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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안에는 내가 먹고, 쓰고, 읽은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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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이들』한껏
1.
내 안의 부정적 감정과 관련된 내용 가운데 일단‘지금의 고민’에 대해 적었다. 대개 거주지, 돈, 결혼과 관련된 것이었다. ‘집을 살 수 있을까?’‘사업해서 언제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나?’등등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다수였다. 그렇다고 현재의 내 삶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한 일도 아니었다. - PP.123~124
2.
이 책은 에세이다. 사물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종이와 관련된 것들의 에피소드가 핵심이다. 우표도 있고, 메모에 대해서도 있다. 이 에세이는 그래서 그런지 덤덤하게 그려진다. 일상의 어려움들이 이 에세이에서는 아주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덤덤한 한 세상을 살아내듯 그렇게 한 세상을 살아나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에세이다.
3.
우리 삶을 뭐너뜨리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안에서 머무고 있는 걱정들, 그 걱정들이 크게 작용하여, 나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게 되는 그런 것들. 지금까지는 나름 잘 지켜왔는데, 어느 한순간, 욕심을 부리다가 망하게 되는 것들. 그런 것들 때문에 지금의 괴로움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망해간 삶의 어딘가를 한 올 한 올 바늘 꿰어가듯 꿰어가다 보면, 언젠간 다시 회복될 날이 있겠지.
4.
그 중 하나가 끄적이기다. 내 삶을 정리해 보기 위해서,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다 보면, 아, 이게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꺠달음을 얻게 되는 그런 일들. 그런 일들이 내게 삶을 살아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의 종이들』에서 건져올린 즐거움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하나의 종이를 가지고도 우리는 많은 삶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비록, 종이 한 장뿐이지만, 그 종이가 갖게 되는 커다란 의미와 인생의 문제를 적디보면 해결되는 놀라운 것들은 우리의 미래를 안전한 미래로 옮겨놓는다.
5.
삶이 그렇게 해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기쁜 일이다. 그 기쁜 일에 오늘 작은 정성을 보태본다. 오늘도 해결되어 가고 있는 많은 것들에 기쁜 감사를 표현한다. 내일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에 오늘도 기대어보고, 기쁨의 미소를 한껏 지어본다.
- 책과이음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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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이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유현정 빛바랜 종이를 보면 설레고 오래된 물건을 보면 수집하고 싶어지는 호기심 많은 왼손잡이다. 오늘의 감정을 매일 노트에 기록하고, 과거의 감정이 궁금해질 때는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는 종이들을 살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 미술사학을 복수전공했고, 〈포브스코리아〉와 〈월간중앙〉에서 기자로 일했다. 몇 년 전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대전역 근처 인쇄 골목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책자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즐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어린시절 항상 연습장으로 쓰라고 아빠가 모으시던 폐지의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수학 문제를 풀기도 했던 종이의 유익함과 즐거운 추억의 회상이 겹쳐져 재활용되어 잘 버려진 종이는 그렇게 아깝지 않다란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어른이 되어 쉽게 사고 쓰지 않는 빈노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가득 차지 않고 텅 빈 느낌을 얻기도 한다.
그럼에도 종이라는 물성이 좋아 이것 저것의 형태로 집 안 곳곳 많이도 가지고 있는 종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보면 난 꽤 종이를 좋아하는 편인가보다.
그런 종이와의 연대와 추억거리가 가득한 이 책이 그저 좋았다.
괴로움을 종이 위에 토해낼수록 마음은 진정됐다. 불편했던 감정을 가슴속에 담고 되뇌었던 것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불편한 감정은 쉽사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일상에서도 불현듯 머릿속을 헤집었다. 물론 종이에 그것을 썼다는 이유로 마음이 확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쓰기 전보다 더 평온해졌다. p127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어릴때부터 폐지 위에 맘껏 그리고 끄적였던 별 것 아닌 행동이 어지러운 마음을 그곳에 풀 수 있었던 소심하고 작은 해소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종이를 좋아했고 더 집착하게 되었나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소소하고 소중한 물건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가만히 손으로 기록하는 것이 좋아졌던 것이 아마 그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들을 한데 모아 가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뿌듯해질 때가 많다.
