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싫어하는 음식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먹고싶은 음식도 많이 나오는 것이 아이러니다.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에게 당분간 금서이다^^ 논문 읽기 싫을 때, 에세이는 한글의 고마움과 읽기 속력으로 기를 살려준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스키장 슬로프를 가르는 아찔함이 느꺼지는 속독의 기쁨. 이번 학기에 읽고있는 원서들은 내 시간과 자존감을 잡아먹는 괴물들이다. 지금도 읽어야하는 논문이 많지만 이런 사치와 일탈을 허락하는 적당한 분량의 책이다. 글 속에서 감칠맛 나는 작가님들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임진아 작가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를 ebook으로 읽게 되었다. 작가들의 다른 책도 벌써 골랐다. 논문도 참고문헌을 타고 줄줄이 연결되어야 좋은 논문인거지. #기승전논문 #아니요그건빼주세요 #봉달호작가 #임진아작가 #윤이나작가 #김현민작가 #서효인 |
|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말하기 배틀처럼 좋아하는 것만 찬양할 때 싫어하는 것을 당당히 말하는 책이 나왔다. 못 먹는 음식이든 싫어하는 음식이든 호불호가 누구에게나 있는 편인데 싫다고 하면 그렇게 먹어보게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당당히 말한다.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작가들의 싫어하는 음식을 들여다보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것도 즐겁게 말할 수 있지만 싫어하는 것도 즐겁고 유쾌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글로 써낸 작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싫어하는 것도 취향이라구요. 그래서 나도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싫어하는 게 매우 많은 인간인 나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이 들었던 말이 뭐든 다 잘 먹게 생겼다는 말인데, 그 말도 싫어한다. 네가 뭔데 날 판단해!!! 아, 시작부터 다른 길로 갈 뻔 했다. 각설하고, 음식이라고 하면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입에 넣기 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는 음식이 있다.(음식이라기보다 식재료라고 해야할 것 같다.) 생김새나 냄새,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더 유난스럽게 따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싫어하는 음식 중 대표주자는 바로 해산물이다. 나는 변덕쟁이에다 기복이 심하다보니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싫었다가 좋아진 것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말 싫은 몇 가지가 있다. 바로 해삼, 멍게, 개불, 성게, 굴 같은 미끌거리고 보기에 징그러운 것들이다. 일단 시각에서부터 탈락인데 미끌거리는 촉감이나 물컹거리는 식감은 정말 최악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멍게를 주면서 먹어보라고 했을 때 눈 딱 감고 먹어보려 했던 나 자신이 기특할 지경이다. 물론 먹지 못했다. 해산물 중에 먹을 수 있는 것은 생선류, 조개, 오징어, 낙지같은 진입장벽이 낮은 것들 뿐이다. 내가 당신과 해산물을 같이 먹는다고 하면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 것인지 헤아려주길 바란다. 하지만 난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미리 사과의 말을 전한다. 해산물을 매일 먹거나 해산물이 주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크게 힘들 일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많은 밥상은 한식이 주를 이룬다. 나는 한식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중에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 밥과 국은 편식을 할 일이 많지 않은데 수많은 반찬에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일이 많다. 특히 싫어하는 반찬은 가지와 호박이다. 나는 가지가 싫다. 호박도 싫다. 호박은 그래도 먹긴 하지만 안 먹는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잘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가지를 볶음으로만 먹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냥 가지의 식감이 싫다. 색깔은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인데 맛은 너무 이상하다. 무슨 맛으로 먹는지 알 수가 없다. "가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하면서 이것저것 레시피를 알려주지 마시라. 더 나이가 들면 먹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싫으니까요! 나는 고기를 매우 사랑한다. 고기는 굽거나 찌거나 튀기거나 모든 요리법에 관계없이 다 좋다. 그러나 그 중에서 먹을 수 없는, 못 먹는 고기가 있다. 싫어하는 쪽이 아니라 못 먹는, 안 먹는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눈치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바로 개님이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무서워한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무섭다. 물론 귀엽기는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동물은 아니다. 어쨌든 무서워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개는 먹을 수 없다. 먹어본 적도 없고 먹을 생각도 없다. 냄새도 맡기 싫다. 이상하다. 소도 돼지도 닭도 다 같은 동물인데 어째서 개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아무래도 어린 시절 개잡는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식용과 반려견을 구분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시나마 반려견이었던 작은 나의 강아지가 남아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내가 개를 음식의 범주에 넣은 것이 거슬리거나 속상하신 분께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싫어하는 것이 너무 많아 날을 새도 모자랄까봐 이정도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싫어한다기보다 안 먹거나 먹기 싫은 음식도 많고, 나이가 들어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많다.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언제든 바뀔 수 있기도 하고 절대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음식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혼자서 먹는 것보다 함께 먹는 먹는 음식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운 사이여야한다. 회사와 같은 비지니스관계나 가족과의 식사를 제외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이 나에겐 관계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불편한 사람과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마저도 싫기 때문이다. 함께 먹은 밥만큼 우리는 가까워졌을 것이다. 우리가 만났을 때 싫어하는 음식을 빼고나서 교집합의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이미 시작부터 좋은 관계일 것이다. 우리 같이 밥 먹을래요? |
|
미국영화를 볼때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사람들이 음식이나 음료주문할때 자기 취향에 굉장히 당당하며 그건 빼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주변인들이 아무 타박도 하지 않다니...? 진짜, 나한테는 인류가 달에 갔다는것보다 더 신기해보이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서브웨이같이 자기 취향껏 먹는 음식점도 생기고 음료를 고를때도 다양한 선택지를 주지만 나 어릴때만해도 목소리 큰 사람들이 '이거, 이거 먹자 다들 메뉴 통일ㄱㄱ'할때 '나는 그거 안(못)먹는데'라고 하는순간 갑자기 싸하지면서 사회 부적응자 보듯이 보면서 심지어 '왜 그걸 안(못)는지 우리가 납득할수있게 말해봐라', (이유를 듣고는)'아니 그럼 넌 뭘 먹고사냐? , 그거 하나씩 안먹는버릇 들이면 영양은?사회생활은? ' 하면서 안그래도 소심한 사람을 들들 볶아 아예 넉다운 시키는. . 그런 문화 속에서 살아오던 나로서는 진짜 요즘시대 너무 좋다. ......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요즘에도 메뉴 통일하자는 사람들이 꽤있어서 그냥 시키고 난 안먹거나 곁다리로 나온 다른거 먹는다. 괜히 민폐캐릭터가 되고싶지않아서다.(한국에선 자기 취향을 어필하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민폐가 된다) 그러던 와중에 이런 책이라니. 너무 좋다. 좋아서 환장하겠다ㅋㅋ 사실 나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내 세대들이 어릴때부터 취향을 존중받아본적이 다들 없다보니 오히려 자기 안에 표현하고싶은 욕구와 분노들이 어른이 되어 필요이상으로 격하게 표출되는 방식으로 혐오 문화가 생겼는데 이 책처럼 자기 취향과 생각을 건전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게 너무 좋았다. 이런 책 또 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