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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곳 - 시드볼트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곳 - 시드볼트" 내용보기
내가 '종자'와 관련된 내용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건 지식재산 관련 강의를 통해서였다. 조금 특이한 형태로 강의가 운영되다 보니 한 과목을 종일 들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시간 확보의 여유가 있었는지 교수님께서 2011년에 KBS에서 방영했던 약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하단 기재 첫번째 영상)를 틀어줘 시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식재산 강의 시간이다 보니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곳 - 시드볼트" 내용보기

내가 '종자'와 관련된 내용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건 지식재산 관련 강의를 통해서였다. 조금 특이한 형태로 강의가 운영되다 보니 한 과목을 종일 들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시간 확보의 여유가 있었는지 교수님께서 2011년에 KBS에서 방영했던 약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하단 기재 첫번째 영상)를 틀어줘 시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식재산 강의 시간이다 보니 다큐의 내용 중 자연스럽게 특허와 관련된 내용에 주목하게 했지만, 지루할 것 같아 속으로 불평하며 시작했던 그 시간은 1시간 내내 영상을 보던 수강생들의 탄식으로 채워졌다. 그 정도로 다큐 속 내용들은 아주 심각했다. 그렇다고 오로지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매달리지는 않았지만 짧은 기사나 글이라도 관련글을 접하게 되면 최대한 꼼꼼히 보고 내용을 이해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세계에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에 대해서 접했고, 또 다시 몇 년 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시드볼트가 국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국내 시드볼트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된 것은 국내 몇 몇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소개되며 한 국회의원의 보안문제를 지적하며 나온 기사로 문제가 붉어지면서였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지난 2019년 12월 국가보안시설 '다'급으로 지정되면서 국가정보원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이는 단순히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 하다는 선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자에 대해 기존에 알고 있던 문제들과 특허(좀 더 정확히는 종자 주권) 그리고 보안 이라는 3가지 단편적 지식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드볼트 지하 46m 아래서 보존되고 있는 종자들의 문제점과 중요성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종자 주권과 관련하여 일제식민지와 종자의 이름에 얽힌 가슴아픈 사연과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구상나무의 아픈 사연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시드볼트가 만들어진 이유

 

 


[사진 설명 및 출처]
수목원은 크게 전시, 교육, 조사, 연구, 보존 등 5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보존에는 '현지 내 보존'과 '현지 외 보존'으로 나뉘는데, 해당 식물이 자라는 곳의 환경이 파괴되어 더 이상 그 곳에서의 서식이 불가능 한 경우 그 식물을 수목원으로 가지고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키는 작업을 '현지 외 보존'이라고 한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현지 외 보존'을 하는 모습이다. 여러 이유로 위험에 처해진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과정과 유사해 보인다. (본책 p.27)


 

 

시드볼트는 씨앗을 뜻하는 시드(Seed)와 금고를 뜻하는 볼트(Vault)를 합한 단어로 종자를 저장하는 일종의 금고에 해당한다. 종자를 저장하는 시드볼트는 왜 만들어 졌을까? 그 시작은 기후위기에서 시작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한다. 미미해 보이는 이 온다는 지난 1만년 동안 평균 기온이 약 4도 상승하는데, 그래도 1만년 이라는 오랜 기간이 인간 뿐만 아니라 지구도 바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은 더욱 빨라져 최근 100년 사이에 1도가 또 다시 상승한다. 바뀐 환경에 적응할 여유가 사라지며 빠른 속도로 멸종되어 가고 있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동식물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이 되어간다는 것은 인간도 더 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각종 협약이나 기구 등을 통해 세계 각 국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고, 그 목표 중 하나가 식물의 최소 75% 이상 현지 내외에 보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산림청에서 지구식물보전전략 일환으로 권역별 국가 수목원 확충 계획을 설립했고, 그 중 조금 먼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건립을 확정한다. 현재는 2026년 건립을 목표로 국립새만금수목원을 조성중이다. 이 곳은 바닷가 주변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식물의 발굴과 보존을 목표로 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시드볼트와 같은 저장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산식물의 증식과 보존을 위해 알파인하우스나 암석원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공간들 중 일부는 전시 등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별도의 시설을 세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게 되는데, 백두대간수목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떠올린 곳이 바로 2008년 UN FAO 지원하에 노르웨이 정부가 설립한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라고 한다. 다만, 작물종자를 영구히 저장하는 스발바르와의 차별점을 두기위해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현재에 이르게 되며 세계에 단 두 곳만 존재하는 시드볼트 중 하나가 국내에서 탄생하게 된다.

