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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자를 위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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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다. 기차를 타고 도시 간 이동을 했고, 순간 잠에서 깬 나는 복도로 나와 있었다. 어둠에 잠긴 세상 저 끝에서 조금씩 빛이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하루가 시작할 무렵을 두 눈으로 바라보며 나는 매일 뜨는 태양에도 감탄할 수 있는 게 사람임을 깨달았다. 당시 들었던 You come to my senses는 이탈리아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노래가 됐다. 희미해진 기억에 생명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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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다. 기차를 타고 도시 간 이동을 했고, 순간 잠에서 깬 나는 복도로 나와 있었다. 어둠에 잠긴 세상 저 끝에서 조금씩 빛이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하루가 시작할 무렵을 두 눈으로 바라보며 나는 매일 뜨는 태양에도 감탄할 수 있는 게 사람임을 깨달았다. 당시 들었던 You come to my senses는 이탈리아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노래가 됐다. 희미해진 기억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음악의 오묘함이란. 그 시절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은 음악을 듣고 있는 요즘이다. 음악 청취가 지나치게 일상이 된 탓인지, 최근에는 특정 음악과 특정 시간대 혹은 장소 등이 연결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 소리는 오로지 귀로만 듣고 풍경은 오로지 눈으로만 바라보는 다소 밋밋한 일상의 연속이다.

즐겨 듣는 음악을 묶어 만든 게 플레이 리스트다. 타인의 플레이 리스트를 엿보며 이럴 때 다른 이들은 이런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걸 알게 된다. 저자는 여행자를 위한 플레이 리스트를 내놓앗다. 첫 책 ‘Music For Inner Peace’를 출판하면서 어느 누가 이런 책을 구입해 읽을까 본인조차도 의아했다는데, 다시 한 번 유사한 시도를 하게 된 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쉽지 않았기에, 이 책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지난 여행을 추억하길 꿈꾸는 이들이라면 저자가 소개한 음악을 들으면서 저자와 같은 혹은 다른 장소를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자신이 다녀온 여행 장소를 생각하기 위하여 저자의 플레이 리스트를 꺼내 든 이들도 존재할 듯하다.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 또한 이 책의 잠재적 독자 한 부류로 꼽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도시의 정체성을 추측하는데, 음악이 추측의 근거로 작용한다. 그 동안 꿈꿔온 도시를 실제로 방문해서는 책을 통해 접했던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이 있는 여행,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음악. 여행과 음악이 만나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걸 지켜보는 기분은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만으로도 신이 났다. 마치 내일 당장 어디든 훌쩍 떠날 계획을 품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광화문 하면 ‘광화문 연가’를 떠올리는 류의 전형성으로부터 탈피했다. 시공을 넘나드는 선곡을 솔직히 나로서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웬만큼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도 저자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방대함에 혀를 내두를 수 있겠지 싶었다. 분명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 보면 현대로 되돌아왔다. 이미 고인이 된 뮤지션들 틈에서 끊임없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오늘날의 젊은 뮤지션들이 조금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다. 아예 시대를 초월한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Love Unlimited 의 노래 I’m So Glad That I’m A Woman는 약간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흥겨운 비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한 을지로를 절로 연상시켰다. 꼭 노래를 듣지 않아도 제목에서부터 당당함이 느껴졌으니, 왠지 한 번은 꼭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도시 춘천을 상기시키는 곡으로 언급된 ‘나의 작은 새’ 부분을 읽을 적엔 저자가 추천한 건 장필순의 곡이었음에도 이젠 그리운 이름이 된 박정운을 떠올렸다. 왠지 그의 노래도 춘천을 거닐 때 들으면 좋을 듯했다.

그리움이 아무리 짙어도 아니 만나는 편이 나은 사람들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20년, 30년. 타고난 천부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20년, 30년 혹은 그 이상. 우리에게 어떠한 소식도 들려주지 않고 있는 뮤지션들이 있다. 모든 걸 신으로부터 받았으나 성실함만은 부여받지 못한 게 아니겠느냐는 저자의 말이 귓가에 메마리 치는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의 침묵이 어쩌면 아름다움을 배가시켜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영원히 추억 속에서만 살아주었으면 하는 야릇한 소망을 품게 됐다. 여행에 대한 욕구 또한 솟구치는 듯하다. 음악을 들으며 하는 여행, 여행을 하며 듣는 음악. 무엇이 우선이건 상관없다. 나의 설렘은 변치 않는다.

이달의 사락 q*****2 2023.08.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