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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여행은 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면 그대신 나이 쉰에 혼자 제주한달살기를 다녀온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를 펼쳐봐도 좋을듯, 막걸리와 김밥한줄 필수! 책제목이 무척 반어적이다. 불량한데 명랑한 유배라니!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한다는데 이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진짜를 만나게 된다. 저자의 제주 혼자 여행에는 늘 김밥과 막걸리가 시그니처가 되어주는데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한달의 여행이야기에서는 그 이유를 모른채 그저 불량 주부의 명랑한 제주 여행만을 만나게 된다. ‘구름의 속도로,바다의 마음으로, 나무의 숨으로, 길의이야기로, 나는 여행을 곧잘한다. 혼자일 때 더 잘한다. 가난하고 자유로운 여행, 하찮은 그러나 괜찮은 여행. 남은 날의 모든 여행이 하찮고 또 괜찮길‘ -p130 제주에서 한달살기, 딸이 민망해서 입지 않는 초록치마를 의상탈출이 일상탈출이라며 입는다. 길을 잃어도 좋고 객이 되어 객을 맞이하고 현지 미용실에서 진짜 아줌마 빠마도 한다. 불현듯 만나는 풍경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추억하고 개에게 길이 막혀 돌아가기도 하고 마스크를 잃어 다시 찾으러 가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좋은 길을 걸으며 공짜로 쓰는 자연에 감사하고 혼자하는 여행이지만 오며가며 스쳐지나가듯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살고 싶은 제주의 소박하고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 오름을 오르며 뜻밖의 행복을 맛보게 된다. ‘오십엔, 제주가 제철입니다. 여행이 제철입니다. 주저말고, 떠나셔요. 저절로 술술, 잘 풀릴 거에요. 여행도, 인생도.---p225작가의말 제주를 종종 가지만 혼자 간적은 없다. 만약 혼자 간다면 어떤 여행이 될까? 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여행에세이! 작가의 마지막 말에 힘입어 없는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한번쯤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제주여행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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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의 결에 따라 많은 생각이 스쳐 간다. 자유로웠고, 쓸쓸했으며 더할 나위 없이 충만했다. 혼자 걸으며 무수히 많은 것들을 채집한다. 물리적인 것들을 사진으로 수집하고, 둥둥 떠다니는 대책 없는 마음을 애써 메모로라도 부여잡는다.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그렇게 지켜간다. (p.62)
봄빛이 가득한 연 오렌지의 표지. 제주도. 여행기. 사실은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펼친 책이었다. 그저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하겠지, 하는 얕은 기대감이랄까. 이 책을 읽으며 눈물 콧물 흘리는 나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모슬포 같은 마음을 털어내고자 혼자 떠난 제주도. 제주를 걸으며 자신의 지나온 길을 다시 걷고, 바다를 보며 50년이라는 삶을 되돌아보는 일기 같은 책이다. “내가 아닌 나는 될 수 없지만(p.27) 찌그러진 마음이 조금 펴지고, 어둡게 밝아 적당한(p.5)”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게 짠한데 때때로는 달콤한 유배기. 그리고 그 여행에서 그녀는 결심한다. “바람이 분다고, 나를 향해 부는 것이 아닌 것을. 겁먹고 살지 말자. (...) 개 떨듯 떨더라도, 뛰쳐나오고, 걷고, 살자. (p.61)”고.
어린 시절의 한 순간순간이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쉬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어른의 순간도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꽤 괜찮은 유년기를 보냈음에도 어른이 되어 겪은 순간순간이 여전히 아프고, 버거웠는데 나는 그것을 스스로 인정해주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벗어나는 길도 눈에 들어왔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는 나보다 한발 앞서 이미 자신의 터널을 잘 빠져나오고 계심을 느꼈다. 같이 울고 웃으며 나도 이제 그 터널에 발을 디딜 용기가 나더라.
