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뿐일까? 무언가 유지하는 데는 그것을 아끼는 어떤 이들의 마음과 그것을 받쳐 줄 희생이 수반된다. 가정의 화목함은 누군가의 배려와 이해와 희생이 후방에서 울타리를 치고 받들어 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95)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일만 하면 좋을 것 같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더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가치 있고 정의로운 일을 하면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134)
백 오피스는 프런트 오피스의 후방 업무를 해주는 것이다. 호텔의 얼굴인 프런트 오피스 뒤에서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호텔의 거의 모든 업무를 보좌하는 업무. 주목받고 화려한 직업은 배우지만 그들을 빛나게 하는 건 대다수를 차지하는 스텝인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이 어쩜 백 오피스는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혹은 당연한 일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
소설은 3명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에너지 관련 대기업인 태형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불황인 마이스 업계에서 보기 드문 대형 행사기에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행사를 이끌 세 사람이 정해졌다. 젊고 똑 부러지는 태형 기획실의 홍지영, 아이를 낳고 복직한 뒤 일이 최우선인, 하지만 남편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은 호텔 퀸스턴 백 오피스 지배인 강혜원, 작은 기획사 소속 임강이. 세 사람은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최고의 향사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의 기획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인가
엄마가 되고 나면 일이 최우선이 되면 안되는 걸까? 남자들은 아빠가 되고 나서 일이 최우선이 된다고, 이혼 통보를 받지 않지만 왜 여자는 이혼 통보를 받아야 할까? 물론 요즈음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가 더 적성에 맞느냐에 따라 아빠가 육아를 맡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엄마가 육아를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부성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왜 모성은 강조 받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 그때를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만약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본문의 글처럼 세상은 백 오피스들 덕분에 돌아가는 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일하지만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결혼, 일, 사랑, 승진, 동료 혹은 상사와의 마찰 등. 다양한 고민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떤 원칙과 규칙을 가지고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지... 완벽한 세상이 없고 완벽한 일이나 사람이 없다.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말자. |
|
소설 『백 오피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이 주연했던 워맨스 드라마 <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하 WWW) 로맨스보다 여성들의 일, 경쟁 그리고 워맨스가 전면에 부각되어 여성들에게 인기였던 드라마였다. 나 역시 그 드라마의 열렬한 시청자였다.
물론 『백오피스』는 드라마 《WWW》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모든 주인공이 IT 포털업체의 경쟁 및 협력하는 드라마이지만 소설 속에서의 여주인공 3인방은 호텔리어, 에너지 회사, 대형 행사 주관하는 MICE 업계 종사자등 세 명 모두 다른 직종의 근무자들이 하나의 큰 행사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이야기이다. 차이점은 또 있다. 드라마 《WWW》 에서는 남성들이 여성 주인공들을 돕는 역할에 그쳤다면 소설 속에서의 남성은 여전히 기득권 세력, 또한 여성들을 견제하는 역할로 그려진다.
육아휴직 후 호텔로 복귀하지만 동료에게 승진에서 뒤쳐지는 듯해 초조한 호텔리어 강혜원. 망해가는 듯한 행사 마이스 업계 아티스틱에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대형 행사 태형의 9억짜리 행사를 잡기 위해 필사적인 임강이.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지만 약삭빠르며 사내정치에 능한 오균성에게 기회를 빼앗기는 태형의 홍지영 대리.
