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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복잡한 기계라도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어려운 기능도 차근차근 설명서를 보면서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해결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간관계라면 어떨까? 만약 인간관계에도 사용설명서가 있어서 인간관계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일종의 인간관계 사용설명서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의외로 핵심은 간단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성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나와 상대의 보편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관계는 좋아질 것이다.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딱 두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반사하기'다. 인간관계에서 반사한다는 행위는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은 다음 들은 내용이 맞는지 상대에게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그러니까 당신 말을..." 이런 표현이 대표적인 반사하기의 단계이다.
상대에게 내가 상대를 존중하며 잘 듣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첫걸음이다. 그냥 상대방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행위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확인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신뢰하고 경청하며 명료하게 정리해서 피드백을 주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좋아진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라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 모두들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 하고,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인간관계의 두 번째 단계는 바로 '보호하기'다. 반사하기가 상대방 중심의 단계라면 보호하기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단계이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나와 상대방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보통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느끼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내 안에 불만이 쌓이고 결국 나 자신도 상대도 모두 힘들어진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은 존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사는 데 익숙하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모든 사람의 '자아'를 존중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성경에도 나오는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재미있는 개념이 하나 나오는데, '아야! 선'이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영역이 있다. 그 선은 보이지 않지만 주제에 따라 모든 사람이 다른 크기의 선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이 선을 넘어 들어왔을 때 나에게 계속 고통을 주는 영역이다. 그래서 '아야! 선'이라고 한다. 이 영역은 사람마다 달라서 동일한 행동이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일 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이 '아야! 선'은 자신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이 선을 넘어 들어오면 정중하고 단호하게 선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하고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라, 두 사람이 '그 사실 자체를 어떻게 느끼는가' 바로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관계에서 잘잘못을 다지고 시비를 가리는데 집중하면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좋은 관계를 맺기는 힘들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팩트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실에 대해 서로 어떻게 느끼는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이해와 공감은 관심을 가져야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굉장히 공감 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성적인 면이 강한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논리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사람들의 경우, 인간관계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의도와는 달리 이성적인 사람들이 자주 하는 "난 단지 사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뿐이야."와 같은 말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감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대부분 이런 태도에 상대방은 화가 나기 마련이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은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얼마나 논리적으로 말하느냐가 아니라, 상대의 의견을 듣겠다는 열린 마음이 훨씬 효율적이다. 같은 사물과 사실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지고 다른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다. 사물이나 사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보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 들판의 비유가 정말 와닿았다. 분명 들판은 같은 모습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른 모양으로 다른 정서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고 하는 순간 인간관계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내 태도를 고집하지 말고 바꾸려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더 잘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어떻게 맞추고 어떻게 더 좋은 인상을 줄 것인가에 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만큼이나 나에게도 관심을 갖고 이해해야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공감이 갔다.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좋은 사용설명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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