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화가 바이올린을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이 처음으로 LP 레코드로 워너에서 발매되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oyal Concertgebouworkest)과의 1989년 실황 연주이며,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1990년 스튜디오 녹음이다. 지휘자는 모두 클라우스 텐슈테트(Klaus Tennstedt)가 맡았다. 처음에는 EMI 로고로 CD로만 발매되었는데, 이번에 워너에서 LP로 처음 발매된 것이다. LP로는 처음 발매된 음원이고, 또 정경화와 텐슈테트의 조합이 어떨지 궁금해서 구입했다. 아직 해당 판에 대한 자세한 리뷰가 없는데, 오늘 두 장의 판을 모두 감상해본 느낌을 적어본다. (1) 2016년에 워너에서 나온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보다 바이올린의 음색을 잘 포착한 녹음이다. 홀 톤의 느낌 때문인지 바흐 연주에서는 바이올린의 음색이 그다지 아름답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주에서는 (최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잘 담아낸 것 같다. (2) 지휘자 클라우스 텐슈테트의 반주가 훌륭하게 느껴졌다. 특히,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관현악 반주가 훌륭했다. (3) EMI 특유의 약간 답답한 녹음 스타일은 여기서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그러나 앰프의 TONE 버튼과 BASS 버튼을 조정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 같다. 그래도 다른 EMI 녹음들보다 녹음 엔지니어들이 신경을 많이 썼는지, 약간의 앰프 세팅으로 괜찮게 잘 들린다. 베토벤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는 워낙 뛰어난 작품들이므로 훌륭한 작품들을 좋은 연주로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 몇 번 더 즐겁게 감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LP 품질에 대한 의견을 몇 자 적어본다. (1) 다른 분들도 지적한 것처럼 이 LP 자켓은 게이트폴더형이 아니다. 그냥 한 장짜리 담는 자켓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두 장을 넣을 수 있도록 폭이 약간 두껍게 만들어져 있다. 현재 제품에 대한 YES24의 공지 내용을 보면, 자켓 상단이 몇 cm 터져 있다고 되어 있는데, 막상 구입해보니 왜 터져 있는지, 왜 터질 수 밖에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자켓이 약간 두껍게 제작되어 있지만, 자켓 종이가 옛날 LP들처럼 코팅이 되어 있거나 종이의 질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조금이라도 눌리면 터지기 쉽게 생겼다. 터진 게 싫어서 '알XX'을 통해서 구입했는데, 역시 똑같이 상단이 터져 있다. 아마 현재 남은 재고들은 다 터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심하게 파손된 것도 아니라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2) LP 프레싱은 우수한 편이다. 판도 휘어지지 않았고, 가운데 구멍 위치도 정확하게 잘 뚫어놓아서 회전할 때 카트리지가 좌우로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다. 특이한 점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이 담긴 두 번째 LP인데, 특히, 3악장만 컷팅된 네 번째 면을 보면 이렇게 음구(그루브) 간격을 넓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컷팅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네 번째 면 컷팅을 한 장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LP 컷팅의 진기한 사례로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3) 품질 관리 측면에서 약간 의심스러운 점이 보인다. 일단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부분에 프레싱 오류가 있다. 아주 소소한 오류이긴 하지만, 3회 정도 지글거림이 들릴 정도의 성형 오류가 있다. 예전 아날로그포닉에서 일정 시기에 발매했던 번스타인의 말러 LP들에서 접했던 문제이다. 이런 문제로 교환해주지도 않겠지만, 아마 교환한다고 해도 아마 일정 부분 생산량에서도 동일한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크게 잡음이 나는 것도 아니고, 3회 정도 지글거리면서 넘어가는 정도라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구입한 LP에는 LP 주변을 다듬으면서 잘려나간 머리카락처럼 생긴 LP 찌꺼기가 LP에 붙어 있다가 눌리면서 살짝 스크래치가 생겼다. 해당 구간 재생 시 약간의 잡음이 나지만, 역시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런 점들로 추정해볼 때, 아주 세심하게 품질관리가 된 LP로 평가하긴 어려웠다. (4) 그리고 자켓의 인쇄 상태가 마음에 안 든다. CD보다 LP 자켓이 큰 만큼, 큰 자켓에 어울리는 선명한 이미지의 사진을 활용하여 자켓을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최소한 이미지의 색조를 보정해서 다지인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실황은 1989년 12월에 열렸던 실황을 담고 있는데, 같은 해 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럽은 변화와 흥분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던 시기였다. 그 때 정경화 님께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유럽 청중들 앞에서 연주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특별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곡이 끝난 후, 울려퍼지는 청중들의 박수 소리가 그 때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이런 여러 가지 점들로 볼 때, 이 LP는 구입해서 들어볼만한 음반이라고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