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간된 동화 <긴긴밤>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와 동물친구들과 알에서 깨어난 아기 펭귄의 이야기이다.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긴긴밤>은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동화임에도 수많은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작년 제주에 내려갔을때 잠시 들렀던 제주살롱 대표님도 인생동화라며 강추해주셨던 책이기도 해서 당시 더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을 북클럽책으로 선정하고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니 역시나 왜 많은 어른들이 이 동화책을 추천하는지 알 것 같았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수많은 코끼리들 사이에서 편안한 삶을 살던 코뿔소 노든은 큰 용기를 내어 고아원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그곳에서 잊을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경험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고아원밖 세상으로 나온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혜롭고 마음 따뜻한 코끼리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코끼리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끝끝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바깥 세상을 향한 희망을 찾아 떠났던 노든은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가족을 다 잃게 되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고 다시 동물원으로 구조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그곳에서 다시 잔혹하게 코뿔소의 뿔을 노리는 뿔사냥꾼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료이자 친구 앙가부를 잃게 된다.
뿔을 훔쳐가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인간은 전쟁을 일으키고 결국 코뿔소 노든은 전쟁으로 파괴된 동물원을 펭귄 치쿠와 치쿠의 알과 함께 탈출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펭귄 치쿠에게서, 그리고 치쿠가 떠나고 다시 알에게서 찾는 노든은 알이 부화하여 그곳에서 태어난 펭귄을 돌보며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치쿠의 알에게 베푼다. 펭귄은 물에서 살수 있는 존재이기에 바다를 찾아 떠나는 머나먼 길을 함께 하며 노든은 아기 펭귄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아온 이야기들, 끔찍했던 기억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와 자신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긴긴 밤에 대해서도.
노든의 긴긴 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각자에게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 긴긴 밤을 떠올려보게 된다. 말할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웠던 밤들. 그리고 노든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긴 인내와 고통의 시간들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우리 인생의 시간들. 노든의 끝나지 않을것 같은 고통은 다른 이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진다. 나의 삶이 오롯이 나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과 사랑으로 꽃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마음 한켠에 동화가 줄수 있는 감동의 폭에 어느정도 한계를 긋고 있었던것 같다. 아이가 어릴때 함께 읽어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일부러 찾아보거나 그림이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보는 동화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동화가 어른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의 폭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해 왔었나보다.
<긴긴밤>을 읽고 난 지금, 동화가 줄수 있는 감동과 생각의 폭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와 그가 만나는 동물들을 통해 전하는 삶의 고통과 기쁨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 기쁨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을 덮을때 즈음 한마디로 압축하기 힘든 여러 감정들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솟구친다. 이 책이 남기는 긴 여운은 오랜시간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멤돈다.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의 이야기를 단순히 멸종동물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한 동화라고 단정하기에는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가 너무도 크다. 뿔 사냥을 하는 밀렵꾼들과 아프리카의 잦은 내전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 결국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 코뿔소가 존재했었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쓴 동화라는 걸 알고나서도 동물을 보호하자는 메세지보다 노든이 보여주는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이 더 깊게 마음을 울린다.
노든이 평온하던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코뿔소로 살아가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선택했던 것처럼 아기 펭귄 역시 노든과 이별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바다로 힘차게 나아간다. 둘의 이별은 슬프지만 이 헤어짐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해피앤딩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그것이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임을 알기에 깊은 바다로 홀로 나서는 아기 펭귄에게 응원을 마음을 보탠다. 아기 펭귄이 자신의 곁에 안주하며 머물지 않고 자기의 세상을 찾아 떠나도록 종용하고 격려하며 홀로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남겨진 흰바위 코뿔소의 묵직한 사랑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듯함이 차오른다.
|
|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코뿔소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그땐 기적인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게.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들과 자란 코뿔소다.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소중한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으면서 매일 악몽을 꾸고 살아남은 것이 운이 좋은 것인 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들을 코뿔소의 뿔을 얻기위해 쉽게 코뿔소들을 사냥하며 코뿔소를 멸종직전에 이르게까지 만든다. 그러다 전쟁으로 노든이 있던 동물원이 파괴되면서 노든은 다시 한 번 세상밖으로 나서게 된다. 치쿠와 버려진 알을 데리고. 치쿠는 죽는 순간까지도 펭귄알을 품었고 노든은 그렇게 태어난 펭귄과 함께 바다를 찾아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은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가족을 만들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아내를 잃는 그 순간은 터져나오는 울음에 책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상처입은 채로 동물원에 가게 된 노든이 앙가부를 만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지만 또다시 친구를 잃게 된다.
