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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정적이 머무는 숲속.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제든 반응할 수 있게 자세를 잔뜩 낮춘 천태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당천이 흘린 핏자국을 발견한 그는 도파를 움켜쥐고 은밀히 나아갔다. '큭큭큭. 제깟 놈이 숨어봤자지.' 요리조리 도망치며 자신을 이곳까지 유인해 왔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수시로 풍향이 바뀌고 바람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이곳에선 독의 효과가 거의 먹히지 않았으니까. 옆구리에 내장까지 비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겼으니 놈을 잡는 건 시간문제다. '암기만 조심하면 된다.' 천태무의 위치에서 십 장 밖의 나무 위. 핏기 가신 얼굴로 나무에 등을 기댄 당천은 갈라진 옆구리에 금창약을 뿌렸다. 사천제일의 기재이자 천하십대고수인 부친을 뛰어넘을 재목. 자신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천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당가의 소가주다. 놈의 기척이 점점 가까워진다. '남은 암기는 다섯 개.' 공격을 허용하며 암기 주머니 하나를 잃어버린 게 뼈 아팠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당천은 허리춤의 검은 독낭에 손을 넣었다. '바람 좀 분다고 싸우지 못할 당가가 아니다.' 거리는 오 장. 신법을 전개한 당천은 마른 수풀 사이를 전력으로 질주했다. "거기냐! 크하하하! 당가의 이름이 아깝구나!" 광소를 터트린 천태무도 덩달아 속도를 높였다. 바림이 우측에서 불어오는 이상 망설일 것은 없다. 앞서가던 당천은 뒤를 힐끔 쳐다봤다.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는 것을 보니 자신이 느려진 게 분명했다. '승부를 건다.' 눈을 빛낸 당천이 큰 나무를 돌아 사라졌다. "놓칠까 보냐!" 빛살같이 뽑혀 나온 환도가 횡으로 그어지자 육중한 거목이 두 동강 났다. 갈라진 나무 틈으로 한 줄기 섬광이 짓쳐 들었다. 캉! 암기를 가볍게 막아 내고 우측으로 돌아가던 천태무는 바닥에 깔린 철질려를 발견했다. "흥!" 콧방귀를 뀌고 함정을 뛰어넘자 재차 암기가 날아든다. 내려친 도로 암기를 튕겨 낸 천태무는 마른 수풀을 헤집고 일직선으로 몸을 날렸다. 단숨에 일 장까지 거리를 좁힌 천태무는 도파를 움켜쥐고 강하게 내려쳤다. 바닥에 몸을 굴린 당천이 일격을 피하며 두 개의 암기를 쏘아 냈다. 천태무는 즉시 도를 휘둘렀다. 카캉! 두 자루 암기가 튕겨 나가는 순간, 마지막 암기를 손에 쥔 당천이 천태무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천태무는 그제야 자신이 어떻게 중독됐는지 알 수 있었다. 일부러 나뭇가지와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달리며 독을 발라 둔 것이다. 천태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유히 흘러야 할 내력의 흐름이 둑에 막힌 것처럼 끊기는 것이다. 당천은 어깨로 떨어지는 도의 미세한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살은 내어주마.' 천태무의 도가 몸을 잔뜩 비튼 당천의 어깨를 스치고 떨어졌다. 쾅! 지면이 들썩이며 흙가루가 튀어 오르는 순간, 이를 악물고 통증을 견딘 당천은 놈의 목을 향해 암기를 그었다. 천태무는 다급하게 물러나며 고개를 들었다. 쉬익! 좌수에 쥔 암기가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다. 당천의 우수가 허리춤의 비수를 꺼내 쥐었고 용천혈에 내력을 쏟아부은 그는 멀어지는 천태무에게 달려들며 비수를 그었다. 서걱! 천태무의 왼쪽 눈에서 시뻘건 피가 튀었다. 천태무의 눈에 당혹감이 깃드는 순간, 도를 주시하는 당천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천태무의 눈으로 침투한 독은 저항할 틈도 없이 머리에 스며든다. 당천은 도를 피해 구르며 비수로 놈의 발목을 그어 버렸다. 당천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역수로 쥔 비수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며 놈의 발목을 그어 버리고 무릎과 허벅지, 복부와 가슴의 요혈을 차례로 쑤셔 박았다. 중독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천태무는 고스란히 공격을 허용했다. 숨막히는 사투의 끝, 승리자는 당천이었다. 세상이 점점 어둑해지며 당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깃들었다. "당천!" 귓속을 파고드는 외침을 끝으로 당천의 기억이 아득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진무립은 즉시 당천의 맥부터 확인했다. '죽지는 않겠군. 제법이야.' 빙그레 웃은 진무립은 당천을 품에 안고 몸을 날렸다. 당초 목적했던 혈야광인의 실험장을 불태우고 혈교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혈위사신 중 둘이 패했고 한 명이 죽었다. 조위성을 쓰러뜨린 육군명! 천태무를 죽인 당천의 공적!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은 누구도 아닌 진무립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