별 수 없이 별 생각 없이 쓰다보니 제법 많은 이야기들을 토해왔던 종이 위의 글들이 나에겐 마음의 해우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는 필사를 비생산적인 행위로 판단했다. 누군가의 글을 따라 쓰는 일보다 그 시간에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필사를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필사는 누군가의 삶과 그가 겪어온 시간을 완벽히 이해하는 특별한 작업이다. p159
사실 나 역시 필사를 맘 먹어 보진 않았었다.
최근에 평소 마음에 들어했던 필기구를 구입하면서 좋아하는 노트에 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너무 소중해서 읽을 때마다가 아깝게 여겼던 책을 꺼내 고심 끝에 필사를 맘먹게 되었다.
혼자서 경건해지는 마음과 바른 자세로 한 권의 노트에 완성되어질 책의 문장들을 하나 하나 옮겨적으며 얼마나 마음이 기울여지던지..
마치 내가 이 멋진 문장 속의 작가가 된 듯한 애정 듬뿍 창작의 욕구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이 맛에 필사를 하는 건가 싶어 끝나는 시점에서 느낄 그 쾌감을 매순간 묘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오늘도 뭔가를 사각거리는 종이의 질감을 맘껏 느끼며 몸과 부대끼며 사는 이 삶이 즐겁다.
이와 같은 유희적인 활동을 소중한 종이로 이어져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다.
영원히 사라져서는 안될 나에게 소중한 종이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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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카운슬러였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는 작가의 말이 무척 좋았다. 종이를 빼고 추억을 얘기할 수 있을까.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에 매일매일 그렇게도 열심히 써내려간 추억의 페이지들이 떠올랐다. 늘 우리 일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 가치를 잘 모른다. 종이도 그렇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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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고 잡지사의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고향인 대전에서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현정 작가님. 종이를 좋아하고 종이와 함께 성장해 온 작가님의 성장기로 어린 시절 종이와 관련된 추억부터 종이 위에 감정을 기록하고 하루의 의미를 발견, 과거의 종이를 살피고, 취향에 맞는 종이를 모으고 만지는 일까지 종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책 한권에 담겨있습니다. 인생은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진 않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해 생겨나는 불안과 초조를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는데 그때 작가님을 도와줬던 것이 종이였다고 합니다. 저도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고, 예쁜 엽서를 보면 주위의 좋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고, 어릴적 추억이 담긴 친구들의 편지들, 쪽지들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을 만큼 종이를 좋아하는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것도 종이에 대한 애정이겠지요. 종이를 가까이 하며 나의 감정을 체크하고, 하루를 계획하고, 실천하고, 미래를 꿈꾸고, 추억을 즐겨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고 싶어지네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많이 읽지못해서 에세이 고픈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은것 같아요. 누구나 바쁜 일정 속에서 자기 모습을 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타인의 평가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애쓰지만, 예민해지는 순간도 분명 있다. 그럴 때 과거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편지는 분명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안에 담긴 언어가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P80 가끔은 모아둔 티켓과 거기 적혀 있는 날짜, 장소, 시간 등을 보며 그날을 함께했던 사람과 분위기를 회상한다. 일이 바쁘고 감정적 여유가 없어지면서 전시, 공연, 영화를 보는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글과 사진이 아닌, 글자와 작은 이미지에 불과한 티켓 속에서 과거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롭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은 오히려 나를 들뜨게 한다. 기억의 빈 공간을 상상으로 채우거나 생략할 수 있으니까. 즐거움을 수집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P88 매일 내게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답변은 매번 달랐다. 하루의 일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매번 다른 일을 겪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생각이 변했다. 상황에 따라 사고가 발전하기도 하고 도태하기도 했다. 직접 종이에 답을 쓰면서 내 머릿속을 채워온 고민이 얼마나 하찮은지 알게 되었다. 고민이라는 것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종이에 적으면 물 빠진 스펀지처럼 쪼그라들었다. 종이는 내 삶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종이에 고민을 꺼났다. 그 행위로 분노의 감정을 잠재우고,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P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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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현정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 미술사학을 복수 전공했고, <포브스코리아>와 <월간중앙>에서 기자로 일했다. 