하지만 노든은 살아남은 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40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고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찬 노든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노든과 스스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낸 어린 펭귄. 너무도 다른 둘이 바다를 찾아떠나는 여정이 자꾸만 먹먹해져서 혼났다. 노든을 지키기 위해 할 줄 아는 거라곤 똥뿌리는 것뿐인 펭귄의 모습에도, 나도 그래라고 대답한 노든의 모습에서도, 복수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말하는 펭귄의 말에도 눈물은 시도때도 없이 흘러내렸다.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그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p.94
안전하다 생각했던 동물원에서 나와 홀로 나아가야 할 수많은 긴긴밤이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길로 두렵지만 긴긴밤을 견디며 찾아갈 것이다.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서. 우리를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내 옆을 지킨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힘을 줄 것이고 나 역시도 그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하는 삶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게 긴긴밤을 보내며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게 될 거라고 말이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이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124
노든의 이야기와 함께 아름다운 그림들이 있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앞으로 이어질 긴긴밤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
|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 긴긴밤』 서평문을 쓰려 책을 다시 읽어 내려가자 덜컥 겁이 났다.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순간순간의 장면에 과몰입된 나는 이 책 속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었다. 책 밖으로 빠져나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생각을 정리해야 하지만 이미 늪에 빠져버렸다. 그만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에 애꿎은 노트북만 닫았다 열었다 한다. 『긴긴밤』 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제 어린 펭귄은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검푸린 바다로 뛰어들 것이다.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며,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_심사평 학창 시절 『갈매기의 꿈』을 참 좋아했었다. 얇은 두께에 14살 나에게 주는 감동은 너무도 컸었다. 특히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조나단이 자신만의 비상에 성공하는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짜릿한 희열로 다가온다. 그 뜨겁고도 편안한 여운이 여기 『긴긴밤』의 펭귄으로 이어진다. 둘째 아이에게 이 책을 권했다. 학교에 들고 가서 읽겠다던 아이는 하교 후 엄마를 보자마자 와락 안긴다. “엄마 책이 너무 감동이었어.” 내가 질문하기 전에는 결단코 먼저 입을 열지 않는 10살 아들을 이토록 스윗하게 만들어 버린 책. 내 아이도 그 여운이 오래도록 그와 함께 할 거라는 생각에 왠지 뭉클하다. 갈매기 조나단 시걸의 여운이 펭귄에게로 또 내 아이에게로 이어지는 한편, 나는 코뿔소 노든에게서 『노인과 바다』의 짙은 바닷빛 여운을 느낀다. 비록 내 삶이라도 ‘내가 선택한 삶’이 있고 ‘삶에게 선택되어진 나’ 가 실존한다. 그런 인생의 맛을 조금 알아버린 지금의 나는 펭귄의 도전을 엄마의 마음으로 매우 응원하면서도 노든의 인생의 역경과 그의 마지막 선택에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p40. 다시 눈을 떴을 때 노든의 하얀 뿔은 반쯤 잘려 나간 채였고, 그의 곁에는 더 이상 앙가부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철조망 앞에는 다음과 같은 푯말이 걸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분노와 미안함, 노든의 처참한 심정을 대신하는 눈물이었다. ‘삶에 선택 되어진 나’의 상황이 이리도 고통스러울 수 있음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잔인함에 마음이 아팠을 장면이다. 『페인트』를 읽으면서, 성숙하지 못한 하나의 인격체로 또 다른 인격체를 돌보는것 _에 대하여 생각이 깊었던 요즘이었다. 고민하나가 늘었다. 생명체 vs 생명체의 입장에서 서로의 생명에 대한 윤리란 것이 존재 할까? 내 생명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기준 되어진 윤리 말이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적용해서 그것이 순리인 듯,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또 다른 강자에 의해 노든처럼 짓밟힌다면? 그때도 자연의 순리라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이 깊어진다. 코뿔소 노든과 펭귄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충만한 사랑과 지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코뿔소 노든은 자신의 핸디캡을 서로에 의지하며 살아가는게 당연했던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랐다. 노든이 정체성 찾기를 고민할 때 코끼리들은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노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노든의 거칠지만 따뜻한 품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먹고 자란 펭귄도 그랬다. 펭귄에게 자신의 바다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응원하면서 두려움에 차라리 코뿔소가 되겠다는 펭귄에게 노든은 말한다.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받은 사랑과 응원이 내 마음 바구니에서 넘치고 넘쳐 흘러내릴 때, 비로소 세상에 한 발 내딛는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코뿔소 노든과, 펭귄이 두려움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들의 마음 바구니에 넘치는 사랑이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또 그 사랑을 베풀 수 있었으리라.
".... 그땐 기적인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게.“
어쩌면 나는, 지금 누리는 나의 기적을 너무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바로 내 옆에 ”우리“의 기적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 우리남편, 우리아이, 우리친구, 우리책.
YOU !! 에게도 그렇다.
