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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가 저자로 신문에 연재했던 건축 관련 칼럼들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외국 유명 도시 건축과 우리나라 건축을 비교한 내용이 대부분인데, 가장 먼저 판교테크노밸리의 건축물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판교테크노밸리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멋진 건물들이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차바이오컴플렉스는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멘디니 디자인, 삼양디스커버리센터는 일본의 니켄세케이 디자인, 알파돔은 시애틀 아마존 캠퍼스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미국 본사 설계로 유명한 시애틀 건축설계사무소 NBBJ가 국내 희림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설계한 것이라 말한다. 특히 성남 판교의 한국타이어 본사는 새로운 일터 창조에 관심이 많은 노먼 포스터의 작품인데, 도시 공공공간과 건물 공적공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공간 아케이드 구조를 많이 활용했다고 말한다. 한때 대우가 국내 처음으로 포스터가 디자인한 본사 타워를 서울에 지으려 했지만 부도로 물거품이 되었고, 2016년에서야 한국타이어가 대전에 포스터가 디자인한 테크노돔을 선보였다고 말한다.
대전에 지은 테크노돔의 경우 180미터 길이의 중앙 아트리움이 아케이드처럼 4층까지 관통하고, 거대한 원형 지붕 천창에서 자연광이 쏟아지는 설계가 매우 인상적이라 설명한다. 판교테크노밸리와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MIT-캔들스퀘어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대학과 함께하는 혁신성장 모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곳에 가보았기에 해당 설명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MIT와 캔들스퀘어의 접점인 바사 스트리트 입구에 가면 그동안 MIT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면서, 왼편으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종이를 구긴 것 같은 모양의 스테이타 센터가 있고, 스테이타 센터 너머로 보이는 격자문양 건물이 부시 랩이며, 화이자 연구소와 모더나 본사 등 글로벌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소들이 여기에 들어서 있다고 말한다. 한편 시애틀과 시카고의 공공건축 모델을 우리나라가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계속 강조한다. 시애틀의 경우 강변과 천변에 있는 보트하우스는 치수의 중요성과 수변 공간의 유연성을 알려준다면서, 홍수 때마다 방류로 오수가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강변에 고속도로가 나 있는 우리나라 대도시의 건축 방식은 문제거리라고 지적한다.
시애틀의 공공 건축 사례에서 배울 점은 또 있다면서, 새로이 부상하는 기업이 공공 프로그램을 기업 캠퍼스에 삽입시키고, 도시의 시대적 요구를 상징기호로 남기게 유도해야 하며, 혁신지구는 외지에 홀로 서는 외딴섬이 아니라 자연환경 인프라(유니언 호수)와 문화 인프라(엑스포), 중심상업지구 인프라라는 삼각대 위에 접속해서 세워질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1893년 만국 박람회를 계기로 시카고를 재건한 건축가 버넘의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는데, 만국 박람회장에서 바다만 한 미시간 호수와 기존의 크고 작은 석호를 다듬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물길을 만들었다는 것, 수변을 따라서 상큼한 조경과 넉넉한 보도를 조성했다는 것, 물길 축을 따라 땅의 위계를 부여하고 공공건축을 세웠던 아이디어를 우리나라에도 적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광화문 광장의 경우 경복궁과 숭례문이 북남으로 자리 잡아 전통이 가치를 품위 있게 드러내고 있고, 실핏줄 조직 같은 아기자기한 도심 골목길이 광장 좌우로 무한히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청계천과 시청 광장과 공공 문화시설이 접속되어 있지만 부족한 것은 나무와 벤치, 카페 같은 공간이라 언급한다.
서울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팽창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은 그린벨트로 묶인 산들이 겹겹이라 수평 팽창의 걸림돌이 된다면서, 이러한 산지형 그린벨트보다 일상에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평지형 블루(물길) 벨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용산과 여의도는 공항에서 차를 타고 들어오면 마주하는 서울 초입으로 서울의 국제적 위상을 처음으로 대면하는 곳이라 이 두 곳에 세워지는 마천루는 패기와 힘의 결집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천루 땅으로는 사실 용산이 더 나은데, 그 이유는 강 변곡점에 세워지는 마천루들이 랜드마크가 될 확률이 높고, 남향 땅에 세워지는 마천루들이 태양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기 때문이라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서 찾아가 볼만한 건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주변 자연 환경의 차용과 대지 경사의 활용이 돋보여 건축가들이 최고 서원 건축으로 언급하고 있는 병산서원, 우리 전통 건축의 기단-지붕-담장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담양의 호시담 카페와 펜션, 전통 건축과 현대화를 모색한 이응노 미술관, 순교를 주제로 하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추천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