몇 년 전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대전역 근처 인쇄 골목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책자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즐기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이다. 종이는 우리 삶에서 매우 흔하며 익숙한 존재다. 자기가 갖고 있는 종이를 관찰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행위가 된다. 집에 쌓여 있는 폐지를 살펴보면, 그 주에 내가 무엇을 먹고, 쓰고 생각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나의 책상, 서랍, 책꽂이에 놓인 종이가 내게 어떤 깨달음을 줄지 모른다. 그것이 곁에 잔존하는 이유는 그 사물과 맺어진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 종이를 갖게 된 배경, 그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 그때의 느낌을 회상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목차는 ‘PART1 종이 속의 나, PART2 수집된 종이들, PART3 감정의 정리, PART4 평온한 관계, PART5 종이의 일상’으로 되어 있다. 1. 타인의 시선 기사를 능숙하게 쓰게 되면서 다른 장르에도 도전했다. 즐겨 보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작법을 익힌다면 무엇이든 잘 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신춘문예에 소설 작품을 응모하고, 드라마 공모전에 대본을 제출했다. 서강대역 근처에서 소설가의 작법 수업을 듣고, 합평을 받고, 수없이 글을 고쳤다. 그러나 수상의 영광은 쉬 돌아오지 않았다. 탈락을 거듭하는 시간이 흐르며 대충 넘겨듣던 지인의 피드백에 더 집중했고, 그러다 내 특징을 깨닫게 됐다. 나에게는 창작자 기질이 부족했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일에 둔감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차별성이었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레퍼토리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했다. 오탈자를 그냥 넘기지 않게 되고, 흠 하나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시간에 쫓기며 모니터 앞에서 썼던 많은 글이 ‘돈’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작가가 되는 일에 대한 미련이 없는 요즘, 나는 손으로 글쓰기를 즐긴다.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줄을 쫙 긋고 바로 옆에 다시 쓴다. 맞춤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도 찾아보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니 흐름이 자유롭고 결말도 제멋대로다. 그렇게 완성된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쓴 것 같지 않은 순간도 있다. 내면에서 튀어나온 의외의 말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손으로 글을 쓰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나는 이내 그 상황을 즐기게 된다. 언젠가 재미있는 글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좋은 기대를 품고서.(56~59쪽) 2. 종이 루틴 종이는 나의 깊고 진중한 카운슬러였다. 밖에서 겪은 곤경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꺼려질 때 종이 위에 얘기를 풀어냈다. 종이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나 자신이기도 했다. 나는 필체와 단어를 신중히 골라가며 내 기분을 온전히 그 위에 드러냈다. 감정을 돌이켜보는 시간은 밤이 적절했다. 잠들기 10분 전, 하루 동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고민과 불편했던 감정을 기록하며 해소했다. 고민과 기분 나쁜 것들에 대해 적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화로 누군가에게 푸념을 늘어놓은 것 이상의 후련함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든 상황과 단점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일이 쉽지 않아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단순히 고통스러운 하루의 기억만 떠올리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일도 떠올렸다. 하루 동안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으면 과거에서 그 조각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매일 하고 싶은 일이 달라졌다. 세상을 살면서 보는 것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일부러 생각해서 글씨로 적었다. 떠올리고자 노력하다 보면 한 명쯤은 생각나기 마련이다. 허겁지겁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나를 기다리며 열림 버튼을 눌러준 낯선 사람, 출근길에 먼저 밝게 인사해주던 경비 아저씨 등을 떠올리며 작은 것에서부터 고마움을 느껴보려고 했다. 감정을 기록하는 일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현재 느끼는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되었다. 하루 10분의 투자만으로 잠도 깊이 잘 수 있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잠들면 꿈을 꾸거나 잠을 설치지만,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종이 위에 쓰면 곤히 잠들 수 있었다.(138~140쪽) 3. ‘날’이 아닌 ‘나’를 위해 독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읽은 책의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전과 달리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일은 드물어졌다. 워낙 많은 책이 출시되고, 그만큼 읽고 싶은 책도 많아져서다. 