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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13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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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교영과 지여령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진다. 임교영은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그가 돌아올 거란 기대를 버렸음에도 질긴 목숨을 이어 가는 것은 모두 배 속의 아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무립의 입에서 그를 만나러 간다는 말이 나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무립이 말했다.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당장 출발할 수는 없습니다. 이틀 뒤 나는 운화결을 찾으러 갈 겁니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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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교영과 지여령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진다. 임교영은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그가 돌아올 거란 기대를 버렸음에도 질긴 목숨을 이어 가는 것은 모두 배 속의 아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무립의 입에서 그를 만나러 간다는 말이 나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무립이 말했다.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당장 출발할 수는 없습니다. 이틀 뒤 나는 운화결을 찾으러 갈 겁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떨리던 임교영의 눈동자가 차분히 가라앉는다. "상공이 정말 살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나는 그렇다고 봅니다." 진무립이 지여령에게 말했다. "당장은 할 일이 있으니 이틀 뒤에 출발할 것이오. 그때까지 잘 모시고 계시오." "예. 공자." 돌아서는 진무립을 향해 임교영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겨울의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변. 죽립을 눌러쓴 두 사내가 도도하게 흐르는 장강의 물결을 따라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느낌이 점점  강렬해진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게 분명해.' 선두에서 슬며시 죽립을 들어 올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사내는 바로 당우였다. 잔뜩 긴장한 당우가 발을 멈추자 뒤따르던 검산채주 대중경이 어깨를 잡았다. "저 곳인가?" 진무립의 연락을 받고 만일에 대비해 대중경이 그를 따라온 것이다. 대략 스무 가구의 작은 마을. 이른 저녁을 짓는 듯 곳곳의 굴뚝에서 뽀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운화결을 구한 노인이 말했다. "강에서 낚시를 하다가 발견했다오. 처음에는 죽었나 싶어서 묻어 주려 했는데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어서 데려왔지. 이리 오시오." 마른 짚단으로 얼기설기 만든 침상 위엔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깡마른 사내가 있었다. 대중경이 몇 가지 질문을 했음에도 사내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당우가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임교영이라는 소저를 모르십니까?" 여전히 대꾸가 없다. 그러나 그 순간 사내의 눈빛이 묘하게 일렁인 것을 대중경은 놓치지 않았다. "아이를 가진 몸으로 그대를 기다리는 소저의 이름이 바로 임교영이다. 기억하지 못하는가?"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멎은 듯, 무거운 침묵 속에 처음으로 사내의 눈동자가 대중경을 향해 움직였다. "임...교영." 희뿌연 빛으로 가득하던 사내의 세상이 현실의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혼돈으로 가득한 머릿속이 점차 예전의 기억을 되찾아간다. 그렇게 일각이 지날 무렵, 공허한 눈빛에 정광이 떠오르며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여긴 어디인가?" 대중경이 그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거운 침묵 속. 대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내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운화결이다." 그날 밤 뜬구름처럼 찾아왔던 이름 모를 사내가 두 사내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 사천의 한적한 곳에서 임교영과 여생을 보내는 것이 꿈이라는 운화결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진무립의 약속이 지켜지려는 순간이었다.    

