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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엄마는 겉보기엔 지독한 잔소리꾼이었지만 - 자신의 억지스러운 기대에 부응하도록 나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던 탓에 - 내 입맛에 꼭 맞춰 점심 도시락을 싸주거나 밥상을 차려줄 때만큼은 엄마가 나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p11
우리는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저마다 조용히 앉아서 점심을 먹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다 같다. 모두가 고향의 한 조각을, 우리 자신의 한 조각을 찾고 있다. 우리가 주문하는 음식과 우리가 구입하는 재료에서 그걸 맛보고 싶어한다. 허기를 채우고 나면 우리는 각자 제 기숙사 방으로, 교외의 부엌으로 흩어져서, 열심히 장 본 것을 부려놓는다. 그리고 이 긴 여정 없이는 만들지 못했을 음식을 살뜰히 재현한다. 우리가 찾는 것은 트레이더 조 매장에는 없다. H마트는, 아무데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을 여기서는 반드시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웅기중기 모인 향기로운 공간이다. -p21
어쩌면 엄마는 그동안 내가 원치 않는 무언가로 나를 만들어보려 한 자신의 노력이 결국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더 이상 노력하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차피 내가 이런 식으론 1년도 더 못 버티고 결국 엄마가 옳았다고 생각할 거라 믿고 전략을 더 세련된 걸로 바꿨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사이에 벌어진 5천 킬로미터라는 거리 때문에 그저 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찾았음을 비로소 받아들이고, 마침내 내가 어떻게든 잘해낼 거라고 믿게 된 건지도 모른다. -p84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 버린 것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파선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담담히 지켜보고 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p203
'사랑스럽다'는 말은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는 형용사였다. 엄마는 나를 딱 한 단어로만 표현해야 한다면 '사랑스럽다'는 말을 고를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는 그 단어가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열정을 아우르는 말처럼 느껴졌나보다. 그것은 엄마의 묘비명에 새겨넣기에도 딱 알맞은 단어였다. 자애로운 엄마는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지만 사랑스러운 엄마는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p268
그러니까 내가 엄마를 이해하지 못헀듯이 엄마 역시 여태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세대와 문화와 언어가 갈라놓은 단층선 반대편에 각각 던져져 기준점도 없이 죽도록 헤맸기만 했을 뿐 서로가 서로의 기대를 생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겨우 요 몇 년 전에 와서야 우리는 불가사의한 문을 열어 서로를 수용할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내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탐색했다. 그러다 가장 풍성한 이해의 과실을 거둬들여야 했을 시간들이 그만 난폭하게 잘려나가고 말았고, 이제 나는 열쇠도 없이 남은 비밀들을 혼자서 해독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p285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인디 팝 밴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미셸 자우너가 쓴 'H마트에서 울다'를 읽으면서 한참을 소리 죽여 울었다. 엄마와 자우너 사이의 이야기를 가감 없고 진솔하게 적어내려갔기 때문인데, 모녀 사이라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여러 겹의 감정들이 글자들로 풀어헤쳐져 있다. '엄마'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힘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강해진다. 내 엄마가 약해지게 될 때 그 동안 수없이 불렀고 내뱉었던 '엄마'라는 단어는 힘의 크기가 진해지고 굵어진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라고 부르는 음성에 빛나는 힘이 실려 있어 '엄마'를 힘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엄마'라는 단어라는 것을 느낀다. 내 엄마 또한 내가 부르는 '엄마' 소리에 힘을 얻고 사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바라는 자식의 미래와 자식 스스로가 그리는 미래상이 부딪칠 때 극심한 갈등이 찾아온다. 누군가가 명확한 해결책을 가졌는지, 갈등을 풀 방법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 채 그 갈등은 사라지기도 하고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서로에게 너무나 힘든 갈등임은 분명하다.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씨앗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전보다 성장했구나 혹은 어른이 되었구나 라는 말을 듣게 되고,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 슬픈 것은,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감정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았을 때 관계를 되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자우너가 엄마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청소년기 이후 독립을 해 생활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는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자우너는 엄마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엄마를 보살피는데 결국 엄마의 죽음까지 겪게 된다. 자우너가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종이에 실렸다. 글자들이 모여 자우너의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이야기라 (자식과 부모 중 한 쪽의 위치에 있다면) 눈물이 났다. 특히 자우너의 엄마처럼 내 엄마도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주는 데 꽤 정성을 들였던 터라 엄마가 해 준 음식들을 보면 그 때의 후각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문화권이 달랐던 엄마가 만들어준 한국의 음식들이 자우너에게는 특별했을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식자재들을 파는 H마트만 가면 엄마가 생각나겠구나 하는. 음식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요리는 과거의 그 때로 되돌아가게 한다. 자우너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방식으로 엄마가 만들어줬던 음식을 직접 요리해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자우너의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돌아가시기까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누군가는 겪어야 할 일이고 나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그랬다. 이 시간이 오리란 것을 그 누가 예상하며 살아갈까. 사소한 말로 시작한 싸움,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갈등 등이 영원한 이별 앞에서 사그라지지 않을 테지. 그래서 더 저릿한 마음으로 이별을 겪을 테고.
