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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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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전영애 교수님한테 여백서원에서 라이너 쿤체 시인의 청혼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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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전영애 교수님한테 여백서원에서 라이너 쿤체 시인의 청혼 이야기를 들었다. 국경이 삼엄했던 냉전 시절, 동독 라디오에서 쿤체 시인이 읽은 시를 듣고 체코에서 보내온 편지로 시작하여 400여 통의 편지가 오간 후 만나보지 못한 채로 청혼했고 이후 험난한 세월을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편지가 얼마나 곡진했으며 상대에 대한 믿음이 절절했는지 만나보지 않고 청혼하고 혼인까지 이어갔을까. 라이너 쿤체 시인도 그렇고 시인과 혼인한 엘리자베트 쿤체도 참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하니 교수님은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든 이들 중 가장 아름답게 노년까지 사랑을 이어가는 분들이라고 기껍게 말한다.

 

쿤체 시인의 아내 사랑은 나보다 일찍 죽어요, 조금만 / 일찍 //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 혼자 와야만 하는 이 / 당신이 아니도록”(당부, 그대 발치에)에 이르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쿤체 시인의 사랑은 아내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들어오세요, 벗어놓으세요, 당신의 / 슬픔을, 여기서는 / 침묵하셔도 좋습니다”(한 잔 재스민 차에의 초대) 시편이 사회주의 동독 국가에서 나온 곳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인용한 시에서 보듯 남들과 발맞출 수 없는 낮고 여린 존재들에 깊은 시선을 둔다. “뒤로 물러서 있기 / 땅에 몸을 대고 // 남에게 /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엉겅퀴)의 사랑법으로.

YES마니아 : 골드 g*******g 2023.06.3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