느슨한 일상과 느린 걸음, 푸근한 자연은 걸음을 잡아주었다. 나하고만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생활은 안팎으로 여유를 주었다. 심장이 느려졌다. (...) 영혼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느리게 걸어야지. 조금 더 느리면서 열렬한 생활을 격하게 누려야겠다. (p.145)
숲이 너무 좋아 나도 숲인 것처럼, 나도 자연의 하나로 배어든 것처럼 자연을 편드는, 식물과 동물을 편드는 생각이 걸음을 따라 이어졌다. (p.178)
느리게 살기. 사실 요즈음의 내가 가장 격렬히 지지하고 있다. 음악도 듣지 않고 책을 보지도 않은 채 가만히 커피만 마시기. 그냥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기. 요즈음의 지지하는 내 삶의 한 조각. 막상 해보니 아무것도 어려울 것이 없었는데 그동안의 나에게는 왜 그리도 남 이야기 같았을까. 작가의 말처럼 “나를 꼭 쥐고 있는 그 무언가! 그건 바로 나(p.6)”였음을 다 놓아보고서야 아는 미련함을 이제야 실컷 부려보는 중인 거다. 그러면서도 종종 친구에게 마흔을 목전에 두고 나는 왜 이러는지 쓸쓸한 웃음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느린 삶을 조금 더 지속할 예정이다. 내 영혼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말이다. 책의 나이가 현재형이라면 나와 띠동갑일 작가님을 핑계로 조금 더 느린 나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찮은 글도 읽히면 괜찮은 글이 된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나도 언젠가는 바다처럼 짜고, 귤처럼 달콤한 이야기를,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조금 더 '나'로 잘살아 보아야겠다.
작가님. 저 오늘부터 작가님 팬 할 거니까, 일단 술이나 한잔 다정하게 따라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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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뜬금없이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그저 여행초보자가 개인적 일탈을 써내려간 것이겠지 거기다 책의 첫 줄이 “부끄러워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건 무슨 낚시 떡밥인가? 그러나 10페이지 정도 읽으면 깊은 맛이 우러난 진국 한동안 선입견을 가졌던 내가 후회되고 이걸 출간한 지 1년이 지나서 읽은 것이 작가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여행에세이지만 스토리를 잘 짜놓은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짜임새 있다.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데 유쾌한 필체가 시샘마저 든다. ‘굴거리나무 이파리는 캉캉춤을 추는 무희를 닮았고, 참식나무 새잎은 금빛으로 빛난다. 설마 금색일까 싶지만, 정말로 금빛 털이 빼곡해서 해를 받으면 찬란한 금색이 된다.’
그동안 난 제주막걸리를 처마시기만 했지 예쁜 분홍색 패키지인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다음 책을 쓴다면 솔직한 자기 고백서를 쓰고 싶다. 마음의 거울 같은 글이 가장 소중하고 빛이 난다. 그때까지 글을 연마하리라.
여기에 주로 등장하는 시그니처는 유배지 음식은 김밥과 막걸리다. 나중에 의자가 추가되는데 그녀가 왜 제목에 유배라고 쓴 이유가 나온다. 본문에 뜬금없이 통곡하고 체했다는 글 한 줄이 나오는데 그 해답을 에필로그에서 찾았다.
제주 자연은 언니와 남편 그리고 엄마, 아빠, 친구까지 동행자가 되었고 되새김질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거기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엄청난 독서량과 철학적 사고가 글에 녹아 있어 마음의 자양분이 된다.
일기처럼 썼지만 인간애와 자연사랑이라는 큰 주제는 책장을 덮을때까지 끌고 간다. 매일 잘한 일, 잘못한 일까지....하루를 정리하는 간결에 박스 글에 무릎을 친다. 반전은 마지막 에필로그
왜 30일 동안 여행을 떠났는지, 그리고 책제목을 유배기라고 칭했는지 그 해답지를 보고 함께 아파한다.