'H마트에서 울다', 이 책 읽어보시기를, 간곡히 추천한다. '엄마'가 되신 분들, '엄마'를 사랑하는 분들, '엄마'에게 안녕을 묻고 싶은 분들 모두 자우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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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이면 엄마의 5주기다. 자매들끼리 모여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만들어 올린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추억들을 소환한다. 엄마를 생각하면 가장 첫 번째, 음식이 떠오른다.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이 그리워 우리끼리 만들어 먹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텃밭에 있는 고구마 순을 뜯어 껍질을 벗기고 솥에 삶아 된장과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매운 고추, 참기름을 넣고 마지막에 식초 몇 방울을 넣어 무쳤다. 여름에 잠깐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으로, 신랑은 신랑대로 우리 자매들은 자매들대로 추억의 음식이다. 엄마와 음식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엄마의 음식과 함께 해왔으니 말이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추억을 떠올리고 맛을 구현해내려 애쓴다. 김치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엄마와 비슷한 맛을 내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엄마가 살아 계신 분들은 크게 와 닿지 않겠지만 엄마의 죽음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공감할 거 같다. 책의 첫 장에서부터 엄마가 생각나 울며 읽었다. 아시아의 음식재료를 파는 곳, 한아름 마트의 H마트에 갈 때마다 운다는 저자의 글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정체성의 혼란과 더불어 엄마와의 관계도 멀어졌지만, 엄마의 암 투병을 지켜보는 이의 상황은 우리를 슬픔의 순간으로 이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저자를 다시 일어나게 만든 원동력이 음식이었다. 엄마가 해주었던 음식, 아팠을 때 먹었던 잣죽과 알맞게 익은 총각김치를 담았다. 잊지 못하던 그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엄마를 추억했다. 엄마를 추억한다는 건 함께 먹었던 음식을 떠올린다는 것. 엄마의 투병 기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에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엄마가 암에 걸렸을 때 저자는 엄마에게 긍정의 기운을 뿜으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될 줄 알았다. 엄마를 힘들게 했던 과거를 되돌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직 뭐든 할 수 있을 때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보내고 싶었다. (174페이지) 이 문장은 울컥하게 만든다. 나는 엄마가 더 오래 사실 줄 알았다. 어쩌면 일 년, 아니면 더 오래.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했다. 그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으면 더 잘할 걸.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치게 그리울 줄은 몰랐다. 어떤 분이 하신 말씀 중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에 나타나지 않아 서운하다는 말을 들었었다. 일 년에 몇 번 엄마가 꿈에 나오실 때가 있다. 무척 반갑다. 보고 싶었던 엄마를, 건강한 모습의 엄마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아마 그리움이 가장 간절해질 때 나타나지 않으셨나 싶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기록은 기록이다. 엄마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비록 슬픈 기억이지만 글을 씀으로써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거다. 다시 살 수 있는 원천도 엄마에 대한 기억과 기록에서 나왔다. 엄마와 딸은 특별한 관계인 것 같다. 저자와 엄마 정미 씨와의 관계,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 은미 이모에 대한 기억, 나미 이모를 바라보며 느끼는 엄마의 자리. 엄마의 자매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아시아인의 외모로 미국에서 살아가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정체성은 우리를 지켜주는 원동력이다. 정체성의 혼란으로 아픔을 겪었고, 한국에 올 때마다 느꼈던 비슷한 외모에서 오는 편안함, 오히려 예쁘다고 말해주기까지 해서 기분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사람은 느끼지 못할 감정들일 것이다.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백 퍼센트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봐야겠다.