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세 직종 모두 여성들을 향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보인다는 것. 호텔리어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여성 임원직은 존경하는 사수 박윤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태형의 홍지영 대리 또한 기획안이 통과하지만 오균성 또는 팀장에 의해 기획을 빼앗기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현실, 임강이 또한 대형 마이스회사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만 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 꼭 주최자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그들이 하나로 뭉친다. 남성과 기득권의 권모수술수에서 자신들이 주역이 되는 기회가 생기며 그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세 사람. 성공적인 행사 개최라는 목표는 같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까지 같을 수 없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의견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발짝씩 양보하며 연대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세 여성의 연대이지만 실패했을 때 그들의 연대가 가장 빛나 보인다는 점이 바로 하이라이트이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가 좋았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 주위에서 그들에게 그거 보라고 여자들은 안 된다고 비아냥될 때 이 삼인방은 서로를 일으켜 세운다. 또한 그들을 돕는 직장 동료는 다름아닌 여자 상사들과 동료들이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가슴 아픈 말들을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여성이 함께 일 때 여성의 자리가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우리의 후배들이 앞으로 나아갈 유리천장을 조금이라도 깨뜨릴 수 있음을. 『백오피스』에서는 주인공 삼인방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가만히 제자리에 있는 듯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말한다. 끝까지 가라고. 사수는 나를 밟고 가라며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고 동료는 너의 요구사항을 당당하게 밝히라고 등을 떠민다. 경쟁자이면서도 함께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남성들의 눈에는 그들이 현실에 졌다고 비웃는다. 여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비웃는다. 히자만 그들은 지지 않았다. 그들은 경쟁과 연대를 반복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일을 해 나갈 것이다. 진정한 워맨스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
|
사실은 처음에는 표지에 끌렸습니다. 귀여운데 조금은 우울해보이는 이 책에 끌리게 된 것이죠. 그러다가 알게된 사실은 최유안 작가님에 대한 히스토리였습니다. 많은 정보는 없지만 뚝심 있는 스토리로 유명하신 분이었습니다. 이 작가님을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스토리를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작가님은 굉장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소소하게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쓰시는 분이더라고요.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님만의 독특한 방식에 매료되어 한 번에 읽어버리게 되었습니다. |
|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한 권인 최유안 작가의 백 오피스에 대한 리뷰입니다. 백 오피스 및 이 책의 저자이신 최유안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해당 소설을 접하게 되었기에, 처음에는 솔직히 우려스러운 마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정말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백 오피스의 전반적인 내용이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담겨 있던 주제 의식 또한 무척이나 뛰어났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서 최유안 작가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확실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보니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던가 합니다.
|
|
회사를 배경으로 멋지게 활약하는 여자 주인공을 보고 싶었다.
아마도 2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볼 꼴, 못 볼 꼴을 보고 살아서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만난 소설이 [백 오피스]다.
에너지 대기업 태형의 이벤트가 중심 사건이다.
주인공들은 태형 기획실의 홍지영, 이벤트 기획사 아티스틱의 임강이, 호텔 퀸스턴 지배인 강혜원이다.
제목 ‘백 오피스’는 화려한 쇼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는 이들이 머무는 작은 공간을 말한다.
눈에 띄지 않는 백 오피스에서 바삐 일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 어떤 일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세 명의 여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강혜원은 태형의 이벤트를 통해 뒤처진 커리어를 만회하고 승진하고 싶지만, 만만치가 않다.
뻔뻔한 사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싶은 홍지영은 매 순간 갈등한다.
작은 기획사에서 마음에 드는 동료들과 일하는 것은 즐겁지만, 번번이 한계를 느끼던 임강이는 태형의 이벤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세 여자는 각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 과정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데 심리묘사가 섬세하면서도 탁월하다.
그리고 현실적이다.
저자 최유안 작가는 자신의 일터에서 경험한 것들과 취재를 통해 얻은 것들을 통해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캐릭터들의 복잡한 심리에 빠져들었다.
어떤 캐릭터는 내가 아는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다.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을 뽑아봤다.
[홍지영의 마음이 아주 조금,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움직였다. 내가 진심이라면 분명히 잡아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잡아 주지 않아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그러니까 저 아이가 언젠가는 혼자서 저 계단을 오를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모호한 기대와 희망이 색을 띄고 분명한 물성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p.102~103)]
변화와 성장의 과정은 시작점이 있다. 바로 이 순간이 그렇다.
[기회를 취할 때마다 무언가를 버려야 했다. 가족에게 쏟는 물리적인 시간, 관계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 같은 것. 강혜원이 그걸 버리고 싶었다는 게 아니다. 그게 중요하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다만 강혜원에게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도 일종의 욕망으로 비쳤다. 관계에 대한 욕망, 행복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욕망. 그들은 관계를 얻고 성취를 포기한 것 뿐이다. 다른 종류의 보람을 선택한 것이었다. 갈림길에 설 때마다 강혜원은 어떤 종류의 욕망이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더 우선하는지 선택했다. 강혜원에게도 일에 대한 성취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육아휴직도 하고 아이와 사건도 보냈다. 다만 지금 이 시간에는 그런 욕구들이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거다. 그게 왜 나쁜 건가.(p.134)]
워킹맘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진다. 우선순위, 선택, 포기라는 단어가 눈에 박힌다.
내가 회사 다닐 때 남자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예지만, 어떤 작자는 애 보기 싫다고 야근할 필요도 없는데 아내에게 거짓말하고 밥 먹고 당구 치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밤늦도록 놀다가 아이가 잠자리에 들 시간을 계산해서 퇴근했다. 심지어 남자의 아내는 직장을 다녔다.
오직 여자들, 워킹맘들만 발을 동동거렸다. 아이의 질병이나 사고로 곤경에 빠진 동료 워킹맘의 일을 도와준 적이 몇 번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그들의 표정은 많이 지쳐 있었다.
