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인 들의 삶과 인생을 말했던 "그러나 아름다운" 에 이은 후속작. 이번에는 사진가 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가 들의 인생이 아닌 사진을 창작하는 영감과 마음에 대해 말합니다. 포커스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전문 사진가와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저같은 사진 문외한은 사진 찍는 그 순간의 느낌과 감각은 서로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나서 다시 한번 스크롤 해서 스마트 폰의 사진들을 보니 그 때의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기억을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유사 저서로 "인간과 사진"과 존 버거의 책들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
지속의 순간들/제프 다이어/ 이정현/을유문화사 사진작가들이나 작품들에 대한 책은 몇 권 읽었었지만, 사진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감상을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쓴 수기라고 하여 궁금증이 일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닌 것은 물론, 아마추어로도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사진 작품들을 감상하고 그 작가들의 사진 필모를 추적하면서 여러 사진 작가들이 사실은 비슷한 대상을 그것도 비슷한 구도로 찍은 것에 호기심을 느껴서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자주 등장하는 작가라면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도로시아 랭, 윌리엄 이글스턴, 앙드레 케르테스, 폴 스트랜드, 마이클 오머랜드 등등입니다만... 그 외에도 수많은 사진 작가들과 당대의 사진 비평가들, 그 당시 다른 예술 분야 즉 문학이나 영화, 회화의 유명인사들의 이야기까지 언급되어 그야말로 저자 자신이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망라된 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감상은 중간에 쉼표도 없이 한 대상에서 또 다른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 대상을 찍은 작가들의 이야기로 또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사진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들이 비슷하고 또 다른 면모를 비교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사진이라고 하는 시각 예술이 모순적이게도 눈먼 사람들을 소재로 찍어 온 것으로 시작합니다. 사진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솔직하고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거 도둑 촬영인데... 싶디고 하더라는^^;; 이러한 몰카 방식이 주류가 되면서 오히려 대상에게 직접 다가가서 자연스러운 연출을 부탁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기도. 대상은 사진 작가 자신이 되기도 하고, 주변 사람이 되기도 하며 보통은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드가 될 수도 있고 인체 일부일 수도 있으며(특히 손) 때로 뒷모습 즉 등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손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표현에 매료되었고 아무 말이 없이 버티고 있는 등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곤 했다지요. 어떤 물건은 시대상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착용하는 독특한 사물들 특히 모자가 그렇지요.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과거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썼던 중절모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지금도 핸드폰을 들고 보통사람들도 많이 찍는 계단과 벤치 그리고 거리의 풍경들. 사람이 가득한 모습을 찍을 수도 있고 텅 비거나 부서진 모습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아득하게 멀리 이어진 도로도 정지된 화면으로 풍경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 안에서 속도감 있게 찍을 수도 있죠.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찍을 만한 풍경이고 사진 작가들에게도 멋진 소재입니다. 세상 이야기가 그 안에 그대로 담겨있으니 말이죠. 그런 거리를 가다가 교외의 울타리가 처진 집과 정원을 담을 수도 있고 주유소와 간이 식당이 담을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 매우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쇠락이 담길수도 번영이 담길 수도 있는데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때인데 비슷하게 느껴지는 사진들도 있죠. 멀리 있는 고층 건물을 동일한 똑같이 높은 건물에 올라 찍을 수도 있고 내려다 보면서 찍을 수도 있으며 또한 올려다 보면서 찍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재밌게도 동일 높이에서 바로 곁에 있는 건물의 내부가 보이도록 찍을 수도 있죠. 보통 사람들도 그러듯이 말이죠. 사진 작가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사실주의를 담기도 하지만, 묘하게 연출된 듯한 감상을 담기도 합니다. 작가들 마다의 철학에 따라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칼라 사진에 대한 관점이 그렇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멋지게 절충한 작가들도 있죠. 흑백같은 칼라를, 칼라같은 흑백을 연출하는 작가들도 있고 합성을 통해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 작가들도 물론 있습니다. 이 역시 사진을 어떻게 보느냐, 넓게 봐서 예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21세기는 모든 사조가 다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는 시대인지라 저자의 책 제목 그대로 지속의 시대인 것도 같습니다. 이 사진을 찍었던 때가 있고, 저 사진을 찍었던 때가 있죠. 사실 그 사이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사진 속에 비록 어느 정도의 왜곡이 있다 해도 그대로 보존되며 그래서 지속됩니다. 왜 작가들이 이렇게 비슷한 사진을 찍었던 걸까? 인간이라는 존재가 비슷한 주제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 아닐까요? 사람의 얼굴에, 손에, 때로는 무심하지만 솔직한 뒷 모습에 거리의 풍경에 아름다운 자연에... 그리고 스쳐지나가긴 해도 다 나름대로 해석하고 상상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지금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들 이런 것들을 찍는 것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