엄마가 나를 키우며 내가 사랑하도록 만든 것의 원천이고, 내가 기억했으면 하는 맛이고, 내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이었다. (345페이지)
엄마를 향한 사랑과 기억과 소소한 기록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내 엄마의 기록이 없어 안타깝지만, 엄마의 사진을 한곳에 모으고 각자의 추억을 자매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다. 엄마를 추억하는 다른 방법이다. 엄마의 기일에 우리 형제들이 모이면 각자의 기억을 말하며 엄마를 추억할 것이다. 그리운 엄마를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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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 들어서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1년 남짓 미국생활을 하며, 한국음식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싶었는데, 장장 4시간을 넘게 운전해 (아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을 보러 간다는 거잖아?) 도착한 그 곳은 없던 향수병도 생기게 할 것만 같은 익숙하고 설레는 공간이었다. 아니, 여기는 한국인건가
이런 기억 덕분에 이 책을 읽기 전 저자가 한국인일지도 모르겠다고, 낯선 객지 생활 속에서 만난 익숙한 것들로 인해 감정이 고양된 것은 아닐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느낄법한 ‘H마트’라는 공간이 주는 익숙함과 반가움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었다.
*H마트는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로, 대충 번역하자면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조기 유학 온 아이들은 고국에서 먹던 갖가지 인스턴트 라면을 사러, 한인 가족들은 설날에 해 먹을 떡국 떡을 사러 이곳에 온다. p.11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p.11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p.11
아, 이런... 책을 펼치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내 옆에 함께 하지 못하는 (그것이 내가 선택한 것이든 또는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든)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그 무엇 말이다. 그것은 저자와 같이 특정한 장소일 수도, 노래일 수도, 영화일 수도 또는 음식일 수도 있다. 아니 그저 어느 계절일 수도 바람결에 실려온 낯익은 향기일 수도 있겠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 어머니를 통해 ‘한국’의 정서를 접한 저자는 경계인으로써의 자신의 삶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때로는 담백하게 또 때로는 온갖 감정을 다 실어 적어두었다. 엄마와 엇갈렸던 그녀의 감정을, 위암 판정을 받은 엄마를 돌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야기를 읽으며, 엄마와 딸들의,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순탄치만은 않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p.84
문득 오래전 암 판정을 받고 수술 날짜를 기다리시던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 말도 못하고 울지 않으려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순간, 이어진 엄마의 말은 결국 나를 무너뜨렸었다. 딸은 결혼 준비할 때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네.
저자는 엄마를 위해 결혼을 앞당기고 그런 기대할만한 일들로 엄마가 고통을 잊기를, 가족 모두 이 시간을 잊기를 바란다. 저자의 말처럼 얄팍한 속임수라 할지 모르지만, 그 순간을 다 같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을 수 있다면 그 노력을, 그 마음을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완강히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안정제 주사 한 방이면 엄마가 전처럼 괜찮아질 거라 확신했고, 그때그때 적당히 무마하면서 몇 년은 더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p.86
아빠는 내파밸리로 다 같이 와인 시음을 하러 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계속 아무 일도 없는 척 얄팍하게 위장해보려는 속셈이었다. 뭔가 계속 기대할 만한 게 있으면 이 병을 속여 넘길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p.101
솔직히 미국에서 자란 저자가 이렇게나 한국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랐다. 책에 소개된 한국 음식과 문화(그녀의 글에서 ‘화투’에 대한 설명을 발견한 순간 이 책을 읽으며 드물게 웃음이 나기도)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과연 외국인의 시선으로 이 책을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특히나 그녀가 설명하는 음식들은 얼마나 맛깔나게 느껴지던지, 이 글을 읽으며 음식의 맛을 상상할 수 없는 외국인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할 정도였다. (고백컨대, 이 글을 읽은 주말 나는 오랜만에 갈비를 재며 부산을 떨기도 했다)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쫙 펴서 거기에 상추 한 장을 올려놓고 내 식대로 음식을 착착 쌓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비 한 조각, 따끈한 밥 한 숟가락, 쌈장 약간, 얇게 저민 생마늘 한 조각을 차례차례로. 그런 다음 그걸 얌전하게 오므려 입에 쏙 집어넣고는 눈을 감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p.53
김영하 북클럽의 책으로 함께 읽은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키워드로 ‘엄마’와 ‘한국 음식’을 꼽았다. 엄마와 음식이라니,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상 어떤 2개의 낱말이 이렇게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저자에게 H마트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엄마를, 그 엄마가 해준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H마트에서 울다’로 지은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에게 H마트는 ‘엄마와의 추억’ 그 자체일 테니까.
