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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서 [퍼펙트 와이프]가 생각이 났다. 완벽한 아내라는 뜻의 그 책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아내가 등장했다. 로봇이라면 자신의 입맛대로 원하는 기능만 탑재된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부딪힐 일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오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서로가 가진 사상이나 가치관이 똑같을 수는 없기에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그것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할 것이다. 그런 다툼이 반복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이혼도 하겠지. 그런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로봇이 아니었나. 너무 인간적이지 못하고 사람의 감정이나 삶을 그런 인공적이고 지극히 물질적인 것이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만이다.
이제는 일회용 아내까지 등장했다. 원 제목은 에코 와이프다. 에코. 목소리를 내면 되돌아 오는, 그렇다면 이 아내는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일까. 천재적인 과학자 에벌린이지만 가정생활은 평탄치 못했다. 그녀는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로 상까지 타지만 수상식 직전 남편인 아니 이제는 전남편이라고 해야 하나 아뭏든 네이선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았다. 트로피를 받아 짐도 풀지 않은 자신만의 좁은 공간에 돌아온 그녀는 남편의 외도 상대인 마르틴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차 한잔만 하자는 것. 솔직히 그녀를 만나야 할 이유도 만나야 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한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그녀는 자신과 똑닮은 마르틴을 만난다. 같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에벌린의 복제인간이니 말이다. 네이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거기다 마르틴은 지금 임신 중이다.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에벌린에게 만나자고 한 것이다. 원래 클론 즉 복제인간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마르틴은 어떻게 된 것일까. 네이선이 그렇게 설정을 해 놓은 것일까. 마르틴이 어디까지 발달을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서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면만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마르틴 그리고 그녀를 만든 네이선. 에벌린은 더욱 네이선에 대해 분개심이 솟게 되는데 하지만 마르틴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와서 그 집에 간 그녀는 처참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와이프, 아내. 이런 두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 많다. 거의 하루에도 몇 권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내가 읽지 않았던 보지 못했던 책들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제목의 책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나 자신들의 배우자들에게 지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아닐까. 아니, 그런 반면 남편이라던가 허즈번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들은 그렇게 또 많지가 않다. 세계적으로 책이라는 것은 여자들이 더 많이 읽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는 것일까. 그만큼 여자들이 심리적인 묘사를 하기에 뛰어난 소재라는 뜻일까.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작가님들. 남편보다는 아내가 소재로 더 사용하시기에 더 좋으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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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긴 시간 이어지고 있는 택배파업 덕분에 조금 늦게 도착한 책 '일회용 아내'.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그것도 사람을 '일회용'이라 표현하는 제목만으로도 기가 막힌데 심지어 남편은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클론 - 나를 복제한,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러나 나와는 다른 - 과 바람을 피우며,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남편이 내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운다'라는 파격적인 설정의 일회용 아내는 SF와 판타지 문학계의 떠오르는 신성, 세라 게일리의 신작이다.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지 않는 배우자의 무료한 무관심을 무한 상상력을 담을 수 있는 SF와 결함하여 쫄깃한 스토리로 풀어낸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 같은 엽기적인 남편의 부적절한 행동을 시작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엽기적인 행동을 차치하고 '나'를 스스로의 자아를 찾게 한다. "그렇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내가 한 일이라곤 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확고하고도 냉정한 사실을 인식하며 내 삶을 훑어본 것뿐이었다. 예전의 나를 알았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 후의 나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역시 없었다. 내 생애 가장 큰 영예를 얻었던 뇌프만 연회의 영광의 순간과 4월 어느 날 꼭두새벽에 위대한 업적을 택시에 태워 세상 밖에 내놓은 영광의 순간 사이, 나는 뚜렷한 상처를 얻었지만 그걸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300) 대다수의 여자들은 결혼을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할 것을 강요당하고, 대다수의 남편들은 아내를 통제하기를 바란다. 주인공 에벌린의 남편 네이선 또한 동등한 인격체로 만나 사랑과 행복을 꿈꾸며 가정을 이루었음에도 주도적인 아내가 아닌 그만 바라보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순종적인 아내를 꿈꾼다. 