j*****1 2023.0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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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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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화결의 배신으로 십이사령 전원이 임무에 실패했다. 상대가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미리 대비한 탓이다. 강남의 전장이 된 화령도에서 화령의 무복을 입은 수십 구의 시신이 돛을 잃은 조각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호수에 이 정도로 많은 시신이 떠다닌다면 섬에는 그보다 많은 숫자의 시신이 있을 것이다. 백화무단주 양무화는 일사령 주유성조차도 경시하지 못하는 엄청난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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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화결의 배신으로 십이사령 전원이 임무에 실패했다. 상대가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미리 대비한 탓이다. 강남의 전장이 된 화령도에서 화령의 무복을 입은 수십 구의 시신이 돛을 잃은 조각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호수에 이 정도로 많은 시신이 떠다닌다면 섬에는 그보다 많은 숫자의 시신이 있을 것이다. 백화무단주 양무화는 일사령 주유성조차도 경시하지 못하는 엄청난 고수였지만 백화무단의 기습만 성공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가 보면 알겠지." 일사령 주유성이 담담하게 발을 내디뎠다. 당우는 십이사령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눈치채고 있었다. 태천각의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당우가 불안한 눈초리로 말했다. "형님, 선천교 쪽으로 다가옵니다." 곁을 지키던 당천이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다. 이제 자릴 피해라." 창문을 열고 훌쩍 뛰어내린 당천이 즉시 화윤의 집무실을 찾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화윤이 섭선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화령의 수뇌를 비롯해 이백여 명의 정예 무인들, 그리고 상천팔기와 흑사칠랑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당우가 십이사령을 인지한 순간부터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대기했다. 식솔들과 무공이 약한 무인들은 모두 섬을 떠난 상태였다. 착. 섭선으로 손바닥을 친 화윤이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시작이다." 비장하게 눈을 빛낸 무인들이 품에서 검은 단약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가자." 천영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일사불란 흩어진 그들이 각자의 위치로 행했다. 십이사령은 선천교를 뒤덮은 시신을 넘어 화령도의 계단에 접어들었다. 계단 가득한 시신에서 흘러내린 피가 끈적하게 발을 붙잡는다. 팔사령 구소군이 잔뜩 인상을 쓰며 시신을 걷어찼다. "싸움이 끝났으면 좀 치우지." 사방 가득한 시신에 오사령 자현이 입술에 침을 발랐다. '정말 승리한 건가?' 여기까지 오니 자신의 생각에도 의심이 깃든다. 화윤이 백화무단의 시신만 치운 채 아군의 시신을 방치한 이유였다. 그의 생각이 어떻건 일사령 주유성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주유성의 눈에 적막한 화령도의 전경이 떠오른다. 곳곳에 부서진 담장과 거리 가득한 피는 어제의 혈투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그들을 숨죽인 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아직이다.] 그들로부터 백 장 밖에서 당천에게 전음을 보낸 이는 흑사칠랑의 독랑 막월이었다. 당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숨 막히는 정적 속, 이십사령의 뒤로 흑의인들이 따라 내려오자 막월의 전음이 다시 도착했다. [앞으로 오십 보.] 당천은 막월과 함께 슬며시 물러나며 뒤로 수신호를 보냈다. [이십보] 그것은 두 사람과의 거리가 아닌 목표한 지점까지 남은 거리였다. 당천의 손이 품 안에 들어간다. 적의 후미가 완전히 거리에 접어든 순간이었다. 막월이 외쳤다. "지금!" 서걱! 비수를 역수로 쥔 당천이 담장 밑의 줄을 잘랐다. 오늘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강남에 드리운 먹구름을 완전히 걷어 낼 수 있다.

j*****1 2023.0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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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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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성유기가 말한 계추월의 회동이 함정이라면 산 능선의 작은 공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진무립 일행은 날이 밝기 무섭게 숙영의 흔적을 지우며 극도로 조심히 움직여야 했다. 하늘 높게 치솟은 거목으로 빼곡한 산속. 은무대와 두 사람은 나무를 타고 이동하는 진무립을 일렬로 조심히 뒤따랐다. 그렇게 두 시진을 조심스럽게 나아가자 마침내 기화요초가 만발한 소화산의 절경이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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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성유기가 말한 계추월의 회동이 함정이라면 산 능선의 작은 공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진무립 일행은 날이 밝기 무섭게 숙영의 흔적을 지우며 극도로 조심히 움직여야 했다. 