*기억에 남는 문장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나는 전적으로 어머니에게서 한국문화를 접했다. 엄마는 내게 직접 요리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한국인들은 똑 떨어지는 계량법 대신 “참기름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맛이 날 때까지 넣어라” 같은 아리송한 말로 설명하길 좋아한다) 내가 완벽한 한국인 식성을 갖도록 나를 키웠다. 말하자면 나도 훌륭한 음식 앞에서 경건해지고, 먹는 행위에서 정서적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선호가 분명했다. 김치는 알맞게 익어 적당히 새콤한 맛이 나야 했고, 삼겹살은 바짝 구운 것이어야 했으며, 찌개나 전골은 입안이 델 정도로 뜨겁지 않으면 안 먹느니만 못했다. 한 주 동안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들어둔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되었고, 우리는 그날그날 당기는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 먹었다..(중략)..우리는 철철이 제철 음식을 해 먹었고, 꼬박꼬박 명절 음식을 챙겨 먹었다. p.11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아 그렇구나..그러게...공감이 가던ㅎㅎ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p.11
이따금씩, 출입문도 없는 방안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길 때가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단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단단한 벽에라도 부딪힌 듯한 심정이 된다. 출구도 없고 단단하기만 한 벽면에 쿵쿵 머리를 찧으면서, 앞으로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하리라는 절대 불변의 현실만 자꾸자꾸 떠올리는 것이다. p.13
청년의 어머니는 자기 수프에서 고깃조각들을 건져내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놓는다. 좀 피곤해 보이는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도 별로 건네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먹기만 한다. 그에게 내가 지금 얼마나 우리 엄마를 그리워하는지 아느냐고 말해주고 싶다. 어머니한테 더 잘 대해드리라고, 삶은 허망해 어머니가 언제 훌쩍 떠나가버릴지 알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p.15
음식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 역시 엄마 나라 문화의 핵심 요소였다..(중략)..예쁘다는 말이 착하다, 예의바르다는 말과 동의어로까지 사용되는 곳이다. 이렇게 도덕과 미학을 뒤섞어놓은 말은, 아름다움을 가치 있게 여기고 소비하는 문화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p.29
한국 엄마들은 서로를 자기 아이의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테면 지연의 엄마는 지연 엄마라고, 에스터의 엄마는 에스트 엄마라고 불렀다. 나는 그분들의 진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 아이들에게 흡수되어버린 것이다. p.59
그 부츠가 떠올랐다. 내가 발이 까지지 않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도록 엄마가 미리 신어 길들여 놓은 부츠가. 나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 부디 내가 대신 고통받을 방법이 있기를,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에게 증명할 수 있기를, 엄마의 병상에 기어들어가 엄마에게 바짝 몸을 밀착시키기만 하면 그 무거운 짐을 내가 송두리째 흡수해버릴 수 있기를. 인생이 공평하려면 자식 된 도리를 다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 같았다. pp.62-63
나는 두 세계중 어느 세계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다. 노상 반만 인정받고 반은 이방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나보다 그 세계의 지분이 더 많은 누군가가, 온전하고 완전한 누군가가 자기 멋대로 날 쫓아낼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오랫동안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하려고 별짓을 다 했다. pp.76-77
엄마의 설명은 애매하기 짝이 없어 복장이 터지기 일쑤였다. 밥만 해도 그랬다. “쌀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그 위까지 물을 부으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나는 전화기를 어깨와 턱 사이에 끼우고 물을 부어놓은 흰 쌀에 왼손을 담갔다. “그게 몇 컵인데?” “그건 나도 몰라. 엄마는 컵을 써본 적이 없어!” p.97 *밥솥의 크기가 다 다르고 쌀의 양도 다른데 항상 ‘손등’을 덮을 때까지 물을 채우라는 그 말이 너무 어려웠던 기억.