완벽한 복제인간 창조를 앞두고 있는 생명과학자 에벌린은 그녀가 염원하던 과학상 수상을 앞두고 그녀의 하나뿐인 가족이자 남편인 네이선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급기야 행복하기만 해야 할 그녀에게 바람을 피운 파렴치한 네이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혼서류를 내밀고,,, 그녀는 네이선의 바람보다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다. "딱 거기까지라면 그래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것뿐이라면 나 또한 평정심을 유지했을 테니까. 그게 다였다면, 그 말들을 뱉지 않았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그 모두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 모든게 갑자기 생긴 일은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뺨이라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p.65) 남편의 또 하나의 집에서 마주한 불륜녀 마르틴, 그녀는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 에벌린과 닮아 있다. 에벌린에게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거한 채 복제된 클론 마르틴. 그녀는 과연 네이선이 꿈꾸던 순종적인 아내가 되었을까,,,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자극적인 복제인간과의 불륜이라는 스릴러 요소와 결합하여 한층 더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여성의 사회생활, 자신을 억누르며 순종하고 있지만 폭발할 수 밖에 없는 욕망, 그리고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똑똑한 아내를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이기심이 잘 버무려진 흥미로운 SF스릴러였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일회용아내, #세라게일리, #한스미디어,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클론, #복제인간, #바람, #안은주,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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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부부 사이가 나빠 이혼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내의 모습만을 골라 프로그래밍해 '클론'으로 만들어 그녀와 재혼하다니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입니꽈!! 아마도 수많은 여성독자들의 가슴을 울분으로 울렁이게 만들 충격적인 소재의 [일회용 아내]는 바로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린 에벌린과 그녀의 클론 마르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제 인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염원하던 과학상까지 수상한 에벌린이지만, 남편 네이선과의 관계는 이미 파탄에 이르렀죠. 게다가 그는 에벌린과 얼굴만 같고 무척이나 순종적인 성격의 복제인간 마르틴을 만들어냈어요. 그러던 그가 살해당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 에벌린. 이건 치정이다!! 다분히 스릴러의 냄새를 맡고 읽기 시작했는데, 에벌린과 마르틴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면서 머리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론 제작과정은 무척 놀라워요. 제 머리는 굉장히 문과적이라 읽고 따라가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만도 대단한데, 유전자와 뇌지도를 프로그래밍해서 원하는 존재를 창조해낸다는 게 말이에요. 굉장하다고 여겨지는 한편, 저는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를 정말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존재도 '인격'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실제로 작품 속에서 마르틴은 에벌린에게 줄곧 '도구'라는 표현으로 나타내집니다.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 그 도구가 임신까지 할 리 없다!! -며 마르틴의 존재를 줄곧 부정하죠.
네이선이 죽지 않았다면 두 여성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을 갖지 못했을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죽음을 통해 두 여성은, 적어도 에벌린은 마르틴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에게도 이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을 거에요. 과연 마르틴을 한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사실 초반에 등장한 마르틴의 모습은 너무나 순종적이고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아서 마치 로봇처럼 다가옵니다. 소름이 끼치기도 했어요. 그러나 에벌린의 시각에서 제한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생활하고 모종의 일을 도모해나가면서 에벌린은 과거의 상처와 당당히 맞서고, 마르틴은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아를 깨닫게 되죠.
과연 이 작품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조마조마했습니다. 순간 다시 스릴러로 끝을 맺나 싶었지만 너무나 멋지고 깔끔한 결말에 박수를 치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때문에 저는 이 작품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복제인간의 정체성이라는 SF적인 요소에,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훌륭한' 아내로서의 역할 등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멋진 작품!! 강추강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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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정 내 부부 사이의 심리스릴러를 다룬 작품들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전통적인 여성상으로서의 아내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쫓고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그리고 인정받는 여성이 아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치 함량 미달로 취급받는다고 해야 할지, 지극히 아내로서의 역할을 바라는 남편이 결국 아내를 놔두고 바람을 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상이 아내와는 모습이 똑같은, 아내의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에서 충격을 준다.