하늘 높게 치솟은 거목으로 빼곡한 산속. 은무대와 두 사람은 나무를 타고 이동하는 진무립을 일렬로 조심히 뒤따랐다. 그렇게 두 시진을 조심스럽게 나아가자 마침내 기화요초가 만발한 소화산의 절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발을 멈춘 진무립이 즉시 부하들에게 명했다. "놈들이 소화산에 다녀간 흔적을 찾아야 한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둘씩 짝지어 종으로 움직여라." 은무대가 일제히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예." 진무립이 나무를 박차고 무릎을 굽힐 때였다. "모두 잠시 기다려 주세요." 평소답지 않게 떨리는 단려화의 목소리가 모두의 발을 붙잡았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더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단려화는 자신의 감각이 남들보다 훨씬 예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 자신의 감이 이 앞으로 가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짧은 기다림 끝에 진무립이 정적을 깨고 말했다. "돌아간다. 난 당신의 감을 믿어. 당신이 그렇다면 여기서 돌아가는 게 맞아." 은무대도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부담을 줄여 준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그들도 진무립 못지않게 단려화의 감을 믿고 있었다. 진무립이 발을 돌리는 찰나 별안간 당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느껴집니다." 단려화가 반색하며 그를 돌아본다. "당 소협도요? 역시 안에 뭔가 있는 거 같죠?" 전율에 사로잡힌 당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게 아니고요. 저는 만리추종향이 느껴집니다." 복령천의 근거지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다양하고 확실한 계책을 그려 낼 수 있는 진무립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j*****1 2023.01.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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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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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아우를 무림맹, 무림맹의 수장을 화령의 수장인 단소룡이 맡아야 한다는 진무립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화령은 지난 천하대전에서 천하무림의 힘을 끌어모아 팔황문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단소룡은 진무립을 바라보면서 문득 옛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무너지던 절벽 밑에서 두 다리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단소룡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은 만삭의 몸으로 단소룡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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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아우를 무림맹, 무림맹의 수장을 화령의 수장인 단소룡이 맡아야 한다는 진무립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화령은 지난 천하대전에서 천하무림의 힘을 끌어모아 팔황문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단소룡은 진무립을 바라보면서 문득 옛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무너지던 절벽 밑에서 두 다리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단소룡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은 만삭의 몸으로 단소룡 앞에 등을 보이며 앉았다. "업혀요." "제정신이오?" "정신은 멀쩡하니 같이 죽기 싫으면 업히기나 해요." 만삭 여인의 고집 덕분에 단소룡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삭 여인이 낳은 아들은 천음지체를 타고 태어났다. 그녀의 아들에게 단소룡은 굳세게 우뚝 서라는 의미로 무립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단소룡은 진무립이 적이 아니라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진무립은 진심으로 복령천과 싸워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지키고자 했다. 단소룡은 반가운 미소를 애써 지우면서 말했다. "나를 맹주로 추대하고자 하는 이유는 알겠다. 그런데 자네를 따르는 이들이 과연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무립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많은 것을 이룬 상천의 수장이고 혈교의 위협에서 사천을 구하면서 오대표국의 야욕에서 산동과 중원을 지켰다. 아마도 그들은 모두 진무립이 맹주가 되길 바랄 것이다. 진무립이 차려 둔 밥상에 수저만 올리는 일은 내키지 않았다. 진무립이 말했다. "그들의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제가 마음 놓고 일선에셔 싸우기 위해선 믿고 뒤를 맡길 사람이 필요합니다." 복령천은 천하를 집어삼킬 야욕을 품고 있다. 