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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슬픔에 치인다. 시인이 풀어놓는 보따리에 슬픔의 줄기들이 끝도없이 쏟아져 나오고 어느순간 '노련하고 서늘한' 슬픔들이 옆에 있음을 깨닫는다. 읽는내내 가라앉았다.
입을 닫고("나는 오늘 말이 없다", 오늘), 귀를 환각하고(이석), 통증으로 생을 증명("통증은 생을 이어 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지독한 위로)하는 "헤어진 곳에서 다시 헤어지"(파묘)는 과정. 그렇게 게워 내고 또 게워 내면 구원(이석)에 이를 수 있을까.
멀어지고, 침묵하며 언제나 슬픔의 종착역을 찾아 헤매지만 사라지는 것들, 얼룩덜룩 늙어가는 것들, 어릴적 결핍을 채웠던 소소한 것들에 시인의 시선은 닿아있다. 그래서 멀어지고 침묵하겠다는 단단한 작가의 각오가 슬픔의 보따리와 함께 묶여있다.
작가의 다짐으로 읽히는 <기록에 관하여>. 작가가 주워 모은 무거운 탄식들을 기꺼이 들어주겠다고 '들어줄 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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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에서는 "너무 많은 마음을 들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꼭 어지럼증이 찾아온다"라는 구절에 공감되었다. 마음이 힘들거나 피곤할때 주로 걸리는 병이니까. <미용실에서>는 가위질 소리를 흉내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파마가운을 입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가 그리울 때면 머리를 하며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시인님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닭개장>을 읽고 입안 가득 고이는 침에 당장이라도 우리엄마에게 닭개장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들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나서 항상 아이의 밥을 걱정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니 "밥을 지으면서 엄마가 된다" 라는 시구에 십분 공감이 갔다. <순두부의 기억>에서는 순두부의 속살을 적당하게 잘 표현한 시라 몇번이고 다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뜨겁고 뭉클한 것"이라는 구절을 보고 나도 몸이 아플때 마음이 힘들때 순두부를 꼭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표지에 있는 자그마한 의자에 마음이 힘들때마다 꼭 쉬어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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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도 슬픔에 빚지며 살았다.'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슬픔에 빚을 진다ㆍㆍㆍ 그래. 그 빚을 슬픔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발버둥치며 늘상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며 살고 있구나. '기억에 대한 간헐적인 불성실함이 나를 살게 했다.' 또 생각에 잠겼다. 그래. 때때로 세월이 내 슬픔을 간헐적으로 사라지게 하므로 삶이 슬픔에만 몰입하지 않는구나. '소녀를 팔아 너를 낳은 가여운 엄마' 엄마는 언제나 가엽고, 아프지... 나도 어느새 가여운 엄마. 하지만 나는 너에게 가엽고 싶지 않구나. 슬픔에 빚지며ㆍ때로 그 불성실함에 기대며ㆍ잘 다독여진 슬픔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받아들인 슬픔이 마흔의 나를 이루었음을 견뎌낸 삶의 힘듦의 정도는 이제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인의 시들에 감사함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