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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분명 끔찍한 범죄는 있었다. 최근 들어 각종 미디어가 급격히 발달한 덕인지 벌어져서는 아니 될 범죄 등의 소식을 부쩍 많이 접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에 대해 접한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평범한 이들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뇌 구조가 상이하다는 말을 들으며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타고 난 무언가를 교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특정 방향으로 자꾸만 사고가 흐르고, 급기야 반사회적 행동까지 행하게 되는 걸 우리로선 어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좋을지. 범죄학 자체도 흥미롭지만 아무래도 쉬이 접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인문학을 가미했다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시선과의 만남이 가능할 거란 기대감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됐다.
'사이코패스'에만 집중했다가는 책이 품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놓치기 십상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 책은 범죄를 다각도에서 조명한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게 읽을 듯한 내용은 책의 가장 앞부분에 배치된 유전자에 대한 부분이지 싶다. 과거에는 아예 신분제라는 게 있어 내 가문과 유사한 계층에 속한 이들을 택해 결혼하는 걸 철칙처럼 준수했다. 현재도 이는 유효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분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나 부모의 직업이나 재력 등 겉으로 드러난 요소를 동류혼을 하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는 일이 잦다. 내 배우자, 더 거슬러 올라가 선조들의 삶이 내 자식 대에서도 이어질 것이란 굳건한 믿음은 개개인의 성향을 판단할 때도 유효하다. 집안에 범죄자가 있다면 나 또한 비슷한 성향을 일정 부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 대에서는 발현되지 않은 유전자가 내 후대에 힘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충분히 존재한다. 각종 영화로도 다루어져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하였다. 저자는 사이코패스를 설명하기 위한 또 다른 요소들을 거론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자리매김한 사고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유전자의 영향이 전혀 없다는 걸 주장하기 위함은 물론 아니다. 다만,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그 중에는 아마도 많은 남성들이 극렬히 부정하지 싶은 사고도 존재했다. 자신의 남성다움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성 억압이 바로 그것이다. 여전히 사회 도처에 남성중심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고는 하나 지난날과 비교하면 아니다. 예전에는 가부장제가 무너지면 예의 범절이 붕괴하고, 인간이 금수처럼 돌변한다는 식의 위기의식을 거의 모든 인류가 공유했었다. 안타깝게도 사회가 변화했음에도 폭력이 이른바 남성다움의 발로인양 해석되는 경우가 잦다. 남자 아이가 또래 여자 아이에게 짓궂은 장난을 시도하고 급기야 주먹으로 때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관심 표현 즈음으로 해석하며, '남자 아이라면 으레 그럴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오늘날 인터넷 등지에서 쉬이 발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성향 테스트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어쩌면 이 역시도 하나의 폭력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이라는 평 자체가 편견일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 중 일부는 문항의 해석을 두고 고민이 크리라는 건 충분히 짐작 가능한 바다. 지극히 객관적일 것처럼 여겨지곤 하는 IQ 테스트의 경우, 테스트 자체가 소수인종에겐 매우 불리할 수 있음을 많은 이들이 간과해온 게 사실이다. 어떠한 내용이 되었건 측정을 시도하기 위한 문항을 고안한 건 인간이며, 이는 해당 테스트가 알게 모르게 특정 방향으로 경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읽다 보니 '누군가를 '범죄자 vs. 비범죄자'의 도식으로 판단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는 문장과 만났다. 이미 그릇된 행동을 그것도 여러 차례 행하였으며, 심지어 이로 인해 감옥에 가는 등의 처벌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편치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는 일이 실제로도 부쩍 자주 발생해온 게 사실이다. 세상 만물은 변한다. 장 발장과 마들렌 시장은 대다수의 눈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식된다. 진실을 캐는 자베르 형사의 태도를 과연 옳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사이코패스를 비롯하여, 우리가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많은 존재가 진정 배척을 필요로 하는 무언가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행해질 때 비로소 옳고 그름 사이의 명확한 판가름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