게다가 이 복제인간은 진짜 아내와는 너무나 다른, 상당히 순종적인 모습으로 지극히 남편의 바람대로 설정된 존재라는 점이기에 이 사실을 아내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한 충격을 넘어 너무나 불쾌하지 않을까 싶다.
에벌린 콜드웰은 복제인간 연구로 인정받는 과학자이지만 남편은 그런 그녀가 못마땅하다. 사회에서는 그 능력을인정받는 과학자이자 연구자이지만 집안에서 남편이 바라는 여성상은 어떻게 보면 정반대로, 남편 네이선은 그런 에벌린을 두고 바람을 피운다. 그것도 자신의 복제인간과 함께.
그녀는 남편의 멍청한 불륜의 흔적으로 외도의 증거를 잡았다고 하지만 정작 그 흔적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그녀 자신의 복제인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 게다가 남편은 복제인간이 마르틴을 더 사랑한다면 에벌린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하지만 이후 마르틴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오는데...
작품은 많은 것들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단순히 가정 심리스릴러를 넘어 가정 내에서 지극히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갈등, 그속에서 여성이기에 자신의 성공이 가정 내의 아내라는 입장과 병립할 수 없는 상황, 그런 아내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요소만을 제거한채 원하는대로만 순종하길 바라는 남편, 그렇게 탄생한 복제인간의 통제와 자유의지를 둘러싼 문제까지.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될만한 작품이며 이렇게 극단적이진 않겠지만 SF와 심리스릴러까지 합쳐져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흥미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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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일회용 아내』라니. ‘일회용’이라는 게 한번 쓰고 버린다는 의미가 강한 데 이 말이 수식하고 있는 단어가 아내라니…….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함께 적혀 있으니 더욱 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인 에벌린 콜드웰은 과학자로 복제 연구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아 뇌프만에서 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을 받은 것이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았다. 상을 수상하기 전에 바람을 피운 남편 네이선으로부터 이혼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건 남편이 바람을 핀 상대가 바로 에벌린과 똑같은 모습을 한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네이선은 아이가 우리 꿈을 파괴하고, 우리가 쌓고 있는 경력을 무너뜨릴 거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를 3년 동안이나 알아놓고, 내가 끝없이 일하는 걸 봐놓고, 내가 이쪽 분야에서 곧 이름을 떨치리란 걸 알면서도.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아이를 지울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게 필요한 건 오직 경력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싸움은 계속 이어졌고, 우리는 서로에게 잔인하게 굴었다. (중략) 그러나 그는 종신 교수가 되기 직전 다시 아이 얘기를 시작했고, 나는 네이선이 자신의 경력에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내 경력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받았다. 그게 끝이었다.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났다. 그렇게 우린 동의를 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찻집에 가기 전까지는. -p.57~60-
어느 날, 네이선의 새로운 약혼녀인 마르틴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간 에벌린은 그 곳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나는 마르틴의 배 쪽을 대놓고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리가 없어요. 불가능하다고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데이터를 떠올리며 어디서 실수한 건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이 일을 만든 구멍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중략) “기적이죠.” 마르틴이 말했다. 그녀는 더없이 행복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서 빛이 났다. 나는 마르틴을 불에 태워 없애고 싶었다. “아니요, 당신은 임신을 할 수 없어요. 클론은 그게 불가능하다고요.” -p.61~62-
과학자로서의 큰 성과를 내기 위해 에벌린은 아이를 갖지 않기를 바랐고 그것 때문에 남편이 네이선과 싸움을 했다. 에벌린이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자 네이선은 아내 몰래 에벌린을 닮은 클론인 마르틴을 만들어 내게 되고 심지어 마르틴이 임신까지 하게 된다. 에벌린은 마르틴에게 임신이 정말 본인이 원해서 한 거냐고, 그건 네이선이 원해서 프로그래밍된 것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에벌린은 이 말이 마르틴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기를 바랬고 그녀의 표정을 보고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마르틴을 통해 네이선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에벌린에 있어서 복제 인간인 클론은 목적이 있어서 만들어진 도구이기 때문에 목적이 달성되면 폐기해야 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윤리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써 왔다. 그런데 네이선이 자신의 연구를 몰래 훔쳐서 에벌린을 닮은 마르틴을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마르틴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한 연구에 피해가 생기기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벌린은 마르틴을 돕게 된다. 마르틴과 함께 할수록 에벌린은 그녀의 모습 속에서 아버지 때문에 힘들게 산 엄마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어릴 적 아버지와의 일들도 회상하게 된다. 마르틴과 일련의 일들을 겪게 되면서 에벌린이 마르틴을 대하는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게 된다.
