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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기만 해도 괜찮은, 그런 우연의 만남이 그립다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은, 그런 우연의 만남이 그립다" 내용보기
✏️ 여운이 남는 글귀…“행복을 나누는 것이 순간을 함께 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면, 아픔을 공유하는 것은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유대감을 만들어줘요.”(64쪽)✏️ 여운을 남기다…이야기는 17시 47분에서 시작하여 새벽 02시 33분에 끝난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생각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자주 가던 술집에 들른다. 아직 퇴근시간 전이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은, 그런 우연의 만남이 그립다" 내용보기
✏️ 여운이 남는 글귀…

“행복을 나누는 것이 순간을 함께 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면, 아픔을 공유하는 것은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유대감을 만들어줘요.”(64쪽)

✏️ 여운을 남기다…

이야기는 17시 47분에서 시작하여 새벽 02시 33분에 끝난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생각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자주 가던 술집에 들른다. 아직 퇴근시간 전이라 손님이 거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들어온다. 그곳에서 전에 몇 차례 만났던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다. 만났다고 해서 그 아저씨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저씨는 늘 미워했지만 그래도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는 아버지가 술은 한 방울도 대지 않는 이유를 말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의 제목인 올리브 탄피가 나온다. 예고 없이 다가온 우연한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이 예고 없이 떠나기 마련이다.

아저씨가 떠난 자리에서 홀로 지난날의 생각에 잠기는 사이에 술집에 들어올 때에 스쳐지나갔던 중년 여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말로 다가와서 “시간의 사도 되겠냐.”는 말로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고 나서 오늘 딸이 결혼을 했다는, 그것도 ’아마도‘라고 말한다. 왜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그녀는 딸과 사위가 함께 사는 것을 반겼다. 여운이 남는 글귀가 바로 결혼을 반긴 이유이다.

그녀가 떠나고 난 후에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젊어보이고,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않은(74쪽) 남자가 다가온다. 그 남자에게서는 도금되지 않은 쇠 냄새가 난다. 그 남자는 담뱃갑이라고 하기에는 얇은 철제통을 바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궁금하다. 쇠 냄새가 나는 이 남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저 얇은 철제통은 무엇인지. 그 남자는 철제통이 무엇인지를 말을 꺼내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 속에서 그에게서 나는 쇠 냄새는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된다.

그 남자가 떠난 새벽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아는 형이다. 형은 세놓은 집에서 홀로 죽은 307호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 속의 남자를 생각해본다. 지나가다가 스친 것이 다였는데, 그 남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혼자 살아야 했을까? 그 집을 청소하던 형은 죽기 전에 떠오른 것들,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후회를 남기지 않고 하나씩 다 해보려고 한다는 말로 통화를 끝낸다.

술집이 문을 닫을 즈음에 그곳을 나선다. 이 모든 것들은 약속이 되어 있거나, 계획에 있던 만남이 아니라 순전히 우연한 만남이다. 그저 술 한 잔을 가볍게 기울이면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이다. 이런 만남은 ’이름이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공감할 수 있는 눈빛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두 귀만 있으면 된다.‘(26쪽)

가끔은 이런 만남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지만 듣기만 해주는, 그래서 훈계질이 따르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은 조금 안다는 이유로 오지랖성의 조언을 넘어서 마음을 조종하려는 훈계질이 따른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안다고. 불편해지는 만남이다.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 그런 만남이 하고 싶다. 먼저 그럴려면 내가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않나 싶다.

리누 작가님은 2023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이 책과 함께 우연히 스치듯이 만났다. “싸인 해주세요. 작가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작가님이랑 나눈 말이라고는 이것 뿐. 아니지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했지. 이걸 두고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얼굴을 보고 말을 했으니 만남의 범주에 넣는 것으로 하자.

대형 도서전에 가면 대형 출판사에서 설치한 부스를 기웃거리는 것보다. 매대에 책을 펼쳐놓고 독자들을 기다리는 작가님을 만나는 것이 더 정겹다. 경제적인 여유가 허락한다면 그 분들의 책을 사서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여유있지 않는 경제는 늘 그렇듯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리누 작가님은 수원에서 ’그런의미에서‘라는 이름을 지닌 독립책방의 주인장이시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방문하고 싶다. 1년 6개월동안 책장에 묵혀두었다가 이제야 읽고 글을 올린다. 나의 바지런하지 못함을 탓해본다.

#리누 작가 #그런의미에서(2022)

YES마니아 : 플래티넘 p*******n 2025.03.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