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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면서 감귤나무를 돌보고 꽃을 하고 있는 저자 덕분에 제주의 계절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책을 읽었다. 계절이란 게 꼭 제주의 계절은 아니지만 남쪽 끝에 위치한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주는 분위기가 남다른 게 특징이며,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자연을 표현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숨 쉬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보듯 편안한 문장에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귤을 따는 일, 음악을 듣는 일, 제주에서의 아침을 맞이하는 일, 강아지와의 산책, 주변 지인들과의 대화가 담겨있다. 바람과 바다, 태풍과, 따뜻함, 여름과 더위 그리고 꽃과 벌레들이 일상의 배경이 되어 계절감이 느껴진다. 계절은 노래하듯이라는 제목이 무척 잘 어울린 책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이면서도 입하인 오늘은 여름의 무턱에서 순백색의 귤꽃이 만개해 농원인 하얗게 빛나는 날이라고 한다. 나의 입하와 저자의 입하는 다르지만 같고 또 의미 있다. 이렇듯 책 속에는 입춘, 처서, 동지까지 달력에 적혀있지만 특별함을 모른 채 무심코 지나가는 계절의 사인을 포착하고 제주의 자연으로 표현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건 회색 시멘트 벽의 빌딩 숲 사이, 앞만 보고 달리는 바쁜 일상에 잠시 쉬어가는 쉼표 같은 책. 맑은 날씨에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읽기 좋은 책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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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나무를 돌보고 가꾸며 살아있는 것들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제주 생활의 계절을 기록한 에세이 『계절은 노래하듯이』 소란하지 않다. 너무나 잔잔한 바람이 일렁이는 것 같다. 계절의 풍경이 편안하다. 친환경으로 짓는 농사에 벌레의 출현은 매번 괴롭고 힘든일이지만 자연에게 감사하고 자연의 속도에 발맞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너무 바쁘게만 지나가는 하루하루. 그런 일상과 너무 다른 편안함에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지만 마음이 차분해 지는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노래하듯 계절을 담은 『계절은 노래하듯이』 .. 차분하고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표지도 한몫한 이 책의 편안함이 좋았다.
■ 책 속 문장 Pick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나.. 머리속을 좀 비워내고 싶을 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찾는다면 펼쳐보기를.. :D
#계절은노래하듯이 #오하나 #미디어창비 #에세이 #에세이추천 #오하나에세이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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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소한부터 2021년 12월 동지까지 꼬박 일 년동안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하나, 둘, 셋 하고 모은 푸르고 고운 것들을 글로 꿰어 전합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일으키는 계절과 바람의 리듬에 맞춰서 세세하게 움직이는 만물의 순간을 포착하며 제가 얻은 건 밝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유는 자연이 늘 환하고 다정해서가 아니라 때론 매섭고 생명을 앗아갈 만큼 가차없더라도 모든 순간이 진실한 데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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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우리가 할 일이란 곁에 있는 존재에 기대에 마음을 회복하기
1년을 주기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일으키는 계절의 변화. 절기에 맞춰 일어나는 그 신비로운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사는 삶을 나는 늘 동경하고 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주변을 산책하고 사색하며 자연을 벗 삼아 지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래도 부족한 마음이 들어 시골로 가고 싶단 생각을 종종 하지만 아직은 다 내려두고 실행에 옮기기엔 욕심이 많은 건지 용기가 부족한 건지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럴 때면 다른 이들의 생활을 엿보며 대리만족을 하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도 그런 내 마음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아늑한 숲과 투명한 바다, 싱그러운 귤나무의 소식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오하나 시인의 싱어송라이터인 남편 윤석, 반려견 보현 그리고 고양이 자두와 황두, 멧비둘기 바비와 루시와 함께 제주 북서쪽 바닷가에서의 1년의 기록이 담겨 있다. 24절기에 맞춰 변화하는 계절과 바람의 리듬에 맞춰 세세하게 움직이는 만물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또한 시골살이의 로망을 가차 없이 무너뜨리기도 했는데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고요한 평화를 얻는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귤 농원을 운영하는 오하나 시인의 일상은 새벽부터 귤밭에 나가 벌레에 물리고 고된 노동을 해야 하며, 과실을 탐내는 새들과의 전쟁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상을 세심한 눈길로 관찰하여 얻은 건 무엇이었을까. 바로 밝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연이 늘 환하고 다정해서가 아니라 때론 매섭고 생명을 앗아갈 만큼 가차없더라도 모든 순간이 진실한 데 있는 듯하다는 오하나 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기에 시골살이는 고되긴 해도 소소한 즐거움이 늘 함께 한다.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것 이상으로 많은 걸 가르쳐주는 귤나무 선생님, 집 마당 나무에 늘 둥지를 틀어오는 멧비둘기들, 끼니를 챙겨줘 고맙다고 쥐를 물고와 보은하는 고양이 황두이야기에 흐뭇한 웃음 지으며 읽었다.
