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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를 묻는다. 과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이 지식을 습득함에 따라 나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 것인가. 오로지 생산성이라는 잣대에 기대어 세상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한가 싶으면서도, 치열한 경쟁을 오래도록 겪으면서 익힌 바 때문인지 이 편이 마음 편하다. 선택과 집중이 거듭됨에 따라 많은 것들을 놓쳐왔다. 몰라도 무방하다며 등한시 한 것들 중에는 삶에 적잖은 풍요를 부여하는 것들도 있었다. 꼭 수익 창출로 이어지진 않을지라도 소소한 재미를 삶에 부여해 주는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루었으니, <당신이 원하던 잡학 사전>은 읽는 입장에서 부담이 덜해 좋았다. 대화를 하며 오늘 접한 이야기들을 화두 삼는 일이 발생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목관 악기와 금관 악기. 단지 악기의 재질이 무언가가 이를 결정하는 요인이리라 믿어 왔는데, 저자는 처음부터 나의 무지를 일깨웠다. 괴테로 하여금 평생토록 사랑의 열병을 앓게 만들었던 베아트리체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단 두 번의 만남으로 이토록 뜨거운 불꽃이 타올랐다니 사랑 아닌 집착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드러누워 숙면 중인 말(馬)에 대한 이야기도 금시초문. 도시에서 말을 보는 일 자체가 드문지라 오로지 풍문에만 의존해 사실 아닌 걸 사실인양 믿어왔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예수가 태어난 해에 대한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다. 예수가 몇 년에 태어났느냐보다도 내가 당황했던 건 21세기의 시작 시점이 2000년 1월 1일이 아닌 2001년 1월 1일이라는 점이었다. 21세기가 언제 시작하느냐가 내 삶을 뒤흔들진 못할 터이나 안다고 믿어온 게 진정 아는 게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이번 독서는 무지 못지않게 무관심이 지나쳤음을 깨닫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위급 상황에서 외치는 ‘SOS’가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이제껏 단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 오래 전 여자 아이들에게 로망이자 나 또한 갖고 놀았던 바비 인형의 고향이 어딘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궁금증을 품어본 적이 없다. 이야기를 읽었기에 인형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중 한 곳에서 만들어졌으리라는 걸 비로소 떠올리게 됐다. 그야말로 보려 하는 만큼 보이고 알려 드는 만큼 알 수 있는 게 세상일이었다. 짧은 이야기의 연속이었으나 오로지 지식 습득에만 매달리는 형국이었다면 쉬이 지루함을 느꼈을 것이다. 약간의 위트가 독자들에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일례로 ‘우리가 알아두면 좋은 방정식’으로 저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뉴턴의 운동 제2 법칙과 더불어 융자금 상환 공식을 꼽았다. F=ma 의 경우, 물리학의 미음도 모를 정도인 내가 접해보았을 정도니 다들 한 번 이상은 들어 알고 있을 터. 허나 융자금 상환 공식은 생긴 거 자체가 낯선데다 끔찍할 정도로 복잡했다. 어찌저찌하여 이를 암기했다손 치더라도 실제 융자금 상환을 위해 이를 활용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존재할지. 이리도 난해한 일은 마음 편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난 맘껏 웃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 정확히는 116년 동안 이어진 전쟁이지만 116년 전쟁보다 100년이 좀 더 와 닿고 강렬하기에 ‘백년전쟁’이 되었을 것이다. 1337년 시작해 1453년 마무리됐다는 짧고도 굵은 설명은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했다. 알면 좋은 거고 몰라도 별 탈 없고. 오늘도 다이어트를 위해 피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들이 들으면 기겁할 이야기-식사량을 줄인다 한들 위의 크기가 줄어들진 않는다, 단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이어트는 요요 현상만을 부를 뿐이다 등-처럼 지금 당장 알면 하루의 실천이 달라질 내용들도 제법 많았다. 모든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 어렵잖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깊이는 극소수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맡기고, 얕고 드넓게, 우리는 잡학다식 해질 필요가 있다. 잡학이 예로부터 정통 학문이외의 잡다한 학문 이라는 의미로 공부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일컬기 위한 용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