화령이 무림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그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무림 본연의 기치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천하제일방파 화령의 수장 단소룡과 상천의 수장 진무립의 중요한 협상이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j*****1 2023.0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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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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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혈해의 참상 속에 피가 강처럼 흐르는 전장. 말할 힘까지 아껴 가며 싸워 온 그들의 전투는 어느덧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큭큭큭." 창대에 의존해 조소를 흘리는 피투성이 사내는 운화결이었다. '진무립' 은곡의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진무립은 표사들의 빈틈을 착실하게 공략했다. 자신은 이제 움직일 힘조차 없건만 진무립은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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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혈해의 참상 속에 피가 강처럼 흐르는 전장. 말할 힘까지 아껴 가며 싸워 온 그들의 전투는 어느덧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큭큭큭." 창대에 의존해 조소를 흘리는 피투성이 사내는 운화결이었다. '진무립' 은곡의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진무립은 표사들의 빈틈을 착실하게 공략했다. 자신은 이제 움직일 힘조차 없건만 진무립은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에 쓰러진 숫자가 족히 칠백. 자신과 복령천주처럼 야망에 사로잡힌 괴물이 아니다. 그는 진짜 괴물이었다. 힘겹게 상체를 바로 세운 운화결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삼천이 넘던 부하 중 살아남은 숫자는 고작 삼백. 팔백에 불과하던 중원삼가의 무인은 샘백 명이나 두 발로 서 있었다. '내 눈에 담긴 것이 정녕 현실인가.' 분전의 중심에는 진무립과 상천의 고수들이 있었다. "삼가는 뒤로! 팔기는 적을 포위하라!" 쩌렁쩌렁한 외침은 이제 막 전투를 시작한 사람처럼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상천팔기는 온 힘을 다해 그의 부름에 화답했다. "예!" 지친 삼가의 무인이 물러나는 사이, 일사불란 움직인 서진환과 상천팔기가 팔방에서 적을 몰아붙였다. 탓! 시뻘건 혈귀가 되어 전장의 중심으로 솟구치는 진무립에게 흑창이 빨려 들었다. 무려 일 장이나 솟구친 진무립의 창끝이 지면으로 향한다. 쿠우우우우...... 마치 발아래로 세상을 굽어보듯 밀집된 적을 눈에 담은 진무립이 거친 기합성을 토해 냈다. "하압-!" 날카로운 일성은 마치 뇌성벽력처럼 적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쌔애액! 진무립의 신형이 흑창과 함께 벼락 치듯 내리꽂혔다. 콰아아앙앙! "크아악!" 부르르 몸을 떠는 대지. 피 냄새로 흥건한 전장. 반경 일 장이 유성에 충돌한 듯 움푹 꺼지며 피와 살점이 바람과 함께 솟구친다. 쉬익! 바닥을 나뒹구는 두 자루 도가 진무립의 양손으로 빨려 들었다. 지면을 박찬 진무립은 거침없이 적을 향해 돌진했다. 서걱! 가볍게 휘두른 도신에 두 명의 머리통이 둥실 떠오른다. 그 사이 배후에서 두 명의 적이 창을 찔러 왔다. 상체를 돌린 진무립이 등 뒤의 창을 거칠게 후려쳤다. 카캉! 진무립은 지체없이 두 자루 도를 내던졌다. 퍼퍽! 여지없이 머리를 꿰뚫은 도가 시야 밖으로 사라진 순간 그의 손에는 어느새 적의 창이 쥐여 있었다. 휘리릭! 진무립의 움직임에 따라 한 자루 창이 수레바퀴처럼 회전하며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친다. 따다다다당! 적진의 한복판에서 진무립은 추풍낙엽처럼 적의 목을 베어가는 장관을 연출했다. 적모개가 개방의 방주 철표개를 붙잡고 말했다. "그렇게 구경만 하실 때가 아닙니다. 상천팔기를 따라 주변을 포위하고 적을 안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그게 소공자가 바라는 일입니다. 그는 내색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지금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고 있을 겁니다. 상천팔기에게 포위를 지시한 것도 신법을 전개할 힘까지 아껴 적을 베기 위한 소공자의 의도입니다. 우린 외부에서 압박하며 적의 시선을 분산시켜 소공자를 도와야 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 쓰러져 있던 악계화가 몸을 일으킨다. "한 명이라도 더 베어야겠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던 자영이 너덜거리는 왼팔을 움켜쥐고 일어난다. "아직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복수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태산표국의 무인 중 살아남은 이는 두 사람이 전부였다. 움직이려는 이는 그들만이 아니었다. "어이. 나 좀 일으켜 봐." 돌아본 악계화의 눈에 꿈틀거리는 육군명이 들어온다. 악계화는 미간을 찌푸린 채 육군명을 일으켰다. "나도 가겠어요." 탈진한 채 앉아 있던 진설란도 바닥에 검을 꽂고 일어난다. 잔뜩 인상을 쓴 철표개가 앞으로 나섰다. "저 아이들을 뒤로 물려라. 우리가 나서겠다." 적모개와 일부 제자들이 부상자들을 데려가자 철표개가 바람처럼 움직였다. "먼저 가겠소." 그 뒤를 따라 개방의 제자들과 소림, 무당의 고수들이 신법을 전개한다. 순식간에 적을 포위한 그들은 상천팔기의 움직임에 맞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안에선 진무립이 휘젓고 밖에선 적의 압박이 거세진다. 밤새 이어진 격전에 지친 표사들에겐 그들을 당해 낼 힘이 없었다. 그들의 눈에 절망이 떠올랐다. 힘겹게 서 있던 운화결의 흐릿한 시야에 마지막으로 담긴 것은 지면을 박차고 달려드는 진무립의 얼굴이었다.      