본인이 원하는 아내상을 위해 기존의 아내와 똑같은 모습을 한, 순종적인 버전의 복제 아내를 만들어내서 바람을 핀다는 설정은 가히 충격적이다. 나도 가끔 할 일이 너무 많을 때면 분신술이라도 써서 나를 한두 명 더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내 발 아래 두고 내가 원하는대로 조종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복제인간과 그를 만들어 낸 사람은 결코 동등한 위치에 있을 수 없다. 네이선도 그걸 알기에 자신이 말에 순종하는 마르틴을 만들어 내어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려고 했을 것이다. 마르틴이 어떤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녀에게 자율적인 의지를 갖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처럼 모든 감정들을 다 주입해 놓고 그 감정들을 무시하고 자기 말만 들으라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회용아내 #세라게일리 #안은주옮김 #한스미디어 #복제인간 #SF스릴러 #휴고상수상작가 #몽실서평단 #몽실북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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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게일리의 <일회용 아내 (The Echo Wife)>는 '남편이 자신의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SF 작품이다. 'Echo Wife'는 얼핏 '친환경적인 아내'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eco가 아닌 'echo' - 메아리치다 혹은 비슷한 것을 반복 상기시킨다는 뜻으로 '자신을 완벽히 복제한 아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클론이 일상화될 미래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클론이 어딘가에 존재해서 나의 생활 영역 안에 들어오고 그것도 모자라 나의 존재를 대체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는 섬뜩한 이야기다. 남편이 아내의 클론과 외도를 하고, 아내는 클론을 상대하는 막장 드라마가 벌어진다면.
극중 에벌린 콜드웰이라는 여성은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뛰어난 과학자로 등장하는데, 그녀는 외도를 한 남편 네이선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는다. 상대는 에벌린의 복제인간 마르틴. 왜 남편은 자신과 똑같은 클론에게 바람이 난 것이었을까. 자신의 클론인 마르틴이 자신에게는 없는 남편에 대한 순종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에벌린은 남편 네이선과 클론 마르틴에 대한 혐오를 폭발시킨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존재를 두고 '초안'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목업 디자인을 하듯, 어떤 '목적'에 따라 초안과 ver2.0, 3.0을 계속 만들어내는 클론의 세계. 초안에서 부족한 점을 또 다른 클론의 존재를 만들면서 업그레이드하고 이전의 삶을 '조건화'하는 과정은 과연 미래에 일상화될 수 있을까. 에벌린은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네이선은 아이를 원했고 결국 마르틴이라는 클론을 통해 아이를 갖게 된다. 단지 특정한 인간의 목적에 의해서 클론은 기능적으로 탄생하게 되지만, 클론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그대로 인간에게 대응한다. 그러던 어느날 네이선에게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에벌린과 마르틴은 또 다른 네이선을 만들어야 할 상황을 마주한다. 나와 클론이 함께 연대하게 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에벌린이 자신의 클론인 마르틴과 끊임없이 맞붙고 논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나와 클론이 남편에 대한 존재와 가족을 구성한다는 상황을 두고 불꽃튀게 논쟁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소름끼치는 기이한 상황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본래의 자신은 클론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선적으로 태생적인 우월의식이다. 클론이 '감히' 자신의 남편에게 한 행동에 대해 질투와 혐오의 감정이 끓어오를 것이며, 클론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절대로 동화시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에벌린은 클론인 마르틴이 '감히' 자신의 행위를 판단하고 지적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실제로 아내와의 관계를 뒤흔들고 클론과 외도를 한 것은 남편이지만, 그녀는 사라진 남편보다는 클론에게 더 큰 혐오를 갖게 된다.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다운 접근을 해올 때 겪는 불쾌한 골짜기와 같은 혐오의 마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들 사이 관계의 틈이고, 클론은 그 문제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인간들의 문제를 클론이라는 과학적 도구로 보충할 때, 윤리적인 정당성을 초월하는 엉뚱한 일이 또한 발생하게 된다. 