매일 수백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내가 어떤 책을 완독했다는 것은 그게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읽지 않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책을 고르는 나만의 비합리적 방식이 있다. 서점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부스나 소품과 어우러져 메인 공간에 멋지게 전시된 책은 주목하지 않는다. 책꽂이나 평대를 서성이다 끌리는 책을 꺼낸다. 제목이 과장된 느낌이 없고 표지가 심플한 책을 위주로 살펴본다. 내지 종잇장이 너무 얇거나 글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은 것은 피한다. 가독성이 떨어져서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 중 완독한 책만 독서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중도에 읽기를 그만두거나 내용을 스킵해 가면서 읽은 책도 많지만, 그런 것들은 기록하지 않았다.(163~164쪽)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저자처럼 종이에 담긴 과거의 나를 살피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종이를 모으고, 버려진 종이의 쓸모를 찾아 재활용하고, 종이 위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취미일 수도 있고, 자기 안의 다양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화해의 시작일 수도 있으며, 오늘을 살아갈 의미를 찾는 최소한의 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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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 적 달력이 한 장 넘어가는 월초를 기다렸다. 한 달이 가고 나면 벽에 걸려있던 큰 달력은 그 쓰임을 다하고 주욱-소릴 내며 찢어진다. 나와 동생의 몫으로 떨어진 뒤집은 하얀 면에 마음껏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알록달록한 정사각형의 색종이들을 좋아했다. 종이접기 책에 나와있는 설명서 대로 차근차근 따라하다보면 만들어지는 완성품들이 신기했다. 조금 더 자라 친구가 인생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그 시기에는 형형색색의 편지지를 모으기 바빴고, 다꾸가 유행하던 그때엔 알록달록 색깔펜과 스티커, 잡지속 사진들을 오려 빈 종이를 꾸미기에 몰두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는 색색의 개성있는 종이들보다 흰색의 직사각형 A4용지를 많이 접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업무특성상 종이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A4용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매일 내 손을 거치는 종이들은 셀 수 없는 숫자이고, 내 손으로 뽑아내는 이면지도 그 수가 상당하다. 손 닿는 곳, 눈길 스치는 곳에 모두 종이가 있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렇게 내가 살아온 환경속에서만 거슬러 생각해보아도 '종이'에 관련된 스토리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책 소개를 처음 접하고 '종이 연대기' 라고 쓰여있는 책의 카피에 단순히 종이의 종류와 특성을 나열하는 책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한가지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책에도 꽤 매력을 느껴 흥미롭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종이 연대기' 윗줄의 두 단어를 간과하는 너무나 큰 과오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소하고 사적인'. 그렇다, 이 책은 작가가 '종이'라는 작가에게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었다. 종이를 처음 접한 이야기부터 종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 종이에 내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과정, 나아가 종이를 통해 업을 이루고 종이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 정말 작가의 시시콜콜할 정도로 사소하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작가가 애정하는 종이에 꾹꾹 눌러담은 종이 사랑의 집약체였다. 처음부터 책장을 다 넘길 때까지 작가는 종이와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와 관련된 종이들을 생각해보고 공통점을 찾는 모습을 발견해 볼 수 있었다. 사락 소리를 내며 넘어가는 종잇장 소리마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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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종이와 친하게 지냈던 나로서는 <나의 종이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재수까지 했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은 점수를 손에 쥐고 과를 고민할 때도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책"이라는 물성을 포기할 수 없었기 떄문인지도 모르겠다.
"서점을 운영하며 책을 쓰고 싶다"는 국민학생의 감성에서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현재이다보니 인쇄소를 운영한다는 저자가 그 어떤 사람보다 부럽다. 예전엔 인쇄소가 참 어둡고 땀냄새나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인쇄소는 꽤 달라진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이 운영하는 인쇄소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저자의 글은 부제에서 나타난 것 처럼 사소하고 사적이다. 종이에 대한 거창한 담론이 아닌, 한 개인에게 중요했던, 또 중요한 종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원하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환상 덕분에, 저자는 커피 한 잔과 노트북만 있다면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고 했다. 글 쓰는 일에도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하지만 타인의 인정을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가 운영하던 인쇄소를 운영하게 된다.