200페이지 넘는 반성문이지만 그녀의 부담과 굴레를 벗어나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글쓰기가 이리 소중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만큼 막걸리는 갈증을 풀어내는 생명수이자 응어리를 긁어내는 치유제 였다. 여행글을 한 제대로 써보고 싶은 분 글을 통해 자기 수양을 한 뼘 늘리고 싶은 분 통통 튀는 글을 한번 쓰고 싶은 분 텍스트로 이 책을 강추 한다.
난 초록색 벨벳 바지를 하나 입고 다음 해외여행을 꿈꾼다. |
| 내 나이 이제 50으로 접어들어 아직까지 내 나이 앞자리 변경에 다소 거부감 있었던 차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김밥과 막걸리로 30일의 제주 여행 내내 작가의 식사를 대신했다는 이야기가 무슨 의미였을까 궁금해 하며 읽어내려갔는데.. 뒷부분 친구의 이야기에 그만 눈물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친구가 만들어준 김밥.. 그리고 그 친구의 무덤앞에 놓인 막걸리같은 그런 슬픔의 막걸리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와의 추억을 그리고 친구와의 아팠던 사연을 제주에서 30일의 시간을 통해 하나씩 묻어둔 그런 이야기로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이제 반 백살의 나이에 나의 삶도 뒤 돌아보아 후회 되는 일과 놓치고 있던 친구와의 섭섭했던 일을 하나씩 꺼내어 수화기를 들고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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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제목부터 통통 튈 것 같은 제목을 가진 여행기..
하지만 오십을 맞아 훌훌 털어내며 제주로 떠난 저자는 이를 ‘유배’라고 칭하고 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재미난 여행기 인가 보다 하고 예측을 했었는데, 웬걸 초반부터 진지하다. 그녀는 왜 유배기라로 칭하는 지를 초반에 알뜰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여기를 읽으며 마냥 남 사정이라고만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몇가지 중 어느 언저리는 나도 그렇구나 하고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살다가 문득 다 새롭게 다시 살아내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데, 저자는 바로 제주여행을 그 계기로 삼고 있었다.
다른 여행에세이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었는데, 바로 하루하루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작은 메모로 넣어놓았다는 점이다. ‘유배’라고 정의한 일정답게, 매일 작은 것이라도 챙기려는 모습이 내게 새로운 여행법으로 와 닿았다. 그래서 하루의 긴 글을 읽은 후에 이 짧은 메모를 따로 읽어보았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개인적으로는 이것만 가져가도 성공한 독서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또한 예상외로 굉장한 몰입감이 있는 에세이였는데 아마도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 때문이였던 것 같다. 같은 상황이나 풍경도 그 표현이 지루하지가 않고 개성 있었다. 적당한 깊이감과 감수성, 개인사와 맞물려서 읽는 이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었는데, 참 좋아서 또 접하고 싶은 문체였다.
여행에 목마른 요즘 시기에, 여행기를 보는 것은 고문이자 즐거움이다. 잠깐이나마 저자와 함께 떠난 제주는 달리보였고 흔히 거론되는 장소들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듯하였다. 인생의 어느 정점에서 고민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은 단순히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해도 충분히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지금은, 그녀의 다음 도전기가 궁금하다.
_부끄러워서 여행을 떠났어요.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벌이라면 짧고 상이라면 긴 시간, 30일._
_나는 언젠간 아버지의 책을 끌어안은 책방을 하고 싶다.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인 책을 아이들 나간 빈 방에 한 면 가득 쟁여 놓고 있다._p40
_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뜨거운 오뎅 국물이 간절했다. 그래도 걸었다. 바람싸대기 세게 맞으며, 바당길보다 숲길이 좋고, 숲길보다 밭담길이 좋고, 밭담길만큼 마을길이 좋다. 낡고 닳은 건물 앞, 닫힌 문 앞에서 물끄러미 안을 살핀다.