 

이 두 곳의 시드볼트는 2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첫번째는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작물종자를 영구히 저장하는 곳이지만,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히 저장하는 장소이다. 작물은 논이나 밭에 심어서 가꾸는 곡식이나 채소 따위의 재배 식물 즉, 인간의 손길이 닿는 식물인 반면 야생식물은 말 그대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산, 들, 바닷가 주변 같은 야생에서 스스로 서식하는 식물을 말한다. 게다가 작물종자의 근원을 거슬러 가보면 결국 야생에서 스스로 생겨난 식물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량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보면 야생식물 종자를 발굴하고 수집.보존하는 작업이 더 험난하고 험난한 만큼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시드볼트이기도 하지만 이 두 곳을 보존 종자의 분류로 따져보면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 종자 보존) 시드볼트인 샘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두 곳의 지위나 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의 경우 2008년 UN 산하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지원을 받아 노르웨이 정부가 설립한 곳이라 국제 사회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책에 따르면 그 인지도는 한 나라의 지위와 유사할 정도로 대표성이 높다고 한다. 그에 반해 한국의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국정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지만 국가 기관도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기관도 아니라고 한다. 이 두 차이는 국외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각국에서 다양한 종자를 기탁받기 위한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우리의 시드볼트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릴 기회가 문턱까지 왔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 갈 수 없게 되며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아직은(국내의 경우) 한반도 중 남한 권역내의 종자만 직접 수집하고 보존가능하다는 점에서 운영진들은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스발바르 시드볼트의 경우 북한의 종자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시드볼트 VS. 시드뱅크

 

그렇다면 시드볼트와 시드뱅크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시드볼트(Seed Vault)는 세상에 딱 두 곳만 존재하고 있으며, 시드뱅크(Seed Bank)는 대략 1,700개 이상 있다고 한다. 이 둘은 '종자를 저장'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저장의 궁극적인 목적에 그 차이점이 있다. 시드뱅크는 활용하기 위해 보관한다. 즉, 현재를 위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보관하는 것이다. 반면 시드볼트는 미래를 위해 보관하고,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 보관하는 것이다. 산불, 지진, 홍수, 태풍, 해일, 전쟁 등 각종 자연재해나 인재 등을 통해 지구상에서 더이상 볼 수 없는 멸종위기에 놓인(물론 그러한 종자만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종자들을 절대 오지 말아야 하지만 혹시 모를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종자를 저장하는 곳이 시드볼트이다. 이는 즉슨 한 번 시드볼트 안으로 종자가 입고되면 오지 말아야 할 그 날이 오지 않는 한 영원히 반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시드볼트이 문이 열린다는 의미는 이 지구상에 엄청난 일이 생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이 둘의 공통점은 종자를 보관한다는 점, 차이점은 활용을 위해 입고 반출이 가능한 저장인가, 영구 보존을 위한 저장인가에 있다. 그리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시드볼트 뿐만 아니라 시드뱅크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곳의 시드볼트가 건립된 후 딱 한 번 시드볼트의 문이 열린 적이 있다고 한다. 2015년 9월 스발바르 시드볼트가 열렸던 사례이다. 시리아 내전 당시 시리아 알레포에 있던 종자은행(시드뱅크)이 파괴된 사건이 발생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시드뱅크를 운영했던 시리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시드뱅크에 보존 중인 대부분의 종자를 스발바르 시드볼트에 기탁해 중복 보존 했고, 자신들의 시드뱅크가 파괴되자 시드볼트에 요청하며 처음으로 시드볼트의 문이 열리게 된다. 이 엄청난 사건은 시드볼트가 왜 열리면 안되는지 동시에 왜 시드볼트가 필요한지를 모두 증명해준 역사적 사례로 전해지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떠오르기도 한다. 세계 3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며 전 세계 곡물 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종자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식량안보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역시 시드볼트가 필요한 이유다.