j*****1 2023.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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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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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령문을 공격한 적이 없다. 나는 상천의 복호채주 이하빈이다." 연이어 드러나는 엄청남 사실에 제갈무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광룡과 무면산왕의 진실. 그리고 눈앞에는 상천의 채주가 앉아 있으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반면 위사영은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위사영이 물었다. "종령문의 멸문과 상천이 무관하다고, 그대의 목을 걸고 말할 수 있겠는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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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령문을 공격한 적이 없다. 나는 상천의 복호채주 이하빈이다." 연이어 드러나는 엄청남 사실에 제갈무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광룡과 무면산왕의 진실. 그리고 눈앞에는 상천의 채주가 앉아 있으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반면 위사영은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위사영이 물었다. "종령문의 멸문과 상천이 무관하다고, 그대의 목을 걸고 말할 수 있겠는가?" 순간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진다. "이 목은 내 것이 아니라 주군의 것인데 어찌 함부로 걸 수 있을까?" 이하빈은 느긋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믿지 않아도 좋다. 싸워서 손해 보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대들이니까. 나는 전쟁을 막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내가 모시는 분이 무의미한 전쟁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그에 따를 뿐이다." 마추치는 두 사람의 눈빛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초조하게 지켜보던 진설란이 용기를 냈다. "상천의 천주는 공위맹주님의 혈육이에요. 물론 그가 공위맹주님의 핏줄이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 사천무림이 그를 은인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죠." 중원의 소식을 접한 사천무림은 언제든 진무립을 도울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제갈무용의 입술이 달싹거린다. [맹주. 저들의 이야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오.] 오늘 들은 내용이 전부 진실이라면 전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제갈문은 사익을 탐하는 인물이 아니야. 그가 명가홍을 감시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들의 정체를 확인할 시간도 필요하다.' 잠시 생각하던 위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벌어야겠소. 원주께서는 당분간 나와 적이 되어야 할 것이고." 제갈무용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적이라니요?" 위사영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제갈문과 적모개를 사형에 처하겠소." 중원무림맹의 무인들이 속속 연무장에 집결하는 가운데 중검문주 명가홍의 숙소 앞으로 일부 수장들이 집결했다. 채비를 마치고 나온 명가홍이 물었다. "준비는 어찌 되어 가고 있소?" "일각 안에 준비가 끝날 겁니다." 그때 매부리코에 강팍한 인상의 사내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숙부님!" 염창도를 바라보며 숙부라 부르는 사내는 승천대주 염자청이었다. 고개를 돌린 염창도가 의아한 듯 물었다. "벌써 준비가 끝났느냐?" 염자청은 빠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큰일 났습니다. 맹주께서 비각주와 부각주를 사형에 처하겠다고 하십니다!" 이내 수장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명가홍이 주먹을 불끈 쥐며 물었다. "맹주께서는 어디 계시냐?" "지금 연무장에 계십니다." "가자." 명가홍을 필두로 그 무리들이일제히 신법을 전개했다. '제갈문과 적모개의 사형?' 스산한 어둠 속, 정문의 그늘에서 번을 서던 위사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횃불이 사방을 훤히 밝히는 대연무장. 집결한 무인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맹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형이라니요?" 중천대주 선우빈에 이어 부대주 황보춘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대체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입니까?" 단상에 올라선 위사영은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오는군.' 연무장의 입구로 헐레벌떡 달려오는 명가홍 무리가 보인다. 위사영은 이하빈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제갈문과 적모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중검문주를 사찰하는 대죄를 저질렀다. 본 맹주를 능멸하고 중원의 수장들을 기만했으며 맹의 분열을 야기한 두 사람을 사형에 처해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다." 명가홍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설마 맹주가 미친 것인가?' 중립을 유지해 온 위상영에게 제갈문은 유일한 수족이나 다름없는 인물. 아무리 생각해도 위사영의 처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위사영의 가늘어진 눈이 명가홍을 훑고 지나간다. '시간을 벌고자 한다면 중원삼가를 죽일 놈들로 만드는 게 낫다.' 복호채주 이하빈의 조언이었다. 그들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나 양측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명가홍이 앞으로 나섰다. "맹주, 이제 곧 오대표국과 약조한 시간입니다." "본 맹의 비각주가 맹의 구성원을 사찰한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소. 