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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의 카톡 상태 메시지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였다. 김중혁 소설 『나는 농담이다』의 주인공 송우영의 독백 대사였다. 때론 단순한 문장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사람이 죽고 다치고 사라지기까지 하는데 아등바등 살아서 악착같이 돈은 모아서 뭐 하냐 그런 생각들을 마구잡이로 하던 때 만난 문장이었다. 죽음이라는 걸 실감하기 전에는 옹졸하고 갑갑하게 살았다. 지금도 뭐 여전히 다르지는 않지만. 그때보다는 지금이 아주 조금 어 리를 마음이 넓어졌다.
신작 소설집 『스마일』에 실린 「휴가 중인 시체」의 주인공 주원 씨가 하는 말 '우리 힘으로는 안 되겠네요'로 상태 메시지를 다시 바꿨다. 한동안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였다가 이제 '우리 힘으로는 안 되겠네요'로. 관심도 없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본다면 이 사람 참 부정적이다 싶겠다. 원래는 「왼」에 나오는 케빈의 '그 의미를 찾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로 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로 하면 앞과 뒤의 연결이 자연스럽겠지만 남의 프로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 나만 신경 쓰면서 살고 있는 거지. 그리하여 내가 발견한 김중혁 소설 세계관의 변화는 이런 것이다.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질질 짜다가 먹고살려고 정신 차리다 보니 의미가 생기고 그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스마일』은 보여준다. 여행 유튜브 곽튜브를 보다 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자막이 있다. '무슨 의미?' 대개 어떤 여성이 친절을 보여줄 때 곽튜브가 즐겨 쓰는 말이다. 여행도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종이니까. '무슨 의미?'하면서 다니는 것도 의미가 있다.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그가 웃고 있다는 걸 발견한 남자의 이야기 「스마일」로 의미 찾기를 시작해서 경비행기에서 추락해 플라스틱 섬에서 표류한 조이의 생존기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왼손잡이 부족을 관찰·연구하면서 악수의 의미를 되새기는 「왼」, 별장으로 가다가 자신의 자동차가 해킹 당해 곤란을 겪는 설정의 「차오」, '나는 곧 죽는다'라는 글귀를 써서 여행 중인 사람과 동행하는 논픽션 작가의 회상기 「휴가 중인 시체」까지 『스마일』은 살아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한 문체로 그린다.
어쩌면 살아 있다는 건 우리의 거대한 착각이 아닐까. 『스마일』은 질문한다. 실수로 아이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걸 받아들이느라 버스 한 대로 여행을 하는 주원 씨는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무심하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힘으로는 안 되겠네요' 그리고 '사람은 얼굴이 답안지예요. 문제지는 가슴에 있고 답안지는 얼굴에 있어서 우리는 문제만 알고 답은 못 봐요. 그래서 답은 다른 사람만 볼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은 만나서 서로의 답을 확인해 줘야 한대요' 그러고선 '나'의 얼굴에서 29라는 답을 도출한다.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한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모든 게 아니 일정 부분은 가벼워지고 시시해졌다. 까불이라서 염세주의자까지는 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당성을 찾는 행위를 그만하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됐고 그럴 수도 있으며 그래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김중혁의 소설은 답답하고 무거운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을 때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늘로 데려다준다. 단어로만 알고 있던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의 내용은 시원함, 그늘, 청량감과는 멀고도 먼 데. 나만 그렇게 느낀다. 한 문장이. 한 문장씩을 던져 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살려둔다. 일단 여기에 있어. 허튼 생각은 하지 마. 소설로써가 아닌 실제 인물로서 김중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도서관에 강연을 온다는 것이었다. 갈 수도 있었지만 가지 않는 걸 선택했다. 새로운 곳에서 일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연차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랬는데 평일에 하루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의 기능이 내 몸엔 장착되지 않았다.
주원 씨가 버스에 붙인 글 '나는 곧 죽는다'는 '나 다'로 바뀐다. 죽고 나서야 나다움을 찾는다는 의미일까. 그렇다면 억울하고 기가 차고 슬플 일. 아니 나는 그냥 나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의미를 붙여 나다움을 만들어 내지 말라는 뜻. 단순하게 생각해 사는 동안 내가 어떤 인간인지만 알면 좋겠다. 문학은 소설은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너는 곧 죽을 거고 그전에 네가 어떤 인간인지만 알면 된다.
『스마일』은 소설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의 면면을 보여주면서 다른 형태의 삶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왼」의 마지막 장면은 어떨까. 대안이 될까. 김중혁 소설의 특징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엉뚱한 곳에서 느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죽음이 두려울수록 삶이 간절한 인물이 내미는 손을 잡는다. 웃으며. 오랫동안 잡은 손을 놓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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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김중혁 / 스마일 / 문학과지성서 / 207쪽 /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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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 수상 ,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의 5편의 단편소설집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예리한 시선과 목소리가 전해진다. 무심한 듯한 대화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죽음이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우리는 자주 잊으면서 살아간다. 다양한 죽음들을 주시하게 한다. 5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을 살피게 한다. 다양한 사연과 사건들은 현대사회의 맹점을 예리하게 투영하는 죽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삼키는 사람이 있다. 삼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몸속에 삼키는 사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괴물이 되어간다. 몸이 트럭이며, 성전이며, 도서관이라는 대화가 강한 상흔을 남긴다. 우리는 몸을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글귀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강하다. 작가의 시선의 끝을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몸을 곧추세우게 한다. 우뢰같은 음성이 강열해진다.