* 기탁 : 종자를 부탁하여 맡겨두는 것. 시드볼트가 기탁받은 종자의 소유권은 시드볼트가 아닌 기탁한 국가나 기관에 있다. 그래서 시리아 사태시 기탁한 종자를 돌려받고 복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 중복 보존 : 컴퓨터의 데이터 백업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종자전쟁과 시드볼트

 

기후위기가 가속화 되면서 종자전쟁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우리 땅에서 자란 곡물만으로는 수요감당이 어려워 외국식량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밀가루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빵값을 생각해보고, 코로나 사태 이후 (물론 물류대란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감자의 수입이 어려워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 대신 다른 음식으로 대체되었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식물들의 종자는 우리의 먹거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주요 원료로도 쓰이기도 한다. 종자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지만, 이 말들은 종자가 돈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종자전쟁은 시드볼트 보다는 시드뱅크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우리나라가 연구중인 대표적 작물 중 하나가 '고들빼기'라고 한다. 예전에는 상품성에 대한 인식 없이 야상 상태 식물을 캐서 먹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생산 작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가 그 증거이다. 즉, 야생에서 자라다 농부들의 노동력으로 키우는 순간부터 식물은 그 지위가 야생식물에서 작물로 바뀌게 되는데, 작물로 바뀐 순간 그 목적은 판매에 있고, 판매를 위해서 모양이 균일하고, 생산량도 보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게 개량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과정을 거쳐 식물은 작물이 됨으로써 소득자원의 하나가 된다. 이렇게 신품종의 종자를 둘러싸고 국가나 기업 간 대립이 격화되는 현상을 '종자전쟁'이라고 한다. 결국 종자전쟁은 종자의 활용문제에 해당한다. 만일의 사태 대비를 위한 영구보존이 목적인 시드볼트와는 거리가 멀다. 시드볼트운영센터 담당자도 종자전쟁에서 시드볼트의 역할은 '없다!'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사용되는 나무의 원종은 『대한민국』

 

 

국내에서는 주로 실제 나무 보다는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가짜 나무를 이용해 장식을 한다. 그래서 실제 나무를 활용해 트리를 장식하는 것은 외국의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집 천장에 닿을 것 같은 나무를 낑낑대며 옮겨오거나 구입하는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멋진 크리스마스 나무의 원종이 우리나라라고 한다. 이 책에서 시드볼트 이야기를 하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야생식물 중 하나가 '구상나무'이다. 이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 장식용에 쓰이는 나무의 원종이라고 한다. 이 구상나무는 백두대간 전체에서 가장 상징적인 식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런 멋진 나무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더 성행하는 데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다. 책 속에는 시드볼트에 종자를 보관하고 보관중인 종자의 데이터와 통계를 위해 중요한 작업 중 하나로 학명(각 종자에 붙이는 이름)에 관한 얘기를 한다. 해외에서는 1700년대부터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특히 일찍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고 일제식민지하에 놓여있었을 당시 우리의 것을 수탈해 간 것 중에는 다양한 식물들도 존재한다. 학자들이 연구끝에 발견한 새로운 사실에 그 발견자의 이름이 붙는 것처럼 종자의 이름에도 종자의 종류 뿐만 아니라 끝에 첫 발견자의 이름이나 장소명을 붙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악용되어 일제식민지하 당시 일본의 학자에 의해 우리나라의 많은 식물들에 일본식 이름이 붙여진다. 그 중에는 소나무와 울릉도 특산식물인 섬벚나무도 있다. 그나마 이런 가슴 아픈 사연에도 다행인 건 자신들의 이름을 붙인 학자들이 도감 형식의 책자를 만들어 누구든 볼 수 있게 했기에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자생했던 식물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지만, 이 보다 한술 더 뜬 사태가 '구상나무'이고, 그 나라 바로 '미국'이라고 한다. 미국이 벌인 우리나라 자생식물 수탈의 역사도 버라이어티 한 모양이다.

 

1984년에 있었던 일인데, 여기에는 바보같은 우리 정부도 한 몫을 한다.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 정부의 묵인과 자국 거대 제약 회사 지원 아래 5년간 950종, 6,000여 점의 자생식물을 반출해 갔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생식물 중 큰돈이 되는 것 중 하나가 구상나무이고, 그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던 대표적인 고산식물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그렇게 반출해간 구상나무를 그들 방식으로 연구하고 재배해 현재까지 311가지에 달하는 원종을 버젓이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한채 말이다. 그 연구결과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용 트리이다. 원종 자체는 잔가지가 많은데다 나뭇잎도 듬성듬성해 수려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개량해 특허 등록까지 하는 바람에 오히려 우리나라가 구상나무를 이용해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를 만들려면 역으로 미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2달 전 읽은 지식재산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과도 연결이 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자국에는 자생하지 않는 약용 허브나 식물을 허가 없이 채취해가 연구 개발하고 상품으로 만들어 이득을 취하는 경우다. 이런 문제가 횡행하자 2010년 나고야 협약을 통해 타국의 종자를 연구하려면 자원을 제공하는 나라의 승인을 받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상호 협약에 의해 제시된 조건에 따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그 협약이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비도덕적 경제수탈을 막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공유가치 등이 중요시되는 현 시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식재산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피해를 입은 경우도 피해를 준 기업도 존재 했다. 종자를 지키고 보존해야 되는 또 다른 이유를 이렇게 역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시 구상나무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구상나무는 주로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정상 부근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최근 이곳에서 사라고 있는 구상나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책 속에 실린 한라산, 덕유산 구상나무 군락지 사진을 보면 마치 산불이 휩쓸고간 자리처럼 회색빛 뼈대만 남은 구상나무들로 가득차 있어서 왜 방송을 통해, 이 책을 통해 '구상나무'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는지 이해가 간다.

