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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그야말로 감을 잡을 수 없는 찬쉐의 몽환적인 글. 하지만 소설의 즐거움 하나가 바로 이런 낯선 글을 만나는 것 아니겠는가. 끝에 실린 해설을 읽고 찬쉐의 글쓰기가 한층 더 이해됐다.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찬쉐의 작품을 계속 따라가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 요즘 중국 작품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찬쉐라는 대표 작가 중 한 명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구매했습니다. 표지가 좀 구린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작품이 좋다는데 뭐 어때요 ㅇㅅㅇ 하면서 샀어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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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세계문학에세시리즈 2권. 중국의 카프카라 불리우는 작가 '찬쉐'는 20세기 중엽이래 가장 창조적인 중국 작가이자 선봉(先鋒)문학의 대표 주자이며, 매년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매우 궁금해지는 작가이다. '찬쉐'는 작가의 필명으로, '녹지 않는 더러운 눈'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가장 순수한 눈'이라는 중의적인 단어라고 하며, 필명에서부터 그냥 뭔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혼탁한 세상에서 문학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정진하겠다는 작가의 의지로 해석되었다(아님 말고).
어쨌든 큰 기대를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몇 장 못 넘기고 길을 잃어 버렸다. 워낙 기괴하고 황당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책 읽는 내내 내용을 전혀 읽어내지 못해서 다 읽고 나서는 머리 속에 남는게 없었다. 그래서 사전조사를 하고 다시 읽었다(에세시리즈 1권 '등대로'부터 그러더니 또 이런다ㅠㅠ). 대단히 실험적인 소설로서 서사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기에 개별 서사 속에서 뜬금없이 나오는 등장 인물의 대화나 심리를 조합해야 작품의 주제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구조였다.
'로즈'라는 의류회사에 다니는 존과 아내 마리아, 회사 대표 빈센트와 아내 리사, 회사의 주요 거래처인 농장주 레이건과 연인 에다. 한 때 불같은 사랑을 나누면서 상대로부터 절정을 느꼈던 이 커플들은 서로에 대한 욕망이 점점 식어가면서 뭔가 변화를 꿈꾼다. 존은 독서에, 마리아는 벽걸이 카펫 만들기와 정원 가꾸기에 빠지고, 빈센트는 외도를 하고, 리사는 대장정에 나서고, 에다는 도망치고, 레이건은 에다를 찾아 헤맨다. 분명 상대방으로 벗어나고자 했고, 상대가 없는 곳에 도달했지만, 그 곳은 현실과 초현실이 마구 뒤섞이면서 꿈인지 상상인지 혼동에 빠지고(이 부분부터 나는 길을 잃었었다. 책 끝날때까지.ㅎㅎ), 그 곳에 온 목적조차 희미해진다. 그 곳에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욕망을 추구해보지만, 예전 연인만큼 욕망이 해소되지 못하며 부족함을 느낀다. 한편으론 그 곳에서 만난 신비로움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자신을, 또는 자신의 연인을 닮아있는데, 몽환경이 교차되면서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보게 되고, 상대방이 느꼈던 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상대의 소중함은 커지고 상대방에 대한 갈망이 강렬해진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불타 올라 활활 타오를때가 있다면 타오르는 불꽃은 없더라도 꾸준히 온기를 전달하는 숯불인 상태도 있을터인데, 우리에게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무슨 이유로 다른 것에 유혹이 생기는 걸까? 권태기에 접어들면 그 때부터는 사랑이 아닌건가? 사랑하는 연인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불타는 사랑만 하는 커플은 드물다. 또한 아무리 가까운 연인이라 할 지라도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도 힘들다. 우리는 각자 각자가 살아온 인생, 가치관, 연애관이 다르기에 상대방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을 수도 있고, 꼭 비밀은 아니더라도 굳이 상대에게 알리지 않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지금 연인 관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라고.
중국 문학이래봤자 무협지만 읽던 내가 모옌을 읽고, 옌롄커를 읽고, 찬쉐까지 읽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이번엔 정말 묘하고 난해한 작품을 정말 힘들게 읽어낸거 같다. 작품해설에서 찬쉐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서든 늘 제약을 받고 인간은 죄다 절망에서 발버둥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읽은 사랑이야기는 많았다. 비록 사랑이라는 친밀한 주제이지만, 그 안에서 욕망으로 발버둥치는 복잡 다단한 인간 심리를 묘사하는데는 기존의 문법보다는 작가의 문법이 더 적정한 것임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정말 까다로우면서도 신선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