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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는 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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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이상하게도 처칠에 관한 책을 읽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히틀러나 스탈린에 관해서는 꾸준히 읽어왔음에도. 히틀러나 스탈린에게서 받는 인상이 더 강렬(?)하기야 하지만,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따지자면 처칠도 못지 않을 것 같은데도 그랬다.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위한 3거두 회담을 다룬 『얄타』에서도 스탈린과 루스벨트를 중심으로 쓰고 있지 처칠은 뒤로 밀린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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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이상하게도 처칠에 관한 책을 읽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히틀러나 스탈린에 관해서는 꾸준히 읽어왔음에도. 히틀러나 스탈린에게서 받는 인상이 더 강렬(?)하기야 하지만,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따지자면 처칠도 못지 않을 것 같은데도 그랬다.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위한 3거두 회담을 다룬 얄타에서도 스탈린과 루스벨트를 중심으로 쓰고 있지 처칠은 뒤로 밀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처칠이 그렇게 취급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를 읽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에서 주인공은 분명히 윈스턴 처칠이다. 1940년 전쟁 이후 영국과 프랑스군은 독일군에 끊임없이 밀리고 있었다. 책은 히틀러에 대한 유화정책으로도 전쟁을 막지 못한 체임벌린은 총리직에서 사임을 하고, 영국 국왕 조지 6세는 처칠을 버킹엄궁으로 불러 총리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처칠은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 총리에 취임했지만(이 표현은 BTS가 맨처음 쓴 게 아니다!) 영국은 풍전등화였다. 덩케르트 퇴각 이후 프랑스가 항복하고, 영국 본토에 대한 독일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폭격기의 달은 독일 공군의 폭격을 의미했다. 야간 공습은 달빛에 의지해서 이루어졌고, 보름달, 상현달, 하현달과 같이 밝은 달, 이른바 폭격기의 달(bomber’s moon)’이 비추는 밤에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에릭 라슨은 1940년과 1941년에 이르는 독일 공군의 영국 공습을 배경 삼아 그에 응전했던 처칠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조망하고 있다.

 

히틀러는 영국이 포기하기를 바랐다. 더 이상 자신들에 대항하는 것은 피해만 늘일 뿐이므로 상황을 인정하기를 원했다. 그 상황이란 유럽 대륙에서의 독일 지배를 의미했다. 괴링은 자신이 지휘하는 폭격기 루프트바페로 영국과 처칠을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괴벨스는 그를 응원하고, 처칠을 조롱했다. 처칠은 의지를 불태웠고, 연설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북돋웠지만,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미국뿐이었다. 어떻게든 미국을 전쟁에 발을 담그도록 해야 했다. 마치 아닌 척했지만,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처칠은 피해 지역에 나타나 위로했고,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독일의 입장에서 처칠은 아마도 또라이 같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포기할 만 한데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랬을 것 같다. 처칠과 영국 국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버텼다. 결국 루스벨트의 세 번째 대통령 당선과 함께 미국의 영국 지원이 현실화되었고, 히틀러는 소련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두었고,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을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전쟁의 결과는 다 아는 바다.

 

