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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첫 시집이 그러했고,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눈물」의 중력이 그러했듯, 신철규 시인은 항상 슬픔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슬픔에 언어를 부여한다. 의미를 갖지 못했던 모든 슬픔들이 시인의 언어에 의해 형체를 갖게 된다. 구약의 예레미야가 눈물의 선지자이고, 그가 「애가」라는 책을 남겼듯, 신철규 시인의 모든 시들은 그렇게 슬픔의 정서와 언어를 갖고 있다. 이 시집 역시 그러하다. 표제작인 「심장보다 높이」가 '표제작'이라는 상징처럼, 이 시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3부에 수록된 「슬픔의 바깥」 3부작이 가장 인상적이자, 이 시집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철규 시인이 눈물의 시인이자 슬픔의 시인이라면, 그 의미를 확고히 하는 시들이자, 이전에 비해 그 외연을 확장시킨 시들이다. 차례대로 '하루살이', '라훌라', '낮달'이라는 부제가 붙은 동명의 세 편의 시들은 매우 구체적인 슬픔의 어느 한 순간이나 지점들을 포착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하루살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에서 많은 공감을 할텐데, 왜냐하면 시인이 느끼는 슬픔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늙어가는 부모를 볼 때의 감정 말이다.
괴괴한 시골집,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고 농협이며 인삼조합, 원예조합에 흩어진 빚들을 갚다 보면 가벼워지는 통장. 검버섯이 핀 어머니. 포근한 봄햇살이건만 가슴을 꾹꾹 밟는 것처럼 따가운 이유도, 눈앞이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어지러운 이유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슬픔들.
개인적으로는 '라훌라'라는 부제가 붙은 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참고로 '라훌라'는 석가모니가 출가 전에 낳은 아들로, 나중에 아버지의 제자가 되지만 아버지가 아닌 스승으로서 평생 석가모니를 모셨다. 하지만 그가 석가모니의 출가의 장애가 되었다고 해서 후에 그의 이름은 '장애'를 의미하게 된다. 시인은 서울의 북동쪽 끝과 남서쪽을 가로지르는 273번 버스 안에서 몸이 불편한 엄마와 그녀의 키 큰 아들을 보면서, 태생적이자 운명적인 슬픔을 가진 '라훌라'를 떠올린다.
시인은 성실하게 이런 모든 슬픔들을 응시하고 기록한다. '끊임없이 맴도는 말들'이자 '계속해서 되니는 말들'(p.129)이 비로소 시인에 의해 형체를 갖게 된다. 시인은 그 모든 슬픔에 언어를 부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런 식으로 '터무니없이 부서진 마음을 그러안고 인간의 조각들을 수습'(p.130)하는 것이다.
3월 중순 이후 병원 갈 일이 많았는데 『심장보다 높이』는 병원에서만 읽었다. 어쩌다보니 리뷰를 쓸 때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 이야기를 한것 같은데, 캘리포니아는 3월에도 윈터스톰과 비가 계속 되었다. 5미터 앞도 안 보이는 엄청난 폭우를 뚫고 병원에 다녀온 날은, 병원도 병원이지만 비를 뚫고 운전하느라 지친 나머지 완전히 탈진해서 기진맥진했었다. 그러나 그 즈음 미국 중부가 토네이도로 초토화되고 사망자들이며 이재민들이 생긴 시기이기도 했다. 11월에 수술한 이후 부작용인지 후유증인지 계속 아팠는데, 급기야 2월 말부턴 매일 매일 진통제를 안 먹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졌다. 2주 넘게 계속된 통증 때문에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겨우 잡은 예약날 병원에 갔는데, 한참을 늦게 나타난 의사는 하이톤의 목소리로 '러블리'를 연발했다. 환자의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 의사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것 같았던 그 날에도 이 시집을 읽었다. 그렇게 나의 슬픔들에도 언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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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의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는 무거운 슬픔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 같다. 얼핏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모두 상처와 고통이다. 시인이 끌어안은 상처와 고통으로 빚어낸 게 아닐까 싶다.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 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
시계는 물이 찼다 기도가 끝났다 (「불투명한 영원」, 전문)
4월은 거대한 슬픔의 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신철규의 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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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의 <심장보다 높이>는 어렵다. 시는 다 어렵지만 이 시집은 진짜 어렵다. 잘 모르겠다. 표지랑 제목에 끌려서 구매했는데 다음엔 더 꼼꼼하게 봐야겠다. 인공지능이 생각나는 시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생각을 멈추어도 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이 되려고 한다 /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되려고 한다 (<해변의 눈사람>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