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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기대와 우연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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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은 나에게는 김승옥과 항상 비교 되던 작가이다. 대학 시절 교양 국어에 수록되었던 두 작가의 단편들(무진기행, 병신과 머저리)를 읽었지만 그네들이 김승옥이고 이청준인 줄은 나중에야 알았으며 이청준은 김승옥이란 이름을 인지하고 난 뒤에야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그것도 김승옥과 친구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춘문예에 도전을 했는데 친구는 떨어져서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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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준은 나에게는 김승옥과 항상 비교 되던 작가이다.

 대학 시절 교양 국어에 수록되었던 두 작가의 단편들(무진기행, 병신과 머저리)를 읽었지만 그네들이 김승옥이고 이청준인 줄은 나중에야 알았으며 이청준은 김승옥이란 이름을 인지하고 난 뒤에야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그것도 김승옥과 친구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춘문예에 도전을 했는데 친구는 떨어져서 군대 가고 김승옥은 하루 밤 동안 배 깔고 누워서 쓴 소설이 당선되어 다음 학기를 다니게 되었다는 에피소드에서 김승옥의 천재성을 추켜 세우는 소품 같은 존재(친구)로서 말이다. 좀 더 젊었을 때는 소위 '천재'로서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준 김승옥의 몇 안 되는 글은 볼지언정 왠지 고지식해 보이는 이청준 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현명해진 건지 늙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새삼 오랜 시간 소설 쓰기에 올인해서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이청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 문학의 거장에 해당하는 인물의 작품들을 읽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인데 이청준이 눈에 들어 왔고, 선택했다. 사실 내 나름대로는 한국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것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실패해도 상관 없었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의외로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하나님 말씀에 따라 고지식하게 사는 목사 내외의 자식으로서 삶을 답답하게 느끼는 주인공이 출세 지향적인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눈에 이상이 생기고 실명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아내와 친구들에게 버림 받고 몰락한 후 신의 뜻을 깨닫고 회개하고 진정한 소명에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 간단하게 적고 보면 진부하지만 실제 읽어 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특히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시도한 민간 요법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자신이 진정한 인생의 바닥을 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는 호흡이 잦아드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 102일의 치료 기간 동안에 나는 왼쪽 눈의 남은 시력마저 완전히 잃고 말았다. 아니 시력만이 아니었다. 나는 남은 시력 외에도 나의 건강을 통째로 모두 잃어버린 꼴이었다.

 그리하여 1976년 4월 16일-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 며칠 동안에 행한 종합진찰의 결과로 의사들은 마지막으로 내게 그간에 잃어버린 내 건강상태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확인해주었다.

 그 증세들의 내역은 이러했다-양안 완전 실명, 오른쪽 귀 청력 상실, 치통이나 결핵성 질병과 상관없는 원인 불명의 볼거리증세 빈발상태, 평상 혈압 180 이상의 이상 혈압, 신경조직 손상으로 인한 좌골신경통 증세 진행 등등....

 4월16일이면 날씨가 화창한 봄철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그런 식으로 거의 모든 건강과 삶의 빛을 잃은 채 그 차갑고 절벽 같은 어둠을 향해 넋 없이 병원 문을 나서고 있었다.-p97~98


 이 후 주인공이 시력을 상실한 채 겪게 되는 내적 갈등, 고생담과 극복 과정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문학적으로 평범해 보일 수 있으나 이청준의 문장들은 적절한 수준의 공감과 호흡을 느끼게 해 줌으로써 읽는 내내 나를 소설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81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를 당황하게 만든 우연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재 선택이나 문체면에서 세련된 것은 분명하지만 문학 작품의 기본기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대차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문화, 정서, 연령 모든 측면에서 이청준 보다는 요즘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점이 더 많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이청준이 시대적 정서를 앞서 갔다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단편집 한 권, 장편 한권을 읽은 상황인데 현재까지는 장편 쪽이 더 나은 것 같다(단편집은 완전 초기 작품들이라 그럴 수도). 에피타이저는 끝났고 메인 코스로 다시 장편 당신들의 천국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거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한국 문학 거장의 요리들을 음미하고 싶다.


p.s. : 해피엔딩적인 결말, 아버지의 사랑과 종교를 통해 삶의 고통을 극복했다고 해서 이청준이 종교와 인간을 무조건 긍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나가고 싶었어도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해서 그러지 못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물론 이 부분은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확인을 해 보겠지만.



YES마니아 : 골드 j******o 2018.12.30.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