부디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을 모두 잘 해나갈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바란다. 사회적 인식과 조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일이라 쉽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일터에서는 적수도 친구도 없다. 일의 세계에서는 친해지는 법을 잊어야 편하다. 상처도 아픔도 고통도 없는 마음은 차라리 얼마나 무해한지.(p.139)]
맞다. 적수도 친구도 없다. 회사는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다.
회사 안은 ‘전쟁터’라는 드라마 대사는 있지만,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하지만 상처도, 아픔도 고통도 피할 수는 없었다.
[백 오피스]의 주인공들보다 전(前) 세대인 나는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한 집안에서 성장한데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에 취직했다.
강화유리로 된 유리천장이 분명 존재했으므로 적당히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맡은 일은 잘하고 싶었다. 내가 일을 맡으면 안심이 된다는 상사의 말이 빈말처럼 들려도 말이다.
번아웃이 오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더는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물러났다.
그래도 직장에서의 시간들은 아주 유용했다. 분명 나를 성장시켰다.
소설 [백 오피스]는 모처럼 예전 직장 생활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실감 나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사회생활에 매진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
그리고 모든 직장 여성들을 응원하고 싶다. 파이팅! |
|
일은 나에게 무엇이었더라. 쟁취해야 할 무언가, 내 삶을 지탱해 준 무엇, 유일하게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그러니까,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것, 내 삶의 의미. (138쪽) 한 편의 12부작 드라마 같은 소설이다. 친환경 대기업 태형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견제와 협력이 오가는 세 여성의이야기다. '일'과 '일터'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돋보여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호텔 프런트 뒤에서 마케팅, 객실 예약, 행사 개최를 당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혜원과 행사를 기획하게 된 강이, 대기업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된 지영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이었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공보다 실패에 있어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되는 이야기는 현실의 직장인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
|
백 오피스는 호텔 같은 근무지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프런트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들이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 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을 말한다. 인터넷으로 ‘백 오피스’를 찾아보니, 호텔 외에 증권가 등 금융 업계나 IT 업계에서도 백 오피스 개념으로 후방에서 지원부서를 운영하는 곳이 꽤 있었다. "저 끝에 환한 불빛은 뭔가요?" "백 오피스예요." 오피스라면 모를까 백 오피스는 낯설었다. 강혜원은 백 오피스가 프런트 오피스의 후방 업무를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의 얼굴인 프런트 오피스 뒤에서,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호텔의 거의 모든 업무를 보좌하는 곳이라는 거였다. (95)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군생활도 어쩌면 백 오피스 아니 백 아미(Back Military unit) 생활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내가 군 생활 했던 곳은 후방 지원부대 개념으로, 전방에서 보병으로, 기갑부대로 전투를 행하는 부대가 아니라, 각종 군용 물품을 보급하고, 정비하고, 차량을 지원하고, 못 쓰는 물품을 받아 정비창으로 가서 고쳐 오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이었다. 전투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뒤에 숨어서 물품을 보급해주는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군 생활의 추억도 떠 오르면서 왠지 모를 기시감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호텔의 백 오피스 매니저인 강혜원, 행사 기획을 주 사업으로 하는 기획사의 임강이, 비리로 실추된 이미지를 국제 행사를 통해 만회하려는 태형기업의 기획부서 홍지영 대리. 주인공 3인방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 그래서 책 전반에는 여성이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대화체 방식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 이면에는 한국이라는 기업에서 백 오피스처럼 살아가는 백 휴먼으로서의 여성의 삶을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를 비판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보여진다. (나는 그런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아직 그런 기업 문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회사는 책에서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는 사라졌고, 오히려 여성의 지위가 무척 향상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1장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팽팽한 긴장을 늦추지 않아 상당한 몰입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젊은 작가 최유안의 신선한 <백 오피스>는 나름 선방한 한 편의 소설이라고 평할 수 있다. 독자에게 새로운 소재(사실 호텔리어는 신선한 이야기 소재는 아니지만, 백 오피스 개념은 나름 신선했다.)