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3%
  • 리뷰 총점8 43%
  • 리뷰 총점6 14%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8.0

포토/동영상 (3)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글이 쓰고 싶어지는 마법같은 에세이
"글이 쓰고 싶어지는 마법같은 에세이 " 내용보기
독후감을 써본 적이 언제였던가, 까마득히 어렸을 때 참가에 의의를 두고 썼던 독후감이 생각난다. 그 이후로 독후감이라는 건 잊고 지내다가 예스 24에서 책을 사보기 시작하면서 독후감을 가장한 리뷰를 쓴 것 같다. 책을 사고 읽는 행위를 좋아해서 즐겨 읽다가 막상 리뷰를 쓰게 되면 포인트를 받으려고 영혼없는 리뷰를 갈겨쓴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글이 쓰고 싶어지는 마법같은 에세이 " 내용보기

독후감을 써본 적이 언제였던가, 까마득히 어렸을 때 참가에 의의를 두고 썼던 독후감이 생각난다. 그 이후로 독후감이라는 건 잊고 지내다가 예스 24에서 책을 사보기 시작하면서 독후감을 가장한 리뷰를 쓴 것 같다. 책을 사고 읽는 행위를 좋아해서 즐겨 읽다가 막상 리뷰를 쓰게 되면 포인트를 받으려고 영혼없는 리뷰를 갈겨쓴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살짝 들춰봤는데 첫 문장부터 작가의 위트있는 문장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작가는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영화사 콘텐츠 기획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재정 악화로 임금을 줄이는 대신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머지않아 핵심 인력만 남기고 정리해고를 한다는 루머가 돌았다고 한다. <열과 성을 다해서 일하는 게 이어려운 시국에 고용을 유지해주는 대표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성은이 망극 합니다. 경영자 각하, 이렇게 회신하려다가 참았다.>는 저자의 도입부가 발착하고 재치가 있었다.




문득 나도 저자를 따라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소장하려고 주문을 했다. 2022년도에 나온 책이지만, 다행히 절판이 되지 않고 판매가 되고 있었다. 나도 저자처럼 에세이를 써보자 하고 각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오한기 작가의 에세이는 문장의 일련의 흐름이 재미있었다. 시나리오를 구상하다가 커리어를 새로 시작한다는 게 성가시게 여겨져서 포기하고 계약된 장편 소설이나 슬슬 시작해볼까 하다가 이렇게 제멋대로 업무 시간을 분배하고 농땡이를 쳐도 되나 싶어서 누군가에게 인생을 의탁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사주 어플을 다운받아 사주를 보게 된다. 의식의 흐름이 요즘 말로 하면 “쌰갈! 저 됐어요! 40대가 되면 은퇴를 해야 될 것 같아요.” 하고 속삭이는 유투브 쇼츠의 말투가 떠오른다. 여기서 1차로 낄낄대며 웃었다. 작가의 은밀한 속마음을 나만 아는 것 같은 묘한 친밀감이 솟아 올랐다.




오한기 작가의 문장의 특성은 계속 이렇게 흘러간다.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다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토끼굴처럼 빠지는 것이다. 정말 사람을 홀딱 빠지게 만드는 문장 구사력이었다. 이를테면, 이렇다. 사주를 본 작가는 용기가 생겨 갑자기 본인은 역사에 기록 천재고, 우주의 지배자이며, 원숭이들의 왕이다. 나는 호랑이다. 티라노사우르스다. 아니, 터미네이터다! 작가의 용감무쌍한 자신감은 지구를 뚫고 올라가 우주까지 뻗친다. 그리고선 귀가해서 책상에 앉아서 어떤 종합비타민과 유산군이 좋은지 검색하며 시간을 보낸다. 응? 이건 무슨 흐름이지? 이러면서 집중하게 된다. 너무 웃기다.