|
| 제대로 된 독서모임을 개최하면서 정한 첫 번째 도서는 바로 '긴긴밤'이었다. 길지 않은 작품이라 술술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책을 선택하고 싶었고, 마음에 담아두던 책을 꺼내들었다. '긴긴밤'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 책은 이름 없는 펭귄의 시점에서 써 내려간 '치쿠'와 '윔보', '노든'의 이야기이다.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에서 눈을 떠서 그 안에서 코끼리도 코뿔소도 아닌 정체성을 가지고 지내다가 바깥 세상을 궁금해하며 주저할 때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라고 말해주던 코끼리들 덕분에 바깥 세상으로 도전할 수 있었고, 그런 가르침을 배운 '노든'은 후에 자신을 떠나지 못하는 아기 펭귄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라고 말해준다. '노든'의 인생은 평탄치 않았다. 사랑하던 아내와 딸을 인간으로부터 잃게 되고, 혼자 살아남아 동물원으로 왔다. 동물원에서 만난 '앙가부'와 함께 도망치려 했지만 아팠던 다리의 통증으로 치료실로 이동했던 밤 동물원에 나타난 밀렵꾼으로부터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앙가부'는 그렇게 떠나갔다. 전쟁이 일어나 동물원을 벗어나던 중 만난 알을 든 펭귄 '치쿠'와 함께 바다를 향해 갔지만 중간에 '치쿠'는 알을 품어가며 죽었다. '노든'은 어쩌면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들을 위해서. 그렇기에 '노든'은 그렇게 알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아기 펭귄도 그렇게 살아가길 바랐다. 긴긴밤을 노든의 가족, 코끼리들, '앙가부', '치쿠'와 '윔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견뎠고, 어떤 꽃과 열매를 먹을 수 있는 지, 위험한 벌레나 동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도망가는 지 배웠다. 처음 펭귄이 수영을 하기 위해 호수로 '노든'과 함께 들어갔을 때, '노든'과 펭귄이 물 속에서 느낀 감각이 달랐을 때 펭귄이 느낀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둘에게는 서로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덧붙여진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 하지만 수영에는 그 기적이 필요하지 않았다. 펭귄은 펭귄이었기 때문에. 단지 펭귄이 괜찮은 지 봐줄 수 있는 '노든'만 필요할 뿐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수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펭귄은 '노든'에게 묻는다. "노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그러자 펭귄은 많은 펭귄들 속에서 나를 구별할 수 있게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든'은 '노든'이라는 이름이 있지 않냐고 반문하지만, '노든'은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다며,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일이 없다고, 걸음걸이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그 대답을 들은 펭귄은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줄까요?" 하고 질문하고, '노든'은 이렇게 답한다. "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나는 이 부분이 정말 크게 다가왔는데,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이름을 붙이곤 한다. 너는 다른 이름 없는 것 보다 특별한 존재야. 하며 그 이름을 끝없이 불러주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름이 없어도 너를 구성하는 모든 것으로 널 알아볼 수 있는 것. 그게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치쿠'와 '윔보'도 알의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고, 그 알이 어떤 알인지도 몰랐지만 온 힘을 다해 지키고 사랑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노든'과 펭귄은 펭귄의 바다를 향해 가지만 가는 도중 '노든'은 아파서 쓰러지게 되고 다시 한 번 인간으로 부터 발견되게 된다. (초반에 코뿔소 '노든'의 말년은 극진한 대우를 받는 왕에 가까웠다. 라고 나와있기 때문에 좋은 단체로부터 발견되었다고 알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노든'의 의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노든'을 벗어나지 못하는 펭귄에게 '노든'은 기다리는 시간을 주고 그 밤을 보낸 펭귄은 '노든'의 코에 부리를 맞대고 떠나가게 된다. 그렇게 만난 드넓은 바다. 혼자 나아가야 하는 바다가 두렵고 차가웠지만 결국 펭귄은 그 바다를 향해 갈 것이다. 홀로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다. 그리고 결국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그게 결국 우리의 인생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내가 이 자리에 있기 까지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온 것이고, 살아가면서 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좌절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나아가야 한다. 많은 연대를 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에. |
|
??긴긴밤 ? 루리 저 ?? 2021. 2. 3일 출간 ??? '긴긴밤'을 견뎌야 할걸 알면서도. 살아간다는 건, 긴긴밤을 견뎌내야 하는 것. 각자의 지루하고 지난한 긴긴밤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등을 맞대 체온을 나누고, 어두운 길을 손잡고 함께 걸어갈 누군가가 필요하다. 어린이 소설인 '긴긴밤'은 세상에 하나 남은 흰 바위 코뿔소, 그리고 그와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험난한 발걸음에 기꺼이 동참해 주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는 내내 또 읽고 나서도 그 여운이 걷히지 않아 한참 동안이나 책을 붙들고 눈물 콧물 쏟아내며 엉엉 울었다. 단순히 동물들의 이야기 보단, 우리네 삶의 궤적을 흰 바위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로 투영시켜 담백하게 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 그래." 노든은 지혜로운 코끼리들과 함께 코끼리 고아원에서 지내며 울타리 밖의 세상을 갈망하게 된다. 그러다 코끼리들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오게 된다. 노든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게 되고, 곧이어 아이도 얻게 된다. 야생에서 맞이하는 벅찬 행복. 그러나 인간들의 만행으로 행복은 끝이 나고, 커다랗고 질퍽한 불운은 노든에게 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 불운한 나날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한 건 노든의 옆에서 말 벗이 되어주고, 등을 맞대 체온을 나눠주고, 다시 함께 자신만의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친구들이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도 눈을 뜨면 목표를 향해 걷고, 또 걸어 나가는 건 대자연 앞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섭리였다. 노든의 삶은 노든의 것이기도 하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것도 아니기에, 노든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거창한 질문과 이유를 대지 않는다. 그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과 옛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펼쳐질 희망에 대해 노래할 뿐. 노든이 진정한 노든으로서 살 수 있었던 건, 울타리 밖을 뛰쳐나오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긴긴밤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인생에 있어 진정한 행복과 환희는 겪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보낸, 삶에서 가장 반짝이던 순간들. 