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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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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풍경에 감동해 눈물 흘리는 도라, 코로나로 난리법석인 베를린과는 전혀 달라 어쩐지 안심이 된다. 이곳에서라면 재택근무를 하며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환경보호론자에서 감염병 연구자로 변신한 연인에게 비난받을 일도, 온통 코로나 이야기만 해대는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없을 테지. 도라는 행복한 상상에 젖어든다. 황폐해진 땅을 가꾸려 안간힘을 쓰다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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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풍경에 감동해 눈물 흘리는 도라, 코로나로 난리법석인 베를린과는 전혀 달라 어쩐지 안심이 된다. 이곳에서라면 재택근무를 하며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환경보호론자에서 감염병 연구자로 변신한 연인에게 비난받을 일도, 온통 코로나 이야기만 해대는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없을 테지. 도라는 행복한 상상에 젖어든다. 황폐해진 땅을 가꾸려 안간힘을 쓰다 한계에 부딪히기 전까지, 말이 통하지 않는 괴팍한 이웃을 만나기 전까지는.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마비되는 일상을 생생히 드러내는 이야기에 어떻게 몰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우리가 이미 겪은 코로나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갑작스레 나타난 바이러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쳤던가. 웃음이 사라지고 일상이 삭막해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일상 깊숙이 침투한 바이러스에 익숙해져 더이상 예전같은 공포에 시달리지 않는다. 소설 속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극한 상황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삶을 기술하면서 '인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서 코로나를 이용하고 외면하고 비난하고 결국에는 함께 하는 우리 말이다. 분주한 삶을 꾸리던 주인공은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다른 이들을 만나 비로소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 본다. 편협하고 이기적이지만 남을 이해하고 도울 수도 있는 그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온갖 일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가는 우리와.



YES마니아 : 로얄 r*****1 2022.04.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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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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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에 접어드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멈추고 쉬어가고 포기하는 것이 많아졌다. 그 중에 가장 첫 번째는 사람과의 관계다. 뛰어난 사교가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활발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젠 ‘좀 괜찮아지면’ 이후로 밀린 기약없는 관계가 태반이다. 동시에 스물스물 나를 삼킨 건 불안과 공포다. 병에 대한, 관계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불안이 되어 나를 조급하게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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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에 접어드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멈추고 쉬어가고 포기하는 것이 많아졌다. 그 중에 가장 첫 번째는 사람과의 관계다.

뛰어난 사교가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활발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젠 ‘좀 괜찮아지면’ 이후로 밀린 기약없는 관계가 태반이다. 동시에 스물스물 나를 삼킨 건 불안과 공포다. 병에 대한, 관계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불안이 되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란 공포에 휩싸인다.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도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도 낯설고 이질적이다.

뽀족하게 말하기 어려운 이 감정을 공유하고 그럼에도 이 일상마저 소중히, 유지하고 말아야겠다 다짐이 드는 밤.

#율리체 #인간에대하여 #에세 #에세서포터즈 #세계문학 #일상의위대함 #그래도살아가야지 #권상희옮김 #은행나무 #ESSE

y*******r 2022.04.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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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초기 혼란을 담은 독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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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제자리에 서서 평범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도라는 기분이 좋다. 평범한 일상,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코로나 바이러스가 악화되고 수도 베를린이 봉쇄되기 직전 도시를 빠져나와 한 시골마을을 살아가는 주인공 ‘도라’와 그 이웃들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브라켄’이라는 시골마을에 본인을 ‘나치 신봉자’라 소개하는 이웃과 뜬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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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제자리에 서서 평범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도라는 기분이 좋다. 평범한 일상,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악화되고 수도 베를린이 봉쇄되기 직전 도시를 빠져나와 한 시골마을을 살아가는 주인공 ‘도라’와 그 이웃들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브라켄’이라는 시골마을에 본인을 ‘나치 신봉자’라 소개하는 이웃과 뜬금없이 정원을 관리해주는 이웃, 어떨결에 도움을 받은 동성애 이웃 등 다양한 이웃이 나와 도라와 상호작용한다.

