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맛있지 않은 음식을 먹어도 주변의 분위기를 봐서 맛있다고 맞장구를 춰야 할 때가 있다. 내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음식이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칭찬할 때가 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음식을 소개하는 리포터는 먹자마자 바로 맛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음식에 대한 설명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맛이 있을까? 어떻게 입에 넣자마자 저렇게 맛을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2022년, 제 16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타가세 쥰쿄의 소설이며 한국에는 아직 번역본이 소개되지 않았다. 일, 음식, 연애를 소재로 벌어지는 직장 속 인간관계를 주인공 니타니, 아시카와, 오시오를 통해서 잔잔하면서도 실감있게 표현한다. 세 사람은 직장 동료이며 아시카와는 직장 선배이지만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두 사람이 겪는 직장인으로서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니타니와 오시오의 시점으로 나눠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점이 바뀔 때 약간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었다. 니타니는 일도 잘하면서 주위의 평판도 좋은 사람, 아시카와는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할 일을 슬쩍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도 비난받지 않는 사람, 오시오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자신이 잘못하지 않아도 모든 일의 원인이 되는 사람이다. 솔직히 아시카와 같은 스타일의 사람을 보면 참 얄밉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모습을 그저 묵묵히 넘어가는 것이 직장 생활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지점장이 메밀국수를 먹고 싶다며 팀원들을 데리고 나간 사무실에 니타니와 후지는 점심을 먹는다. 굳이 소바를 먹으로 차를 타고 음식점까지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한 끼를 때울 수 있다면 편의점에서 산 컵라면으로도 충분하다. 지점장과 함께 나간 동료들은 윗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억지로 따라나서지만 너무 허겁지겁 식사를 한 탓에 사무실로 돌아와서 속이 안 좋은 사람이 있을 정도로 결코 편한 식사 자리가 아니다. 니타니는 아시카와와 직장에서 몰래 연애를 하고 있다. 탕비실에서 혼자 힘들어하는 아시카와를 위로해 주면서 둘 사이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니타니의 집에 놀러온 아시카와는 음식 솜씨를 발휘해서 정성스럽게 저녁 식사를 마련한다.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식사가 완성되고 요리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라는 것을 깨달은 니타니는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요리를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위해서 야채를 먹어야 한다, 제대로 차려서 먹어야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니타니는 늦게 귀가해서 식사를 만들려고 시간을 써야하는 것이 너무 아깝다.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을 사서 먹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시카와에게 말할 수 없다. 아시카와는 직장 내에서 항상 보호받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가 아시카와에게 큰 목소리로 화를 낸 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가 어떤 실수를 해도 클라이언트를 상대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연말에 직장 동료들이 바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시기에도 아시카와는 일찍 퇴근한다. 그녀가 퇴근 시간을 넘겨서 앉아있으면 오히려 괜찮냐고 걱정하면서 집에 가라고 하는 동료도 있다. 그녀는 집에서조차도 혼자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아시카와를 제외한 가족들이 집을 비울 때 그녀가 강아지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애견 호텔에 강아지를 맡긴다. 오시오는 같은 여자이지만 아시카와가 정말 밉다. 자신은 야근에 힘든 일을 하지만 그에 비해서 일찍 퇴근하는 아시카와를 용납할 수 없다. 아시카와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하면 그녀가 해야할 일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되지만 그런 일들은 모른척 하면서 연약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 퇴근 후에 오시오와 니타니는 술을 마시러 가고 아시카와에 대한 불평을 말한다. 오시오는 니타니에게 둘이서 아시카와를 괴롭힐 맘이 없냐고 제안한다. 연말의 바쁜 시기에도 평소와 같이 퇴근하던 아시카와는 직접 만든 쿠키나 케익과 같은 과자를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준다. 이에 동료들은 야근할 때 힘이 난다며 칭찬하기도 하고 돈을 거둬서 아시카와에게 과자 재료비를 건네주기도 한다. 니타니는 몸이 힘들다면 칼퇴근을 하는 아시카와가 손이 많이 가는 과자를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이 의아하다. 아시카와 앞에서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과자를 받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역겨운 생각이 들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 시작한다. 어느날, 오시오가 아시카와를 조용히 불러내서 아시카와의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누군가가 아시카와가 만든 과자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버리거나 버려진 과자를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은 사람이 있다고 알려준다. 자신은 하지도 않았는데 상사에게서 범인으로 자신이 지목받았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이야기를 들은 니타니는 자신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이 일을 계기로 오시오는 점점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