아마도 노든은 노든이 겪어야 할 커다란 불운의 예고편을 보았더라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만나러 울타리 밖을 뛰쳐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행복과 불행은 한 몸처럼 붙어 시시때때로 표정을 달리하곤 한다. 하지만, 생명의 끈질김은 행복과 불행을 관통한다. 죽어가는 순간까지 검은 점이 박힌 알을 품어 펭귄을 낳은 치쿠의 사랑과 그 어린 펭귄에게 살아남는 법을 혹독하게 가르쳐준 노든의 걱정은 어린 펭귄이 생명을 꺼뜨리지 않을 명백한 이유였다. 마침내 바다를 찾은 어린 펭귄은 자신을 살아있게 한 이들의 마음을 모두 끌어안은 채, 긴긴밤이 기다리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어린 펭귄 앞에 펼쳐질 긴긴밤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노든, 치쿠, 윔보, 앙가부가 겪었던 풍경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펭귄이 마침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방법은, 큰 두려움을 껴안은 채 바닷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방법밖엔 없지 않을까? 어른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어린이 소설. 삶이 어려워질 때 순수한 눈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한 편의 이야기. 문득, 내 주변의 치쿠, 윔보, 앙가부들을 쉬이 떠올리고 오랜 시간 잊히지 않게 하는 이야기. 소설을 읽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울었지만, 행복했다. |
|
<긴긴밤> 루리 글, 그림/ 문학동네 2021년 2월 3일 "코뿔소와 펭귄의 특이하지만 특별한 사랑의 연대 이야기가 재미와 무한한 감동을 준다."
1. 들어가며
지구 온난화로 지구상 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 몇 년 전 뉴스에서 소개된 '지구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야기는 우리를 반성하게 하고 멸종동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결국'흰코뿔소 수단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인간들의 야생 초원 파괴, 산업화로 인한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무분별한 사냥 등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지구 상에 흰코뿔소는 이제 전 세계에서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 두 마리는 수단의 정자로 만들어낸 수단의 새끼들이다. 그렇게 지구온난화로 동물도, 인간도 죽어가고 있다. 어쩌면 흰코뿔소만이 아니라 인간도 멸종위기에 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비단 동물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 '영국 바크로프트TV' 캡처)/뉴스펭귄 그 멸종위기에 처한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새롭게 태어났다. [긴긴밤] 속에서 흰코뿔소 '노든'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마 수단이 살아있었다면 이야기 속 노든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 고단한 눈으로 쳐다본 세상의 모습은 어땠을까. 노든이 죽기 전 펭귄을 바라보던 그 맑은 눈망울, 이야기 속 치쿠가 말했던 정어리 눈꼽만 한 코뿔소 노든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긴긴밤, 악몽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노든은 아기 펭귄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까지 노든이 살아온 이야기들, 아기 펭귄이 태어나기 전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말이다. 나의 존재는 나 한 사람으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삶의 지혜를 말이다. 이제 우리도 또한 긴긴밤, 노든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그 지혜들을 찾아보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코뿔소와 펭귄의 특별한 사랑의 연대와 그들의 모험을 통해 재미와 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들어가며 멸종 위기에 처한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시작된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하였다. 흰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과의 특별하지만 감동적인 연대와 모험 이야기가 이 이야기를 읽은 어린 독자들을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이 『긴긴밤』은 “압도적인 감동의 힘”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엄숙함” “멸종되어 가는 코뿔소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펭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의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그림책과 동화책이 너무 좋아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썼다고 한다. 매번 그림책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떨어지기만 했다. 그러다 6년 정도 되던 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 매진한 결과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그보다 먼저 써 두었던 장편동화 [긴긴밤] 상을 받게 되면서 책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나에게 이름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것은 아버지들이었다. 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나의 아버지들은 모두 이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들, 작은 알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치쿠와 윔보, 그리고 노든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름에 대한 의미, 그보다 더 중요한 존재의 이유와 자아정체감, 그리고 한 존재를 있게 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 특히 아버지들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꼭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한 존재를 이 세상에 존재하고 살아남게 보살피고 사랑해 준 모든 존재들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희생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장애물을 넘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코뿔소 노든의 인생 또한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 무리에서 자라난 코뿔소 노든, 그는 코끼리 속에서 자신이 '코뿔소'가 아닌 '코끼리'라고 생각하며 자라났다. 하지만 그는 코끼리와 함께 지냈지만, 그의 존재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코끼리가 아닌 코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p.16-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p.15-
"훌륭한 코끼르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잇다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 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 -p.18-
그렇게 코뿔소 노든의 야생에서의 모험은 시작된다. 그는 사랑하는 암컷 코뿔소를 만나 결혼해서 예쁜 딸도 생기고 그렇게 단란한 가족을 이루며 행복한 나날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뿔사냥꾼에 의해 아내와 딸을 모두 잃고 겨우 살아남은 노든은 다시 또 혼자가 되며 절망과 슬픔 속에 잠긴다. 이제 또 그는 혼자다. 혼자만 살아남았다.
