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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속상했다. 왜 세상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한없이 박할까? 약한 사람의 진심은 왜 제대로 통하기 어려울까? 누군가가 잡 뒤셀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졌거나, 아니면 조금만이라도 친절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했다.
동화를 배우면서, 그리고 요즘 동화책을 주로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짧은 아이들의 이야기책 속에 세상이 그대로 비쳐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거다. 어쩌면 길고 긴 평론이나, 소설, 에세이 같은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전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툭하고 건드리는 이야기가 오래 기억난다.
이 책에서 잡 뒤셀은 말 그대로 집도 없고, 낡은 배를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단 2명만 알고 있다고 했다. 바로 그의 아내와 프리츠이다. 잡은 낚시질해서 번 돈과, 사람들이 모자에 던져주는 동전으로 먹고 사는 노인이고, 그의 아내는 마을에 나가서 일을 하고 적은 돈을 벌거나, 매일 허탕을 친다. 가난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잡 뒤셀에게 프리츠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어렸을 때 다리를 다쳐서 한쪽 다리의 무릎 아래가 없는 프리츠는 자기방 창문에서 잡의 집과, 잡이 하는 일을 보다가 어느날 그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 그리고 잡 뒤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프리츠가 선생님이라고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모자가 있어서라고.
프리츠는 뒤셀 부부가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것을 보는 때에는 먹을 것을 몰래 배에 가져다 놓는다. 잡은 그것을 알고 프리츠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잡의 배가 밤에 번쩍이는 빛을 내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 프리츠는 유심히 보다가 잡이 이상한 까만 얼굴로 변한 것을 보게 된다. 잡의 배에는 어떤 일이 생긴 걸까?
잡이 다리가 불편한 프리츠를 위한 자전거를 만들어 주었을 때 문득 자전거를 훔쳤냐고 물어본다. “프리츠, 어떤 경우에는 믿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단다. 네가 진심으로 확신한다는 게 필요해.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너만은 확실하게 믿어 주었으면 좋겠구나.”
잡은 프리츠에게 고물을 수선하는 자신의 배 안 공간을 보여준다. 번쩍번쩍 하던 배의 불빛은 잡이 용접을 하던 불빛이었다. 프리츠는 기쁘게 자전거를 타게 되고, 이 자전거로 인해 큰 사건을 겪게 된다. 자전거 때문에 다리가 불편하게 된 프리츠의 엄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본 것이다. 엄마의 비명같은 소리를 듣고 넘어지면서 크게 다친 프리츠.
결국 잡은 경찰에 잡혀가면서 배 안에 있던 모든 낡은 바퀴와, 용접기구 들을 빼앗기고 만다. 잡이 오지 못하는 동안 일을 얻지 못한 부인 안체는 배가 고파서 아끼던 황새의 새끼라도 먹으려고 사다리를 놓고 올라간다. 잡 부부가 없는 살림에도 가끔 교회 탑에 살고 있는 황새부부와 새끼를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하기도 어렵다.
“얘야, 저 탑에 있는 두 마리 황새를 봐. 내가 물고기를 갖다 주면 언제나 한 마리가 그걸 가지려 내려온단다. 하지만 결코 그걸 먹지 않아. 부리에 물고는 둥지까지 올라깆. 그러고 나서 자기 짝에게 그걸 준단다. 새끼가 태어난 이후로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 내가 말하고 싶은건, 그러니까 안채가 웃으면 먹을 것이 없어도 해 질 녘이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는 거야. 요즘 들어 안체가 더 많이 웃어. 프리츠, 그건 너 때문이야.”
잡이 자전거를 선물하기 전에 했던 말이다.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 이렇게 프리츠가 고마웠던 것은 먹을 것을 갖다 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뒤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어서 그런 거였다. 다른 사람들이 도둑이나, 마법사라고 부를 때 프리츠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어쩌면, 무언가 불편하고 어려운 것을 경험한 프리츠이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배고픔 때문에 황새에게 갔던 부인과, 얼마 뒤에 같은 이유로 황새 둥지에 사다리를 가지고 갔던 잡 모두 황새 둥지에 남게 되면서 황새로 변한다. 정확한 묘사는 아니지만 그렇게 이해되니 더 슬펐다. 심하게 다쳐서 말도 할 수 없고, 걸을 수도 없는 프리츠가 방에서 창문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잡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모든 과정을 알게 된다.
프리츠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배로 갔을 때 배 옆에 걸려 있던 밧줄을 끌어 당겨 자전거를 찾아낸다. 그 때 황새 한 마리가 내려와서 자전거의 페달 벨트를 건드린다. 예전 잡이 프리츠에게 강조했던 페달 멜트 말이다. 이 황새는 잡이 틀림없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를 위해 만들어 준 자전거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황새가 친구를 만나려고 날아오르는 동안 살면서 사건들이 일어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던 말도 분명히 기억났다. 비록 믿을 수 없는 일일지라도.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가슴을 토닥였다. 황새로 변한 잡 아저씨 부부는 행복했을까? 잡 아저씨에게 손 내밀었던 프리츠가 겪은 일들이 가슴 아팠지만, 어쩌면 잡 아저씨는 아내와 함께 황새로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가에 눈물을 닦으면서 다시 생각했다. 프리츠도, 잡아저씨 부부도 서로에게 힘이 되었을거라고. 어쩌면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