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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최설 장편소설 ☆☆☆☆ 몸이 아파 긴 방학에 들어간(병원에서) 중학생의 이야기다.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근거로 썼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약도 효과가 없음을 알아버린 중학생.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 "건강하면 착해지는건 쉬운 법이야. 세상이 밝게만 보이니까. 하지만 몸이 아프면 어떤지 알아? 긴 방학이 계속되는거야. 끝업는 답답함에 미쳐버리게 된다고." 아래 대화는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가 죽었고, 장례를 치루기 전에 수녀님과 나눈 대화다. 주인공은 돌아가신 분을 먼저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수녀님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 “그래, 네 말도 맞아. 고인도 몹시 두려울 거야. 하지만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 분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라고 난 생각해. 두려움에 짓눌리던 인간이 끝내 죽으면 그 두려움은 죽은 사람과 같이 하늘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남겨진 사람들의 근처에 남겨지니까 말이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두려움은 다른 어떤 감정들보다 무겁단다." 만약 그런 저울이 있다면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말로 두려움이라는 것이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보다도 더무거운지. 그리고 시간이 남는다면 그것도 한번 재어보고 싶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8년 전 엄마와 한 약속이 말랑말랑 해지지 않았다고 자신한 주인공은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지극히도 운이 좋게 임상 시험 대상이 된 주인공은 (그 약은 이미 외부에서 폐결핵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페결핵을 위해 개발된 약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 시험은 불가피했다. 환자들 중 12명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그 약을 같은 병원에 있는 3살 누나에게 나눠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뺏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충고, 그리고 엄마와 약속과는 다르게, 자신이 불행해질 지도 모르는 일을 서슴치않고 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 옛날에 덴마크에 젊은 어부가 하나 살았는데 하루는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난파사고를 당했다. 젊은 어부는 성난 파도에 휩쓸려 해안에 내던져졌고, 죽을힘을 다해 매달린 것이 등대의 창가였다. 젊은 어부는 기뻤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려고 창문을 들여다봤는데, 그 안에선 등대지기 부부와 그들의 어린 딸이 검소하면서도 단란한 저녁 식사를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젊은 어부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살려달라고 소리치면 저들의 행복한 시간은 엉망진창이 되겠지. 그래서 젊은 어부는 주저했고, 창가에 매달려 있던 그의 손 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순간 큰 파도가 와서 그를 다시 바다로 데려갔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들려준 뒤에 나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다. 절대로 젊은 어부처럼 살지 않겠다고.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타인의 행복을 뺏을 줄도 알면서 살아가겠다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새엄마가 우리에게 그랬듯이. 나는 엄마가 내민 새끼손가락에 나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그날의 다짐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 이건 정말이다. 주인공과 각별한 관계가 된 강희와 대화는 참 아프다. 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깊게 읽혔다. "너, 이 병의 가장 나쁜 점이 뭔지 알아?" 이 질문만큼은 나는 그 답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답은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른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두 번째로 말을 주고받았던 작년 1월 1일 아침에, 그러니까 662일 전에 자기 입으로 그랬으니까.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른다는 거야. 너무 느리게 흐르니까, 자꾸 희망을 품게 되거든. 차라리 암이라면 깨끗이 도려내든지 아니면 깨끗이 단념이라도 할 텐데 말이야'라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거야. 너무 빠르게 흐르니까, 가슴안에 들어 있는 것 중에선 폐 말고는 신경을 잘 못 쓰게 돼. 그러니 자기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하는 거지." "건수야, 나 좀 볼래?"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동시에, 종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내가 널 사랑하고 있더라고." 손등으로 제 입술을 훔치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