클론은 말 그대로 사람을 '복제'하는 일이지만, 모든 정신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어떤 특정한 목적은 그의 좋은 면만을, 아주 '일부' 만을 복제하고 싶어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기분과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존재로서 기능하는 인간을. 특정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한 폐기되는 클론들을 인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에벌린은 마르틴과 함께 '새로운' 네이선을 만들었지만, 그들이 모르는 네이선은 수많은 복제 아내를 만든다. 새로운 버전을 만들 때마다 초안을 개선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새롭게 프로그래밍한다. 거듭된 '시험체들' 중의 하나로 아내의 클론을 만드는 남편의 본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더 나은 존재를 창조해보고 싶은 과도한 시험정신이었을지, 아니면 잘못된 관계를 인간적으로 풀지 못하는 무력감이었을지. 굳이 클론을 만들어야 될 정도까지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는 복원할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이는 픽션일 뿐이지만. 마르틴은 프로그램에 따라 반응하는 존재로 탄생했지만, 자신의 의사를 가지고 문제를 결정하려고 한다. '용감한 클론'이 되기 위한 마르틴은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애착을 갖고, 복제된 네이선을 향해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려고 한다. 많은 시험체를 만든 네이선이라는 존재의 클론을 응징하자는 마르틴과, 복제 인간이라도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에벌린은 인간의 윤리를 주제로 논쟁을 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을 맞는다. 사라진 사람을 복제하여 살려내고, 진짜 사람의 악의를 복제된 사람에게 복수하는 건 정당한 것인가? 인간보다 더 논리적인 복제 인간에 맞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은 분노 뿐이다. 나보다 더 논리적인 클론에 대해 분노하지 않으면 그를 인정하는게 될테니까. 분노의 대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클론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떻게 감히 내게 이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 또한 같은 생각을 더 많이 해왔기 때문에 복제인간은 또 다른 나의 모습 그 자체가 된다. 나와 복제인간이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렇게 자신의 복제인간 또한 자신의 감정을 성숙시켜 가며 발전한다. 자신이 만들어진 목적을 떠나 진정한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클론의 목적은 관계의 결핍을 벗어나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만, 마르틴의 존재 이유는 인간의 부조리함을 극복하는데서 새롭게 발견된다. 클론과 인간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부조리함을 깨닫는 와중에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존하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의 인간이나, 인간을 복제한 클론은 서로의 망가짐을 공감하고 인간의 부조리함을 어떻게든 극복하려 한다. 에벌린은 마르틴에게 자립심을 주고, 자신은 또한 과학자로서의 필요에 의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된다. 이들의 결말은 어찌되었든 적정한 공존의 대안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일회용 아내>는 인간을 복제한다는 것에 대한 과학의 윤리적인 문제 이면에,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속가능한 관계라는 것은 상대의 불완전함을, 마치 버그를 치료하듯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의 연속은 아닐 것이다. 진짜 아내를 놔두고 복제인간과 외도를 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더욱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의 시작임을 말해준다. 불완전함을 더욱 이해하는 것으로 일회용이 아닌 지속가능한 삶을 꾸리고 싶다면, '그래도 괜찮아'의 생각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괜찮은 삶'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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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생활 시작 6년 만에 총 7작품이 휴고상 및 네뷸러 상, 로커스 상의 최종 후보에 드는 놀라운 재능을 증명한 저자의 SF 신작 <일회용 아내>를 보겠습니다.