 

 

지구를 위해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세요!

 

작년 7월과 10월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보안 문제로 기사화 되며 삭제 조치와 관련된 문제가 있어 프로그램명은 생략한다.) 등을 시청한 분들은 시드볼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방송에 등장했던 모든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220 여페이지 남짓 얇은 책이지만, 종자를 수집하고 시드볼트에 입고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 과정에서 종자에 어떻게 이름이 붙여지는지 그리고 종자의 이름과 관련된 역사 속 가슴아픈 이야기들, 유적지를 발굴하다가 발견된 700년 전 씨앗 10점을 통해 발아에 성공하고 고대 식물을 복원함과 동시에 지역 축제까지 탄생하게 된 비화, 자연재해로 부러진 역사 속 전나무의 종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이야기도 만나 볼 수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바나나 이야기, 샤인머스캣이나 딸기의 원산지와 관련해 일본과의 분쟁 아닌 분쟁을 뉴스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이 두 과일에 대한 내용이 책 속에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은행나무 이야기도 재미있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길거리에서 수도 없이 만나볼 수 있지만,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보길 권하며 말을 아끼려고 한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시드볼트의 주력 수집 대상인 야생식물 종자의 보존이 중요한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이유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끝으로 시드볼트운영센터 센터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마무리 한다. 시드볼트와 시드뱅크가 각자가 맡고 있는 일고 해야되는 일 하지 말아야 되는 일이 구분되듯이 자신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테니 독자분들은 독자분들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가장 쉬운 일의 예가 환경보호를 위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종자를 지키고 결국 지구를 위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앞서 말했듯 내가 종자에 대해 알게 된건 한 다큐 영상을 통해 종자 주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시작이 그렇다 보니 노르웨이의 시드볼트 존재를 알았을 때, 대한민국의 백두대간 시드볼트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그 곳들이 얼마나 중요한 장소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시드볼트가 건립되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시기에 방송 등 매체를 통해 비쳐진 내용만 보고 단순히 대단하다고 하거나 세금을 축낸다고 비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책의 가장 앞 부분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사실 정말 놀랬었다. 그렇게 비꼬는 사람들이 과연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이유를 알게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거꾸로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일제식민지하에서 벗어나고 얼마되지 않아 6.25전쟁을 겪으며 전 국토가 망가지고 국토의 60~70%를 차지하는 산림은 모두 황폐화 되었던 나라다. 그리고 단기간내에 그것들을 모두 복원하고 이만큼 성장한 나라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그 과정에 국제사회의 원조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 등 기술과 경제력이 풍부한 선진국에서는 왜 시드볼트를 만들지 않는걸까? 책에서는 시드볼트가 없어도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시드뱅크 만으로도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기술력은 물론이고 그러한 인프라 구축이 불가능한 나라가 세상에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시드볼트를 만들때에는 우리가 받았던 그 도움을 보존해야 될 종자가 많지만, 여건이 안 되는 그들에게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고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해 함께 지키자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성질 급한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목표라 놀랍기도 했다. 이러한 목표들은 그간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나 들어볼 법한 말들이었다. 당장의 눈 앞에서 결과 확인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장기투자가 국내에선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시드볼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종자 보존의 중요성과 시드볼트의 역할이 일반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될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작년 보안관련 문제에 대한 사태는 정말 정말 조심했으면 한다. 종자 수집을 위해 그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신뢰성과 안전성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외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에서 각 기관이나 기업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여하를 불문하고 보안 문제가 언급이 된다는 것은 신뢰성에 치명적이다. 종자는 단 1점만 있었도 증식이 쉬워 기탁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이미 한 번 고초를 겪은 운영진들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 했을거라 생각된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세금을 축낸다고 비꼬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시드볼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 공개된 그 일부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런 기관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드볼트가 앞으로 해야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약 200만점 수용이 가능한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의 종자 보유량은 2021년 12월 기준 137,880점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작물종자가 아닌 야생식물 종자의 경우 다양한 가능성 만큼이나 수집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그에 비해 재직 중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고, 국제위상도 열악한 상황이다. 우리가 해야 될 것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립 자체에 대한 비꼼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운영상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성장을 위한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은 먼 미래 그렇지만 언제 어느 시점에 발생할지도 모른 그 날이 우리 모두에게 닥치고 시드볼트의 문이 열려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종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드볼트의 존재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전에 읽고, 시청하면서 이 책과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자료들을 아래애 추천해 본다. 오랜만에 신나게 읽은 책이다.