그리고선, 하루에 두어 시간을 일한다고 치면 여섯 시간이 남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감이 잡히지 않다가 부업이나 할까 싶어서 네이버에 작가 부업을 검색한다. 일 방문자 만 명을 돌파하면 하루 만 원 정도 수익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의 “매문 행위 금지!”라는 말이 떠올라 금방 그만둔다. 글을 파는 건 창작자에게 어긋난다고 생각하시는 교수님의 말씀에 급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P19에서 바로 작가는 산책을 떠올린다. 타고나길 산책을 좋아하고 특히 목적 없이 걷는 걸 좋아하는 작가는 산책의 장점을 떠올린다. 바로 준비물이 필요 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작가의 신나는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따라서 나도 강한 산책의 욕구를 느꼈다.




작가가 걷게 되는 길을 마음 속으로 나도 따라 걸었다. 묵현 초등학교 옆 둑길을 통해 내려가서 중랑천을따라 걷고, 장미 축제가 펼쳐지는 산책로를 걷다가 중란천의 새도 한가로히 구경한다. 내 마음 속에도 작가가 걷는 산책길이 펼쳐졌다. 시원한 공기와 설레는 온도와 습도, 그 모든 것이 내게도 들어왔다.




P20 불현 듯 내가 죽어서 멸종한 새들과 만난 걸지도 모른다는, 여기가 사후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다가, 천변에 주저앉아 물을 흐름을 응시했는데, 왜 물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고, 별안간 자연의 이치라는 게 지겹고 싫증이 나서 눈 앞의 모든 새가 멸종하는 상상을 해버렸다. 다음 소설 제목. 조류 멸종.




작가의 특기가 드러나는 문장이다.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주절주절 떠든다. 근데 그게 아주 매력적이다. 일기도 이런 식으로 쓰면 하루가 아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탐나도록 재치있는 문장 구사력이 아닐 수 없었다.




작가는 산책을 하다가 아주 기이한 기인을 만나기도 한다. 중랑천을 지나는데 징검다리 가운데 선 채 팔을 양옆으로 죽 펼치고 있는 작가 또래의 남성을 만난 것이다. 남성이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지래 겁을 먹은 작가는 36계 줄행랑을 친다.




P28 ? 징검다리를 건넌 뒤 미친 듯이 달렸다. 새-남자가 쫓아와서 독수리처럼 나를 낚아챌까봐 뒤통수가 시큰거렸다.



새-남자도 작가가 자신을 보고 도망가서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작가의 간장종지만한 대담함에 실실 쪼개면서 읽었다. 산책길에 새-남자와 작가의 대치상황이 엉뚱하고도 재밌었다.




이쯤해서 독후감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책은 시종일관 이런 식으로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위트있게 묘사한다. 오한기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아주 매력적인 에세이였다. 두고두고 소장하고 싶은 글이었다. 더불어 우리 동네에 내가 다니는 산책길도 첨부한다. 오랜만에 오한기 작가의 글을 읽으니 문득 그리고 싶어서 그려봤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y 2026.05.17. 신고 공감 7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아마도 소설가와 주인공이 서로의 경로를 묻고 묻히면서... 오한기, 산책하기 좋은 날
"아마도 소설가와 주인공이 서로의 경로를 묻고 묻히면서... 오한기, 산책하기 좋은 날" 내용보기
소설 《산책하기 좋은 날》은 영화사 컨텐츠 기획팀에서 일하는 내가 주인공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재택을 하는데 집구석에서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아침이면 카페로 출근을 한다. 일을 하다 점심을 카페에서 해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나머지 일을 하는 형태의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집중하여 일을 하느냐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고, 드문드문 아래와 같은 상념 메모를 끄
"아마도 소설가와 주인공이 서로의 경로를 묻고 묻히면서... 오한기, 산책하기 좋은 날" 내용보기

  소설 《산책하기 좋은 날》은 영화사 컨텐츠 기획팀에서 일하는 내가 주인공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재택을 하는데 집구석에서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아침이면 카페로 출근을 한다. 일을 하다 점심을 카페에서 해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나머지 일을 하는 형태의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집중하여 일을 하느냐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고, 드문드문 아래와 같은 상념 메모를 끄적이기도 한다.