“엄마, 거기 있어?” 내가 속삭였다. “내 말 들려?”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려 엄마의 파자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 “엄마, 제발 눈 좀 떠봐.” 나는 엄마를 깨울 작정이라도 한 듯이 소리쳤다. “나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제발, 엄마. 나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엄마! 엄마!” 나는 엄마의 언어로, 모국어로 절규했다. p.106
나는 멈추지 않고 죽은 엄마의 사지를 옷에 욱여넣었다. 겨우 한 동작 마칠 때마다 엄마 옆에 쓰러져 몸부림치면서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고 울며 소리질러댔다. 그렇게 극한 슬픔에 짓눌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 될 때마다 스스로 제동을 걸고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그런 준비를 시켜주지 않았다.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거지? 왜 이런 기억을 가져야 되지? p.108
한 사람이 무너지면 나머지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어깨를 내주며 그 무게를 감당하는 법이니까. p.111
내 기억을 곪아터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트라우마가 내 기억에 스며들어 그것을 망쳐버리고 쓸모없게 만들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 기억은 어떻게든 내가 잘 돌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p.149
나는 한국 문화와 우리가 먹은 음식을 글로 쓸 작정이었다. 그 음식들이 내가 기억해내고 싶은 엄마와의 추억을 어떻게 불러일으켰는지도. p.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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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한국 여성의 책인데, 오바마 전 대통령께서 추천을 해 주셨습니다. 미셀 자우너씨는 전업으로 글 쓰시는 분도 아니고, 재패니스 블렉퍼스트란 유명한 밴드의 보컬입니다. 재미교포 한국 여성,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추천, 일본 이름의 밴드명, 가수, 그런데 책 제목은 ‘H마트에서 울다’입니다.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에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호기심 이상의 훌륭한 책임을 알 게 됩니다. 담긴 내용 하나하나가 무척 소중합니다. 미국 남자와 결혼해서 소중히 딸을 키운 한국 어머니는 한국의 음식, 한국의 문화를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자식과 함께 합니다. 어머니를 떠나 보낸 딸은 어머니의 대리로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음식을 흉내내 봅니다. 한국 음식은 어머니의 손맛입니다. 한국 음식은 어머니의 가족입니다. 한국 음식은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리고 우리 어렸을 때의 추억입니다. 이 책은 소설 같은 실화이고, 우리의 문화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역사적 기록입니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으나, 이 책에는 한국적 유산 외에 굉장히 좋은 정보들이 많습니다.
-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요리 유튜버 - 간간히 나오는 그리운 올드 팝(발견할 때마다 그 노래를 함께 듣게 됩니다) - 생각해 보면 생소한 한국 식자재 - 장례 문화
매 장마다 한국 요리가 나옵니다. 한국 문화가 등장합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친숙한 문화이고 당연한 문화인데, 그리고 미셀 자우너씨는 있는 그대로 적었을 뿐인데, 마치 소개하고 평가받는 기분입니다. 그러면서 기교도 없고 아무 미사여구도 없는데 그 평가가 너무 따뜻합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책은 슬픈데, 따뜻합니다. 아끼고 싶고, 소중히 하고 싶게 됩니다. 최근에 재미 교포들이 쓴 책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중간중간에 한국의 이야기를 담는 책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책은 그 중에 꼽히게 소중한 책입니다. 유산이며 기록이고 한국인의 정서 그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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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미셸 자우너는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의 외동딸이다. 미국 교외 지역에 정착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와 한국과의 연결고리는 주로 엄마를 통해서이다. 엄마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형적인 한국 엄마이다. 엄마는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맛보고 즐겼던 가장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아이를 키웠다. 저자는 음악을 향한 꿈 때문에 얼마간 엄마와의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고 화해하려는 순간 날벼락 같은 엄마의 암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때부터 저자의 엄마를 살리기 위한 또는 엄마의 남은 삶에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된다.
엄마가 병에 걸린 후 미셸의 행동은 명확하고 분명하다. 모든 계획과 행위는 엄마의 회복과 안위에 맞춰져 있다. 엄마의 식사를 위해 한국 음식을 만들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여행을 계획하고, 엄마를 위해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엄마에게 필요한 존재는 미셸 자신이라고 느꼈고, 엄마도 그렇게 느꼈으면 하고 미셸은 바랐던 것 같다.