달빛은 힘없이 누워 있는 아내와 딸을 비추고 있었다. 진흙 구덩이는 코뿔소의 피로 가득했다. 노든의 딸은 몸 여기저기 총알이 박힌 채 진흙 속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노든이 얼굴로 이리저리 더듬어 보았지만 딸은 움직이지 않았고 노든은 아내에게로 갔다. 아내는 뿔이 깊게 잘려 나간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노든은 아내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댔다. 노든의 코에 피가 묻었다. 밤보다 길고 어두운 암흑이 찾아왔다. -p.26-
그렇게 노든은 상실과 절망감을 안고 세상과 마주한다. 아내와 딸을 잃은 아픔과 슬픔은 인간에 대한 증오로 돌변했다. 항상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복수할까만 궁리하면서 슬픔의 나날을 보내는 노든을 코뿔소 앙가부는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평생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바깥 세상을 모르는 앙가부는 좋은 인간도 있다면셔, 너무 그렇게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며 노든의 멍들고 다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그런 앙가부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노든은 다시 살아갈 희망을 안고 앙가부와 탈출한 계획을 세우지만, 앙가부 또한 인간에 의해 뿔이 잘린 채 죽임을 당하고 노든 또한 뿔이 잘리게 된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노든의 하얀 뿔은 반쯤 잘려 나간 채였고, 그의 곁에는 더 이상 앙가부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철조망 앞에는 다음과 같은 푯말이 걸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 -p.40-
또 다시 노든은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 앙가부의 도움으로 이제 겨우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탈출해서 복수하겠다는 희망도 생겼는데, 다시 또 혼자가 되었다. 혼자만 살아남았다. 자기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혼자가 되어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노든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그 '긴긴밤' 노든은 여전히 잠들지 못한다. 그렇게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잠들지 못하고 긴긴밤 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본다. 그 별들 속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도 만나고, 마음 따뜻한 친구였던 앙가부도 만난다.
그렇게 이쪽 세상에는 노든의 슬픈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저쪽 세상에서는 세상에서 버려진 한 존재가 있다.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그저 이유없이 버려지고 곧 죽을 운명에 처한 한 존재가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펭귄 치쿠와 윔보가 없었다면 이 알은 버려진 채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노든과 어린 펭귄의 모험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치쿠와 윔보가 온갖 사랑으로 품고 정성을 기울이고 전쟁의 위험 속에서도 윔보의 희생과 사랑으로 이 버려진 알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동원되어야 하듯이 다른 사람의 도움과 사랑, 헌신, 희생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코뿔소 노든과 펭귄 치쿠의 만남으로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각각 살아난은 노든과 치쿠는 서로 연대하여 생존의 길, 희망의 길, 구원의 길인 '바다'를 향해 떠나게 된다. 펭귄 치쿠는 부리로 윔보의 값진 희생으로 지켜낸 소중한 '버려진 알'을 물고서 언제 도달할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바다'를 향하여 길을 떠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치쿠는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노든은 알에 대해 딱히 별 관심은 없었지만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 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 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p.63-
그렇게 코뽈소 노든과 펭귄 치쿠는 '특별한 연대'를 시작한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연대 의식 속에서 그들은 비록 생김새와 종류가 다르지만, 마치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는 가족처럼 특별한 동거를 시작한다. 악몽으로 잠 못들어는 노든을 위해서 치쿠는 윔보와 지냈던 이얘기들, 알을 품게 된 얘기들, 다른 펭귄들의 얘기들, 동물원에서 건너 건너 들은 다른 동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쉬지 않고 해 줬다.치쿠의 얘기를 들으면 악몽은 어느 새 사라지고 노든은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삶은 얼마나 야속한가. 죽음과 탄생은 동시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치쿠의 죽음으로 맞바꾼 아기 펭귄의 탄생, 치쿠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있었기에 아기 펭귄은 태어날 수 있었다. 아니, 치쿠 이전에 다른 모든 존재들의 도움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다시 코뿔소 노든과 아기 펭귄은 여정을 시작한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그 바다를 향해서, 그 바다에 가면 아기 펭귄도 노든의 꿈도 다 이루어질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더 나은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다. 마치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행복의 파랑새를 찾듯이 그들도 그들만의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 채,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인생의 길 또한 이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우리 인생 또한 그 길 위에 어떤 장애물과 고통이 있는지 모르는 채 우리도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살아가면서 그 여정을 계속하겠지. 마치 저 끝없는 길을 걷고 또 걸어가고 있는 노든과 아기 펭귄처럼 말이다.