그런 과정이 과연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종이는 어쩌면 애증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종이는 그녀에게 훌륭한 고백소가 되어주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감정을 나는 종이에 털어놨다. 그 행위가 반복될수록 불안감이 해소됐고 감정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게 우선이었다. 가난한 나, 무기력한 나, 실패한 나, 소심한 나, 종이 위에 그런 나의 모습을 거침없이 기록했고, 그러면서 내 특질을 발견했다. 이해하지 못할 지금의 내 모습의 근원을 과거의 기록에서 유추했다.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종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에 모았던 우표, 상장, 편지 등을 버리지 않은 건 지금 생각해도 매우 감사한 일이다. 내 삶의 배경 또한 내가 종이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인쇄소 집 딸로 태어나서, 기계 위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종이에 활자가 입혀지고, 그것이 책이라는 개체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누군가는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인생의 힘듦을 풀어내듯, 저자는 종이 위에 감정을 써냈다. 어쩐지 나중에 보면 부끄러울 것 같지만, 어딘가든 털어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좋은거다.
가끔은 모아둔 티켓과 거기 적혀 있는 날짜, 장소, 시간 등을 보며 그날을 함께했던 사람과 분위기를 회상한다. 일이 바쁘고 감정적 여유가 없어지면서 전시, 공연, 영화를 보는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글과 사진이 아닌, 글자와 작은 이미지에 불과한 티켓 속에서 과거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롭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은 오히려 나를 들뜨게 한다. 기억의 빈 공간을 상상으로 채우거나 생력할 수 있으니까. 즐거움을 수집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나는 영화에 진심이었고, 또 부산에서 치러지는 국제영화제를 열광적으로 참여했다. 물론 영화제기간 내내 갈 수 없는 직장인의 처지였지만 어쨌든 시간을 내서 휴가를 내고, 평일엔 저녁 프로그램이라도 챙겨보려고 애썼다. 그렇게 열작품 남짓한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제 파일을 만들곤 했다. 영화티켓을 넣고, 사진도 오려넣고, 카탈로그도 챙기고, 데일리로 발행되는 책자와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들과 기념품을 넣으면 제법 두툼한 파일이 완성되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니 나의 추억을 준다며 그 친구에게 파일을 통째로 넘겼던 적도 있었다. 그게 좋아보였던지 함께 영화를 보러다녔던 직장동료가 본인 파일도 만들어달라고 해서 내 개인적인 영화감상문 대신 영화소개글을 넣어 선물해준 기억도 난다. 지금 보면 뭘 이렇게 열심히 다녔나 싶기도 하면서, 영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대강 알 수 있을 것 같다. 종이에 파묻혀 죽을 것 같다고 엄살을 떨지만 그 물건들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종이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과거의 종이를 살피고, 취향에 맞는 종이를 모으고 만지는 일은 누구나 손쉽게 시도할 수 있다. 이 소소한 작업에서 누구나 자기 안의 다양한 감정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취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 사물로 인식되는 '종이'를 활용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여전히 종이를 사랑하며 인쇄소 운영이라는 특별한 업에 종사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종이에서 위로를 받았듯 사람들이 종이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를 찾길 바란다. 순식간에 스쳐가는 영상에 몰입되어 나 자신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아날로그 "종이"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서 안정과 행복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종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사적 연대기" <나의 종이들>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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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악필인 나에게는 천재악필이라는 말들을 더 좋아하고 디지털시대의 발달로 컴퓨터로 많은 글씨를 작성할수 있는것이 너무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에 글씨는 쓰는 일은 발생하고 있기에 종이에 악필을 쓰고 나면 기분이 찝찝하다. 물론 글씨를 예쁘게 쓰기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결과물에서는 개선이 되지 못하였다. 글씨에 짧은 글귀를 예쁜, 혹은 적당한 글씨체로 손글씨를 쓴것들이 정말 예쁘다. 