도라가 코로나로 겪은 상황을 보니 외국이라고 다를게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갑작스런 정부의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화 등 평범하던 일상이 사라지게되고 재택근무를 하던 도라에게 내려진 해고통지서 등 우리가 코로나로 겪었던 부당한 일들과 같았다.
코로나가 ‘잠깐’ 유행할 거라 생각한 도라는 이웃과 왕래할 생각도 집을 꾸밀 생각도 없었으나 츤데레(?)한 매력을 가진 이웃 고테를 통해 다양한 마을 사람과 소통하게되고 도움받게 되면서 그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변화하는 도라를 볼 수 있다.
(특히 도라 개인의 변화와 고테와의 관계변화가 흥미로웠다.)
이야기 전개가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지만 좀 감동적인 전개로 흘러가서 의외이기도 했다ㅎㅎㅎ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3년차… 이제는 안 걸리 수가 없을만큼 엄청난 확산세를 펼치고 한 달전 우리가족 모두 코로나를 앓았는데 운이 좋았던건지 치명률이 약해진건지… 단순감기인 줄 알았는데 코로나였다. 얼마전 아기가 앓은 편도염이 더 힘들정도로 코로나가 약해졌다.
코로나를 겪으며 제일 안타까운게 마스크 착용의무. 마스크 덕분에 20년 21년에 태어난 내 아기들은 밖에서 마스크 끼는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 사람들 표정도 못 보고 눈빛으로 감정을 읽어내는데, 그 눈치도 참 대단하다ㅎㅎㅎ


해당 작품을 읽으니 19년 코로나가 처음 확산될때의 공포와 불안감이 다시 생각났다. 확진자의 신상이 ‘거의’ 공개되고 몇 일간의 동선이 밝혀지며 확진자가 죄인이 되는 분위기. 모두가 불편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예전같은 평범한 일상…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코로나가 오기전까진 몰랐는데 얼른 치명률이 낮아져서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더이상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이 오길….
f*******h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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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의 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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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팬데믹에 집중하는 2-3년 사이, 우리 사회에 혐오가 얼마나 더 짙어졌는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숨막히게 깨달았다. 분명 코로나 이전부터 수많은 약자에 대한 혐오는 존재했고 팬데믹 시대에도 마친가지로 우리는 혐오에 노출되었지만, 계속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공포, 끝이 없을 것 같은 불안과 더불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가다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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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팬데믹에 집중하는 2-3년 사이, 우리 사회에 혐오가 얼마나 더 짙어졌는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숨막히게 깨달았다. 분명 코로나 이전부터 수많은 약자에 대한 혐오는 존재했고 팬데믹 시대에도 마친가지로 우리는 혐오에 노출되었지만, 계속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공포, 끝이 없을 것 같은 불안과 더불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가다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혐오는 무감각해졌다.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팬데믹의 상황보다 더 눈에 밟히는 건 독일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무감증이었다. 시리아 전쟁과 난민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과 그에 반하는 극우세력들의 폭력적 시위까지. 주인공 도라를 둘러싼 사회와 인물들간의 관계를 통해 율리 체는 우리가 이러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소설은 비극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법 같은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봉쇄령이 내려진 도시와 연인 로베르트로부터 떠나 브라켄으로 간 도라는 극우세력 이웃들과 마주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특히 앞집남자 고테와의 공존은 한국드라마와 같은 전개와 결말이 이어진다(재미지단 이야기??).

팬데믹 시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혐오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도라는 또다시 일상을 살아갈 것이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삶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삶이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되듯이 말이다.
a*****4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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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코로나 소설, 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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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 / p.512 어느 날 그녀는 산책 중에 거리 측정기를 착용하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측정기가 '삑' 소리를 내자 그 남자는 팔을 흔들며 외쳤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녀는 이전에 일어난 그 어떤 일보다 그 소리에 더 경악했다. 한 사회가 집단적으로 이성을 잃는다는 게 가능할까? p.37   과연 마스크를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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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 / p.512

어느 날 그녀는 산책 중에 거리 측정기를 착용하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측정기가 '삑' 소리를 내자 그 남자는 팔을 흔들며 외쳤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녀는 이전에 일어난 그 어떤 일보다 그 소리에 더 경악했다. 한 사회가 집단적으로 이성을 잃는다는 게 가능할까?

p.37

 