"난 바다가 어떤 곳일지 상상이 안가." "그러니까 바다는 말이지, 저 위의 하늘이랑 비슷한 곳이야. 그리고 필요한 건 뭐든지 다 있어, 먹을 것도, 친구들도,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지! 어서 지평선이 파랗게 변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바다에 가까워졌다는 뜻이거든. 바닷속에서는 노든 너보다 내가 훨씬 빠를 텐데." -68- 어쩌면 바다는 펭귄 치쿠가 꿈꾸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뿔소 노든도 바다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아닐지라도 친구를 위해, 친구가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기꺼이 도와주며 함께 그 길을 나선다. 자신은 그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지만, 친구가 기뻐하면, 친구가 바라는 그 세상으로 가면 자신도 기쁠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 친구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망고색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 펭귄은 이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찾고 싶어하지만, 노든은 그 이름이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름이 없어도 나는 너의 존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름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나도 이름이 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노든이 나를 만나러 오면, 다 똑같이 생긴 펭귄들 속에서 나를 찾기 어렵잖아요. 노든이 내 이름을 부르면 내가 대답할 수 있게, 나한테도 이름이 잇으면 좋겠어요."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게다가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p.99-
하지만 아무리 사랑으로 연결된 특별한 연대지만 코뿔소 노든과 아기펭귄은 함께 하지 못하는 운명이다. 노든이 코끼리 무리 속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 그 길을 걸어갔듯, 아기 펭귄도 자신만의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서 말이다.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는 내 바다야." "그러면 나도 여기에 있을게요." "아니야, 너는 네 바다를 찾으러 가야지. 치쿠가 얘기한 파란색 지평선을 찾아서." "내가 무슨 수로 혼자 바다를 찾아가요? 그리고 치쿠는 나에 대해서 몰라요. 나는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그냥 코뿔소로 살게요. 노든이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니까 내가 같이 흰바위코뿔소가 되어 주면 되잖아요." "그거 참 고마운 말인데."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그리고 나는 코뿔소가 키웠으니까, 펭귄이 되는 것보다는 코뿔소가 되는 게 더 쉬워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나를 혼자 보내지 말아요."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오늘 밤은 길거든. 네 아빠들의 이야기를 해 줄게.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전해줘." -p.116-
이 책이 책 표지이기도 한 노든과 아기 펭귄의 특별한 사랑의 연대를 잘 나타내주는 그림이다. 이 책 속에 담겨진 그림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고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펴주는지, 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지만,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되지만, 이 그림 하나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디어 아기 펭귄은 '바다'에 갔다. 저 멀리서부터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다가오던 검푸른 바다가 하얗게 부서진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절벽을 오르다가 수백 번 미끄러졌고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 순간 잠심 딴 생각을 하다 발을 헛디뎌 굴어떨어지기를 수백 번을 반복한 후에 겨우 그토록 꿈꾸던 파란 지평선의 바다에 도착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이처럼 수많은 실패와 고난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혼자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노든과 같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읨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p.94-
아기 펭귄이 말했든 기적이 있기에 가능했다. 나를 증명할 이름 따위 없어도, 불완전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너는 너이고 너 자체로 충분하다는 위로와 응원 같은 그 수없는 기적들이 모여 '나'라는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사랑과 희생, 응원, 격려, 도움으로 인한 값지고 소중한 존재이기에 '반드시 기적을 , 나의 꿈을 이루겠다'는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마침내 눈앞의 바다를 마주할 수 있게 한 것이리라.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사가 나는지 알게 될 테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를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p.99-
어쩌면 그 아기 펭귄은 먼 훗날 노든을 만나게 될까. 노든이 말했듯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이 아기펭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기 펭귄도 노든을 알아보고 그들의 만남은 또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3. 나가며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 책 속에는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펭귄, 그리고 긴긴밤 그들을 지탱해 주었던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이의 긴긴밤을 이야기한다. 악몽으로 잠 못드는 그들에게 그랬듯이 우리에게도 그들의 눈물과 연대와 사랑의 이야기는 위로와 무한한 감동을 준다. 우리의 삶 또한 『긴긴밤』 속 이야기처럼 '더러운 웅덩이'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 더러운 웅덩이 속에 빛나는 별이 있음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존재가 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 별빛 속을 터벅터벅,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노든과 아기 펭귄처럼 그 길을 가고 있는 모두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위안을 주는 삶의 버팀목과 지도가 되어줄 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을 믿으며, 사랑으로 연대한 모든 사람들과 그 길을 꿋꿋히 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노든! 너의 긴긴밤 속에 너와 함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너가 어린 팽귄과 함께 마지막까지 있어준 것처럼 나도 너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너가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너와 이야기를 나누며, 너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너와 함께 웃고 울고 싶어. 너를 안아주고 너를 웃겨주고 너의 아픔을 달래주며 너와 함께 너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그 바다를 가고 싶구나. 나중에 너를 만날 수 있을까. 그 정어리 눈꼽만 한 코뿔소를 너를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 그 때가 왔으면 참 좋을텐데. -이 책을 읽고 난 딸아이가 노든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주인공 강나루에 대해 생각했다. 그저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점점 무엇을 위해 하는지 몰랐던 나루가 왜 수영을 하는지 깨닫게 되는 과정이 섬세하고 자연스러워서 편안히 받아들여졌다.
문득 내가 수영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내 한계가 어디인지 궁금했던 나는 25m레인을 왕복하고 숨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서 귀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이 껴졌었다. 아무도 내 도전에 관심이 없지만 해냈다는 기쁨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분명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때가 떠올라 아이에게 귀에서 심장이 뛸 정도로 수영에 몰입해서 해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아이는 그저 수영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태어나 한번도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본 적이 없는 아이.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이 맞을까? 아직 초2라 무언가를 사무치게 가지고 싶거나 죽도록 노력해본 적이 없는 걸까. 앞으로 그 순간이 오는 날을 기다려본다. 그런 의미에서 너는 수영하는 아이니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현재 아이도 읽고 있는 중이다.
