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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자면 내게 애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애정이 가면서도 쉽사리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서평의 제목을 "고기에 대한 명상, 대혼돈의 멀티미트"라고 지었을까.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면 맞소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패러디입니다요. 사실 영화 자체는 그다지 대혼돈은 아니었다. 평행우주 내에 수많은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였지만 그 존재들은 이미 내가 아니다. 겉모습만 같은 존재일 뿐 자라온 환경도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아차차차. 이 글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닌 <고기에 대한 명상>에 대한 글임을 잊지 말자.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서평의 제목이 왜, 대혼돈의 멀티미트인가 하면 고기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벤저민 A. 워개프트(Benjamin Aldes Wurgaft)는 고기에 대응하는 영단어로 meat 미트를 사용한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meat 미트는 고대 영어에서 음료와 대비되는 고형 음식에 해당하는 단어였으나 1300년대 들어서야 다른 고형 음식과 구별되는 동물의 살 만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21세기 들어서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meat 미트라는 단어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과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배양고기도 meat 미트가 될 수 있을까?
* 참고로, meat 미트는 도살된 동물의 근육과 살을 의미하는 단어이긴 하지만 동물의 내장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동물의 내장은 'offal 오팔'로 표기되며 고대 로마시대부터 동물의 내장은 제5부위로 분류되어 하층 농민의 몫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대창과 막창의 중요성을 모르는 미국인 저자의 글을 읽자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배양고기가 개발되어 일반인의 식탁에 오른다 하더라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내장용 배양고기는 아마도 한국인이 개발해야 할 몫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시작은 2013년 8월 5일 www.culturedbeef.net에서 방송한 배양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 시연회를 시청하는 저자의 모습이다. 그로부터 5년 동안 저자는 배양고기에 대한 학회와 토론에 참석하면서 방대한 자료들을 접했고, 그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배양고기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육식에 대한 인간의 역사, 배양고기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경제, 정치, 윤리, 종교, 사상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룬다. 그 폭이 어찌나 넓은지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이다. 결국엔 육식이 인간의 본성인가?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까지 펼쳐지게 되니, 그저 배양고기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언제쯤이면 내가 배양고기를 마트에서 살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한 나 같은 독자라면 어이쿠나 싶게 된다.
대혼돈의 멀티미트 속에서도 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찾았으니, 이 서평에서 공유해 보고자 한다. 우선 배양고기는 빠른 시일 내에 식탁에 오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앞으로 20년 후 마트에서 두 가지의 고기를 고르게 될 상황을 묘사한다. 한 가지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이며 고통 속에 죽어 생산된 고기라는 라벨이 붙어있다. 또 다른 고기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이다. 20년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때까지도 전통적인 고기와 배양고기가 공존한다. 그리고 배양 고기는 아직까지도 스테이크와 같은 육질의 식감을 표현해 내지 못한다. 많은 배양고기 혹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가 햄버거의 패티로 가공되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언젠가는 배양고기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겠지만 그것이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배양고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 책에서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파멸을 막는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면서도 YES, NO라는 이분법적인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배양 고기를 개발하는 측의 주장을 중립적인 자세로 옮기면서 과연 그것이 옳은가라며 반대 측의 주장도 신중하게 설명한다. 현대의 산업화된 축산업에 대한 문제는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그 대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배양고기가 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슬슬 서평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 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인간 세포로 배양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앞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벤져스 시리즈 '에이지 오브 울트론' 영화에서는 외계 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 울트론이 로봇 몸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를 갖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호크아이는 한국인 박사의 기술로 단시간에 피부를 재생시키는 시술을 받기도 한다.
위의 이야기가 영화 속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팩트'는 이것이다. 배양고기의 원천 기술은 의료 목적으로 인체 조직을 배양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배양고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자본을 의료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하라고 주장할 정도이다. 따라서 인간의 세포로 배양한 고기(조직)는 실현 가능한 이야기이다.
<고기에 대한 명상, 대혼돈의 멀티미트>라는 서평의 제목에 걸맞게 이 책에서는 인간의 세포로 만든 고기를 먹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프로이트가 등장한다. 프로이트는 자기 자신을 맛보고 싶은 욕구가 정상적인 성적 발달 단계에 속하며 문명은 우리 내부와 외부에 존재하는 자연의 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정신 분석학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식인 충동을 완벽하게 극복한 것이 아니라 문명의 억압에 의해 통제되었다는 말이다.
