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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사는 루마니아 출신 소설가이자 문화인류학자 이오나나 모퍼고의 멋진 생각에서 출발한 48개국 108명의 시인들이 코로나 상황에서의 고립과 격리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연가(連歌, a renga poem) 처럼 한 편의 시로 만들었다. 원제목은 <AIRBORNE PARTICLES>, 일본어판은 <달빛이 고래등을 씻을 때>이다. 이 특별한 시집은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먼저 나왔는데, 48개국에서 출판된다면 48개의 제목으로 출판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 고독을 너무 쉽게 놓지 말라 더 깊이 베어라 (하피즈, 14세기 페르시아 시인)
서두에 놓인 페르시아 시성 하피즈의 시에 대해서, 터키 시인 괵체누르 체레베이오루는 이렇게 답한다. 1. 설령 당신의 시를 이해해주는 이가 새들밖에 없을지라도 당신의 턱에서 떨어지는 것은 피가 아니라 포도주 바깥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우리 것이다. 격리 중에도 당신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하피즈, 힘내세요, 세계는 없어도 언어가 있으니 설령 당신의 시를 이해해주는 이가 새들밖에 없을지라도
루마니아 시인 도이나 이오아니드의 시를 읽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36. 마스크에 웃음을 붙였다 하늘이 회색이니 오늘은 비가 오겠다. 비를 즐기자, 꽃피는 인동 덤불처럼. 하늘로 뻗은 구불구불한 가지가 기도를 올리고 있다. 곧 오순절이 온다. 공포와 고독을 떨쳐버리자. 유배는 이제 질색이다. 신선한 공기. 기분 좋은 아침 산책. 내 발도 마음도 행복하다. 내 마스크는 빙그레 웃고 있다. 그래, 내가 마스크에 웃음을 붙였다. 스쳐 지나가는 당신을 위해.
미국 시인 크레이그 추리의 시에서는 희망이 보인다. 82. 바지에 대리 헝겊 크기의 푸른 하늘만 보여도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시계다. 시작도 없다...... 이 시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시작되었다. 끝도 없다...... 이 시는 그날까지 쭉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될 것이다...... 오그라라 수족('미국의 원주민'}출신 친구가,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 다 죽을 때까지는. "바지에 댈 헝겊 크기의 푸른 하늘만 보여도 그날은 좋은 일이 있어." 돌아가신 어머니가 날 볼 때마다 말한다. 고조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오은 시인은 혼자 있을 때 꿈이 함께 있을 때는 희망이 된다고 노래한다. 107. 희망은 고독사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 꿈이었던 것이 함께 있을 때 희망이 되었다 꿈은 만남을 이루고 희망은 고독사하지 않는다 희망찬 꿈과 꿈같은 희망
108편의 번뇌와 희망이 교차되는 시의 마무리는 17세기 독일의 신비주의 종교시인 안겔루스 실레시우스 차지다. 벗이여, 네가 누구든지 간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빛으로부터 다른 빛으로 넘쳐흘러야 한다.
이 작품은 영어로 통일된 작품을 한글로 번역했는데, 영한대역으로 편집되어 있어서 원문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재미는 108편의 연시는 별도의 제목이 없는데, 내용을 읽고 소제목을 붙여 보니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108편의 연시(連詩)는 마치 108편의 연시(戀詩)처럼 코로나의 마지막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전 세계인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스쳐 지나가는 우리를 위해 마스크에 웃음을 붙인 시인은, 바지에 댈 헝겊 크기의 푸른 하늘만 보여도 그날은 좋은 일이 있다고 말한다.
비가 오면 비를 즐기자. 비가 그치고 나면 분명히 바지에 댈 헝겊 크기보다 더 크고 푸른 하늘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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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깊은 고독에 갇힌 순간, 세계 시인들은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확산하는 바이러스 앞에서, 자신만의 시어로 신호를 보냅니다.
#팬데믹 #연시집 #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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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김사인 외 107명 지음/ 안온(펴냄)
코로나 팬데믹 3년 차. 시의 날개를 펴고 다섯 바다와 일곱 대륙 위를 날아가는 외로운 황조롱이 그림자. 일본인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책의 추천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마흔여덟 개 나라에 사는 108명의 시인들의 연작시. 그 탄생 과정이 눈물겹다.
『네 고독을 너무 쉽게 놓지 말라 더 깊어 베어라』 하피즈, 14세기 페르시아 시인의 짧은 시로 시작하는 이 책.
연작시인 만큼 뒤로 가면 갈수록 처음의 '의미'가 희석되거나 반감될 수 있는데 여기 이 책의 시들을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사람이 쓴 듯 일관되게 그 중심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이 신기했다.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코로나 팬데믹을 살고 있는 사람들, 메일을 통해 서로의 시를 주고받고 수정을 하고 또 쓰고 했다는데....
