)은 참 인상적이고 시적이다. 미래는 계속해서 뼈의 표면에서 탄생하고 있었다는 표현(162 페이지)과 함께 볼 부분이다.
”툰드라 표면에는 새의 뼈와 북극 여우의 두개골, 순록의 뿔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진화론적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증거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새하얀 땅 위를 어두운 음영으로 장식하고 있었다.”(162 페이지) 야생을 잃으면 우주에서 정신의 중요성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을 잃을 것이라 말한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어떤 생각을 더할까? 야생은 추론하고 시를 짓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자유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문턱이다.(226 페이지)
“석류석 덩이가 손가락 끝에 단단하게 부딪히는 감촉을 느끼며 내 손길이 신성모독인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92 페이지)는 저자는 자신이 서 있는 곳,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과 결정이 따뜻한 태양빛을 받고 있는 이곳의 풍경은 너무도 광활해 또 다시 누군가의 손길이 닿거나 누군가 발견하게 될 확률이 극히 낮았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만으로도 이 헐벗은 암석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지 정말 기이했다고 말한다.(92 페이지)
저자는 현미경을 통해 암석의 얇은 조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어떤 인간도 상상하지 못한 맨눈으로 본 적 없는 색상과 형태의 환상적인 기하학에 빠져들어 자기 인식은 사라지게 된다고 말한다.(228 페이지) 물론 단순히 연속적인 사건들을 표로 만든다고 역사가 재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광물이 언제 형성되고 조직이 언제 생기는지 그 연대를 알아내는 방법이 필요하다.(229 페이지) 그에 부합하는 광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저어콘이다. 복원력이 뛰어나고 지각의 중간층이나 깊은 층에 있는 암석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온도와 압력에서 안정적이고 단단한 저어콘은 지질학적 시계다.(230 페이지) 저어콘에는 우라늄이 들어 있다. 우라늄은 일정 속도의 방사성 붕괴를 통해 납, 토륨, 헬륨으로 분해된다.
저자는 그을린 머리카락 냄새, 사막의 모래 냄새를 풍기는 (깨진) 암석에 대해 이야기한다.(97, 235 페이지) 이 암석은 적어도 지표 60km 아래에 묻혔던 존재다. 이 암석은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야생의 진면모를 느끼게 하는 진객(珍客)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전문 영역의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저자의 인문적 지향성과 뛰어난 글솜씨 덕이리라. 현장을 돌아본 살아 있는 여정이 가장 중요한 몫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저자가 섭섭해할까? 어떤 경우든 적극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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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가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가장 큰 섬 그린란드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표면 뿐이다.
첫문장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예상치 못한 감각들이 자극을 받았다.
얼어붙은 땅에도 생명체는 살아갑니다.
야생은 추론하고 시를 짓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직도 시간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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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산함, 끝없는 수평선, 하늘과 땅의 경계가 복잡하지 않은 그런 세상. 물론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그건 좀...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지질학자는 암석을 만나기 위해 낯선 곳으로의 방문도 감수한다. 그곳이 혹한 추위의 극지방일지라도. 책의 저자는 북극의 여름, 약 4주 동안 그린란드에서 산다. 야생 속에서 암석이 말하는 유구한 역사를 듣기 위해 찾아간 것이다.
책에서 나오는 북극의 풍경은 하얀 빙하만이 있지 않다. 지의류가 많이 깔려 있고, 꿩도 다니고, 물고기떼가 물에서 파닥파닥하고, 바로 위에 매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동물의 뼈도 있고... 북극은 너무 추워서 바이러스가 못 살아서 감기도 안 걸린다는 얘길 들은 적 있다. 헛소리였나 보다. 책 속에 저자가 모기를 쫓는 장면이 나온다. 빙하가 펼쳐진 풍경에 모기떼라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란 노랫말이 생각난다. 기나긴 역사를 거치며 살아온 모기의 끈질긴 생명력에 고개를 흔들게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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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인 저자와 카이, 존은 연구를 위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서 그린란드로 탐사에 나선다. 다른 연구 중이던 저자를 불러 15년 동안 이뤄진 다섯 차례의 답사는 존과 카이가 오랫동안 연구했던 지질의 역사에 대해 반박하는 논문의 등장이 원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사실 발견과 연구를 위해 탐사를 떠난다.
저자가 그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문명 속에서 사는 우리에게 있어서 생소하고,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파트가 두 개 있었는데, '모든 소리가 야생의 광활함에 묻히다_ 정적'편과, '야생에서 펼쳐지는 생사의 보편성_물고기 떼'편이다. '정적'은 탐사 도입부에 등장하는 파트인데, 바로 저자가 밟고 있는 그린란드라는 땅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한다.