나 에벌린 콜드웰은 성인을 복제하고 신경 체계로 성격을 집어넣은 과정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상을 수상합니다. 그것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에 남편이 어디 있는지를 묻는 불유쾌한 질문을 받지만, 외도를 한 네이선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은 충격을 감추고 의연히 대처합니다. 그동안 연구에 매달리며 그곳에만 집중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집 곳곳엔 외도의 흔적이 있었고, 남편도 수상한 행동을 종종 했습니다. 남편의 바람 상대는 나로 만든 복제인간 마르틴이었고, 모습은 똑같지만 나와는 다르게 순종적인 성격입니다. 이미 마르틴과는 1년 넘게 다른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확인한 순간, 네이선이 자신의 조수 세예드의 도움을 받아 몰래 마르틴을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임신을 했습니다. 결혼 전 임신을 알았을 때 연구성과 때문에 혼자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웠고, 그도 같은 연구자로 자신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라고 이해할 거라 생각했으나 마르틴의 임신을 보고 그건 나만의 착각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마르틴은 임신이 불가능해야 했습니다. 내 연구를 합법적이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주는 몇 가지 사항 중 하나로 모든 클론은 섬과 같은 고립된 존재로, 생식이 불가능하며, 궁극적으로 일회용입니다. 쓰임이 다하면 버려져야 하는 시험체일뿐입니다. 그들은 대역이자 장기이식을 위한 농장, 혹은 연구 소재일 뿐입니다. 잠깐만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생물의학 폐기물이 됩니다. 그런데 네이선은 클론 복제 체계에 내제된 불임 요소를 피했고 마르틴은 임신을 했습니다. 마르틴은 자신이 클론인 줄 몰랐고 나를 만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네이선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읽을 만한 책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탑에 가뒀고, 마르틴을 무지 속에 빠뜨려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네이선의 말대로 살다가 나를 만나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 마르틴이 갑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갔더니 남편 네이선이 주방에 죽은 채로 있습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지기 싫다면 어쩔 거냐고 질문을 하자 네이선은 실패했다며 화를 내면서 칼을 들고 달려들었답니다. 그렇게 일이 벌어졌고 난 그를 집 정원에 묻었습니다. 그렇게 연구실로 돌아와 다시 연구를 하는데, 마르틴에게서 사람들이 네이선을 찾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다시 마르틴을 만나 함께 고민을 합니다. 마르틴은 네이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네이선을 구하기 위해 두 여자는 어떤 행동을 할까요. <일회용 아내>에서 확인하세요. 지금 사귀는 사람을, 결혼한 사람에게 100% 만족하나요? 누구도 그럴 순 없습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지요. <일회용 아내>의 남편 네이선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완벽한 아내를 만들었습니다. 아내 에벌린과 모습은 똑같지만 성격은 다른 복제인간 마르틴을요. 마르틴은 자신의 말에 순종적이며 가정을 잘 돌보는 아내로 네이선이 바라는 여성입니다. 복제인간에 대한 반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을 창조하며, 그것도 그냥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바람대로 만들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복제인간을 일회용처럼 쓰고 버릴 수도 있습니다. 누가 복제인간인지 사람인지 겉으로 봐선 알 수 없다면, 도대체 사람의 존재는 어떻게 되나요. <일회용 아내>에서 제시하는 복제인간이란 소재에 젠더 문제, 인간관계, 나아가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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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일회용 아내_세라 게일리_한스미디어
참, 잘 쓴 SF 소설이다. 상 받을 만하다. 이미 주제부터가 독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아, 읽어보고 싶다, 마음이 들게 만드는 마력의 소설이랄까. 적어도 이 시대의 현대인들이 관심 가질만한 소재를 절묘하게 SF와 섞어서 쓴 작품이다. 어이없는 개연성으로 털어 재끼는 재미없는 SF 소설에 실망했는데 오랜만에 잘 읽었다.