프로이트에서 배양고기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인육 조직배양 실험이라는 개념이 거북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혹은 자신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사고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조직 배양으로 키운 우리의 세포들은 우리를 가축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런 세포들을 먹는다면, 인간의 조건이 재편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배양고기를 먹을 것인가? 더 근원적으로 육식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수많은 의미에 대해 알고 싶다면 <고기에 대한 명상>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이 책 속에서 당신이 씹고 맛봤던 고기가 대혼돈의 멀티미트가 될지라도 당신이 발딛고 서있는 세계는 굳건하게 존재하니 걱정마시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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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에서 육신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 p.46
어렸을 때부터 고기 하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해왔다. 과장 조금 섞은 어머니의 말씀을 빌리면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소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주로 삼겹살이나 목살 등의 돼지고기 아니면 오리고기, 닭고기 위주로 먹었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고기는 나에게 음식 그 이상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성인이 되면서부터 예전만큼 고기가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을 줄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시골에 직장이 있어 출퇴근길에 도축장으로 가는 트럭들을 보는 일이 많다. 운전하다 마주친 지나가는 소와 돼지들과 눈을 마주치면 묘하게 죄책감이 느끼게 된다. 자신들의 운명을 마치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슬프게 보여서 하루 내내 마음이 안 좋을 때도 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조금씩 채소를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벤저민 A. 워개프트의 육식에 대한 철학에세이이다. 예전만큼 고기를 적게 먹는 편이라고는 하나 비건이라는 말 자체에서 주는 부담감이 있어 섣불리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배양고기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어서 이 책에 흥미가 생겼다. 배양고기가 조금 나에게는 낯설게 들리다 보니 조금이나마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저자가 배양고기에 관련된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들이 자세하게 실린 책이다. 처음은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이자 구글의 공동 설립자인 세이게이 브린이라는 사람이 후원해 배양고기를 연구하는 포스트가 소의 근육세포로 만든 배양고기를 시연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배양고기로 만든 버거를 일부 사람들이 시식하고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무래도 기술적인 한계로 우리 입맛에 익숙한 고기의 맛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인간이 왜 육식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의 육식 사회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양고기에 관한 현재와 미래 등 육식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배양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과 육식고기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신기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저자는 세미나에 참여하면서부터 요리 분야의 전문가들과 고성이 오가는 토론을 많이 보고 들었다고 한다. 배양고기로 요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직업인들 때문이었는데, 이는 요리사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도 해당이 되는 말이었다. 심지어 배양고기에 소고기 또는 고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전통적인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업에 타격을 받기에 그렇다고 치더라도 사람들 인식 자체가 배양고기를 우리가 흔히 먹는 육식의 고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읽는 중에 미술 작품으로서 하나의 이야기가 상상이 되기도 했다. '내일의 정육점 진열대'라는 작품인데, 초지 재생 방목 소고기와 로드킬 사슴고기, 시험관 비육 돼지고기 목살 등이 그려진 그림이다. 상상을 하니 조금 괴리감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로드킬 고기의 경우에는 현재도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국가에서 일부 저소득층에게 주기도 한다. 배양고기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지만 나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나름 흥미롭게 느껴진 점은 저자가 무조건적으로 배양고기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저자는 육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세미나에서 메뚜기 튀김이나 밀웜으로 만든 음식 등 육식 대체제를 먹거나 찾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활동으로 배양고기를 찬양하기보다는 중립적으로 그에 따른 철학이나 사회 등을 하나하나 꼬집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심지어 비판을 하기까지 한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과연 배양고기가 맞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무분별한 도축으로 동물의 존엄성이 무너지므로 대체 고기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과연 인간이 동물을 이해하거나 우위에 둘 수 있는 존재인지를 묻는다. 인간도 자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동물들이 무조건적으로 살고 싶어하는지 인간이 알 수 있냐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시각이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존엄성을 지키는 게 맞기는 하지만 저 물음에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 외에도 공장형 축산업이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육식주의 사회가 계속 진행되다 보면 생산량이 부족해 대체 고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 등 다양한 시선들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배양고기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에 조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이기에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게 된다면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어려운 것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생명공학을 모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문체와 내용들이어서 부담감 또한 없었다. 오히려 비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비건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