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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가면 다 좋아질 거다 [셰익스피어 이야기들]
"끝에 가면 다 좋아질 거다 [셰익스피어 이야기들]" 내용보기
일상이란 여정을 한발 한발, 하루 하루 걷다 어느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나 보다 느낄 때가 있다. 똑같은 일상이 무한 반복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적은 한번도 없다. 매순간 매일 다른 경험을 하는데도 우린 그저 세세하게 바뀌는 순간들은 무심히 넘길 뿐이다. 뚜렷한 인상을 준 몇 가지 장면만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면 우리 생각이 만든 수많은
"끝에 가면 다 좋아질 거다 [셰익스피어 이야기들]" 내용보기

일상이란 여정을 한발 한발, 하루 하루 걷다 어느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나 보다 느낄 때가 있다. 똑같은 일상이 무한 반복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적은 한번도 없다. 매순간 매일 다른 경험을 하는데도 우린 그저 세세하게 바뀌는 순간들은 무심히 넘길 뿐이다. 뚜렷한 인상을 준 몇 가지 장면만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면 우리 생각이 만든 수많은 이야기가 그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어느 날 출근하는 차 안에 울린 라디오 방송에서 낭송했던 시에 꽂혀 그 시가 담긴 시집을 찾아 그 안에 푹 빠져 지내던 때가 있었다. 마음이 가는 시집을 지니고, 마음이 가는 시를 읽고,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시집을 건네고. 그러다 그 마음이 시들해지면 시집은 책장에 꽂혀 잠든 것처럼 아무 소리없이 시간은 흐르고. 한참이 지난 후에, 누군가가 옮긴 시를 읽고, 마음이 가고, 다시 시집을 구입하며, 그때 그랬다. 시가 다시 내게 오는구나. 때가 왔구나.

 

그렇게 구입한 몇 권의 시집 중 한 권이 내게 '시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시를 읽을 때마다 내게 위안이 되었던 건 내게 필요한 울림을 시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란? 누군가의 내면과 은밀히 만나는 기회라고. 내 안에 숨은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는 기회라고. 시집 바깥에선 함께 나눌 수 없는 그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그러면서 알게 된다. 살면서 마음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삶이란 이런 것이다하고 정리해놓은 메뉴얼이 있으면 좋겠다.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하시요! 고민할 필요 없이 따라만 가면 되는 메뉴얼.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일상을 반복해 경험해도, 살면서 딱 적용해낼 수 있는 법칙 같은 건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마치 그때 그때 달라요! 가 진리라는 것을 가르쳐주려는 것처럼 인생은 그저 새로운 무대를 자꾸만 펼쳐보인다. 정해진 법칙은 없고 그냥 되는 대로 겪어봐!라고 내모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셰익스피어)를 통하여 수많은 인간상을 알게 되며 숭고한 영혼에 부딪치는 것이다. 그를 감상할 때 사람은 신과 짐승의 중간적 존재가 아니요, 신 자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26쪽)

 

어릴 적, 우표 수집을 취미로 삼았던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틈날 때마다 사서 모으는 중이다. 우리말 번역서와 영어 원서(역시 번역서일거라 추정하며) 함께 주워 담고 있다. 취미 생활이 하나 생긴 셈. 다양한 인간 군상을 펼쳐내 보인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에 살면서 내게 필요한 인생 메뉴얼을 건지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런데 작품들, 특히 번역서라 그런지 읽다보면 지금까지 읽던 책들과는 완전 다른 신세계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글 속에는 자연의 아름다움, 풍부한 인정미, 영롱한 이미지 그리고 유머와 아이러니가 넘쳐흐르고 있다. 그를 읽고도 비인간적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마음에 드시는 대로>, <폭풍우> 같은 극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나빠도 한도가 있을 것이다.(27쪽)

 

이렇게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재빠르게 이 중 한 권을 집어보지만 책을 잡고 있던 손에 서서히 힘이 빠진다. 연극 대본. 대사만 읽고 인물과 배경, 장면을 상상해내야 하는 어려움, 괴로움이 함께 한다. 모르고 덤비면 아무런 재미 없다. 우리 인생같다. 다행인 건,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가는 여정에는 안내서가 있다는 사실. 이 책 피천득 문학 전집7 번역 이야기집 <셰익스피어 이야기들>이 그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찰스 램과 메리 램이 쓴 책 <Tales from Shakespeare>를 번역한 책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38편 극 중에서 20편을 추려 이야기체로 옮겨놓은 것으로,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원전을 읽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에 소개한 작품들을 먼저 읽고 희곡 작품으로 넘어가면 내용이 술술 이해된다. 줄거리를 알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가 느껴진다. 장면이 그려진다. 그들을 만나는 재미가 생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All's Well That Ends Well>을 읽고 있다. 짝사랑의 힘든 과정을 지나고 있는 헬레나를 응원하는 중이다. 이미 피천득의 번역 이야기집을 읽고 난 후라 이야기끝을 알고 있는 터. 끝이 좋으니 편안하게 읽고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란 제목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것같이 사정 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게 만드는 우리 삶의 여정도 같은 결말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에 가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기로 한다.

YES마니아 : 골드 l*****j 2024.02.04. 신고 공감 11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