이 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태어나서 완전한 정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풍경이 존재하는데, 아무 속리도 들리지 않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한밤중인 지금도 냉장고가 작동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계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상태를 문명사회에서는 고요함이라 할 것이다. 완전한 적막은 내 평생 절대로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아서 더 궁금하다.
그리고 '물고기 떼' 파트에서는 물속에서 살아가는 청어의 생생한 삶과 생명력을 느꼈다. 하지만 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물고기의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추측하고 고민하며 새롭게 이해해 본다.
이처럼 저자는 그곳에서 봤던 풍경, 현상, 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그 느낌의 표현도 매우 탁월하다. 지구라는 땅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만큼 태곳적 자연을 간직한 그린란드를 더 깊이 느끼고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하고 묘사하고 표현해도 워낙 내 삶과 동떨어진 모습을 가진 곳이라 상상력의 한계를 느꼈다. 게다가 나는 방향치다 보니, 동쪽의 빙하, 남동쪽으로 흐르는 피오르, 북쪽의 암벽 이런 식의 서술에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책에는, 그린란드의 풍경이 전혀 사진 자료가 담겨있지 않다. 오직 저자의 묘사와 느낀 감정을 통해 추측만 할 수 있다. 글로써도 그 광활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이 아쉬웠다.
만약 나처럼 과학에 무지하다면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지질학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고자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마어마한 땅의 위대함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음으로써 인간이 애초부터 지구에 존재하던 자연을 얼마나 사라지게 만들었나 뉘우치도록 만든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구 끝에 사실 하나를 밝혀내는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기본적으로 뭐든 '과학자들이 어떻게든 다 알아서 밝히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구의 역사와 같이 인기 없는 분야에 소수 연구자의 많은 고생 끝에 조금이나마 답을 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끝까지 파고들어 준 책 속의 지질학자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궁금함과 더불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오직 서로 밖에 없는 문명의 바깥으로 가서 함께 관찰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멋졌다.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 사명감이 있었기에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같은 방향을 보고 끝까지 달려 완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순수한 원동력이 생기기를 바라본다.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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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시간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 또한, 몇몇 과학자들과 작가들만이 시도하는 것, 즉 ‘자기 분야의 안락함을 넘어서는 탐험’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처」 바위투성이 골짜기, 툰드라 평원,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섬이라 불리며, 대지의 단 일부만 국민이 거주하는 미지의 땅 그린란드 그곳에서 저자는 과연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을까
【그린란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2009년 6월 자치령을 선언한 덴마크의 속령이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것은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500년 이누이트가 정착해 살기 시작했고, 서기 986년 노르만족에 의해 발견되어, 노르만족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북아메리카 캐나다와 인접해있으며, 인구는 대략 56,000명 정도이다. 대한민국의 22배의 면적이지만, 81%가 빙설로 덮여있고, 그나마 척박한 환경으로 경작할 수 있는 지역은 1%가 되지 않는다. 이런 척박한 땅에도 여름이 찾아오며, 2~3주의 기간 동안 꿀벌과 모기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이 시기에 반소매를 입을 수도 있고, 꿀벌이 날아다니는 것은 식물재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지질학자이자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명예 연구자이다. 대륙의 기원과 진화, 그것들을 활성화하는 과정 등을 연구하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지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 그린란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자연과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지질학자의 연구와 모험의 에세이에 가깝다. 특별한 과학적 지식 없이도 저자가 보는 식물이나 동물, 암석과 태양을 같은 시선으로 따라가며 느낄 수 있다. 「근원」은 사물이 비롯되는 근본이나 원인을 뜻한다. 지구상에 사람이 거주하는 곳들은 모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문명화라는 명목으로 도시화하였다.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힘을 가졌지만, 도시는 소모와 오염 이외에 가진 능력이 없다. 도시에서 우리의 몸은 편리해졌을지 모르지만, 자연과 동떨어진 우리의 근원적 유전자는 병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 예능프로그램에서 꽃보다 청춘이 여행을 선택한 곳이 그린란드이다. 병들지 않은 자연 속에서 병든 인간들은 치유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연의 역할이 감소하면서 경제적인 욕심이 가져오는 결과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뉴스에서는 이런 사실이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다. 정치에서도 거의 고려되지 않으며,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월리스 스테크너」의 저서 야생편지에서 “젊을 때 야생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자연이 가져다주는, 그 어떠한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온전한 상태’ 때문이다. 우리는 제정신이 아닌 이 세상에서 잠시나마 탈출해 자연의 품에서 쉴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야생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중요해진다. 자연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만으로 위안이 되는 것이다.” 지구의 숨겨진 근원을 연구한다는 것은, 즉 인간의 근원을 연구하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인간은 지구 위에 존재하는 생물이 아니라, 지구에 포함된 하나의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지질학이나, 인간의 인문학이나 결국은 그 근원을 찾아내고, 온전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시에서 지쳐가고 있는 당신에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의 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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