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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전 고통, 지금 젊은 내 뼛속에도 고스란히 스민다
제주4?3을 묻는 십대에게 /고진숙 글, 이시누 그림/192쪽/서해문집/14,000원/2022년 03월 01일 출간

책의 표지
500여 귀신이 제삿밥을 먹으러 내려오는 4월의 제주를 아시나요?
올해로 74주년을 맞은 4·3, 국가 공권력이 평화로웠던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마을과 주민을 통째로 없애버렸기에, 이웃이 같은 날 제사를 지내야만 하는 비극이 시작한 달입니다.
「제주 4·3을 묻는 십대에게」는 제주도 출신 고진숙 작가가 제주 근현대사의 비극이자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인 4·3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쓴 책입니다.
책은 대한민국 현대사 [세상을 묻는 십대×하루 한 봉지씩 뜯어보는 독서 라면]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4·3 유족인 저로서는 더 가슴 아픈 사건이라, 이 사건을 다룬 책을 읽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당시 미군정, 대통령, 육지 경찰 등 힘을 가진 자들은 그저 자신의 권력욕과 이기심에 제주라는 섬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외부인(육지 것)들의 욕심에 제주도민만 희생과 고통을 겪었는데, 그 고통은 트라우마로 남아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은 제주도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날인 1948년 4월 3일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런 작명은 마치 4·3이 무장봉기로부터 시작되었고, 무장봉기가 원인인 듯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에게 4·3은 평화 통일 항쟁의 의미였고, 어느 하루의 일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P88 중에서.
광복을 맞아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에 찼었던 제주도민들을 1948년 4월 3일부터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장장 7년이라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국가권력에 의해 갓난아기, 꽃다운 나이의 학생, 임산부, 청년, 중년, 노년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희생을 당했습니다.
“삼양지서의 서청(서북청년단) 출신 경찰들은 이렇게 말했어-하루라도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 그들은 임신한 젊은 여자를 발가벗긴 뒤 몹쓸 짓을 하고 휘발유를 뿌려 태웠고, 산 채로 매장했어. 남편이 산으로 올라갔기 때문인데 그런 경우를 도피자 가족이라고 해. 그들 부부는 부모 형제까지 몰살당했지.” -P126
서청 출신 경찰들의 저 글을 읽는 순간, 몸서리쳐졌습니다. 한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생지옥이 다름없었던 상황과 그 속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의 아픔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오는 것 같았습니다. 고통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게 느껴져 책을 읽다 잠시 덮어두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야만 했습니다.
“남자들이 거의 사라진 마을에서 여자들은 물질과 밭일로 아이들을 길러 내고 마을을 일으켰어. 북촌 마을의 남은 여자들도 그랬어. 제주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해.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뎠는지 몰라. 그냥 살당 보난 살아졌주(살다 보니 살아졌다)” -P161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말이어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마주해 얻게 된 담담함 속 안에 든 한숨과 슬픔이 베여 있는 말이라, 살아내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심정을 이보다 더 대신해 줄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희생자 가족은 연좌제 때문에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4·3은 70여 년의 세월 동안 금기시되어 왔었습니다. 이제는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어느 작가의 책 제목처럼 더 이상 4·3이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허지선(사서 출신의 시민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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