새것 앞에선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 낡은 것 앞에서 시간을 헤아린다. 함께 여위어간 누군가의 마음을 생각한다. 금능도 아늑하다. 낮은 담을 따라 걸으며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슬포는 어쩌지._p82
_굴거리나무 이파리는 캉캉춤을 추는 무희를 닮았고, 참식나무 새잎은 금빛으로 빛난다. 설마 금색일까 싶지만, 정말로 금빛 털이 빼곡해서 해를 받으면 찬란한 금색이 된다. 나무 하나 꽃 하나를 알아가며 걷는다._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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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한 문장 읽으니 엄마가, 또 한 문장 읽으니 엄마가. 50, 그 둥그런 나이가 되면, 대체 무엇을 느끼길래 걷고 또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걸까. 엄마도 제주 올레길에 한번 빠지고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이든, 들이든 걷는다. 주로 아빠와 함께 가지만, 가족 산행이 될 때도 있다. 덕분에 나도 네댓 번의 산행길에 함께했다. (??초콜릿 바?? 사주면 잘 따라감 ??) 엄마도 블로그를 쓰는 걸 보면, 그 특유의 소녀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말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이맘때의 사람들은 대게 투명해지는 걸까. 가족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으며 행복했던 제주도 여행도, 동생과의 파릇파릇했던 제주도 여행도 함께 돌아보았다.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글의 결을 따라 제주를 누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
에필로그 같은 프롤로그 부끄러워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유배의 변(辯) 이제는 볼록이고 싶다.
나는 평면에 가까운 인간이라, 애써 볼록과 오목을 만들어가며 지내왔다. 말하자면, '입체'를 꿈꾸는 사람. 그런데 작가님은 볼록하고 오목한 삶을 애써 메워왔다고 표현했다. 입체에 가까운 사람이 많은 날을 평면에 욱여넣으며 지내왔다니. 어느 쪽이 더 힘겨웠을까, 잠깐 고민에 빠졌다가도 결국에는 난 대로, 날 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목의 볼록화, 평면의 입체화. 물결 같은 삶이란. ~~~. 평평한 산책길은 서뿐히 느리게 걷기 좋지만, 밭은 숨 내뱉으며 종아리 뒤쪽이 당겨오는 그런 오르막길이 더 활기찰 수밖에 없는, 그런 걸까. 유배일기 가식은 필요 없다. 지금 나는, 백 퍼센트 혼자니까.
길을 잃어도 '달콤'하다고 느끼는 건, 어떤 마음일까. 갈 곳 정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나는 두렵고 무섭다. 제자리에 멈춰서 삐쭉삐쭉 흐르는 땀을 겨우내 닦아내고는 한숨 한 번 쉬고, 언제쯤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까마득하다. "하하, 또 길을 잃었군! 여기는 새로운 느낌인걸? 좋은데? 좀 즐기다가 새로 길을 찾아볼까나!"라며 가볍게 툭툭 털어내림이 없다. 내가 조금 더 자라야 느낄 수 있는 맛일까. 달콤한 방황. 언젠가 나도 길을 잃었을 때, 잠깐 멈춰진 그곳에서의 풍경을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 달콤해하다가 길을 잃었다, 로 바꾸면 어땠을까? 달콤함을 한껏 누리다가, 문득 길을 잃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럼에도 여전히 달콤하게 남아있다는 그 느낌이 참 궁금하다. 중간중간 작가님만의 특유의 표현이 나온다. 멋진 중에 멋지시다, 는 말을 들었을 때도 '에?' 했다가도 감탄했다. 멋진 중에 멋지신 느낌은 무엇일까. 괜히 나도 만나 뵙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문장 하나로 그 마음이 들게 만들다니. 작가님, 멋진 중에 멋지시군요!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51쪽 ?? 4-5일 : 객이지만 객을 맞는다 일기의 마지막마다, 이렇게 작은 코멘트들이 달려있다. 잘한 일과 잘못한 일. 보면서 킥킥 웃게 되었고, 어떨 때는 괜히 잘못한 일로 적힌 작은 것들에 "그래도 괜찮아요.", "에이, 그럼 뭐 어때요."라는 도닥거림을 남겨주고 싶었다. 이런 날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잘못한 일 없이, 다 잘했다니까! 외치고 싶은 날들에, 꼭 그렇게 나를 칭찬해 줄 날들이 더더 쌓이기를. 그 마지막 마침표까지도 단호해서 참 잘했다, 칭찬해 주고 싶게 만들었다. 참 잘했어요 :)
