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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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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힘은 제목 하나에 이미 다 담겨 있다. 다른 이론가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하나의 예술 양식이나 미적 유행으로 다룰 때, 제임슨은 쉼표 하나로 그것을 후기자본주의라는 경제적 토대에 묶어버린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스타일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전지구화한 단계, 곧 다국적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 논리라는 것이다. 814쪽에 이르는 이 방대한 저작은 그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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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힘은 제목 하나에 이미 다 담겨 있다. 다른 이론가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하나의 예술 양식이나 미적 유행으로 다룰 때, 제임슨은 쉼표 하나로 그것을 후기자본주의라는 경제적 토대에 묶어버린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스타일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전지구화한 단계, 곧 다국적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 논리라는 것이다. 814쪽에 이르는 이 방대한 저작은 그 한 줄의 테제를 철학, 건축, 미술, 비디오, 영화, SF 소설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입증해 나간다. 1991년 원저가 30년이 지나서야 완역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의 무게를 말해준다.


제임슨이 이 작업에 뛰어든 1980년대 중반의 상황을 알면 책의 성격이 선명해진다. 레이건 집권 이후 보수파가 1960년대의 진보적 성취를 지우고 계급정치와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선언하던 때, 해체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가 미국 학계를 장악하던 때였다. 그 한복판에서 제임슨은 항상 역사화하라는 역사유물론의 깃발을 들고 뛰어들었다. 마르크스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한자리에서 사유한다는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에 말이다. 그 대가로 그는 포스트구조주의자들에게는 낡은 총체화의 사상가로 공격받고, 좌파에게는 포스트모더니즘에 투항한 변절자로 의심받았다. 이 양쪽에서 날아오는 포화를 견디며 세운 것이 이 책이다.


제임슨이 진단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증상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깊이의 소멸이다. 표면과 이면, 본질과 현상을 가르던 모더니즘의 해석 모델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이미지와 표피로 납작해진다. 둘째는 역사성의 쇠퇴다. 과거는 진짜 역사가 아니라 복고풍 스타일로, 노스탤지어 영화의 매끈한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가 분석하는 패러디와 혼성모방의 구분이 여기서 핵심이다. 패러디가 원본을 비트는 비판적 동기를 품었다면, 포스트모던의 혼성모방은 웃음도 풍자도 없이 죽은 양식을 공허하게 흉내 내는 눈먼 모방일 뿐이다. 셋째는 주체의 분열이다. 시간을 하나의 서사로 꿰지 못하고 단절된 현재의 강렬함만을 경험하는 정신분열적 주체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전형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대은 로스앤젤레스의 보나벤처 호텔 분석이다. 제임슨은 거대한 반사유리로 뒤덮여 주변 도시를 밀어내고, 내부에 들어서면 자기 위치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이 건물을 포스트모던 공간의 알레고리로 읽는다. 개인의 신체가 더 이상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 그릴 수 없는 이 혼란이야말로, 전지구적 자본의 관계망 속에서 주체가 자기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의 공간적 등가물이라는 것이다. 이 막막함 앞에서 제임슨이 내놓는 처방이 그 유명한 인식적 지도 그리기다. 후기자본주의라는 재현 불가능한 거대 체계 속에서 개인과 집단이 자기 자리를 다시 가늠하고, 마비된 행동 능력을 회복하려는 미학적이고 정치적인 시도다. 흥미롭게도 제임슨은 마지막 장에서 이 인식적 지도 그리기가 사실은 계급의식을 가리키는 암호였다고 털어놓는다.


제임슨의 가장 중요한 태도는 양가성에 있다.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을 긍정인 동시에 부정으로 사유하라던 마르크스를 따라, 포스트모더니즘을 파국인 동시에 진보로 파악하라고 요구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단순히 개탄하며 모더니즘의 엄숙함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그 표피적 황홀경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는 것도 그가 보기엔 모두 틀렸다. 우리 시대의 조건을 정면으로 통과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재현의 방식을 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증법적 긴장을 끝까지 놓지 않는 지적 태도가 이 책을 단순한 유행 비판서 이상으로 만든다. 비디오 예술을 다루며 백남준의 설치 작업을 분석하고, 노스탤지어 영화를 통해 현재를 역사로 사유하지 못하는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는 대목은 지금의 영상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통찰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이 오히려 낡아 보이는 지금 이 책을 읽는 일은 뒤늦은 방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시정치와 정체성 정치가 분화하는 사이 자본주의는 승리의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임슨의 총체적 사유는 오히려 지금 더 적실하게 읽힌다. 문화를 경제적 토대와 끊어서 보지 않고, 하나의 문화 현상이 어떤 체제의 논리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되묻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묵직한 사유의 좌표를 제공한다. 

YES마니아 : 골드 y*****n 2026.10.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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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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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자 프레드릭 제임슨의 주저가 드디어 제대로 번역이 되었고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역사적 사유를 망각한 대신 현재라는 시간을 특권화하기 위한 시도로서 이해하고 있다. 즉 역사적 충동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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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자 프레드릭 제임슨의 주저가 드디어 제대로 번역이 되었고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역사적 사유를 망각한 대신 현재라는 시간을 특권화하기 위한 시도로서 이해하고 있다. 즉 역사적 충동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w********3 2024.05.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