과연 마스크를 벗고 온전히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 처음 코로나19가 발병되었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비말 차단 마스크, 학교의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새로운 개념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가 그나마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계속 자리 잡는다. 그리고 노마스크를 실행하며 일상 회복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과연 나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젠 오히려 마스크 없이 외출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 그래서 도라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 그녀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가장 바라는 건 모든 게 2년 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다. 안전한 일자리, 확신에 찬 삶, 로베르트와 둘이서 발코니에 앉아 있던 그 시절로. 하지만 그녀는 가능하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걸, 상황이 변해버렸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p.256

 

 

 

 

 

도라의 연인이자 기후전문가로 활동하는 로베르트는 도라가 쓰레기 분리수거 시 작은 실수만 해도 마치 범죄를 저지른 듯 흥분하며 질책한다. 비닐봉지 너머로 토네이도를, 전구 너머로 홍수를, 오프로드 차량 너머로 내전을 주시하며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도라에게 기후 변화를 부인하는 거냐고 몰아붙일 땐 나조차도 숨이 턱 막혀왔다.

 

그런데 비닐봉지보다 면 에코백을 생산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에코백 한 개당 최소 130번은 사용해야 비닐봉지보다 더 친환경이라는 사실도? 만약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그때마다 에코백이나 종이봉지를 샀다면? 주방 찬장에 있는 최소 서른 개의 에코백 한 무더기를 보며 현기증을 느끼던 도라가 왜 남처럼 보이지 않는 것인가?!

 

무엇보다 로베르트가 코로나19로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점점 더 도가 지나친 행동을 보이며 자신이 일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것은 괜찮지만 도라에겐 요헨의 산책조차 나가지 못하게 제재를 가했을 땐, 흑백논리의 끝판왕을 보는 기분이었다.

 

 

 

 

로베르트를 떠나 시골에 마련해둔 집에서 머물게 된 도라가 자신을 나치라 소개하는 고테와 그의 딸 프란치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인간에 대하여」이다. 조금만 읽으려고 펼쳤다가 도라가 점점 고테와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을 느끼면서도 우정과 인간애를 느껴가는 과정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그 자리에서 끝을 보게 되었다.

 

잔잔하면서도 단단했고, 마지막엔 목이 아파질 정도로 울컥함이 자리 잡는 여운이 함께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이웃들 사이에서 마주하게 된 동성애와 인종차별까지 함께하며 진행된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미 멀리 와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기분을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도라 또한 매몰비용의 오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음에도 주민센터에 그대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 모습이 꼭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며 결국 모든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세상으로 통하는 창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고, 또 누가 무엇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치를 반대하든 지지하든,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마법 같은 단어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 그럼에도 살아 있(p.420) 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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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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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3.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3.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 내용보기
'코로나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니. 페스트가 아니라? 내가 잘 읽은 것이 맞나?' 싶어 '코로나'란 단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떤 글이나 영화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로 만나 깊은 몰입을 가져다준다. 내게 <인간에 대하여>는 딱 그랬다. 무심하게 펼쳐 읽게 되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코로나'에 '에세이인가? 소설 아니었나?' 여러 의문으로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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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니. 페스트가 아니라? 내가 잘 읽은 것이 맞나?' 싶어 '코로나'란 단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떤 글이나 영화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로 만나 깊은 몰입을 가져다준다. 내게 <인간에 대하여>는 딱 그랬다. 무심하게 펼쳐 읽게 되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코로나'에 '에세이인가? 소설 아니었나?' 여러 의문으로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환경론자인 연인 로베르트를 떠나 농촌 브라켄 마을로 이사한 '도라'에 잔뜩 이입하여 빠져들었다. '도라'는 한번 시작한 프로젝트를 끝내버리는 능력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 능력은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그녀의 연인 '로베르트'는 광적이고 타협할 수 없는 사람처럼 환경 의제로 '도라'를 죄어오곤 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 폐쇄, 거리두기 등이 행해지면서 더욱 강한 통제로 이어졌다. '로라'는 이 현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결국 함께 사는 집에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론자인 연인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듯 갈라진 것은 코로나 이후였으나, 사실 그 이전부터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그덕대고 있었다. 환경론자답게 분리수거를 강조하는 '로베르트'에게 보란 듯 고의로 분리수거물을 섞어 버리는 '도라'를 보며 웃픈 현실을 본다. 어떤 견해나 실천은 100% 옳고 타당할지라도 그것에 강요나 질타가 첨가되면 지시를 받고 따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적 저항심이 건드려진다. '도라'가 딱 그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규제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이 꼭 있어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어쨋든 둘은 더 이상 이전의 연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도라'의 시골생활은 시작되었다.