때로는 곁에 있는 이에게 말 못 해 끙끙 앓던 일을, 생판 남에게는 주절주절 다 흘려보내기도 한다. 어쩌다 마주치게 되는 대나무 숲은 삶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다. 대학교 몇 학년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학교 수업 때문에 상담을 3차례 받아야 하는 게 있었다.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겠고 딱히 마음이 안 좋은 상태도 아니었다. 근데 첫 상담 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술술 나와서, 문 닫고 나오는 순간 '아차!'했다. 뭔가 스르르 풀려버린 느낌이 그제서야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주, 아주 오래 지난 일이라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걸. 우습게도 가까이 있는 사람은 깨닫기 어려운, 떨리는 마음과 요동치는 감정을 낯선 이는 쉽게 알아차린다. 왜일까. 낯설어야 해제되는, 그러니까 다시 보지 못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쉽게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걸까. 스쳐 지나가는 당신에게 언젠가 나는 위로를 받았고, 어색하게 들어주던 나에게 언젠가 당신은 따뜻함을 받았을 테니.
지난날의 나는 알게 모르게 안으로 나약해지고 있었나 보다. 밖으로 용기를 닦지 않아, 안으로 무너지는 나약한 마음을 감당할 수 없는 날을 맞았다. 하루가 무겁고, 그래서 지쳤다. 뭔가를 이제 해내야 하는데, 업(業)으로 삼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갈수록 헤아리기 어려워했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듯한 하루들에 자주 울었고, 눈을 뜨면 무거워지는 마음을 다잡기가 갈수록 버거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그런 열정에 찬 말에 문득 힘이 났다가 사그라들었다. 마음이 너무 약해져서, 자꾸 자고만 싶었다. 이 책을 읽다가 알았다, 그냥 밖으로 용기를 닦아야 할 때가 온 거라는걸. 일상 밖에서 새로움을 부딪힐 때가, 난관에 처할 때가, 적응하고 넘어설 용기가 필요해진 때라는걸. 아직은 하루가 버겁지만, 조금씩 용기를 잘 닦아내면 나는 또 금세 파이팅 넘치는 하루를 걷겠지. 하루의 끝마다, 용기를 닦아내려고 한다. 하루의 시작마다, 용기를 빛내고자 한다.
물숨, 그 차운 숨. 작가님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조금 더 끄적여보자면, 그러하기에 어쩌면 삶은 공평한 게 아닐까. 욕심의 크기는 비교할 수 있지만, 결과는 다르다 말할 수 없기에.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이가 없기에. 무엇이든, 숨 한 줌을 내려놓고 잡을 수 있는 것은 없기에.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채샘)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물숨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이제 이 두 책이 떠오르겠구나, 싶었다. 물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물숨을 두려워하는 지혜. 꼭 이 영화 한 번 봐야겠다.
?? _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 채샘 "제주 출신이자 영화 <물숨>을 만든 고희영 감독이 글을 쓰고 에바 알머슨이 삽화를 그린 동화책 <엄마는 해녀입니다>의 원화를,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상영하는 거라고 했다. 거기서 나온 한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육지에 터전을 둔 우리에게도 물숨을 두려워하는 저들의 지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육지 위에도 물숨 같은 것이 있어, 자기의 숨을 넘어선 욕심을 부리다간 그 끝에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 끝없는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고 하루하루의 삶과 양식에 감사하며 살 텐데. 상영실에서 몸을 일으켜 나오며 나는 다짐했다. 욕심내지 말고 딱 나의 숨만큼, 하루를 살고 싶다고, 현의 재발에 좌절하지 않고 딱 나의 숨만큼,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다고.