일단 막연한 우주 판타지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을 다룬다. 그 속에서 복제인간이라는 흥미로운 과학 소재를 절묘하게 버무렸으며 과학과 미스터리 스릴러를 고루 맛볼 수 있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거기다 시점이 일관적이고 갑작스러운 장의 바뀜도 없어서 읽기도 편하다.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된 배경과 캐릭터의 표현만 봐도 작가의 필력과 안목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장 공감이 간 건 작가 마음 가는 대로 막 쓴 게 아니라 대중이 흥미를 가질만한 상업적인 것이 무엇인지 잘 아시는 분 같다. 그동안 하도 어이없는 SF 소설을 읽어오며 적지 않게 실망을 했다. 결국 장르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는데 덕분에 잘 읽을 수 있었고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서 좋았다. 얼핏 보면 불륜 소재에 복제인간에 미스터리 스릴러의 조합이 단순해 보일 수 있으나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절묘한 반전을 중간에 끼워 넣어서 아이러니의 쇼킹함을 주었다. 거기다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점은 이 소설이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현실감을 느끼게 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최소한의 등장인물은 혼란스러움을 줄였으며 그 빈 공간은 부가적인 이야기와 회상으로 채워 넣어서 더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작가님의 필력 파워가 보였고 그간 휴고상 최종 후보까지 갔던 아쉬움을 이 작품으로 끝내버린 건 같다. 각색을 잘 해서 드라마나 영화화가 된다면 충분히 주목받는 소설이다. 물론 SF는 허구이며 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점이 있지만 그것도 그럴싸하게 잘 포장할 줄 알아야 독자들이 이야기에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
'일회용 아내'는 그 점에서 충분했다.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탁월한 SF 소설에 다양한 재미를 기대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참 소설이다.
p52 여주인공이 남편 네이선의 코트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근데 유전자 검사 결과 '살아있음'이라고 나오는데 이해가 안 됨. 머리카락은 죽은 세포 아닌가?
p77 법적으로 따지자면 클론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권리라는 게 없다. 그들은 그저 시험제일 뿐이다. 그들은 대역이자 장기이식을 위한 농장, 혹은 연구 소재일 뿐이다. 잠깐만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생물의학 폐기물이 된다. 그들은 일회용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일회용아내 #세라게일리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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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사과하지 마. 절대 뒤돌아보지 마. 앞만 봐, 에벌린, 앞만. 그게 살 길이야.
절박한 이 메시지는 스릴러에서나 볼 것 같은 문장이다. SF 스릴러 장르가 있다면 이 일회용 아내가 꼭 포함될 것이다. 한스미디어의 SF 소설들은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데 이 일회용 아내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복제인간, 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소설에서 잘 쓰여 온 소재이다.
자기 자신을 복제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키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영화도 있었고 아내들의 머리에 칩을 심어서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여자로 변모시켜 사는 남자들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합쳐놓은 거 같은 이야기 일회용 아내. 제목에서부터 기분이 묘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다른 이유로 기분이 묘하다. 나는 세상이 미래로 나아가기 전에 인류가 기계 세상에서 인류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 인륜적인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옳지 않은 개념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그것으로 파생된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괴물들을 세상에 내어 놓을지 모른다.
마르틴이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만약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내 경력이 처참히 무너질 테니까. 이 모든 게 그가 만든 난장판인데 청소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그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했다.
클론 연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에벌린. 그러나 그녀의 가정은 파탄 났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 중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내연녀는 바로 나다. 아니, 나와 똑같은 모습의 클론이다. 나를 복제한 클론과 남편은 같이 산다. 그리고 그녀는 임신까지 한다. 복제인간이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을 남편 네이선은 무시했다. 그리고, 내 복제 인간 마르틴이 남편 네이선을 죽였다!
