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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부터 읽었던 몇 권의 책들, 비에른 베르예의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조슈아 키팅의 《보이지 않는 국가들》, 다카노 히데유키의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으로 읽었다. 이 지구상에는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비롯한 대국(大國)만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나라들도 자신만의 독립성을 지키면서(지키고자 고군분투하면서) 나름의 문화를 일구며 존재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의 삶에는 크거나 잘 사는 나라들에 의존하고 연관을 맺는 경우 많겠지만, 그런 나라들의 존재에 대해서 무시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 나라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더 큰 시사점을 주는 경우도 있을 듯하다.
대학 시절부터 작은 나라들에서 활동을 해오고, 신문 기자가 된 이후에도 그런 나라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켰던 이토 치히로는 여행사의 기획에 따라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네 나라를 방문한다. 코스타리카, 쿠바, 우즈베키스탄, 미얀마(코스타리카와 쿠바는 그에게 이미 익숙한 나라였지만, 우즈베키스탄과 미얀마는 그렇지 못했다). 이 나라들에 대해 들어본 적도 있고, 위치와 역사에 대해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그 나라들에 대해서 깊게 관심을 가져본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쿠바는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한 쿠바 혁명, 그리고 케네디 시절의 쿠바 위기 등으로 익숙한 나라이지만,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미얀마는 버마라 불리던 시절의 북한 테러로, 그리고 이후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 운동, 또 최근이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나라이다. 하지만 역시 미얀마도 어떤 경로를 거쳐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은 어떤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형편이다.
그래서 쿠바와 미얀마가 궁금했다. 쿠바는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에 이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미얀마는 아직도 군부의 힘이 막강하지만 부분적인 민주화를 이루면서 역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쿠바의 경우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사회정의에 기초한 국가의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정작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나라는 코스타리카다. 중미의 코스타리카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평화헌법’을 제정한 나라라는 것도 몰랐었다(‘일본에 이어’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무색한 말인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진짜 군대를 없애고, 군사비 예산을 교육에 투자해서 진짜 평화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높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코스타리카야말로 이 책의 부제인 ‘빛나는 작은 나라들’에 어울리는 나라인 것이다.
우즈베키스탄도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건 저자인 이토 치히로도 마찬가지다). 독재국가이며 매우 위험한 나라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며 그렇게 소개되고 있지만, 독재국가인 것은 맞지만,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국가 중에 유일하게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 탈출 계획을 미리 염두에 두고 가야할 만큼 위험한 나라도 아니라는 게 치토 이치로의 경험이다.
단 네 나라만 소개하고 있고, 이 네 나라만이 주목받아야 할 작은 나라들은 아닐 것이다. 세계의 모든 작은 나라들 모두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는 나라들일 것이고, 또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나라들 모두를 아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그 작은 나라들의 이름을 접했을 때 무턱대고 무시할 권리를, 다른 나라들이 가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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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름한 소국 凜とした小國 빛나는 작은 나라들, 코스타리카, 쿠바,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저: 이토 치히로 역: 홍상현 출판사: 나름북스 출판일: 2020년12월1일
‘아사히 신문’ 기자출신인 이토 치히로가 쓴 여행 관련 에세이다. 특파원, 해외지국장 등으로 일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국내에도 취재를 위해서 방문을 했었고 대학시절부터 국외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쿠바에는 6개월간 체류하기도 했다. 신문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프리 저널리스트로 각국을 누비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국가는 코스타리카, 쿠바, 우즈베키스탄, 미얀마다. 익히 알고 있는 국가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나라도 있다. 한국과의 먼 거리,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서 직접 가보거나 관심을 많이 가지지는 않는 곳들이다. 내가 실제로 가보았던 나라는 이 중에서 미얀마뿐인데,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라 석유업계에 일하는 일본인 동료와 함께 한 출장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코스타리카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제일 먼저 소개된 코스타리카는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중남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 작은 소국은 평화헌법을 스스로 제정하고, 군대를 없앴다. 그다지 부유하지는 않지만, 교육에 큰 투자를 하고 민주주의를 잘 실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한 니카라과와 같은 국가에서는 불안정한 내정이 지속되지만, 안정적이다.
저자는 아마도 같은 평화헌법을 제정한 입장에서 친근함 그리고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해서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책을 집필할 당시의 일본 수상인 아베의 보통국가로의 행보를 비난한다. 근대 이후 일본이 보여준 대국을 지향하는 행보가 아니라 코스타리카와 같이 평화를 작은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러나 이러한 코스타리카도 마약거래의 중간 기착점이 되기도 하는 등 그 평화로움이 위협받고 있다.
냉전시대의 극한 대치점의 하나가 쿠바다. 구 공산권의 붕괴에도 이 작은 나라는 잘 버텼다.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라는 혁명전사는 사라졌지만. 이웃한 미국과의 관계도 이전보다는 개선되고, 경제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실상을 잘 모르는 외부는 카스트로의 장기집권을 냉혹한 독재정권에 비유하지만, 저자는 실제로 본 쿠바의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은 다르다고 말한다.
우즈베키스탄은 구 소련 붕괴로 인해 독립했다. 세속적인 이슬람 국가이자, 오랜 기간 동안 독재통치를 받았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위험지역으로 우즈베키스탄을 경고하는 꽤 많은 페이지로 구성된 안내문을 읽어야 했다. 입국을 위한 주의사항에 긴장을 하기도 한다. 하필이면 방문한 시기에 오랜 독재통치를 했던 대통령이 서거했다. 당연히 긴장감이 그를 압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한 우즈베키스탄은 그의 우려와는 달랐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세속적인 그들의 일상을 옆에서 지켜봤다. 일본까지 이어지는 유목민족의 전통과 유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는 오래 전부터 이어오는 이 지역과 일본과의 어떤 깊은 유대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은 미얀마다. 몇 년 전에 태국을 거쳐 미얀마로 출장을 간 일이 있다. 여러 지역을 가보지는 못했고 양곤의 석유 수입업체 사장들과 미팅을 했다. 그 모습은 개혁개방 초기의 중국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선배도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시대를 잘 모른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군부가 정치권력을 일부 양보하여 민정으로 정치가 이양된 시기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이후에 군부 쿠데타를 통해서 민간정권이 전복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것을 안다. 현재 미얀마는 어지러운 정국이 계속되어 내전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방문한 시기의 미얀마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이 불안한 희망사항이라는 것은 책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다. 군부가 그들의 정치권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쿠바나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정권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와 다른 실상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것인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 성숙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가치라는 것이 온전히 정신적인 것인가 아니면 물질적인 것을 함께 동반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짧은 책에서 나는 여러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 답은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다. 한번쯤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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