12월이면 귤을 수확해 주문해 준 이들에게 보내고 방학을 맞는다.
그럴 때면 다가올 일 년이라는 노트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한다.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는 일, 매일 달라지는 하늘색과 구름 모양, 바람 냄새를 눈치채는 일을 통해 각자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귀 기울여 관찰하고 그걸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런 일들로 채워진 노트는 훗날 자신에게 살아갈 힘으로 되돌아오리라는 구절을 읽으며 내가 하고 있던 것들 역시 나에게 같은 힘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반가움을 느꼈고, 의심 없이 하던 대로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고, 유한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 유한함 속에서 내가 선택하고 지켜낼 것이 있다. 그리고 언제든 생각지도 못할 일이 일어나 절망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절망의 이면에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타인의 삶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다.
늘 밝은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오늘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리고 앞으로도 잊지 않아야 하는 일이라는 것. 조약돌 모으듯 마음속에 오래 간직할 소중한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나가며 지내기. 그리고 다가올 겨울엔 오하나 시인이 농사지은 귤을 나도 주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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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일 년이라는 빈 노트를 나는 무엇으로 채울까.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는 일. 바람을 타고 여행 중인 씨앗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일. 매일매일 달라지는 하늘의 색과 구름 모양, 바람의 냄새를 눈치채는 일. 새를 바라보는 일. 나무와 함께 흔들리는 일. 감추어져 있지 않으나 작고 가만해서 지나치기도, 없다고 착각하기도 쉬운 것에, 하지만 각자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높고 위대하게 세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에 마음을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그들과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일. 그런 일들로 채워진 노트는 훗날 나 자신에게 살아갈 힘으로 반드시 되돌아오리라. _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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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귤나무를 키우며 음악 하는 남편과 강아지 보현과 함께 사는 오하나 작가의 제주살이 에세이 <계절은 노래하듯이>.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 같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농부는 농부의 달력이 있다고 하죠. 24절기 계절의 흐름에 맞춰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농부의 삶이 <계절은 노래하듯이>에 담겨 있습니다. 제주 북서쪽 바다를 면하고 있는 20년 넘은 집은 싸늘한 공기를 품고 있지만, 계절과 시간대와 기분에 맞춰 음악을 선곡해 뜨거운 보이차 한 잔으로 새벽을 여는 하루는 상쾌하다 못해 청명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강원도 산간에 온 것처럼 눈이 쏟아진 소한. 올해는 무엇으로 빈 노트를 채울까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눈이 내리면 비로소 고요하게 드러나는 흔적들을 보면서 새하얀 제주를 산책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지만 아직은 겨울방학입니다. 귤 수확을 마친 후 봄이 찾아오기 전까지 농부에게 주어지는 더없이 달콤한 시간입니다. 숙제 같은 집안일도 최대한 미루면서 내키는 대로 산책을 떠나고 운동도 하고 원 없이 음악도 듣고 부지런히 책도 읽습니다.
