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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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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고창신재호문학상 수상작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국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 (44)말끝에 바람이 들었다. 들뜬 마음에 말이 두둥실 떠다녔다. (58)천하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소리를 죽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진저리가 났다. 세상을 향해 가야금이 되고, 거문고가 되고, 북이 되
"금파" 내용보기
제1회 고창신재호문학상 수상작

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국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


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 (44)
말끝에 바람이 들었다. 들뜬 마음에 말이 두둥실 떠다녔다. (58)
천하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소리를 죽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진저리가 났다. 세상을 향해 가야금이 되고, 거문고가 되고, 북이 되고, 꽹가리가 되고, 징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울려 퍼져 천한 신분도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64)
사람이 많든 적든 무대에서의 공연은 금파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관객과 같은 눈높이가 아니라 그들이 우러러보는 곳에서 공연하는 것은 짜릿했다. 위치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쾌감은 달랐다. 관객이 고개를 들어야만 금파를 볼 수 있었다. 금파는 눈을 내리깔고 관객을 쳐다보면서 소리했다. 마치 신분을 뛰어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난날 주 영감이나 사또 들이 금파를 내려보던 각도였다. 우월함을 느낄 수 있는 지긋한 긱도와 거리. 무대 위에서 금파는 언제나 위엄을 갖추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아. (156)
갈 곳을 정하지 못하니 집에서 나올 때마다 막막하고 막연했다. 그러나 모두를 위해서라도 살고 싶어졌다. 살기 위해 죽은 척을 해야 하고, 죽기 위해 살아야 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이 반짝였다. 어디를 가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206)
g*******1 2022.09.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