죽은 사람 얼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마지막 얼굴이 의미하는 것과 수십 년을 압축한 풍경이라는 대화도 주시하게 한다. 이외에도 죽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사람들의 처음 생각들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죽음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얼굴과 한 사람의 인생, 죽는 모습은 매일 가까이에 존재한다. 죽음을 매일 관조한다. 차곡히 쌓아올린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기 마련이다. 성찰하며 깊게 조우하는 하루가 된다.
언론의 속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통계와 오진,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와 피라미드 구조에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비극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루는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작품도 꽤 흥미롭다. 미세 플라스틱의 습격은 우리들의 먹거리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식탁에서 제외된 식재료들이 제법 많아진다. 좋아하는 식재료이지만 무서운 독소는 우리들을 공격한다. 민감하게 읽은 플라스틱 섬에서 살아서 돌아온 인물의 이야기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왼>작품에서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규범은 정당한 것인가. 차별을 관조하게 한다. 부당한 것들을 둘러보게 한다. 우월하다고 규정하는 것의 기준은 정당한 것인지 진지하게 둘러보게 한다.
질문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차별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피게 한다. 호의와 호의가 만나는 악수가 멋지게 그려진다. 폭력과 혐오,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회는 정당한지 질문한다. <스위트홈 시즌1>작품이 떠오른다. 중첩되는 이유들이 선명해진다. 관습을 직시한 에밀리 디킨슨 시인도 생각나게 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작품을 통해서 그녀의 관점을 떠올리게 한다. 당장 벗어야 하는 것들과 버려야 하는 것들이 분명해진다.
<차오>작품도 꽤 흥미롭다. 멈추지 않는 욕망에 대해 냉철하게 다룬다. 건축업자와 개발업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과 새 건물, 고층 건물, 고층건물의 전망까지도 현대사회를 향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건설중인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는 함축적이다. 위험하다고 울리는 경고음이다. 끊임없는 사고 소식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 건설사의 사고소식, 식품회사, 제빵회사, 물류회사, 화학제품회사 등이 기억나는 소설이다. 관행의 답습과 무서운 부메랑, 안전한 대한민국은 헛된 희망이라고 답하는 사회가 아니기를 소망해본다.
버스 여행자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인 <휴가 중인 시체>도 꽤 인상적이다. 버스에 있는 문구 '나는 곧 죽는다' 이 글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눈길을 끈다. 문구때문에 질문 공세도 받는데 버스 여행자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고조를 향한다. 자학하는 아저씨의 모습과 사연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상처와 고통을 끌어안으면서 살아가는 버스 여행자 아저씨가 있다. 탐욕에 대해 언급하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죽음 이야기에는 무수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투영된다. 외면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우리들을 향한 이야기이다.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뉩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요. 중요한 사람이 되면 당신이 방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도와주러 달려올 겁니다... 그 방을 탈출한 다음부터,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15
그게 언론의 속성. 예전에는 뉴스에서... 매일 떠들더니 이런 건 왜 보도를 안 한대? 63
플라스틱 독소가... 지방과 근육에 쌓였겠지만, 그 물고기를 먹으면... 몸속에도 독소가 축적 64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늘 있는데, 우리가 놓치는 걸 거야. 아니면 무시하거나. 113
호의와 호의가 만날 때처럼... 손을 놓치지는 않되 상대방이 아프지는 않게, 오랫동안 악수했다. 114
돈은 오른손이 벌고 이득을 취하는 것은 왼손 80
땅에서 멀어지지 말지어다. 142
고층은 짓지 말지어다. 규제를 시행. 개발업자들과 싸울지어다? 143
건축업자들과 개발업자들 돈이나 받아가면서 쓸 만한 낡은 건물들을 모조리 부숴버리는 역할... 새 건물, 더 높은 건물, 뷰, 뷰, 뷰, 그런 것들만 좋아하잖아. 143
뭐든지 삼켜버리는 괴물들. 뭘 삼켰는지도 모른 채 죽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31
우리 몸은 트럭... 성전... 도서관... 30
(어리석은 자만이 자연 속에서 캠핑... 오성급 호텔이야말로 별빛을 볼 수 있는 곳) 프리 님의 얼굴에는 탐욕이 들쥐처럼 들끓고 있구나 186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울면서 태어난 존재들... 상처의 고통을 모르는 인간들만 타인의 흉터를 비웃는 법 1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