이 일을 수습하지 않고 전쟁에 나설 수는 없소." 위사영은 조급한 명가홍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은영대주는 운 국주에게 가서 출정을 늦출 것이라고 전하라." 단상 밑에 서 있던 은영대주 서궁이 즉시 예를 갖췄다. "에. 맹주님." 우두커니 선 명가홍은 서궁이 떠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시간이 훅 지나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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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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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상의를 반쯤 풀어 헤친 청년은 청금환의 아들이자 소국주인 청문평이었다. 가면을 반쯤 내린 진무립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데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 진무립을 샅샅이 훑어보던 청문평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흑면탈을 쓴 걸 보니 네 놈이 바로 무면산왕이라는 놈이렸다?" "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걸 보니 사태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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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상의를 반쯤 풀어 헤친 청년은 청금환의 아들이자 소국주인 청문평이었다. 가면을 반쯤 내린 진무립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데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 진무립을 샅샅이 훑어보던 청문평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흑면탈을 쓴 걸 보니 네 놈이 바로 무면산왕이라는 놈이렸다?" "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걸 보니 사태 파악이 전혀 안 되는 놈이로군." 표국이 잿더미가 되었는데 이것저것 따질 만큼 청문평의 수양은 깊지 못했다. 그는 이를 갈며 분노 섞인 독설을 퍼부었다. "우리 오대표국이 이 일을 묵과할 것 같으냐? 중원무림맹과의 동맹이 체결되면 네놈들의 산채를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이다. 그 뒤에 사내놈들은 모두 죽여 버리고 계집들은 몸종으로 부릴 것이야!" 독설이 끝나는 순간 진무립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지더니 속삭임처럼 작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본보기로 몇 놈은 죽일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나와 주니 고맙구나." "공자!" 당황한 수신호위들이 다급하게 검을 뽑아 들 때였다. 청문평의 턱을 움켜쥔 진무립은 그를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직! "컥!" 깨진 머리에서 피가 튄다. 다섯 명의 호위가 일제히 진무립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뻗은 진무립의 좌장에 희뿌연 빛무리가 운집했다. 진무립은 시평의 마음을 느낀 사람처럼, 죽은 부하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사람처럼 인정사정없이 장력을 발출했다. 공간마저 일그러뜨릴 정도로 엄청난 장력이 포탄처럼 뻗어 나가더니 그대로 다섯 호위에게 작렬했다. 콰지지직! "크아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피범벅이 된 호위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진무립은 청문평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큭!" 가면 속 진무립의 두 눈이 지독한 살기로 번들거렸다. 떨리는 청문평의 눈에 쓰러진 채 미동조차 없는 호위들이 담긴다. "이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곧 뒈질 놈이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말이 끝나는 순간 진무립은 청문평의 머리를 지면에 사정없이 쑤셔 박았다. 쾅! 으깨진 이마에서 피가 튀며 비명이 솟구친다. "크악!" 진무립은 연신 그의 머리를 쥐고 흔들며 딱딱한 땅바닥에 처박았다. 콰직! 콰직! 바닥에 처박힐 때마다 꿈틀거리던 청문평의 몸이 축 늘어졌다. 정문 밖으로 대피한 식솔들과 표사들, 그리고 인근의 양민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진무립에게 쏟아진다. "소국주가......" 그들의 두 눈에 은은한 두려움이 깃들었다. 진무립은 숨이 끊어진 청문평의 시신을 정문의 대들보에 걸었다. 대들보 위에 우뚝 선 진무립은 마치 세상을 굽어보듯 오연한 시선을 던졌다. 이어서 싸늘한 경고가 표사와 식솔들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달포를 주겠다. 그 안에 떠나지 않는다면 표국에 살아 있는 것은 쥐새끼 한 마리조차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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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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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이 성행한 탓에 표국이 덩치를 키워 왔다. 당금 무림에서 천하오대표국이라 불리는 자들이 그들이다. 그들로 인해 중원의 자금 흐름이 점점 둔화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독과점을 이용해 표행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올린다는 것이다. 상행이 위축되면 돈의 흐름이 막히고 자연히 국가에서 거두는 세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표행비가 올라간다면 그만큼 상인들이 얻는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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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이 성행한 탓에 표국이 덩치를 키워 왔다. 당금 무림에서 천하오대표국이라 불리는 자들이 그들이다. 