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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화결의 배신으로 십이사령 전원이 임무에 실패했다. 상대가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미리 대비한 탓이다. 강남의 전장이 된 화령도에서 화령의 무복을 입은 수십 구의 시신이 돛을 잃은 조각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호수에 이 정도로 많은 시신이 떠다닌다면 섬에는 그보다 많은 숫자의 시신이 있을 것이다. 백화무단주 양무화는 일사령 주유성조차도 경시하지 못하는 엄청난 고수였지만 백화무단의 기습만 성공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가 보면 알겠지." 일사령 주유성이 담담하게 발을 내디뎠다. 당우는 십이사령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눈치채고 있었다. 태천각의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당우가 불안한 눈초리로 말했다. "형님, 선천교 쪽으로 다가옵니다." 곁을 지키던 당천이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다. 이제 자릴 피해라." 창문을 열고 훌쩍 뛰어내린 당천이 즉시 화윤의 집무실을 찾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화윤이 섭선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화령의 수뇌를 비롯해 이백여 명의 정예 무인들, 그리고 상천팔기와 흑사칠랑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당우가 십이사령을 인지한 순간부터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대기했다. 식솔들과 무공이 약한 무인들은 모두 섬을 떠난 상태였다. 착. 섭선으로 손바닥을 친 화윤이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시작이다." 비장하게 눈을 빛낸 무인들이 품에서 검은 단약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가자." 천영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일사불란 흩어진 그들이 각자의 위치로 행했다. 십이사령은 선천교를 뒤덮은 시신을 넘어 화령도의 계단에 접어들었다. 계단 가득한 시신에서 흘러내린 피가 끈적하게 발을 붙잡는다. 팔사령 구소군이 잔뜩 인상을 쓰며 시신을 걷어찼다. "싸움이 끝났으면 좀 치우지." 사방 가득한 시신에 오사령 자현이 입술에 침을 발랐다. '정말 승리한 건가?' 여기까지 오니 자신의 생각에도 의심이 깃든다. 화윤이 백화무단의 시신만 치운 채 아군의 시신을 방치한 이유였다. 그의 생각이 어떻건 일사령 주유성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주유성의 눈에 적막한 화령도의 전경이 떠오른다. 곳곳에 부서진 담장과 거리 가득한 피는 어제의 혈투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그들을 숨죽인 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아직이다.] 그들로부터 백 장 밖에서 당천에게 전음을 보낸 이는 흑사칠랑의 독랑 막월이었다. 당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숨 막히는 정적 속, 이십사령의 뒤로 흑의인들이 따라 내려오자 막월의 전음이 다시 도착했다. [앞으로 오십 보.] 당천은 막월과 함께 슬며시 물러나며 뒤로 수신호를 보냈다. [이십보] 그것은 두 사람과의 거리가 아닌 목표한 지점까지 남은 거리였다. 당천의 손이 품 안에 들어간다. 적의 후미가 완전히 거리에 접어든 순간이었다. 막월이 외쳤다. "지금!" 서걱! 비수를 역수로 쥔 당천이 담장 밑의 줄을 잘랐다. 오늘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강남에 드리운 먹구름을 완전히 걷어 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