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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어야 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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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지구본을 돌리다가 발견한 아이슬란드는 외딴 섬 같아 보였다. 유럽에 속하는 듯하였으나 대륙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였고, 이토록 북쪽이라면 사람이 살기 과연 적합할지도 의문이었다. 호기심을 가져도 소식을 접할 길이 없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처럼 축구를 좀 하는구나 싶었다. 여러 해 전 화산이 폭발해 공항 폐쇄를 겪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놀랐는데, 그 이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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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지구본을 돌리다가 발견한 아이슬란드는 외딴 섬 같아 보였다. 유럽에 속하는 듯하였으나 대륙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였고, 이토록 북쪽이라면 사람이 살기 과연 적합할지도 의문이었다. 호기심을 가져도 소식을 접할 길이 없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처럼 축구를 좀 하는구나 싶었다. 여러 해 전 화산이 폭발해 공항 폐쇄를 겪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놀랐는데, 그 이후로는 또 다시 이 나라 이야기를 듣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위’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씁쓸한 심정으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치면서도 각종 시험에서 1등이길 희망한다. 잘하고자 하는 열망은 본능일 수도 있다. 꿈은 얼마든지 꿀 수 있으나 실제 1등을 하는 일이 그리 농후하진 못하다는 게 문제다. 세계 성평등 1위 아이슬란드. 이 사실에 대해서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스칸디나비아 혹은 북유럽 국가는 아니지만,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가 차지하고 있는 1등은 꽤 여럿임을 잘 안다. 이들 국가가 채택한 사민주의 체제하에서는 평등이 어느 가치보다도 중시되므로 막연하나마 아이슬란드도 사정이 비슷하리라고 미루어 짐작했던 것이다. 정작 책을 읽으며 놀랐던 건 따로 있었다.

나의 놀라움의 원인으로 나는 이 책의 저자를 우선 꼽고 싶다. 기업가, 저자, 강사, 엄마, 페미니스트 그리고 이민자. 한 사람이 이토록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수긍했다. 마지막 ‘이민자’도 아이슬란드 인구의 다수가 아이슬란드 출신이 아닐 거란 짐작이 있었으므로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한 가지 ‘현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부인’만은 달랐다. 통치자의 아내가 책을 썼다고? 선거 등을 앞두고 적잖은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개최 소식을 접했다. 직접 책을 구입해 읽어보진 않았으나 목적이 따로 있는 만큼 내용의 충실함은 기대할 수 없는 거라 믿어왔다. 그들이 직접 책을 썼을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남편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행보로 여겼다가는 큰코다칠 뻔했다. 자신이 출마해 당선된 게 아닌 그는 전형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 받았을 수도 있다. 몇몇 행사에 남편과 별개로 참여하더라도 이 또한 여성에게 요구되는 전형적인 돌봄의 역할에 부합하는 자리일 확률이 높았다. 그는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았고, 자신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남편의 핸드백이 아니다. 남편의 액세서리로 비치지 않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이를 분명히 밝혔다. 이 책의 출판 또한 그 일환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실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끝에 이 책은 탄생할 수 있었으니, 사실에 기반한 일종의 르포로서의 가치를 지닌 책이라는 평을 하고 싶었다.

성평등의 개념에 대한 나의 무지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 성평등이라 하였을 때 가장 쉬이 생각할 수 있는 건 여성 그리고 남성의 평등이다. 두 성 간의 불균형은 이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어 오고 있는 내용이지만 현실은 나날이 악화되어 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그조차도 도전을 받고 있다. 충분히 평등한데, 도리어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데,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성평등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었다. 정부와 민간 기관에서 사용되는 각종 서식에서 남성, 여성 외의 성에 대한 고려가 늘고 있다. 보다 많은 여성이 실절직으로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 이를 테면 기업 CEO 등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실제 이에 부합하는 결과의 도출을 위한 투자가 곳곳에서 행해지는 중이었는데, 다수의 정책이 오로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교육, 적어도 돈 걱정으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진 않아도 되는 현실. 예를 들자면 아이를 돌보아 주는 보모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게 여성 편향적인 지원은 분명 아닐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했던 건 바로 이민자, 장애인애 대한 부분이었다. 성평등 1위가 모든 것의 완벽을 뜻하지는 않아서, 이 나라의 이민자, 유색 피부를 가진 여성이라면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확률이 높았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확고한 개선 의지를 책에 담았고, 더 나아가 나의 눈에는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적으로 느껴졌던 여성과 남성 간의 평등 부분에 대한 개선 역시도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명 ‘클라우스투르 게이트’로 불린다는 파문이 어쩌면 그 증거일 수도 있겠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실제보다 낮추어 본 나머지 적절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주저한다고 저자는 꼬집었다. 행동하기에 앞서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건 신중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회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거한 포부가 아닐지라도, 내 안의 지나친 망설임에 대한 개혁을 비롯하여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오늘날의 아이슬란드는 탄생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가 성공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게 다르고, 아니, 다르기만 한 게 아니라 확연히 차이가 나니 막연히 희망하는 건 비현실적인 자세일 거다. 서울의 자치구 하나 정도 규모에 불과한 적은 인구, 상대적으로 쉬울 사회적 합의 등은 아이슬란드만의 장점이다. 그래도 한 번 즈음은 꿈꿔보고 싶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그 말에 기대어.

q*****2 2022.1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