 

  보수공사가 필요한 옛 대농장 관리인의 집을 매매한 '도라'는 브라켄 마을에서 썩 유쾌하지 못한 일들을 겪는다. 예상보다 더 넓은 마당을 온종일 삽으로 파다보니 근육통에 시달린다. 피할 수도 없는 옆집 이웃은 막말을 하는 나치주의자 '고테'가 살고 있다. 지역 주민들 역시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대도시와는 달리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말을 걸고 '도라'의 집을 안다며 태워다주는 시골 마을의 유기적 관계를 처음부터 익숙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브라켄 마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간다. '도라' 역시 그 속에서 서서히 깨달아간다.

 

  코로나로 고립된 사람들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인적 자원을 연결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그 문제가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이러한 고립을 아주 오래전부터 경험해왔다. 코로나로 인한 물리적 고립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고 전쟁을 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그 이데올로기, 패러다임으로 인해 분단국가가 되어야하는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디 그 뿐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종차별 등 숨 쉬는 지금 현재에도 사람을 내몰고 상처주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인간에 대하여>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약간은 거리를 두어야할 것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는 희망을 건넨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필요가 있다.

r******s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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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인간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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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로나의 고삐가 조금 느슨해진 거 같다. 아마도 모두가 열심히 코로나에 걸리기로 약속이나 한 듯.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는 최초의 코로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도시 베를린에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도라는 남자친구 로베르트와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팬데믹이 오고 도시가 봉쇄되는 사태까지 가자 넓다고 생각했던 집은 점점 좁아지고,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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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로나의 고삐가 조금 느슨해진 거 같다. 아마도 모두가 열심히 코로나에 걸리기로 약속이나 한 듯.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는 최초의 코로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도시 베를린에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도라는 남자친구 로베르트와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팬데믹이 오고 도시가 봉쇄되는 사태까지 가자 넓다고 생각했던 집은 점점 좁아지고, 로베르트와의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 도라는 자기도 모르게 시골에 집을 한 채 사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도라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한다.

 

귀촌을 선택한 도라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점령한 거 같은 도시와 코로나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는 거 같은 시골의 차이를 경험한다.

2미터가 넘을 거 같았던 옆집 남자 고테와의 첫 만남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반갑소." 고테가 말한다. "난 이 마을 나치요."

 

 

영미문학에 익숙한 나에게 독일식 유머는 낯설다. 하지만 그들의 무뚝뚝한 유머에 자꾸 중독되는 느낌이다.

물론 독일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해서, 그들이 느끼는 통일의 후유증이 얼마만큼인지 잘 모르겠다.

그걸 알았다면 이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공감했을 텐데.. 그것이 좀 아쉽다.

 

도시와 시골

이름만큼이나 차이가 많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재밌게도 서로가 서로를 무시한다.

촌놈과 도시것들 사이의 대화는 그래서 전혀 어울리지 못한다.

마치 같은 말을 하는 데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처럼.

사는 곳만큼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코로나로 서로 이어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 도라는 삶을 살아가는 데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도시와는 다르게 도라가 이사 간 브라켄에서는 모두가 알고 지냈다.

도라만 몰랐을 뿐 마을 사람 모두가 도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 생소한 조합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삶을 어떻게 잘 엮어서 이어가느냐는 바로 사람들의 노력에 달렸다.

 

도라와 고테는 모든 면에서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서로 알고 있었다.

같은 방향으로 걷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은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제서야 비로소 서로를 알아본다.

싸워야 하는 존재 앞에서 비로소 연대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꾸어 놨다.

세상을 멈추기도 했고, 모두가 얼굴을 반쯤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게 되었다.

일상이 사라지고 많은 것들을 자제해야 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극복하고 나아가는 중이다.

 

도라는 바이러스 균주를 제외하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데 슬픈 생각이라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 애쓴다.