나는 나의 어머니를 좋아하고, 존경하기도 하는데, 평소에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서 '사랑한다'라고 말하기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미셸의 어머니에 대한 극진함은 '사랑'이라고 써도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런 어려움이 왔을 때 내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미셸은 혼자서 너끈히 헤쳐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누군가를 돕는데 전력하는 사람은 되지 못할 것 같다. 그게 어머니가 아니라 나의 자식이라도 그렇다. 물론 딸에게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지만, 나는 내가 미셸과 같은 과감하고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건 그 상황이 닥치지 않더라도 상상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내 생활, 생각의 공간을 완전히 내어주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서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나는 그 절실함을 완전히 채우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니,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기껍게 하자. 나는 일상에서 계획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사람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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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월의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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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조카와 함께 살고 있고요, 이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질문하게 되더군요, Ethnicity, 흔히들 말하는 민족성이 지금 현재 이 사회에서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으로 정의하여 받아들이면 될까? 이게 더 이상 의미가 있는 것인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먼 훗날, 언니와 내가 없으면 나의 두 조카들도 한국 식품점에서 우리를 그리워하며 이렇게 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더 와닿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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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책을 사고 딸려온 작은 안내 책자에서 만난 적이 있는 책입니다. 한인 2세가 엄마를 잃고 아시안 식품점 H 마트에 갈 때마다 운다는 내용이었죠. 짧은 분량에도 마음에 깊이 남았던 책을 독서 모임에서 만났어요. 모두 많이 운다고 하는데, 손수건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붉은 표지에 강렬한 금색 국수 가락을 커튼처럼 열고 들어갑니다.
저자 미셀 자우너는 몽환적 슈케이징 스타일 음악을 하는 인대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입니다. 2016년 1집 <저승사자>로 데뷔했으며, 2017년 2집 <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는 롤링스톤 올해의 앨범 50에 선정되었죠. 2021년 3집 <주빌리>가 빌보드 2021 상반기 최고 앨범 50에 선정되며 전 세계 주요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H 마트에서 울다>는 뉴욕타임스에서 60주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책은 엄마를 암으로 잃고 혼자 H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국인인 엄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미셀 자우너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 혼란으로 힘겨운 사춘기를 보냅니다. 한국인 엄마 특유의 딸을 향한 애정 공세가 딸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요. 둘은 의식적으로 멀어지다 미셀이 대학에 진학하자 물리적으로도 멀어지게 됩니다. 미셀이 대학을 졸업하고 음악 일을 열심히 하고 있던 어느 날 엄마의 암 진단 소식을 듣게 되죠. 미셀은 자신의 일정을 취소하고 멀어졌 던 그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여기고 엄마 옆에서 간병인 생활을 합니다. 이제는 역할이 뒤바뀐 엄마와 딸의 이야기. 사랑한다는 말 대신 정성껏 음식을 요리하고 먹이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먹던 음식이 새롭게 다가오는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들어갑니다.
엄마라는 닻에서 풀려난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저항해온 온갖 책임으로부터 훨씬 더 멀리 도망갔다. (p111) 약간은 강박이 느껴질 정도로 엄마는 예쁜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었고, 딸을 예쁘게 만드는 것을 사명처럼 여겼죠. 여자의 외모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과 엄마가 원하는 대로 딸을 만들어 가려고 늘 딸과 부딪쳤습니다. 어릴 때는 엄마의 말을 잘 듣던 미셀은 자라면서,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자 늘 엄마랑 크게 싸웠어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예쁜 여자가 아니라 미셀이 되고 싶었던 딸과 자신의 딸을 가장 예쁘게 만들어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시키고 싶었던 엄마의 끝없는 투쟁이었죠. 어찌어찌하여 미셀은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대학을 갔습니다. 물리적으로 엄마와 멀어진 미셀은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죠. 이 문장은 미셀의 자유로운 대학 생활과 음악 활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왜 엄마를 닻이라고 표현했을까요? 닻이라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배가 정착하게 하는 닻. 미셀은 자신을 정착하게 하는 것은 엄마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았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 모두는 엄마라는 닻이 있어서 더 안전하게,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나는 사랑은 행위이고, 본능이고, 계획하지 않은 순간들과 작은 몸짓들이 불러일으키는 반응이며,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243) 엄마는 2년 전 여동생을 대장암으로 잃었습니다. 그 과정을 겪은 엄마는 항암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계속 받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죠. 엄마가 생각한 횟수는 두 번이었습니다. 두 번의 항암 치료에도 암세포가 줄어들지 않자 엄마는 결단을 하고 나날이 상태가 나빠집니다. 미셀은 엄마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효도를 하기로 하죠. 바로 남자 친구인 피터와의 결혼입니다. 피터는 미셀보다 엄마가 아프다는 것을 더 빨리 알고 있었고, 엄마의 암 진단을 알게 된 미셀을 새벽에 오천 킬로미터나 달려서 찾아옵니다. 미셀은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결혼 서약서에 썼죠. 사랑은 행위라고 합니다. 말로만 하는 사랑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고 있죠. 사랑하게 되면 계획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향한 순간들과 몸짓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죠. 피터가 새벽에 옷에 소스를 묻힌 채 달려왔던 것처럼요. 집안일을 조용히 처리하면서도 결코 생색내지 않는 엄마들도 사랑인 거죠. 행위로 사랑을 보여주는 겁니다. 어릴 적 늦게 귀가해서도 늘 따뜻한 밥상을 차리던 엄마의 마음처럼.