강나루는 수영을 왜 하는지도 잘 모르고 그저 앞서서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머리속은 온통 수영으로 가득하고 같이 수영하던 언니가 중학교에 올라서 갑자기 수영을 그만두고 다이빙을 시작했을 때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전히 언니에게 왜 수영을 그만둔건지 묻지 못하는 나루.
언제나 이기기 위해 시합을 뛰는데 코치님은 지는 것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한다. 잘 지는 방법이라니 말이 안된다 생각하는 나루는 시합을 준비하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며 많은 것을 배워간다.
전학생 태양, 제일 친한 소꿉친구 승남이까지 모두가 뜨겁고 찬란한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태양이는 오직 수영이 하고 싶어서 전학을 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유가 명확하고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초등학교 6학년에 수영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승남이는 수영을 더 할지 말지 5:5의 마음이다. 중학교 부터는 다르다.
읽는 내내 한강초 수영부 아이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갈등에 부딪히는 방법도 다르고 각자의 방식으로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기특했다.
아직 무엇을 잘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지는게 왜 중요한지 막연하고 막막해서 어려워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한다고! |
|
이 작품은 동물이 등장하여 진행되는 소설로, 출판사에서 개최한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인간이 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은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돕는 부수적인 역할만을 담당한다. 작품의 화자는 알에서 갓 태어나 이름조차 없는 어린 펭귄이며, 그와 함께 동행하게 된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주는 형식이라고 하겠다. 화자인 어린 펭귄이 들려주는 코뿔소 노든의 사연은 이러하다.
어렸을 때부터 코끼리 고아원에서 지냈던 코뿔소 노든은 자신을 코끼리라고 여겼지만, 코끼리들은 그가 코끼리이자 코뿔소이기도 하다고 말해준다. 그곳에서는 마지막에 테스트를 통해 고아원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를 결정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 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그 과정을 앞두고 노든은 갈등을 하지만, 할머니 코끼리가 해주는 말을 듣고 마침내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고아원에서 떠나기 전날 다른 코끼리들이 해준 이런 말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고아원을 벗어난 노든은 이제 코끼리가 아닌, 코뿔소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른 코뿔소들을 찾아 나선다. ‘후회를 해야만 다음 날엔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다’는 노든의 말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의미라고 여겨진다. 과거의 실패에 좌절하기보다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마침내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뿔을 가진 코뿔소’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과 함께 잠시나마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도 잠시, 코뿔소의 뿔을 탐내는 밀렵꾼들에게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살해되면서 부상당한 노든 역시 동물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곳에서 앙가부라는 코뿔소를 만나 동물원을 탈출할 기회를 노리고, 아내와 딸을 죽인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동물원의 철조망을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어 탈출을 꿈꾸었지만, 실행 전날 총상을 입은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노든은 잠시 치료실로 옮겨진다. 하필 그날 밤에 뿔 사냥꾼들이 동물원까지 침입해서, 그들에게 뿔이 잘린 앙가부는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노든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에서는 그의 뿔을 잘라버리고, 다시 인간에게 상처를 받은 노든의 복수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한편 버려진 알을 품어 부화시키려는 펭귄 치쿠와 윔보가 등장하고, 땨마침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탈출하게 된다. 인간에게 복수심을 품은 노든과 혼자서라도 알을 품어 부화시키려는 펭귄 치쿠와의 동행이 시작된다. 바다를 향해서 가려는 치쿠와 동행을 하면서, 노든은 그에게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지쳐 쓰러진 치쿠 대신에 알을 품으면서, 새로 태어난 펭귄이 바로 이 작품은 화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코뿔소 노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새로 태어난 펭귄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형식이라고 하겠다. 이제 노든은 치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로 태어난 펭귄을 바다로 데려가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쳐 쓰러진 코뿔소를 치료해주려는 인간들을 만나고, 그들의 배려로 인해 노든은 다시 트럭에 실려 초원으로 옮겨진다. 노든은 끝내 어린 펭귄이 바다로 도착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른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을 것이다.
