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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사곡에서 죽은 천태무는 겁화천살대주 염화교의 사제였다. 숲에 매복한 염화교와 혈위사신의 세 사람은 진무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유립이 말했다. "만일 광룡 진무립이 나타난다면 절대 방심해선 안 될 것이오." 염화교는 실소를 흘렸다. "방심? 나보다 강한 자를 상대로 방심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을까? 다들 준비해라." 숲이 흔들리며 삼백의 무인들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존명!" "그대들은 광룡이 나타나기 전까지 움직이지 마시오." 고개를 끄덕인 현유립과 두 사내는 나무 뒤로 모습을 감췄다. 멀리서 수십 명의 발소리가 들려오자 염화교는 길가의 수풀에 바짝 엎드렸다. 잠시 후, 숲길에 수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진입했다. 소매와 바지통이 좁은 흑빛 착수의, 허리춤의 요대에 매단 묵직한 주머니들, 그 외에 별다른 무기가 없는 것을 보아 당가의 무인들이 확실하다. 미간을 좁힌 염화교의 손이 도파에 올라간다. 그때 반대편 길가의 수풀이 흔들리며 미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매복을 눈치챘는지 지척까지 접근했던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돌린다. 눈에 쌍심지를 켠 염화교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대체 어떤 놈이냐!' 더 멀어지면 계획이 어긋나고 만다. 벌떡 일어난 그는 도파를 움켜쥐고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쳐라!"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겁화천살대가 염화교를 쫓아 추격에 나섰다. 눈 밑까지 복면을 끌어 올린 이들은 뒤를 힐끔 쳐다보더니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놓치지 마라! 당가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 겁화천살대가 마치 철새 무리처럼 일제히 그 뒤를 추격했고 나무 위로 솟구친 현유립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척 하나 제대로 감추지 못해서 매복을 들키고 말았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곁으로 뛰어오른 이곽이 수염을 매만지며 나직이 침음했다. 당가의 지원치고는 숫자가 너무 적다. 그러나 그들이 신법을 전개하는 속도를 보면 정예를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나무 밑에서 조위성이 물었다. "나와 싸웠던 놈은 언제 오는 거야?" 현유립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군사 자인경은 분명 당가의 지원대를 구하기 위해 진무립이 올 것이라 예측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진무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울창한 숲 너머로 당가가 보이는 언덕 위. 수백의 무인들이 잔뜩 웅크린 채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무리의 무인들이 정문을 나선 지 일각이 지났다. 차분한 눈빛으로 당가를 지켜보던 수라대주 가진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존명."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백의 무인이 비조처럼 언덕 밑으로 쏘아진다. 당가의 담장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가운데 망루에서 이들을 발견한 무인이 다급하게 종을 치기 시작했다. 댕! 댕! 댕! 담장 너머로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가진천은 선두로 나서며 말했다. "담을 넘는 순간 실혼인들을 풀어라." 당가의 역사를 논할 때 독과 암기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만큼 실혼인을 앞세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번개같이 뽑혀 나온 가진천의 소검이 전방을 향해 쏘아진다. 콰아아앙! 흔적도 없이 무너진 담장 너머로 한 무리의 무인들이 득달같이 모여든다. "적이다!" "혈교의 기습이다!" 가진천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신들은 서장 최강을 자랑하는 수라대. 거기에 다섯 구의 혈야광인과 스무 구의 무혼광인까지 대동한 이상 패배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여라." "예!" 같은 시각, 겁화천살대로부터 도주하던 무인들의 곁으로 검은 복면을 착용한 여인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이러다 잡히겠어요. 속도를 더 올려요.] 그녀는 맡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단려화였다. 이들이 복면을 쓰고 당가의 무인으로 위장해 접근했던 것도 단려화가 매복한 혈교도들 사이에서 일부러 기척을 내어 도망칠 이유를 만든 것도 모두 진무립의 계획이었다. 사천을 놓고 벌이는 진짜 전쟁은 결국 공위맹과 혈교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싸움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구출하고 당가를 지켜 내야 차후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진무립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전황을 그렸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