아내의 연구를 훔쳐서 아내와 똑같지만 다른 복제인간을 만든 남편 네이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아내를 만들 때까지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을까? 순종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마르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르틴. 그런 그녀가 왜 네이선을 죽인 걸까? 네이선의 죽음 앞에서 에벌린은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과 계속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가 내리는 결정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포장되었지만.. 물론 그것을 합리화할 만큼의 잘못이 네이선에게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어야 하는지 계속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단순한 복제인간인 줄 알았던 마르틴은 점점 생각이 진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네이선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네이선을 만들어 낸다. 거기서 끝나길 바랐지만 이 이야기는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에벌린의 현재와 과거의 회상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나는 에벌린과 네이선 중에 누가 더 옳지 못한 짓을 한 사람인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신적 학대의 방어기제는 에벌린이 벗어나고 싶어 했던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은 사람에게 끌리게 했다. 그리고 그것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에벌린은 자신의 일로 더욱 숨어들어갔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발전하고 그 일로부터 내려지는 에벌린의 결정들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계속 의문점을 남긴다. 어떤 것이 옳은 결정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게다가 마르틴을 대하는 에벌린의 모습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배자로서의 권위의 맛을 본 에벌린에게 마르틴의 존재는 어떤 걸까?
"네이선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내가 그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은 어떤 걸 기준으로 인간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에벌린이 마르틴을 이용해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로 자신의 진로를 바꾼 것이 미덥지 않다. 모든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해도 클론을 만들어 내는 인간에게 클론은 그저 클론일 뿐이니까. 그 이면을 들여 다보 고민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이다. 우리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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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나인가? 토지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노인 하나가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 주춧돌만 남기고 나무로 된 부분은 모조리 타버려서 형체만 간신히 남은 상태였다. 이후 복원작업을 거쳤을 때, 최대한 전통기법을 썼지만 현대에 만들어진 자재들이 섞여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지금도 숭례문을 보면 그을음 자국이 남아 있는 예전의 돌들과 새로 끼워넣은 돌들이 눈으로도 확연히 구분된다. 그럼 복원된 숭례문은 국보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없는 것일까? '테세우스의 배'라는 유명한 철학적 딜레마 문제가 이런 내용을 다룬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었던 테세우스가 모험을 할 때 타고 다닌 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자 새로운 자재로 부품을 교체한다. 그런 행위가 계속 반복되어 나중에는 배 전체가 현대에 만들어진 부품으로 채워져 버렸다.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다른 배라고 봐야 할까? 사라 게일리의 '일회용 아내'는 스릴러에 가까운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동시에 이런 철학적인 딜레마에 관한 부분을 건드린다. 과학자 남편은 항상 일에만 파묻혀 사는 과학자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와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고, 대신 가정적인 역할만 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본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가정을 건설하려고 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까? 나를 사랑했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고 봐야 할지 의문스런 상황이다. 그러다가 복제인간의 연락을 받은 아내는 놀라운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언뜻 전형적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뒤집어진다. 보통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내면 묘사에 지나치게 비중을 할애해서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일회용 아내'는 그걸 뛰어넘는 사건 전개에 중심을 둔다. 내 자리를 빼앗은 복제인간의 위치가 사건 진행에 따라 엄청나게 바뀌게 된다. 그렇게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SF적 소재를 다루지만 과학적 설명에는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다. 억지로 원리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렇게 된다.'정도로만 쓰일 뿐이다. 오히려 판타지 소설에서 '마법을 쓰니 불덩이가 날아갔다' 정도의 쓰임새다.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이어도 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복제인간을 만들어서 아내를 대체하겠다는 발상을 한 남편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아내는? 참고로 진정한 반전은 맨 마지막에 붙어 있는 '작가의 말'에 숨겨져 있다. 이야기와 인물 구조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한번에 이해가 간다. 단순한 여담이 아니라 소설의 일부라고 해도 좋을 느낌이다. 마지막까지 느껴지는 반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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