이 꿀같은 시간도 봄기운이 도는 우수를 지나고 나면 슬슬 끝이 납니다. 경칩이 되면 본격적인 농사 준비가 시작됩니다. 개학을 하는 날인 셈이죠. 남편과 보현과 농원으로 향합니다. 모진 날씨에 귤나무 한 그루가 죽었지만,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앞을 보는 연습을 하게 해주니 자연이 가르쳐주는 것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자연의 리듬에 사는 농부의 삶은 자연에 맞춰서 살아가는 식물들로부터 수많은 지혜를 얻는 삶이기도 합니다. 죽을 것만 같았던 배나무가 생존해 있기도 하고, 잠시 내버려 둬도 알아서 몸을 챙기는 귤나무들로부터 독립심과 어른스러움을 배우기도 합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새벽부터 우는 수컷 재비의 노랫소리로 하루를 맞이하고, 농원의 귤나무에도 귤꽃이 피어 그윽한 향기로 가득해집니다. 낮이 점점 길어지는 하지가 되면 멧비둘기들이 찾아옵니다. 멧비둘기 가족을 시작으로 모진 태풍 속에서 형제를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멧비둘기까지, 이곳은 어느새 멧비둘기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열대야로 밤잠을 뒤척이는 계절이 되면 쌍살벌에 쏘이는 액땜을 거하게 하기도 합니다. 귤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 안쪽에 집 짓는 걸 좋아하는 쌍살벌이어서 어쩔 수 없이 매년 고생입니다. 그렇다고 덩굴을 무작정 안 좋은 식물로 취급하기도 애매합니다. 오히려 방제할 필요 없이 깨끗한 나무가 많다는데, 쌍살벌이 해충을 잡아먹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펼쳐봅니다.
가을장마에는 풋귤이 알차게 영글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고, 가장 맛있는 귤만 골라 먹는 멧비둘기들이 얄밉기도 하지만, 귤을 거두는 작업을 클리어하면 한없이 밀려오는 안도감과 감사함에 폭 파묻히기도 합니다.
독자에게까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힐링 마력을 가진 <계절은 노래하듯이>.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다가 보은을 수없이 받기도 하고,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기도 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루하루 어우러져 살아가는 오하나 작가의 슬로라이프. 귀농을 택한 용기와 도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그들의 삶을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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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오하나 펴낸 곳: 미디어창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가 손짓하는 푸른 제주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곳에서 보내는 1년 열두 달의 삶은 어떨까? 육지에서의 삶과는 사뭇 다른 매일이 펼쳐질 것 같은 환상의 섬. 슈퍼스타 이효리의 제주살이가 방송을 통해 워낙 강렬하게 각인된 터라, 다른 모습을 선뜻 떠올리긴 어렵지만 분명 그곳에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매일이 펼쳐지고 있다. 오늘은 그 특별한 인생을 간접 체험할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제주에서의 소박하고 담백한 슬로 라이프를 담아낸 에세이 《계절은 노래하듯이》. 그 따스한 이야기가 푸른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오색빛깔 조약돌처럼 반짝이며 내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자연을 벗 삼아 감사하며 살아가는 1년 열두 달의 이야기!
12월이 되면 제주 농원엔 탱글탱글한 주황색 귤이 탐스럽게 달린 특별한 크리스마스 풍경이 펼쳐진다. 정성들여 키운 귤을 수확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은 그간의 노고로 일군 성과를 자축하는 시간이자 곧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는 설레는 순간이다. 제주에서 귤나무와 함께하는 시인 오하나의 1년 열두 달의 기록. 여러 건의 배송 실수를 유쾌하게 봐준 귤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 티 없고 순진하여 웃음이 났다. 어쩜 이렇게 때가 안 묻었을까? 인생을 함께할 짝꿍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라더니, 음악을 하는 남편분 역시 참 수더분하다. 태풍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어린 멧비둘기에 가슴 아파하고, 이기적인 누군가의 만행으로 꺾일뻔한 배나무를 살뜰하게 챙긴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 부부에게 생쥐를 물어다 주며 보은하는 고양이, 다 자란 후 짝꿍을 데리고 옛 둥지로 돌아온 멧비둘기. 이심전심 오가는 마음속에 스민 따스한 배려와 애정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훈훈하구나 싶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나아가 세상사는, 누군가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싸여 지탱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계절은 노래하듯이》 p21 중에서...
잔잔하게 스며드는 따스한 순간의 기록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하듯 차분하게 담아낸 글. 눈 내린 삼나무숲에서 반려견 보현이와 행복한 추억을 쌓고, 봄이 되면 자연이 뿜어내는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고, 여름이면 순백색의 귤꽃이 만개한 농원에서 계절의 향기를 음미하며, 가을엔 초록색 행성처럼 대롱대롱 달린 청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다시 겨울이 되면 귤을 수확하며 한 해를 감사하게 마무리한다.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할 순 없겠지만, 이 책에 담긴 모든 순간이 참 아름답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쁜 하루 중 잠시 눈에 들어온 파란 하늘에 감탄하듯, 제주에서의 하루하루는 잘 영근 열매처럼 싱그럽고 향긋했다. 노래하듯 담아낸 그 계절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어 더없이 달곰했던 에세이!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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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제주에서 산다는 것
요즘 제주앓이 제주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는 시골에 살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댁이 제주도인지라 제주에 큰 로망은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주를 담은 에세이 <계절은 노래하듯이>는 이런 나에게도 제주라는 공간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편안하고 담백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귤농사를 짓고 인위적이 아닌 자연의 순리대로 사계절을 살아가는 시인의 가족 이야기가 슬로 라이프라고나 할까 느리게 흘러가는 그 시간의 리듬을 되찾아 주었기 떄문이었다.