 

율리 체의 작품은 처음이다.

무심한 문장들이 곳곳에서 무심하지 않게 빛난다.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이 이야기가 다시 그려내고 있다.

 

존중과 배려

이해와 감사

관심과 애정

경청과 손길

 

바쁘게 사는 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람다움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였다.

팬데믹이 우리를 멈추게 한 것은 이 잊어버린 기억을 다시 되살리라는 뜻이었던 거 같다.

인간답게 사는 것.

그것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일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마법 같은 단어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 그럼에도 살아 있다.

 

 

w******2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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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 인간에 대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 인간에 대하여" 내용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마법같은 단어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 그럼에도 살아 있다. _420 베를린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도라.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시행되고, 파트너 로베르트와 집에서 계속 부딪치게 된다.  점점 로베르트와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고, 봉쇄령이 시행되기 전 도망치듯 마침 구입해둔 브라켄 시골집으로 반려견과 함께 떠난다. 브라켄 마을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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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마법같은 단어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 그럼에도 살아 있다. _420


베를린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도라.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시행되고, 파트너 로베르트와 집에서 계속 부딪치게 된다. 
점점 로베르트와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고, 봉쇄령이 시행되기 전 도망치듯 마침 구입해둔 브라켄 시골집으로 반려견과 함께 떠난다.
브라켄 마을의 옆집 이웃 나치주의자라는 고테와의 만남 뿐아니라 하나같이 개성있는 이웃들.
전원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매일 땅을 삽으로 파고 파고 파는 일상. 
과연 도라는 브라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게 될까?


도시와 시골.
항상 바쁘게 살던 도시와는 다른 시골에서의 육체적인 노동의 반복적인 일상.
전원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아무것도 없던 집에 물건이 하나 둘 씩 채워지고 음악으로 채워지고 페인트를 칠하며 점점 집의 모습으로 변하는 그 과정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오히려 고독감의 공간이 아니었을까?
도라가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의 반복적인 일상들, 반려견과의 산책 시간, 고테의 딸 프란치와의 일상 등.
코로나로 단절된 도시 생활과는 달리 브라켄의 마을에선 코로나가 오지 않은 듯 도라의 집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브라켄 마을에 점점 동화해가는 도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에 대하여』를 읽으며 타인과의 연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개성있는 이웃들이 한때 유치원이었던 공간인 도라의 집에 모여들고, 도라를 살피고 보살펴주려는 행동들이 타인과의 연결과 소통에 위로받으며 따스함의 연대의 힘을 느꼈다.

도라는 로베르트가 자신에게 우월감을 느끼며 자신을 굴복시키려 하는 모습이 싫어 떠났음에도, 고테와 다른 이웃들에게 로베르트같은 우월감을 느낀다.
이 모순된 행동에 자신의 편협한 시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같다. 
도라는 정말 매치될 가능성이 없던 고테와도 결국은 좋은 감정으로 지내게 되었으니, 이제는 어떠한 만남이 와도 포용력이 생기지 않을까?
고테로 인해, 브라켄 마을로 인해 도라의 작은 세계가 점차 확장된다.

책을 덮고 잔상이 남은 장면은,
화분을 놓아주는 고테.
오래 전 숨겨두었던 장난감을 도라에게 건네주는 고테.
딸과 도라의 얼굴에 페인트를 묻이려고 달려드는 고테.
도라와 프란치와 함께 식사하던 모습의 고테.
담장 너머 조각하는 모습의 고테.
무엇보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도라는 의자 위에, 고테는 상자 위에 올라서며, 둘이 함께 담배를 피는 일상의 모습.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모습이 오히려 가슴에 남는 것같다. 
도라가 이사오기 전까지 고테가 도라의 집을 살피고 돌봤듯, 이젠 도라가 고테의 집을 살피고 돌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인간의 뇌는 공포의 조건에 익숙해지고, 그 공포를 사고와 통합하여 흔적을 지운다. 인간은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공포를 실천하고, 인간은 고통 없이 공포의 이면에 녹아들 때까지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나간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인해 세상에 끔찍한 일이 끊이지 않고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에 막을 방법은 단 하나다. 맞서 싸워야 하는 건 악이 아니라 인간의 비겁함이다. _216