그래서 작가처럼 종이에 글을 쓴다는 것에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지인에게서 좋은 명품펜을 선물받아서 글씨연습을 하고 손글씨를 쓰게 될때는 그 펜으로 정성껏 써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요즘은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폰의 어플들로 일정들을 정리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물론 편리하고 휴대성은 좋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있어서인지 연말이면 다이어리를 사서 작성하는 시도를 해보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못 맞추어가는것인지, 아날로그의 감성을 좋아해서인지 종이에 글쓴다는 것에 긍정적인 감성이 남아있는것 같다. 그리고 어떤 복잡한 심경이 있거나 결정해야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면 작가처럼 종이에 펼치고 이것저것들을 나열해서 비교하고 생각해본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하고 있는것보다 시각화되어있고 글씨를 쓰면서 그것에 대한 생각도 다시해보게 되어 의사결정에 효율적인것 같다. 디지털시대에만 발맞추어서 아이패드나 탭같은것들에 긍정적인 환심만 있었던 마음이 절정일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아날로그 감성인 종이대한 생각과 불편하지만 편리한 경우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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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 신문, 영수증, 알림장, 다이어리, 책.... 이 모든 것은 종이로 이루어져 있다. 종이와 만나지 않는 순간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종이와 밀접하다. 우편물은 메일로, 신문은 인터넷으로 영수증은 모바일로, 다이어리는 스마트폰으로, 책은 e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종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 어쩌면 제일 가까운 친구이자 나 자신일 수도. 저자는 종이에 설레는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종이와 함께한 연대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전에 커다란 '미미의 집'을 갖고 싶지 않은 여자친구가 얼마나 있을까? 너무나 탐나는 인형의 집을 갖고 싶었던 그녀는 매번 문방구에 들러 가격을 물어보곤 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벽지에 그림을 그렸다. 다음날 엄마는 미미의 집을 구입해 주셨다. 그 이후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벽에 그렸는데, 엄마에게 혼났던 저자. 그 이후에는 스케치북에 갖고 싶었던 것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러 펼쳐두고 잠이 들면 나중에 그것을 종종 선물로 사주셨다고. 이렇게 종이와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이 책에서 풀고 있다.
우표를 수집해서 모은 이야기도, 친구에게 받은 편지도 어쩌면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때를 추억하게 했다. 영화티켓을 수첩에 고이고이 모아둔 모습도 내 얘기 같아서 얼마나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는지 모른다.
종이 해우소]
답답하거나 화가 나면 종이를 펼친다. 그냥 그림을 그리거나 끄적인다. 그럼 그 순간의 기분이 사라지고 왠지 모르게 차분해진다. 저자 역시 종이를 해우소로 사용했다. 감정의 불편함을 쏟아내는 곳으로 종이를 이용했다. 나쁜 감정도 적고, 감사한 기분도 적었다. 적는 순간만큼은 그 감정을 잊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힘들었던 감정들을 다 쏟을 수 있었다고. 종이 해우소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던 것도 내가 직접 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종이만큼 쉽고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없기에 답답할 때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신문 그리고 추억...]
예전에는 집집마다 신문을 받아봤었다.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전부였기에 신문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에 신문을 받아보려고 했는데, 예전처럼 방법이 쉽지 않았다.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있기에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고, 신문을 찾는 사람은 적다.
사실 신문은 보는 재미도 있지만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창문을 닦을 때도 사용하고, 채소를 보관할 때도 사용하고 쓰임새가 많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신문에 대한 추억도 떠오르고 다시 신문을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종이와 어떻게 친하게 지내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종이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무심히 사용하던 것 중에 하나인데, 다양한 종이가 주는 맛을 알게 되니 직접 느껴보고 싶어졌다. 다양한 종이를 만날 수 있는 매장에도 가보고, 직접 다양한 종이에 만년필과 연필로 직접 써보며 그 느낌을 받아보고 싶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의 종이들'에 관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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