 

  “뭐든지 대충 말하는 게 좋다. 하늘은 파랗다. 거리는 까맣고, 나무는 녹색이고, 사람들은 얼룩덜룩하다. 사람들의 생각도 얼룩덜룩할까.” (p.10)

 

  그러고 보니 나도 강남에 있는 직장에서 일을 할 때 번잡스러운 테헤란로의 경적 소리를 들으며 메모를 끄적이고는 했다. 비오는 날을 특히나 좋아했는데 십여 층 아래의 다양한 우산 색깔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거처도 서울의 북쪽으로 옮긴 어느 날, 그 건물이 리모델링 중 기둥에 크랙이 발견되어 붕괴 위험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카페에서 기획안을 끄적이다가 BLT샌드위치를 먹은 뒤 은행에 들러서 마이너스 통장 이용 기간을 연장했다. 그 뒤 마이너스 통장에 연결된 카드로 물을 샀는데, 존재하지 않는 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존재하지 않는 돈의 사용 기한을 연장하고 잠시나마 안심했다는 것도 왠지 섬뜩했다. 존재하지만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비트코인이 떠올랐고, 비트코인이 직관적으로 예술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유시민과 정재승의 비트코인에 대한 논쟁을 검색해서 살펴보다가, 예술, 정치, 철학의 미래보다 돈의 미래에 현대인들이 더욱 열을 올리는 현상이 기이하게 여겨지는 한편 한 시대가 져버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책에 나섰다...” (p.33)

 

  소설에는 여러 동네 이름이 등장한다. 적어보자면 이렇다. 묵동, 중화동, 상봉동, 이문동, 월계동, 학동, 송정동, 하계동, 중계동, 상계동, 당고개, 창동, 월곡동, 종암동, 공릉동, 응봉동, 금호동, 하왕십리동, 행당동, 신당동, 자양동, 광장동, 아천동... 능과 학교도 나오는데 어쨌든 동네만 따로 모아 보았다. 이문동 근처 경희중학교로 전학 온 것이 82년도이고 지금이 2022년이니 서울 생활도 어언 사십 년이니, 나열된 동네 이름이 대부분 익숙하다.

 

  “... 후배가 보낸 문자를 보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추측되는 바는 몇 가지 있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적진 않겠다.” (p.60)

 

  이문동, 월계동, 학동, 송정동, 상계동, 당고개를 챕터의 제목으로 삼는다면 나도 각각 한 꼭지 정도는 쓸 수 있다. 그 동네와 연계된 사연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서 썰을 풀 생각은 없다. 썰을 풀 생각도 없으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소설 속 위의 문장으로 답하리라. 물론 소설에선 ‘적지 않겠다’라고 하였지만, 그 앞에 마음껏 유추할 수 있는 문장 몇 개가 포진하고 있기는 하다.

 

  “... 공인중개사는 응봉동 말고도 금호동, 행당동, 하왕십리동, 신당동으로 나를 끌고 다니며 달동네 시절에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물갈이가 돼서 민도가 좋아졌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언제부터 여기 살았냐고 물었고 공인중개사는 평생 금호동에 살았다고 했다. 물갈이가 아직 덜 됐네요, 라고 말하려다 비아냥거리는 거 같아 집값이 많이 올라서 좋으시겠어요?라고 띄워주니 공인중개사는 만족하는 듯했다.” (p.101)

 

  소설을 자전적 소설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난감하다. 소설가 자신을 절대 모델로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설가가 주인공에게 주인공이 소설가에게, 서로의 경로를 묻고 묻히고 하면서 작성된 소설이 아닌가 싶다. 물론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산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으로부터 비롯된 영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의 직업이 영화사 컨텐츠 기획자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읽었다.

 


오한기 / 산책하기 좋은 날 / 현대문학 / 143쪽 / 2022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2.03.2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