02 겨울
연일 눈보라가 몰아친다. ..우리 집은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카디건을 두르고 마루로 나가 뜨거운 물로 보이차를 내려서 남편과 마주 앉아 음악을 듣는다.
읽다보면 자연스래 마음에 그려지는 풍경이 있는 책들이 있다. <계절은 노래하듯이>도 그런 책으로 특히 시인이 쓴 에세이라 그런지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그 눈빛이 빛나는 책이라 좋았다.
휘파람을 불듯이 불어오는 겨울 바람. 따뜻하고 포근한 트럼본 연주. 도란도란 앉아 아무 말도 없이 편안하게 보내는 풍요로운 시간들. 저자가 담은 제주 겨울의 풍경은 읽다보면 제주에서 저렇게 힐링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화로 난로에 불을 지피면 작은 방 정도 되는 오두막 안이 금세 훈훈해지고 친구의 볼은 사과처럼 빠알갛게 달아올랐다.
각자 싸온 차와 커피, 군고구마, 상처 난 귤 따위를 주섬주섬 꺼내놓고 나눠먹는 사이에... -<계절은 노래하듯이> 20p-
03 봄
하루의 절반은 밤, 절반은 낮인 춘분이 지나면 그때부터 낮은 점점 길어지고 밤은 딱 그만큼 짧아진다는 걸 꽃나무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지금 대단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에 틀림없다. -<계절은 노래하듯이> 50p-
지금 5월을 향해가는 봄에 대한 이야기는 꽃과 가족에 대한 찬사다. 저자는 꽃이 금방 피는 것, 그새 지는 걸 꽃들이 빨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하루 중 대부분 딴생각을 하며 보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꽃을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것.
또한 남편에 대한 달콤한 이야기도 살짝 꺼내어 내어놓는다.
남편은 이 무렵에 태어났다. 그래서일까, 남편은 밤과 낮을 절반씩 품고 있는 사람같다. 감성정기면서 이성적이고, 늘 꿈꾸면서 현실감각을 절대로 잃지 않는다. -<계절은 노래하듯이> 56p-
충만한 봄의 풍경. 피어나는 꽃들이 있고 살뜰하게 아끼는 가족이 있고 밤과 낮의 경계에 서서 밤을 껴안아 낮 쪽으로 노래하듯이, 식탁 위에 꽃아둔 유채꽃을 바라보며 흥겨워 행복을 노래하듯이. 그런 시인의 하루하루가 달콤하게 담긴 꽃향기가 밀려나오는 봄의 에세이. 지금 계절에 딱 읽기 좋은 제주의 봄풍경을 바라보니 그저 좋았다.
04 귤 수확
한편 저자는 제주에서 남편과 귤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귤을 수확하고 판매하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도 많다. 책의 마지막쯤에, 저자는 귤을 거두는 12월, 커다란 무지개를 만나게 된다.
"저런 무지개는 태어나서 처음 보네. 이름이 있을까? "있다는데! 저건 수확직전 무지개래. 수확 직전에 저 무지개를 만나면 열매 맛이 더 깊어진대. 그리고 한 알도 빠짐없이 온전하게 사람들 품에 안긴대." -<계절은 노래하듯이> 201p-
이런 알콩달콩한 부부의 대화. 마치 제주 풋귤의 향기로운 향내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것 같은 이야기들. 지금은 비록 계절이 여름을 향하고 있지만 언젠가 귤의 계절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녀가 수확한 귤을 한아름 들고 하나씩 천천히 껍질을 벗겨내어 아들과 꺄르륵 웃으면서 읽고 싶은 그런 따뜻한 에세이였다.
제주와 귤과 가족을 사랑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힐링책이다.
*이 리뷰는 책을 증정받고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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