노든은 처음 코끼리 무리를 떠나 세상에 나가 다른 코뿔소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들이 밀렵꾼들에게 죽음을 맞자 인간에 대해 복수심을 키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만난 다른 동물들과 우정을 쌓고, 원치 않는 이별을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자신의 역정을 어린 펭귄에게 들려주는 <긴긴 밤>을 통해서, 노든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은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일과 감정들을 비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
너는 ㅇㅇ 왜 하는 거야? <5번 레인>을 읽고 "테이크 유어 마크(Take your marks, 수영경기에서 출발 전 '차렷'을 알리는 신호)"라는 구령이 울리고 잠시 뒤 아이가 힘차게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내와 나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대회 규정상 두 종목에 출전한 아이가 받아든 성적표에는 자유형 5위, 평영 DQ(실격)라는 최종 결과가 쓰여져 있었다. 지난여름, 아이가 동네 수영클럽 친구들과 지역 교육감배 수영대회에 참가(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자 노력)했다. 관람석에 앉아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면서 이것이 과연 여름날임에도 시합 때문에 냉방을 가동하지 않아서인지, 비등록 선수들끼리의 시합이지만 등록 선수들 못지않은 분위기 탓인지 모를 정도로 실내 수영장은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수영을 배운 지 이 년 남짓한 아이가 힘껏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서 괜스레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던 건 비밀로 해두자. 나 역시 허리디스크 때문에 날마다 누구와 겨루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로, 내 허리에 예방주사를 놓는 심정으로 '생활' 수영을 한 지도 십 년 가까이 되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리면 스포츠 중계로만 접했던 경기를 아이 덕분에 실제로 보고 나니 수영인이 레인을 돌아 터치하듯이 자연스레 내 손도 <5번 레인>에 가닿았다. 한강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아이들의 일상과 성장을 그린 소설로서 어린이와 어른 모든 독자에게 수영과 삶의 연관성, 나아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제목으로 쓰인 '5번 레인'은 수영 경기에서 선수들이 4번 레인 다음으로 배정되길 바라는 곳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기도 한 수영장에서 4번 레인은 일인자를, 5번 레인은 이인자를 위한 자리로 비유된다. 이러한 사실을 수영부 아이들 또한 모르지 않는다. 더불어 물 밖보다 물속에서 숨이 더 잘 쉬어질 때가 있고, 눈물을 감추는 데에 물속보다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너는 수영 왜 하는 거야?"라는 물음 앞에서 수영부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이기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는 재밌어서라고 답하고, 또 누군가는 뭐라고 답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도 한다. 당장이라도 스타트대 위에 서 있는 아이들의 등 뒤에서 다음 질문이 답변을 재촉하는 것만 같다. “만약에 이기지 못하거나 재미가 없어지는 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소설 속에서 수영부 선배이자 후배들보다 조금 더 인생을 살며 수영장의 환한 불빛과 같은 '환희', 코를 찌르는 수영장 물속의 염소 같은 '좌절'을 겪어낸 인물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봐도 괜찮으리라.
그의 말처럼 뛸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그 선택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여 몸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문득 대회가 끝나고 며칠 동안 섭섭함이 잔뜩 묻어난 표정으로 평영에서 왜 실격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던 아이가 떠오른다. 그땐 그저 실격된 게 억울해서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아이는 두어 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시간과 노력이 말 그대로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같아 너무 아쉬워서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수영을 시작한 날부터 대회에 참가한 일까지 모두가 아이의 선택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생각도 한 뼘 더 자랐다는 사실과 함께. 여러 주자가 이어 헤엄치는 계영과 같이 아이도 머지않아 <5번 레인>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그때 책을 읽고 나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한 팔 더 뻗고 한 발 더 차서 '수영'이라는 자리에 자신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그 '무엇'으로도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
|
초등학교 수영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출판사에서 주관한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수영대회에서 예선을 치른 후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가 4번 레인을 차지하고, 그 옆인 5번 레인은 두 번째의 기록을 지닌 사람이 서게 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인 <5번 레인>은 1등을 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담아낸 것이라 이해된다. 소설의 등장인물인 강나루는 수영대회에서 항상 1등을 차지했었지만, 언제부턴가 더 잘하는 선수가 등장하면서 매번 5번 레인에서 출발하게 된다. 자신보다 실력이 뒤떨어졌던 누군가가 1등을 차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과 그것을 견뎌내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목차의 항목들은 수영 시합에서 마주치는 상황, 즉 '스타트'와 '턴'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터치'를 한다는 것을 소제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합에서 '경쟁'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자는 그러한 생각들을 작품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나루는 체육중학교에 진학한 언니 강버들과 함께 어려서부터 수영을 했다. 그러나 언니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수영 대신에 다이빙으로 종목을 바꾸고, 나루는 그러한 언니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나루의 옆에는 유치원 때부터 함께 붙어다니던 승남이가 있고, 이외에도 같은 수영부인 사랑이와 동희 그리고 세찬이 등 친구들이 있다.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늦게 시작한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김초희는 매번 1등을 차지하면서 나루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대상이다. 그리고 수영이 하고싶어 나루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전학을 온 태양이 등이 엮어내는 이야기이다. 시간을 다투는 종목인 수영을 통해서 이들이 서로 경쟁하고 또 우정을 쌓아가는 내용들이 펼쳐진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한강초 수영부에는 6학년 선수들이 모두 5명이다. 비록 시합마다 2등을 차지하지만, 나루는 수영부의 에이스로서 수영을 계속하기 위해서 체육중학교에 진학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수영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리고 수영이 하고 싶어 전학을 온 태양이 수영부에 합류하면서, 나루는 태양이와 사귀는 관계로 발전한다. 여름에 열리는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밖의 수영장에서 연습을 시작하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나루의 라이벌인 초희네 학교도 훈련장으로 이용된다. 초희의 수영복으로 인해 기록 단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의심하던 나루는 혼자 남은 샤워장에서 근처에 있는 초희의 가방을 보고 수영복을 꺼재보는데, 갑자기 들어오는 아이들이 오해할까봐 초희의 수영복을 급히 자신의 수영가방에 넣고 수영장을 나선다.
이후 잃어버린 초희의 수영복을 찾아주다가, 유치원때부터 나루와 친구로 지내던 승남이가 초희와 사귀는 사이로 발전한다. 초희가 수영복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책을 느낀 나루는 초희 학교로 찾아가 편지와 함께 수영복을 건넨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과 우정이 엇갈리는 내용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데, 그러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느껴지고 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