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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신 인안나(The First Goddess Inanna)」 몇 주 전,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그때 나는 사놓고 다 읽지 못한 책이 여러 권이었다. 그 책들을 빨리 다 읽고 이 책을 사 봐야지, 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지켜지지 못했다. 작심삼일도 못 되어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었다. 게으른 탓에 리뷰는 이제야 쓰지만 책은 진작에 다 읽었다.
‘인인나’라는 여신의 이름을 처음 만난 건, 예스24 서평단 모집에서 당첨된 책, 「최초의 역사 수메르(The History Of Sumer)」에서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인안나’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의 여러 곳에서 ‘인안나’ 여신은 만날 수 있다. 그 중, 몇 군데만 살펴보면,
우루크에서 가장 큰 마을인 에안나에 사는 사람들은 풍요의 여신인 위대한 인안나를 섬겼다, 그들은 인안나를 위해 신전을 지었다. (31p)
‘안’은 명목상 ‘신들의 아버지’였지만 실질적인 우루크의 수호신은 인안나였다. (32p)
이제부터 가장 위대한 신은 ‘에리두의 수호신’ 엔키가 아니라 ‘우루크의 수호신’ 인안나였다. (33p)
그곳은 위대한 여신 인안나의 신전 ‘에안나’였다. (62p)
아답의 수호신은 위대한 수메르의 여신 인안나였다. 어느 날 아답 사람들이 인안나를 받드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에사르로 모여들었다. (114p)
우루크의 수호신 인안나는 엔메테나로부터 자국의 백성을 돌려받았다. (223p)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여신 ‘인안나’에 대한 기록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최초의 국가인 수메르의 수호신, 위대한 여신과 같은 선언적 언급은 많이 있지만, ‘인안나’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기 어려웠다.
‘인안나’ 여신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최초의 역사 수메르」를 읽은 후에 생겨난 관심으로 사서 읽게 된 책,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수메르의 우루크 제1왕조의 5대 왕인 ‘길가메쉬’의 일생의 행적을 기록한 서사시인데, 이 책의 뒷부분에서 여신 ‘인안나’에 대한 다음과 정보를 만날 수 있었다.
수메르의 큰 신들에게 붙여진 ‘신들의 서열’을 나타내는 숫자가 있었다. 60은 최고위의 상징으로, 오로지 신들의 대부인 ‘안’만의 고유한 숫자였다. 50은 엔릴의 숫자였다. 수메르 신들에게 50을 부여한다는 것은 ‘실권자’를 의미했다. 즉 50을 꿰찬다는 것은 신들의 실권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구세주 엔키를 상징하는 숫자는 40이었다. 30은 엔릴의 장자며, 달의 신인 난나에게 주어졌다. 20은 태양의 신이자 그의 아들인 우투의 것이었으며, 엔릴의 가장 어린 아들 위쉬쿠르에게 10의 권위가 주어졌다. 수메르의 여신들도 서열이 있었다. 안의 부인 안툼이 55, 엔릴의 부인 닌릴이 45, 엔키의 부인 닌키가 35, 난나의 부인 닌갈이 25, 그리고 우투의 누이동생 인안나가 15, 닌투가 5였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애초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큰 신’은 ‘안 엔릴 엔키 난나 닌투 인안나’였으나, 나중에는 닌투 자리에 이쉬쿠르가 끼어들었다. 닌후르쌍의 힘이 약화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남신들 틈에 있던 단 한 명의 여신은 인안나였다! (382p~384p)
인안나는 사랑이라는 유혹의 화살로 남신들과 남성들을 넘어뜨리면서 수메르의 땅 곳곳에 있던 신전을 차지했다. (중략) 그녀는 엔키에게 매력을 발산하여 함께 맥주와 와인을 마시면서 14번이나 건배를 했다. 엔키는 잔을 마주칠 때마다 여신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열거하기도 힘든 ‘메(me)’를 전부 털어주었다. 그가 욕심쟁이 여신에게 넘겨준 것은 대사제권, 신권, 왕권 같은 ‘메’뿐만이 아니었다! 왕권을 상징하는 옥좌, 제왕의 존귀한 상징인 홀, 왕의 막료, 신성한 지팡이와 끈, 여사제권, 하계의 여행권 같은 특권, 비수(匕首)와 검, 화려한 옷, 머리칼 손질법, 등에 메는 화살통, 방중술, 각종 화술, 악기와 창법, 영웅이 되는 법, 권력을 잡는 법, 목공술, 금속세공술, 필경술, 직조술, 건축술, 갈대 다루는 법……판결을 내리고 선고하는 권한까지 땅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권한과 비법을 모두 넘겨주었다. (중략) 인안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안’의 증손녀였고, 엔릴의 손녀였고, 난나의 딸이었다. 그녀는 우루크의 에안나 신전을 차지하기 위해 ‘안’의 정부 노릇마저도 서슴지 않았던, 유별나게도 전투적인 ‘사랑과 질투의 여신’으로,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394p)
이상은 내가 이 책, 「최초의 여신 인안나」를 읽기 전에 알고 있던 정보들이고,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도입부가 많이 길어졌다. 이제 이 책 내용을 알아볼 차례다.