황조롱이를 쫓은 시는 대한민국, 서울 김사인의 시로 끝을 맺는다. 한국시인들의 답시다. 연과 연을 사이에 두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시인들이 서로 응답하듯 시는 이어진다. 연결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지금 세계는 코로나뿐 아니라 러시아 푸틴의 폭정을 통해 죄 없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학살당하고 있다. 하는 짓이 IS가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어떤 순간에도 무기나 전쟁이 옹호되는 순간은 없다. 빈부격차, 차별과 혐오, 가진 자들의 비리, 환경파괴와 기후 위기 속에 어떤 시대보다 더 거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 서평의 특성상 많은 문단을 인용하지는 못한다.
시 읽기는 행과 연을 읽어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행간에 숨은 시인의 '호흡'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거친 세상에 다행히 우리에게는 언어가 있고 '시'가 있다. 참 다행이다.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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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게 온갖 바깥을 내어주고 우리는 문이 닫힌 작은방에 격리되었다. 가벼운 만남은 쉬이 증발해버리고 진심의 관계는 오히려 더 농축된 채로 바닥에 남는다. 대면하지 않기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말들을 서로에게 전한다. 마음이 담겨 무거워진 말들이 오고 간다. 격리되어 봤기에 우린 더욱 연결된 존재임을 안다. 우린 우리의 방식대로, 시인은 시의 언어로 만남의 부재 속에서도 깊고 진한 소통을 주고받는다.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는 전 세계 48개국 108명의 시인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쓴 연시聯詩이다. 8명의 한국의 시인들은 답시의 형태로 이 책에 참여했다. 인종과 언어, 장소의 한계를 넘은 거대한 시의 대화를 문을 활짝 열어 받아들인다. 언어에는 거리 두기도 인원 제한도 없기에. __ 그리고 마지막 배가 떠나버리고 당신은 거기에 앉는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교정지의 오자처럼. 그리고 자신에게서 뻗은 길고 붉은 화살을 본다. 화살은 당신이 속해 있던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공백이 된 그곳을. __36p 미국의 시인 카를리스 버딘스는 코로나로 격리된 사람을 '빨간색으로 표시된 교정지의 오자'로 표현하며, 자신에게서 뻗은 길고 붉은 화살 끝, 내가 있던 그 공백을 쳐다보게 한다. __ (...) 공포와 고독을 떨쳐버리자. 유배는 이제 질색이다. 신선한 공기. 기분 좋은 아침 산책. 내 마스크는 빙그레 웃고 있다. 그래, 내가 마스크에 웃음을 붙였다. 스쳐 지나가는 당신을 위해. -도이나 이오아니드, 루마니아 긴 문장을 체로 걸러 위에 남은 단어들 중에서도 다시 일일이 엄선하여 조심스레 배열한다. 시는 에스프레소처럼 생각이 진하게 압축된 채로 어떨 땐 감미롭게, 어떨 땐 쓰디쓴 맛으로 온몸에 퍼져 나간다. 분명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들이며 항상 느끼는 일상의 감정들인데, 시인의 통찰력과 언어의 결정決定이 문장을 이토록 찬란하게 만든다. 팬데믹 시대를 함께 헤쳐나가고 있는 시인들의 말들이 끊임없이 노크를 한다. 문을 열고 함께 하자고. 스쳐가는 사람을 위해 마스크에 웃음을 붙인 채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햇살이 좋으면 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언어를 붙들고 굳건히 살아가자고 우리에게 강한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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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순간문열리는소리가났다 #48개국108명의시인이쓴팬데믹시대의연서 #안온북스 @anonbooks_publishing #고맙습니다♥ #서평책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연시 #같은시대의이야기 #각자의시선 #추천책 #안온한시간 #조용하고편안한 #시읽는시간 안온출판사 이름부터 편안한 느낌이다.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팬데믹시대 손님을 기다리는,바이러스가 사라지는 시간을 기대하는 연시들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한글로 된 옆에 영문버전도 같이 있어서 신선했고,느낌을 살려 소리내서 읽어보니 더 좋다. 개인적으로 76쪽의 크로아티아의 올자 사비체비치가 쓴 시가 마음에 와 닿아 울컥하며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게 된다. 끝이날까 싶은 지금 이시간도 조금씩,조금씩.. 시인의 말대로 하고 싶은 것들 전부 하다보면 22세기가 빨리 올 것이라 믿으며. 번호 순대로도 봤다가,마음에 드는 시들을 연결시켜 보니 새로운 느낌이고 시집을 보며 봄을 느끼고,불안한 시간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 자신에게 토닥여준다. 모두에게 안온한 시간이 되길. #안온북스에서제공받아솔직하게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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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과 고독의 팬데믹 시대, 세계인이 함께 희망의 언어를 전하는 이 연시는 단연감탄스럽고도 역사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읽어나가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끼고, 한 연 한 연을 읽을 때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설레었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 서로를 응원한다는 마음이 느껴져 따뜻하고 고마운 작품이었다!
<안온북스>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리뷰는 주관적인견해를바탕으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