그것의 본질은 삶이란 비밀스러운 게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끝날 때까지 습관적으로 지속될 뿐이라는 거다. 계속된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유일한 해법이고 엄청난 운명에 순응하는 유일한 기회인 거다. _482


그는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어느 순간 도라는 그와 원래 있던 자리에 남는 게 의미있다는 걸 깨달았다. 공유가 가능하다. 고테의 존재가 도라에게 전달됐고, 그는 자신의 존재를 그녀와 공유했다. 결국 두 사람은 그들 사이를 가르는 담장으로 연결되어 공존했던 거다. _498


 

[에세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l*******4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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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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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세계문학 시리즈 에세의 세 번째 도서 <인간에 대하여>는 코로나 3년 차에 읽는 최초의 코로나 소설로 팬데믹 시대에 인간의 민낯을 조우하면서 바이러스는 존재하지만,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강조한다. 자연의 힘, 일상은 강하다며 어디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이다.   베를린 에이전시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도라는 배우자 로베르토와의 권태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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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세계문학 시리즈 에세의 세 번째 도서 <인간에 대하여>는 코로나 3년 차에 읽는 최초의 코로나 소설로 팬데믹 시대에 인간의 민낯을 조우하면서 바이러스는 존재하지만,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강조한다. 자연의 힘, 일상은 강하다며 어디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이다.

 

베를린 에이전시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도라는 배우자 로베르토와의 권태감에 브라켄이라는 시골 마을로 충동적으로 떠나면서 전개된다. 도라는 자신을 나치라 일컫는 고테라는 옆집 남자가 일상에 자꾸 들어오면서 브라켄 마을에 점점 익숙해진다.

 

도라는 특권 의식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중요한 일은 모두 저절로 일어나므로 안간힘을 써봐야 소용없다 여기는 수동적 콘셉트의 남동생 그리고 일에 함몰된 배우자까지 도시적인 삶을 살아가던 도시 여자 도라가 코로나로 생활 터전을 옮겨 시골 마을에 적응하면서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마주한다.

 

삶이란 비밀스러운 게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끝날 때까지 습관적으로 지속될 뿐이라는 거다. 계속된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유일한 해법이고 엄청난 운명에 순응하는 유일한 기회인 거다. p.482

 

<인간에 대하여>를 읽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서방 국가의 분위기 등 인간 혐오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 우리네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저마다 '선한 사람'을 표방하고 내가 남보다 낫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살아간다. 경쟁 사회에서 자기중심적이고 소비 만능주의에 살아가던 현대인에게 사회적인 문제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의 이기심이 자초한 자연의 재앙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처절하게 느낀다. 저자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도라의 브라켄 적응 서사를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살아갈 것을 권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은 연민, 죽음을 앞둔 이를 돌봐주는 인류애 연대의 힘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창 재밌게 읽다가 흐름이 끊겼다는 점이다. 갑자기 맥락이 끊기고, 기시감처럼 같은 부분이 반복되는 기분이 들어 소설의 앞부분을 들춰보았더니 304페이지에서 369페이지로 건너뛴 것이다. 380여 페이지를 넘어가다가 321페이지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툭 끊겼던 흐름이 나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게 아니라 20여 페이지가 없는 파본이었음에 안도하면서 이내 다시 도라의 삶으로 돌아갔다.

 

<인간에 대하여>는 전염병 소설이지만 코로나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폐쇄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우리가 <페스트>를 읽으며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듯, <인간에 대하여>는 훗날 코로나 시대상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문학작품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p******2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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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하여 코로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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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2년을 넘긴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거리두기 및 통제 정책이 서서히 완화되는 시점. 현실이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서기 시작할 때가 문학이 전진할 시기다. 한국 번역 출판 시점 기준으로 2021년 작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와 오르한 파묵 [페스트의 밤]이 올해 초 출간되었다. 그들의 선배격인 카뮈의 [페스트]의 계보를 이을 '전염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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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2년을 넘긴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거리두기 및 통제 정책이 서서히 완화되는 시점. 현실이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서기 시작할 때가 문학이 전진할 시기다. 한국 번역 출판 시점 기준으로 2021년 작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와 오르한 파묵 [페스트의 밤]이 올해 초 출간되었다. 그들의 선배격인 카뮈의 [페스트]의 계보를 이을 '전염병 소설'이다.