이 책, 「최초의 여신 인안나」는 ‘인안나’의 저승 여행기이다. 저승 여행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에서 소개한 ‘인안나’에 관한 정보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옛날 엣적에 ‘하늘의 여왕’이라는 신이 있었다. 수많은 신전을 차지한 신이 있었다. 매력적인 남신과 남성들을 마음껏 유혹한 신이 있었다. 사랑의 신이고, 전쟁의 신이고, 풍요와 다산의 신이며 금성의 신이었다. 천제 안의 증손녀이며, 신들의 제왕 엔릴의 손녀이며, 달의 신 난나의 딸이며, 태양의 신 우투의 여동생이며, 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의 자매였다. 하늘과 땅에서 가장 강력한 힘과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과 가장 사나운 전투력을 지닌 여신이었다. (28~30p)
한마디로 ‘인안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능을 가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신이었다. 그러나 ‘인안나’는 만족을 모르는, 욕심 많은 신이다. 그 욕심이 인안나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하늘과 땅의 모든 권능을 버리고 위험천만한 저승 여행을 하게 한다.
사랑과 질투로 몸부림치고, 전쟁과 복수로 핏발이 서고, 하늘과 땅의 신령스런 기운으로 기세등등한 여신이었다. 저승까지 차지한다면, 천지사방의 지혜와 더불어 하계의 지혜까지 한데 모을 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누릴지도 모를 최고신(最高神)의 영광, 이것이 여신의 속내였을지도 모른다. (30~31p)
그러나 하늘과 땅에서는 모든 권능을 가진 ‘인안나’라고 하더라도 저승 원정은 무모한 짓이었다. 저승은 어느 누구도 다시 목숨 붙여 돌아오지 못하는 사지(死地)이므로. 아니나 다를까 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은 저승의 권능까지 넘보는 ‘인안나’를 송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지혜의 제왕, 인간의 창조주인 ‘엔키’의 도움으로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긴 하지만, 대가는 치러야 했다. 자신이 살아나는 대신 남편 ‘두무지’와 ‘두무지’의 누나인 ‘게쉬틴안나’를 저승에 넘겨주었으니까.
인안나의 저승 여행은 끝이 났고, 그의 사랑도 끝났다. 그리고 진정한 승리자는 인안나였다. 그는 하늘의 여왕이었고, ‘큰 땅’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여신이었다. 그것은 수메르의 만신전에서 전례 없던 위업이었다. 죽음에서 부활한 인안나는 가장 위대한 신이 되었다. 아울러 그녀는 이승과 저승의 운명을 결정하는 거룩한 신이 되었다. 그래서 두무지는 비록 저승으로 붙잡혀 가지만, 인안나가 정해 준 그 운명으로 반년 동안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여 이승에서 나머지 반년을 보내는 삶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204p)
이상이 ‘인안나’의 저승 여행의 결말이다.