그들로 인해 중원의 자금 흐름이 점점 둔화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독과점을 이용해 표행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올린다는 것이다. 상행이 위축되면 돈의 흐름이 막히고 자연히 국가에서 거두는 세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표행비가 올라간다면 그만큼 상인들이 얻는 이익이 줄어든다. 진무립이 국영승에게 말했다. "우리 상천이 정식 무림 방파로 인정받는다면 상인들이 표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다 활발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들겠소." "설마 오대표국을 무너뜨릴 생각이냐?" 그건 관의 입장에서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표국이 무너지고 상천이 그 자릴 대신한다면 이들 또한 독과점을 이용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천하의 요지를 모두 차지한 상천이라면 표국보다 더욱 위험하다. 진무립은 그의 걱정을 읽은 사람처럼 말했다.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오. 그저 우리 식구들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랄 뿐이지. 만일 표국이 무너지고 우리가 놈들과 같은 짓을 벌인다면 그땐 우릴 다시 산적으로 규정해도 좋소." 지금까지 상천이 보인 행보를 고려하면 적으로 간주하기보다 관에 협조하게 만드는 것이 낫다. "좋다. 지금부터 상천을 산적으로 보지 않겠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인근의 치안 유지에 적극 협조하라. 통행세의 일부를 뇌물이 아닌 정식 세금으로 납부하라. 외적이 국가를 위협할 경우 다른 방파처럼 무인을 파견해 협조하라. 지켜보겠다. 만일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우린 언제든 상천을 다시 산적으로 규정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거라." 마지막 경고를 남긴 국영승은 그대로 산채를 떠났다. 관이 상천을 정식 무림 방파로 인정한 날이었다. 흑전원의 관인들이 돌아가자 진무립은 수문화와 송조광을 불렀다. 이제 정식으로 무림의 일원이 되어 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이상 망설일 것은 없다. 진무립이 말했다. "문화, 달포 안에 오대표국과 천하의 모든 표국을 조사해 정보를 가져와라. 조광, 감시 범위를 넓힌다. 이백 리 안에 오대표국의 표행이 나타나면 즉시 내게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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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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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사곡에서 죽은 천태무는 겁화천살대주 염화교의 사제였다. 숲에 매복한 염화교와 혈위사신의 세 사람은 진무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유립이 말했다. "만일 광룡 진무립이 나타난다면 절대 방심해선 안 될 것이오." 염화교는 실소를 흘렸다. "방심? 나보다 강한 자를 상대로 방심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을까? 다들 준비해라." 숲이 흔들리며 삼백의 무인들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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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사곡에서 죽은 천태무는 겁화천살대주 염화교의 사제였다. 숲에 매복한 염화교와 혈위사신의 세 사람은 진무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유립이 말했다. "만일 광룡 진무립이 나타난다면 절대 방심해선 안 될 것이오." 염화교는 실소를 흘렸다. "방심? 나보다 강한 자를 상대로 방심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을까? 다들 준비해라." 숲이 흔들리며 삼백의 무인들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존명!" "그대들은 광룡이 나타나기 전까지 움직이지 마시오." 고개를 끄덕인 현유립과 두 사내는 나무 뒤로 모습을 감췄다. 멀리서 수십 명의 발소리가 들려오자 염화교는 길가의 수풀에 바짝 엎드렸다. 잠시 후, 숲길에 수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진입했다. 소매와 바지통이 좁은 흑빛 착수의, 허리춤의 요대에 매단 묵직한 주머니들, 그 외에 별다른 무기가 없는 것을 보아 당가의 무인들이 확실하다. 미간을 좁힌 염화교의 손이 도파에 올라간다. 그때 반대편 길가의 수풀이 흔들리며 미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매복을 눈치챘는지 지척까지 접근했던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돌린다. 눈에 쌍심지를 켠 염화교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대체 어떤 놈이냐!' 더 멀어지면 계획이 어긋나고 만다. 벌떡 일어난 그는 도파를 움켜쥐고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쳐라!"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겁화천살대가 염화교를 쫓아 추격에 나섰다. 눈 밑까지 복면을 끌어 올린 이들은 뒤를 힐끔 쳐다보더니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놓치지 마라! 당가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 겁화천살대가 마치 철새 무리처럼 일제히 그 뒤를 추격했고 나무 위로 솟구친 현유립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척 하나 제대로 감추지 못해서 매복을 들키고 말았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곁으로 뛰어오른 이곽이 수염을 매만지며 나직이 침음했다. 당가의 지원치고는 숫자가 너무 적다. 그러나 그들이 신법을 전개하는 속도를 보면 정예를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나무 밑에서 조위성이 물었다. "나와 싸웠던 놈은 언제 오는 거야?" 현유립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군사 자인경은 분명 당가의 지원대를 구하기 위해 진무립이 올 것이라 예측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진무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울창한 숲 너머로 당가가 보이는 언덕 위. 