무용하고 아름다운 일, 하니까 생각났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의 대사. _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_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들이구려.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러한 이유로 그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오. 나 역시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오름 오르듯, 그리 살면서. 또 삶의 태도를 배워간다.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120쪽 ?? 개인적으로 '오름' 하면 떠오르는 찬양이 있고, 그 찬양을 듣다 보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그분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이라는 찬양 구절이 쓰여있다. 그분을 보면, 오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
며칠 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길에 비를 만났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약까지 받고 막 나섰는데 비가 엄청 쏟아졌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서글프고. 몸이 아프니까 더 그랬던 마음.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될 일이었다. 별일도 아니었다. 그때의 나에게 속삭여줄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 또 한 번 빗길을 걸을 나에게 해줄 수 있을 말이다. 읽다 보니, 또 생각난 드라마가 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김사람의 대사. 생각해 보면 드라마에서 감동을 주는 대사들은, 책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은 그리도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위로들이다. _ 뭔 놈의 인생이 맨날 비고, 비가 와도 우산 하나 없고. _ 뛸래? _ 왜 뛰어? _ 재밌잖아. _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이럴 거면 그냥 걷는 게 낫겠다. 그게 덜 힘들지. _ 아직도 힘들어? _ 이제 괜찮아.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_ 거봐, 비 별거 아니지. 너만 우산 없어도 별거 아니야. 그냥 맞으면 돼. 맞고 뛰어오면, 금방 집이야.
1년에 한 번 정도는 크게 몸이 아프다. 으레 그러하듯, 병원에는 원인을 알지 못하고 스트레스라는 만병의 근원을 들이대는 그런. 꼭 링거 신세를 한 번 지고 나서야, 죽은 듯이 열네댓 시간을 자고서야 일어설 수 있는 때. 가끔 나도 멈추지 못했던 걸음을, 몸이 아프고서야 주저앉게 되는 건 본능적인 멈춤이 아니었을까. '영혼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느리게 걸어야지.'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내 영혼이 어디쯤 따라오고 있나, 싶은 돌아봄이 아니었을까. 느리게 걸어야지. 조금 더 느리면서 열렬한 생활을 격하게 누려야겠다.
하늘을 보는 게 좋다. 날이 너무 좋아서, 햇살이 눈부시게 따사로울 때나 알 수 없이 솟아오르는 행복과 기쁨에 벅찬 걸음을 내디딜 때도 하늘. 주저앉아서 펑펑 울고 싶을 때나 자도 자도 계속 자고 싶을 때, 이유 없이 지쳐 어딘가로 웅크려 들어가고 싶을 때에도 하늘. 정말 하늘엔 마음이 있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평안함, 시원스레 어둠을 흘려보내는 위로, 불그스름한 애정 어린 그리움, 맑고 청명하게 외치는 응원 같은 것들. 하루에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봐야지. 꼭 그렇게 마음을 보내고 받아야지.