 

 



 

▶▷▶  함께 참고하면 좋은 자료들  ◀◁◀

 

■ 도서 자료  (사진 클릭시 도서 정보 창으로 이동)

 

  

1. 탄소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2020.11)

2.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 종자는 누가 소유하는가 (2021.07, 개정판)

3. 세계의 끝 씨앗 창고 :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이야기 (2021.02)

 

 

■ 영상 자료  (제목 클릭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 [KBS 스페셜 제430회]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 방영일 : 2011.02.27(일) (KBS 1TV, 57분 37초)
- 주요내용 : 농민, 종자의 덫 - 자살을 부르는 씨앗, 특허괴물 - 기업의 종자 독점, GMO 확산, 종자전쟁, 종자 주권 (이 다큐의 내용은 동일 내용으로 위 2번 책으로 출간되었다.)


▶ [KBS 시사기획 창 제384회]  종자 전쟁, 황금 씨앗을 지켜라!
- 방영일 : 2015.11.03(화) (KBS 1TV, 53분 56초)
- 주요내용 : 중국인 옥수수 씨앗 절도범이 미국에서 테러범이 된 사연은? 미국의 공세, 시작된 중국의 반격, 흔들리는 종자주권.. 대책은 없나?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 토종 종자를 찾아다니는 민간인들

 

▶ 위 2건 외에도 유튜브에서 「종자, 종자 전쟁, 종자 주권, 시드볼트(백두대간, 스발바르) 등」 의 키워드로 검색시 KBS 등에서 제작된 관련 영상을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YES마니아 : 로얄 k*****7 2022.04.10. 신고 공감 1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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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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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면 현대에는 시드볼트가 있습니다. '시드볼트' 그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미래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드볼트와 시드뱅크의 역할과 작업 방법 부터 시작해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운영센터 연구원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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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면 현대에는 시드볼트가 있습니다.

'시드볼트' 그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미래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드볼트와 시드뱅크의 역할과 작업 방법 부터 시작해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운영센터 연구원님들을 응원합니다!

s*****6 2022.06.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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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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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을 통하여 구매를 하게 된 책이다. 시드볼트, 낯선 단어이기도 하고 무슨 뜻인지 대부분 모를 것이다. 나 또한 최근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드볼트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너무 흥미롭고 신기했고 그랬기에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 같다. 아직 끝까지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 더욱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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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을 통하여 구매를 하게 된 책이다.

시드볼트, 낯선 단어이기도 하고 무슨 뜻인지 대부분 모를 것이다.

나 또한 최근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드볼트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너무 흥미롭고 신기했고 그랬기에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 같다.

아직 끝까지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 더욱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세상은 정말 알고 싶은게 많은 공간인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g*****6 2022.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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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보관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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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이 일반 대중에까지 중요성이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 같다. 끝없을 것 같던 인간의 풍요로움이 기후 위기나 식량 위기로 성큼 다가오면서, 유용성 차원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생물다양성을 주의 깊게 보게 된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동물이 아닌 식물의 다양성은 아직도 낯설어 하는 이들이 많은 듯 하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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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이 일반 대중에까지 중요성이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 같다. 끝없을 것 같던 인간의 풍요로움이 기후 위기나 식량 위기로 성큼 다가오면서, 유용성 차원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생물다양성을 주의 깊게 보게 된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동물이 아닌 식물의 다양성은 아직도 낯설어 하는 이들이 많은 듯 하지만, 이제라도 관심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늦게나마 국가적으로 야생식물의 종자에 관심을 갖고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자원을 투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드볼트를 시작한 것에 비해, 구상나무처럼 기본적인 관리조차 잘 되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 해외에 구걸하다시피 종자의 보관을 요청하는 것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아직 갈 길이 먼 사업이지만,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하며...

x*****y 2022.10.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