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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말순님의 소개로 알게된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하고도 <하늘 세트>에는 10권의 시집이 들어 있다.
해파리의 노래 김억
순서대로 읽어볼까, 했지만 조금은 낯선 <해파리의 노래>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파란색 표지가 시원스런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을 꺼내들었다. 시와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이기에 조금이라도 친근한 시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터였다.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조심스레 넘겨가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시 한 편을 만났다.
당신은
당신은 나를 보면 왜 늘 웃기만 하셔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나 날아서 당신의 입술을 스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중학교 시절 그저 알고 지냈던,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집이 근처였던데다 학교에 가는 방향이 같아 얼굴과 이름만 알고 지냈던(그것도 초등학교 동창의 친구라는 이유로), 아이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학교 축제라고, 와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짧은 글과 함께 적어 보낸 시가 바로 한용운 님의 '당신은'이었다. 그당시 대부분의 인연이 그러하듯(?) 그 아이와 나는 그 이후 꼭 한 번 마주쳤고 괜히 어색해하며 인사를 했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선물해 준 이 시는 종종 떠올라 나를 미소짓게 했다.
봄날, 오랜만의 시 한 편, 그리고 참 오래전의 기억 한 조각에 괜히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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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초록초록한 풍경과 잘 어울리는 청록집을 꺼내들었다.
시집의 제목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온 것인데, 이 때문에 이들 세 시인은 <청록파(靑鹿派)>라 불리게 되었다. (중략) <청록집>의 세 시인들은 모두 자연을 즐겨 노래한다. 그들은 자연에서 아름다움과 위안과 가치를 구했고 자연에 의탁해서 삶의 고달픔과 시련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연파>라고 불리기도 한다. p.78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마치 형제처럼 함께 불리는 그 이름과 시들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답가라도 하듯 서로의 이름이 적힌 시를 읽고 있으려니, 시간이 흐른 후에도 ‘청록파’라는 이름으로 ‘함께’ 남아있는 그들의 글이 부럽기도, 또 5월 봄날이 한층 푸르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그네 (박목월) -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지훈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완화삼 (玩花衫) (조지훈) - 목월에게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박목월과 조지훈의 시를 읽으며 ‘술 익는 강마을’이 어디였을지 궁금해하다가, 호젓한 강가, 술잔에 부딪히는 달빛에 취한 채로 곁에 없는 벗을 떠올렸을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하려니 문득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가 떠오르기도 한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꽃 사이에서 놓인 술 한 단지, 아는 사람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네. 달은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르는구나.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즐겁기가 모름지기 봄이 된 듯한데. 내가 노래하니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가 어지럽게 오가는구나. 술 깨었을 때는 함께 즐거움을 누리지만,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지니. 영원히 정이 끊어지지 않는 교유를 맺으며, 저 멀리 은하수 저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리.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80361&cid=41773&categoryId=503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