엄마와 딸의 사랑을 음식을 통해 보여주는 책입니다. 특히 한국인 엄마가 H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한식을 먹이는 부분이 자세한 묘사로 펼쳐져요. 돌솥밥을 먹을 때의 느낌, 익숙한 과자들의 이름과 먹는 방법이 탁월한 미셀의 글로 실려 있습니다. 분명 글자들을 읽는데, 맛이 느껴지고, 모습이 그려지고, 온도까지 전해집니다. 엄마의 마음이 더 투명하게 보이고, 아픈 엄마를 보는 미셀의 마음도 너무 잘 보여서 외면하고 싶어지죠. 읽으면서도 내 얘기가 아니라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엄마를 보내는 과정은 아프고 상세합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엄마를 간병하기 위해 오는 친구분들을 통해 엄마의 삶을 엿볼 수 있어요. 남편을 두고 3주 가까이 음식 수발을 들고, 항암으로 머리가 빠진 엄마를 위해 삭발까지 하는 계씨 아주머니. 계씨 아주머니와 손바꿈을 한 LA 아주머니도 일반적인 친구로 보기 힘든 사랑으로 엄마를 섬깁니다. 두 친구분의 섬김과 딸, 남편의 간절한 섬김과 바람에도 엄마의 시간은 길지 않아요. 엄마는 항암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한국에 도착했지만 열이 너무 심하게 나서 입원을 합니다. 입원을 해서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과 광장 시장 나들이는 모두 취소가 되고, 미셀은 엄마를 보낸 후 엄마와 가려고 했던 곳으로 여행을 갑니다. 엄마가 자주 다니시던 H 마트에서 장을 봐와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을 해 먹으면서 천천히 엄마를 보냅니다. 중간 정도 읽으면 미셀이 자신의 삶도 엉망진창으로 만들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엄마의 떠남을 인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미셀은 엄마를 자신의 방법으로 보내고 애도하고 자신의 삶을 꾸립니다. 시련을 통해 단단해진 남편 피터의 사랑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죠. 그래서 저는 크게 슬프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저도 엄마를 떠나보내겠지만, 미셀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애도하며 내 삶을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다짐합니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함께 하겠다고. 비록 오래 가지 못할 다짐이라도, 붉은 책을 볼 때마다 새롭게 다짐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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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가 있는 영수증이 책갈피처럼 있다는 이야기에 먼저 끌린 것 같아요. 작가의 직업에 맞게 노래를 연결시킨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어머니와의 추억, 특히 그 애증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 좋았습니다. 읽으며 많이 울고, 웃게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작가의 직업, 성별, 인종에 관련한 단상이 등장하여 작품을 더욱 풍성케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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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서전 에세이라고 미리 알지 못했으면 소설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스토리가 흥미롭고 몰입이 되는 책이었다. 작가는 엄마가 해주셨던 한국 음식을 통하여 엄마와의 추억과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서 오는 아픔과 슬픔도 음식을 요리하면서 치유해나간다. 나도 아주 먼 훗날 언젠가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을 생각하면서 그리워하고 추억을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