전염병을 소재로 한다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집단적 죽음, 국가의 통제, 폐쇄된 도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이기심과 배려심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자연 재해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한계, 피할 수 없는 죽음 같은 주제를 자동적으로 말할 지 모른다. 그러니까 전염병은 인간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좋은 소재다.

도라 주위에서 봄이 살아 움직이며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모든 생물 유기체가 성장하고 만발케 하고, 살아 있는 생명이 최대한의 생산력을 뽐내도록 몰아대고, 봄의 전령들이 재생산을 하도록 돕는다. 그 어떤 존재도 평가받지 않을뿐더라 모든 존재가 이용된다. 죽어가는 생명 또한 활용된다. 세상의 어떤 한 종이 사라지면 새로운 종이 그 틈을 메운다. 죽음과 탄생은 드라마가 아니라 생명 역학의 고리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의 흥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류가 파멸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진박새보다 더 무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도라는 바이러스 균주를 제외하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 93쪽

그렇다면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 속 인간을 대표하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독일 베를린에서 지속 가능한 상품을 주제로 광고를 제작하는 에이전시의 카피라이터 도라. 브라켄이라는 독일 시골 마을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술주정뱅이 목수 고테. '데이팅 앱에서 알고리즘이 절대 연결하지 않을'이 둘의 만남을 주선한 존재가 코로나 바이러스다. 팬데믹으로 인해 동거 중이던 남자친구와 문제가 생긴 도라가 충동적으로 브라켄에 시골집을 사서 떠나오게 되면서 옆집 고테와 만나게 되었으니까.

성격도 성향도 모든 것이 정반대인 여자와 남자가 우연히 만났다, 사랑에 빠진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래서 둘이 언제 사귀나 궁금해져 읽는 속도를 높였다. 결말에서 나는 나의 편협한 시선이 부끄러워 도라와 고테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인간에겐 사랑만이 필요한 게 아니지요. 우정, 더 크게 말하면 인간적 연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 우리가 자주 잊고 바이러스 앞에서 아예 잃어버린 것.

코로나 바이러스가 2년 간 부지런히 벗겨낸 인간의 민낯은 상상 이상이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온 세계가 바이러스 근원지를 혐오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가자 감염자를 혐오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자를 혐오하고,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자를 혐오하고, 백신을 맞지 않는 자들을 혐오했다. 전염병 앞에서 인간은 혐오의 감정에 몰두했다. 소설 본문에도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은 혐오의 직접적 발현이었다. 인간이란 혐오의 동물인가?

도라와 고테가 보여주는 기묘한 연대는 인간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정반대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에 대해 우월감을 드러내며 통제하는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주는 것. 죽음 앞에서 외롭지 않도록 예의를 갖추는 것.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그저 존재하는 것. 서로의 존재에 경의와 예의를 표하는 것.

프란치가 옆 벤치에 앉아 양손으로 벤치 바닥을 쓰다듬는다. 도라는 아이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삶은 분명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 프란치와 미래를 함께할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다. 한 소년이 코로나 방역 완화를 반기며 베를린의 축구장에서 축구공을 갖고 놀고 있을 것이다. 미래의 어느 날 브라켄 출신의 엄청 긴 금발 머리 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걸 꿈에도 모른 채, 또 어딘가에서 곧 프란치의 절친이 될 소녀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30년 후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 양팔이 부러지게 될 청년이 마스크와 헤드폰을 쓰고 지하철에 앉아 있을지 모른다. 모든 것이 이미 존재하며 세상에 새겨져 있고 준비하면서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건 저절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돌릴 바퀴도, 잡아당길 레버도 없다.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생각에 도라는 긴장이 살짝 풀리는 걸 느낀다.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 418쪽

자연 앞에서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고 함부로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는다. 잊을 때마다 한 번씩 바이러스가 찾아온다. 바이러스는 인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인간에 대하여 아주 잘 알고 있지, 우리야말로 인간을 가장 필요로 하거든. 그 앞에서 우리는 공포에 질리고 서로를 증오하기보다, 연대해야 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중하면서.

YES마니아 : 로얄 c******0 2022.04.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