프롤로그 같은 에필로그 사실은 다 이유가 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 나는 문장들이 많았다. 별것 아니지만, 울고 웃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괜스레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민하면서 아직 뭔가가 남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부록 같은 본론을 읽고서야 나는 제대로 또록또록 눈물을 흘렸다. 작가님의 아픔을 온전히 알 수 없지만 모든 여행의 순간마다, 문장마다 남아있는 아픔이 이해됐다. 그 작은 의자를 평생 마음 어딘가에 두고 있을 무게를 보았다. 아픔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그 힘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더 보듬고 더 아껴서, 언젠가 맞이할 누군가에게 웃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울지 말고, 싱긋 웃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돌아보기도 했고, 그래서 용기 내서 다가가기도 했다. 우리가 둥그런 오십이 되면, 함께 제주에 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게 모든 이가 각기 다른 제철을 맞이할 준비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매 순간마다, 나이 한 번 넘어가는 때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듯 그렇게 제철마다의 마음을 온전히 나누고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푸른향기 서포터즈??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당 도서는 ??푸른향기??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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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살을 맞아 떠난 제주 한달살기의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이 제주에세이는 김밥과 막걸리를 연료 삼아 걷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서른 날, 비건을 실천하며 황량함과 슬픔이 배인 시간들을 용서하듯 유배의 시간을 보냅니다. 오종종 붙어 있는 좋은 습관을 더 단단하게, 부끄러우면서 나쁜 습관을 홀가분하게 털어내는 과정이라 읽히는 여행에세이입니다. 저자가 언급한 본문 중의 내용은 마치 예전의 저를, 마치 다가올 저를, 마치 스쳐가며 일부분이 되려다 만 저를 보는 듯 볼 뜨거운 시간이 되어 울림이 남습니다. 지금 새벽, 그 공기 이상으로 속이 채워집니다. 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됩니다. 유배기 같은 여행기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시작합니다
총 서른 날(30일)의 제주 여정기를 담아냈어요. 관광지이기도, 유배지이기도 한 이곳, 제주도에서 저자는 말들의 숨은 맛을 맛깔나게 소분해서 꾹꾹 눌러 담았어요.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죄책감의 시작으로 남편에게도 죄인이 돼 버린 자신을 유배보냈다고 한 작가님의 말, 맘, 넋에 무한 공감, 무한 신뢰, 무한 매력이 느껴진 이유는 누구나 이런 부끄러운 고백 정도는 언젠간 꼭 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용기를 심어주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직도 작가님을 향한 저의 무한대의 연산(+)은 계속되는 중입니다. 하루 하루의 일기가 끝나는 엔딩에서는 잘한 일과 잘못 한 일을 고백해요. 작가님은 비건지향주의답게 김밥도 야채김밥을 좋아합니다.
막걸리 한 병과 김밥 한 줄을 들고 옥상에 올라 엄마의 무덤을 떠올리고, 아버지가 계신 곳을 떠올리고, 그 친구의 묘를 생각해내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서글퍼지지 않기 위해 지금의 맛을 즐기려고 합니다. 3일째 되는 날, 제주 오일장에서 이 노파의 뒷모습이 영 잊혀지지 않았었나 봅니다. 가족들을 위해 불사르듯 평생을 태우신 엄마를 떠올리며 저렇게 애잔한 여행일지를 남기셨네요. 우리들의 엄마의 모습도 애틋하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작가님이 인용하신 '산화'라는 단어에 울먹이는 날이 오지 않기를. 후회 없이. 정성과 사랑으로 매일의 안부를 물을 일입니다. 안부 묻기.. "엄마, 오늘은 점심 뭐 드셨어?" 자세히 보아야 엄마가 꽃이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동문 시장에서 제주도 전통음식인 빙떡을 마주하네요.
순수하게 메밀 반죽에 무만 들어있는 음식으로 작가님은 유배의 맛이라고 표현해요. 겉치레를 버리고 물욕과는 거리가 먼 간결하고 소박한 맛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여행이 무진장 잘 먹고, 잘 보고, 잘 쉬어야지만이 여행다운 여행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요렇게 김밥과 막걸리로 경치를 자본 삼아 자신의 여행 시그니처를 만들어가는 매력 발산에 방랑이 아니라 방점을 찍는 용기가 느껴지네요. 친구와 어그러진 몇 년 전의 일로 결국 죽음의 날까지 그 맘을 풀지 못하고 이별을 해야 했던 작가님의 그 허물이 지금은 후진게 아니라 후한 맘으로 세상을 관조하듯 살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네요. 여행, 그 추억의 단단함으로, 그래서 생긴 근육으로 ......