수백의 무인들이 잔뜩 웅크린 채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무리의 무인들이 정문을 나선 지 일각이 지났다. 차분한 눈빛으로 당가를 지켜보던 수라대주 가진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존명."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백의 무인이 비조처럼 언덕 밑으로 쏘아진다. 당가의 담장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가운데 망루에서 이들을 발견한 무인이 다급하게 종을 치기 시작했다. 댕! 댕! 댕! 담장 너머로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가진천은 선두로 나서며 말했다. "담을 넘는 순간 실혼인들을 풀어라." 당가의 역사를 논할 때 독과 암기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만큼 실혼인을 앞세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번개같이 뽑혀 나온 가진천의 소검이 전방을 향해 쏘아진다. 콰아아앙! 흔적도 없이 무너진 담장 너머로 한 무리의 무인들이 득달같이 모여든다. "적이다!" "혈교의 기습이다!" 가진천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신들은 서장 최강을 자랑하는 수라대. 거기에 다섯 구의 혈야광인과 스무 구의 무혼광인까지 대동한 이상 패배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여라." "예!" 같은 시각, 겁화천살대로부터 도주하던 무인들의 곁으로 검은 복면을 착용한 여인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이러다 잡히겠어요. 속도를 더 올려요.] 그녀는 맡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단려화였다. 이들이 복면을 쓰고 당가의 무인으로 위장해 접근했던 것도 단려화가 매복한 혈교도들 사이에서 일부러 기척을 내어 도망칠 이유를 만든 것도 모두 진무립의 계획이었다. 사천을 놓고 벌이는 진짜 전쟁은 결국 공위맹과 혈교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싸움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구출하고 당가를 지켜 내야 차후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진무립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전황을 그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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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공자는 천하십대고수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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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무립의 고개가 우측 천장으로 향했고 목석처럼 딱딱하게 굳은 무인이 대들보 밑으로 추락했다. 상다리가 부러지며 사방으로 음식이 튄다. 신호를 받은 은수련이 감시자를 제압하고 떨어뜨린 것이다. 혈도를 찍힌 흑의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맹주조차 이 장 밖에선 알아채지 못하는 은잠술이었기에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고맙다. 한천월. 내게 떠날 구실까지 만들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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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무립의 고개가 우측 천장으로 향했고 목석처럼 딱딱하게 굳은 무인이 대들보 밑으로 추락했다. 상다리가 부러지며 사방으로 음식이 튄다. 신호를 받은 은수련이 감시자를 제압하고 떨어뜨린 것이다. 혈도를 찍힌 흑의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맹주조차 이 장 밖에선 알아채지 못하는 은잠술이었기에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고맙다. 한천월. 내게 떠날 구실까지 만들어 주는구나.' 미소를 감춘 진무립은 술상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맹주가 보낸 살수다." 감시자라는 말보다는 살수라는 말은 이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엔 더욱 효과적이었다. "당문경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벌어진 일처럼 내가 이곳에 계속 남아 있는 한 이와 같은 일은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날카로운 비수가 내 목에 닿는 날이 오겠지. 그대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떠날 수밖에 없다." 그간의 과정을 모두 지켜봐 온 후기지수들은 차마 말릴 수도 없었다. 우가산이 당황한 중소 방파의 책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달라진 척, 공정한 척해 봐야 실상은 보시는 대로요. 소공자를 이대로 잃을 수는 없소이다. 우리 마도림은 현 시간부로 사천맹을 떠나겠소." 조금 전까지 흥겹게 울리던 풍악이 씻은 듯 사라지며 참담한 공기가 대전을 채워 간다. 진무림이 발을 내딛는 순간 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노사님들께서 이 자리에 오신 이유는..." 강유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무림은 달라져야 하네. 우리 두 사람은 저 친구와 함께 마도림에 갈 것이네." 두 노사는 진무립에게 시선을 던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따라 모여들었을 때, 진무립은 사방을 돌아보며 비장하게 눈을 빛냈다. "나는 썩어 빠진 사천맹을 대신할, 모두와 상생하는 새로운 연맹을 만들 생각이다." 말이 끝나는 순간 돌아선 진무립은 그대로 전각을 나섰다. 하나둘 그를 따라나서는 가운데 육군명은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 나 역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야. 또 보자." 후일을 기약한 육군명을 끝으로 진무립 일행은 연회장을 떠났다. 조영성은 털썩 주저앉아 술잔을 손에 쥐며 중얼거렸다. "나도 노사님들처럼 무림행이나 떠나 볼까." 진무립이 남기고 간 충격적인 말은 한동안 귓가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모두와 상생하는 연맹을 만들기 위해 정무원 노사인 강유월과 하종보가 진무립의 이상에 발을 걸쳤다.  

j*****1 2022.1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