를 제공해 지적인 호기심도 채워주었고, 태형 기업과 호텔, 기획사 주인공들의 서사도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다만 작가가 백 오피스에 초점을 두기보다 오히려 여성으로서 기업 조직 문화에서 당하는 차별적 요소를 더 우위에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제목이 오히려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백 오피스인데, 백 오피스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나 애환, 갈등 구조가 중심 서사에 포진하지 않고, 결국은 어린이집에 맡겨 놓은 자녀에게 미안하다, 눈물을 흘리는 서사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어서, 작가의 카메라 앵글 초점이 다소 어긋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어서 회사 생활이 더 팍팍하고 자존감에 생채기를 입는 부분은 호텔 매니저 강혜원도 역시 비켜가지 못한다. 남편과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등 가족이라는 공동체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일 때문에 가정을 포기했는데, 일도 틀어져 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무엇인가. 너만 잘되면 된다. 열심히 살았다. 그 말 때문에. 그 말 덕분에. 그 말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도 엄마가 원망스러울 때도 엄마에게 칭찬을 듣고 싶은 날에도 일을 했다. 잘되면 무엇이 되는 걸까. 그냥 아무렇게나 살아도 됐는데. 무너지고 찢기고 구부러져도 됐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223) 조마조마했던 일이 결국 터지고 책임이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 홍지영은 단단한 여자를 만난다. 그의 조언 한 마디가 진심이고 센서등처럼 밝다. 일이라는 게 이렇게 엉망진창이다. 사람 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실수하거나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이다. 큰 행사일수록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잘 모르고 넘어가서 그렇지 담당자들은 진땀 빼는 자잘한 일들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홍지영이 지나는 자리마다 비상계단의 센서등이 켜졌다. 불이 밝혀질 때마다 죄책감이 한 겹씩 늘어났다. 비상계단 끝은 밖으로 향하는 아파트 현관 크기의 철문이었다. 기억이 다시 그날로 돌아가 있었다. 기억난 사람은 뜻밖에도 마지막까지 연회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송라희였다. 침착하게 사람들의 동선을 정리하고, 초보 지배인들이 허둥지둥하지 않게 할 일을 정리해 주고,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 송라희가 작별 인사를 하며 홍지영에게 말했다. "홍 대리님. 힘내. 일이라는 게 사는 것처럼 이렇게 엉망진창이고 그래." 그의 눈은 진심이었다. (229) 이야기 서사와는 큰 관련이 없지만, 최근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읽으면서 알게 된 미술작가 ‘마크 로스코’. 그 때문에 <마크 로스코> 책도 샀는데, 마침 <백 오피스>에 스쳐 지나가듯이 마크 로스코 그림 얘기가 살짝 나온다. 반갑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마크 로스코의 그림에서 아직은 큰 감동을 맛보진 못하고 있다. 무채색 달항아리와는 잘 어우릴 그림이라는 생각은 든다. 화려하지 않은 단순함. 그 주변으로 무채색 달항아리와 회색과 흰색으로 채색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시되어 있다. (35)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이번엔 음악 이야기다. 글 중간에 가정과 일 중에서 일을 포기하고 가정을 지켜낸 사람으로 클라라 슈만 얘기가 나온다. 내가 성인이 되어 독서에 취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이 독서클럽이었는데, 당시 삼진기획이라는 출판사에서 독서 회원에 가입하면 매달 책을 보내주는 서비스에 가입했었다. 그때 나는 억지로 “클라라 슈만” “클라라와 브람스”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클라라의 음악, 슈만의 음악을 찾아 들으며 음악에 대한 내 식견도 넓혀갔다. 그래서 클라라 슈만 얘기가 나와 기쁘고 좋았다. "클라라 슈만은 남편의 사망 이후 작곡을 하지 않았어요. 많은 작곡가들은 슈만에 가려진 클라라의 재능을 안타까워했죠." ... 슈만의 사망 후에도 자신을 흠모하던 브람스에 대해 선을 그었던 것. 그 후에도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한 가장 노릇을 했던 것. 클라라는 남편이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살고 있었는데, 작곡쯤 하지 않았다고 비운의 여자가 될 필요까지야. (226)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본다. 단순히 경제적인 소득 외에 다른 가치가 있을까? 대부분 직장인은 어떤 가치를 붙잡고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을까. 가족과 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얼 선택해야 하지? 작가는 우리가 직장에서 ‘기회를 취할 때마다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가지는 시간이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 같은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워라벨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일에 대해, 가정에 대해, 책임과 의무에 대해 한번더 생각하게 하는 철학을 던져준다. 그럼 일이란 대체 뭐지.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일만 하면 좋을 것 같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더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가치 있고 정의로운 일을 하면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면 기회도 오고 삶의 방향도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기회를 취할 때마다 무언가를 버려야 했다. 가족에게 쏟는 물리적인 시간. 관계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 같은 것. (134) |
|
지금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행사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뭔가 감정이입되서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그런 면에서 엔딩이 현실적이라 찝찝하면서도 안타까웠달까. 그런 마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직장 배경에 여자 셋이 나온다는 이유로?)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가 생각났다. 아마 그들이 산 코인이 소설이 끝날때까지 폭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행사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겹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누구와 가장 닮았을까. 아마도 강혜원 두 스푼에 홍지영 한 스푼 정도? ;) 읽으면서 나는 누구와 닮았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