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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창간호엔 반했다. 과학잡지 [에피]..
"일단 창간호엔 반했다. 과학잡지 [에피].." 내용보기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다. 과학비평 잡지라기에 대체 어떤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보았다. 위, 옆, 바깥, 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접두어 epi-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에피]는, 과학의 주위를 돌면서 그 복잡한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해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과학비평 잡지라고 한다. 우리는 의례 비평하면 문학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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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다. 과학비평 잡지라기에 대체 어떤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보았다. 위, 옆, 바깥, 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접두어 epi-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에피]는, 과학의 주위를 돌면서 그 복잡한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해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과학비평 잡지라고 한다. 우리는 의례 비평하면 문학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를 떠 올린다. 그래서일까? 비평이라는 말이 과학과 기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에피]는 과학과 기술에도 비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과학과 기술의 이모저모를 따져보고 헤아려보는 정도의 비평을 하겠다고 한다. 진리자체보다는 진리를 생산하는 과정, 편리자체보다는 편리를 실현하는 과정을 비평대상으로 삼아 과학이론의 맥락과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잡지는 크게 크리틱과 키워드, 컬쳐, 리뷰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틱 섹션에는 국내 필자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매체에 실린 글들 중 [에피]의 주제에 걸맞는 글들이 번역되어 실려 있다. 과학교과서에 실린 젠더편향성, 정치적 유행어로서의 4차산업혁명, 유전자변형 생물체에 대한 오해와 비난 등 과학기술 비평이라는 잡지의 본래목적에 충실한 글들이다. 나 역시 잡지를 읽으면서 그동안 과학이라는 사실에 무비판적이고 맥락을 따져보지 않고 수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혼자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에피] 창간호의 키워드는 가짜: 가짜는 거짓인가? 이다. 가짜뉴스, 허수와 가짜 구의 수학, 인조인간과 인간, 가짜식품, 문화재 복원, 창조과학 등 과학기술을 이용한 가짜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분명 가짜는 거짓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학에서 가짜는 허락된 가짜이기도 하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짜이기도 하고, 진짜가 되는 가짜도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창조과학과 같이 과학을 탈을 쓴 가짜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최근 가짜뉴스에서 출발한 가짜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키워드에 포함된 여러 글을 읽으면서 과학의 경우는 어떤 가를 생각해보고, 과학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역사가 유사과학, 사이비과학을 비판하는 역사였음을 세삼스럽게 알려주는 기획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밖에도 컬쳐섹션에는 과학만화와 SF 단편이, 리뷰 섹션에는 과학관련 작품에 대한 비평이 실려 있다.

 

   어렸을 때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과학잡지라는 것을 구독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몇 호 보지 못하고 관두었던 것 같다. 잡지 스스로 폐간되어서이기도 했고, 내가 굳이 그 잡지를 구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괜찮은 과학잡지 하나쯤은 구독하고 싶었는데 [에피] 창간호를 보니 마음이 동한다. 계간이라고 하니 2호가 발간될 12월이 기다려 지기도 한다. 2호를 읽고도 창간호를 읽은 마음과 같다면 아예 정기구독을 할까 싶다.

k*****1 2017.10.09. 신고 공감 4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