저자(김산해)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하고,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 역사, 문명 연구에 전념해 온 학자이다. 저자는 <책을 펴내며>에서 인안나를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였고, 아테나였고, 헤라였다. 로마의 베누스였고, 미네르바였고, 주노였다. 이탈리아 북부 에트루리아의 우니와 투란이었다. 그녀는 이집트의 이시스와 하토르였으며, 셈족의 이르닌니, 아스타르투, 이샤라, 아나트였다. 가나안의 아스타르테였고, 히브리의 아스다롯이었고, 우라리트의 아티라트였다. 또한 아라비아의 알라트, 아타르사마인, 후르리의 샤우슈카였다. 그리고 악카드의 이쉬타르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아테나’, ‘헤라’, 로마 신화의 ‘미네르바’의 원형이 수메르의 ‘인안나’라고 말한다. 인류 최초의 국가가 수메르이고, ‘인안나’가 수메르의 여신이니까 시간적 선후 관계로 본다면 저자의 견해는 하등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저자는 또한 말한다. “로마 교회는 수메르의 신년 출제와 제의로부터 시작된 고대 태양신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제전을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와 부활절로 바꾸어 놓았다.”라고. ‘인안나’가 죽었다가 3일 만에 부활한 것과 예수가 죽었다가 3일 만에 부활한 것을 우연의 일치로만 봐야 할까
히브리족의 창세기 <베레쉬트>의 저자는 먼 옛날부터 내려오던 두무지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야붸는 농부 카인이 바치는 농산물을 받지 않았고, 그의 동생이며 목자인 아벨이 바치는 가축을 제물로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농부는 양치기를 죽였고, 야붸의 저주를 받은 농부는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수메르의 농부 엔킴두와 양치기 두무지의 대결은 결국 두무지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수메르의 신화적 전승은 히브리족에 의해 이런 식으로 변형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200p 각주)
저자가 기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글이다. 저자는 기독교를 수메르 신화의 변형으로 보고 있다. 기독교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련의 시리즈로 볼 수 있는 「최초의 역사 수메르(The History Of Sumer)」,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와 함께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수메르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무조건 배척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길가메쉬’에 관해 언급하는 내용도 여러 군데에서 만날 수 있다.
길가메쉬와 그의 시종 엔키두가 영원히 이름을 날리기 위해 삼목산으로 원정을 떠났다. 둘은 그곳에서 엔릴의 산지기 신 후와와를 죽였다. 그들은 피 말리는 산행에서 무사히 우르크로 돌아왔다. 왕은 더러워진 옷을 벗어던지고 제왕다운 복장을 갖추어 입었다. 아름답고 거룩한 젊은이였다. 그가 여행의 독을 털어내고 머리에 다시 왕관을 썼을 때, 한 여신이 젊은 왕의 매력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인안나였다. 그녀가 왕을 유혹했다. “길가메쉬여, 그대는 내 남편이 될 것이니, 그대가 가진 육체의 아름다움을 내게 주세요. 그대는 내 남편이 될 것이며 나는 그대의 아내가 될 거예요. 나는 그대를 위해 청금석과 금으로 만든 전차를 드릴게요.” (117p)
참으로 못 말리는 여신이다.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다만, 아무리 신이라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있다. 길가메쉬가 인안나의 유혹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도 그렇게 느꼈지만, 수메르의 신들 역시 인간들처럼 감정을 갖고 있다는, 그래서 인간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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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산해 저자의 <최초의 여신 인안나>를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스포일러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저자의 <길가메쉬~> 책을 재밌게 읽어서 이 책 또한 구매하게 되었다. 내가 읽은 <황금숲>이라는 수메르 배경을 바탕으로 한 소설책에서 '이난나'(이 책에서는 '인안나'로 표시)라는 여신이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나오는데 그래서 책을 다 읽고 관련 신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나처럼 수메르 신화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더 상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께 즐거움을 안겨다 줄 책임을 자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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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내 독서 생활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 나는 그동안 책을 안읽고 뇌가 굳어버렷구나 슬프다. 고대 이야기는 짱구 여러번 굴리고 상상력 최대 풀가동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ㅠㅠ 시작하려다 처참히 끝난 책... 아마 못읽고 되팔기 할 것 같은 책이다 따흐흑 최초의 여신 인안나님께 처참히 당한 책이다. 그래도 아는 이름들이 나와서 조금 흥미는 생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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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평소에 관심을 가진 소재라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수메르 문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요즘 14F 서아시아 문명 시리즈를 열심히 보고 있어서 그런지 더 새록새록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