처음부터 '유배'라는 네이밍을 통해 가난하고도 가난한 여정을, 하찮고도 허접한, 그렇지만 내가 보이는, 나를 찾아야 하는 오름을 선택해 완벽이 아닌 덜어내면서 상실했던 것들을 주어담는 완성의 여정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은 한 달 살기가 아니고 한 달 떠돌기라고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제대로 떠돌았다고 해요. 돌고도는 인생, 여행이 떠돌기 위한 시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알지요. 저 또한 떠돌기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가 제가 돌고돌았던 이제까지의 시간을 제대로 유배하듯 검소하게 간결하게 방랑하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오름은 운동화 끈을 고쳐매고 오르면 됩니다. 집까지, 목적지까지 주욱 뻗은 올랫길은 가고 오는 길에 돌담과, 식물과 대화하듯 발걸음을 옮기면 됩니다. 제주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시작이 어려웠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작가님의 불량스러웠다고 고백하듯 달려온 곳이 명랑한 제주였고, 그곳에서 청렴하고도 착한 비건을 실천하며 유배기를 보낸 그 하루하루의 소박한 소중함을 이렇게나마 볼 수 있게 되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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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제주가 제철이라지.
오십 불량한 일상을 고치려 제주유배길에 오른 김보리 작가. 그녀가 써내려간 단결하고 단백한 이야기에 바쁘다 허덕이던 숨가쁨 하루에 쉬이~쉬익 숨통이 트였다.
유난 떨지 마라 잘할 수 있는 너 자신을 믿어라. 너만 단단하다면 너를 지탱하고 있는 것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말해주는 책이 었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6기로 활동하며 읽은 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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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험을 했으며 남편분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작가님의 남편분처럼 아내가 제주도로 한 달 살이 하러 떠난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몰입했으며 그 덕에 당시 기억과 오버랩되며 재미있게 읽었다. 왜 유배기 일까? 이유가 있었으며 먹먹했다.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바란다.) 불량 습관을 버리려는 결단, 혼자 여행하는 용기, 하루 만 보이상 걸으며 보내는 성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열정까지. 언제부턴가 제주도가 우리들의 삶에 주는 영향력이 상당해졌고 자유와 치유, 쉼을 제주에서 향유하려 떠난다. 멀지 않은 곳에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잠시 스스로를 위해 유배에 길을 떠나보자. 초록 치마를 입은 여성분을 제주도에서 만나면 김보리작가님이 생각날듯하다. 술이나 한잔 다정히 따라주는 상상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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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가독성 ★★★★★ <푸른향기 서포터즈 6기 활동- 1편>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과장을 좀 보태면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제목을 짓는 게 더 힘들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런 제목을 뽑아내기 위해 저자와 출판사는 얼마나 큰 고민을 했을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굳이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책 제목을 정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전체를 요약하면 곧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가 된다.
이 책은 한 달간 제주도에 유배(?)를 떠난 한 중년 주부의 이야기다. 저자 스스로 본인의 나이를 계속 책 곳곳에 언급하다 보니 나이가 머릿속에 각인되는데, 나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전혀 나이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글을 정말 맛깔스럽게 썼다. 글 자체에는 연륜이 묻어 있어서 분명 나이 지긋한 분이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표현력이나 위트를 보면 20~30대 젊은 사람이 썼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저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책과 가까이 한 티가 팍팍 났다. 이 책은 일부러 핫플레이스를 소개해주는 일반 여행책이 아니다. 곳곳에 사진이 있지만, 핫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먼 그냥 일상 사진(예를 들어, 김밥과 막걸리, 본인 배낭, 자전거 등)도 꽤 많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워낙 잘 쓰기도 하고, 문장 하나하나에 저자 나름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어서 제주도를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자가 들린 장소를 가게 되면 이 책 생각이 더 많이 날 것만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챕터 끝에 아주 짤막한 문구로 적힌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다. 문장도 아니고, 아주 짧은 문구로 그날그날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적어 놓은 부분인데 저자 특유의 위트가 묻어 있다 보니 챕터 마다 ’이번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 있을까?‘와 같은 기대까지 하게 만든다.
책 마지막에 프롤로그 같은 에필로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며 여러 장을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했는데, 저자의 슬픔 감정이 너무나도 쉽게 전달되어서 읽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한편으로는 저자 같은 친구가 있어서 친구분도 하늘에서 행복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코로나 시국에 가슴 뻥 뚫리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 * 푸른향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적은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