에릭 라슨은 이 큰 줄기의 이야기에서 이제까지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포함시켜 그 시기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 중에 보여주었던 처칠의 강철 같으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는 물론이고, 그 주변의 인물들, 특히 그의 딸 메리와 며느리 파멜라의 이야기는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전쟁 중에도 개인은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전쟁을 이끌고 있는 이의 가족에게도 그들만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총리의 비서로 자세한 일기를 남겨(중대한 보안 위반이 될 수 있었지만) 후대에 처칠의 면모를 실감나게 알려준 콜빌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처칠의 비서이기도 했지만,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총리 비서가 아니라 전투기 조종사로 전쟁에 참전하고자 했던 인물이기도 했지만, 전쟁 중에도 연애 감정을 불태우며 고민했던 청년이었다. 비버브룩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처칠의 친구이자 언론사 소유주였던 그가 항공기 생산부 장관으로 공군을 비롯한 다른 부서와의 다툼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은 영국이 어떤 식으로 독일과의 싸움에서 버텨낼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또 하나, 히틀러가 아니라 괴링과 괴벨스, 헤스를 중심으로 독일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원제의 의미가 궁금했다. “The Splendid and The Vile”. 대단히 멋지다는 뜻의 ‘splendid’와 그 반대로 극도로 불쾌하다는 뜻의 ‘vile’이다. 무엇이 그렇다는 것일까? 책을 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고 나서야 이 제목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았다. 처칠의 비서 존 콜빌의 일기(나중에 권력의 주변이라는 제목으로 일부를 간추려 출판했다고 한다)에 나오는 문장인 “Never was there such a contrast natural splendor and human vileness.”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독일 폭격기의 공습으로 불타오르는 런던의 하늘을 보고 쓴 글이다. 어떤 의미인지 이제 선명해진다. 메리의 일기에도 그런 느낌의 글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그 겉보기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전쟁은 추악한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22.03.14.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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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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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윈스턴 처칠이 영국 수상으로 임명되고 그 후 1년간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입니다. 1차 대전으로 무너졌던 숙적 독일이 히틀러가 집권하고 나서 부활하여 다시 적으로 싸우게 된 상황입니다.   가장 믿고 있던 동맹 프랑스는 순식간에 붕괴하고 바다 건너 미국은 신뢰할수 없었습니다. 이때 영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로 처칠을 뽑았습니다.    처칠은 문제점이 많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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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윈스턴 처칠이 영국 수상으로 임명되고 그 후 1년간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입니다.
1차 대전으로 무너졌던 숙적 독일이 히틀러가 집권하고 나서 부활하여 다시 적으로 싸우게 된 상황입니다.

 

가장 믿고 있던 동맹 프랑스는 순식간에 붕괴하고 바다 건너 미국은 신뢰할수 없었습니다.
이때 영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로 처칠을 뽑았습니다. 

 

처칠은 문제점이 많은 정치가였습니다.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작위를 세습할수 있었던 위치가 아니었고 오만한 성격으로 사고도 많이 쳤습니다.
1차 대전 해군장관이었지만 당시 잘못된 판단으로 갈리폴리의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정치가로서는 당을 바꾸는 금기를 태연하게 저질렀지요.

 

대독강경파로서 위기의 순간에 대영제국의 수상이 되었습니다.
그가 해낸 일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수상이 되어서 매일 밤 영국의 밤하늘에는 독일 공군의 폭격기가 떠있고
바다에서는 유보트가 득실 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하게 처칠과 그 가족, 내각, 비서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위대한 정치가라도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 모습이 아주 달라집니다.
실제로 처칠은 위대하고 엄숙한 정치가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개인적인 모습을 포함해서 평가가 가능해주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의 위대성과 당시 영국과 독일의 전쟁 흐름은 아주 간략화 되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처칠의 개인 회고록에 제대로 한국에 번역되어 있지 않는 점이 뼈아프네요.
같이 읽어 볼수 있다면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해질거니까요.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9***d 2022.01.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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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에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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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과 그와 함께 했던 주변 사람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두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삶을 잘 살아내려 했는지 그 삶의 여정에 박수쳐 주고 싶다.독일의 끝없는 공습에도 민심은 무너지지 않았다. 런던의 시민들은 적응했다. 우울함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전쟁중에도 그들의 삶은 계속되었다.1. 처질의 아들은 장교로 전선에서 근무했다. 18살 딸 메리는 자원봉사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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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과 그와 함께 했던 주변 사람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두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삶을 잘 살아내려 했는지 그 삶의 여정에 박수쳐 주고 싶다.
독일의 끝없는 공습에도 민심은 무너지지 않았다. 런던의 시민들은 적응했다. 우울함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전쟁중에도 그들의 삶은 계속되었다.

1. 처질의 아들은 장교로 전선에서 근무했다. 18살 딸 메리는 자원봉사담에서 활동했다. 자원하여 방공포대에도 근무했다. 그의 비서는 공군에 입대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결국 입대하여 비행사로 출격했다. (영국의 힘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2. 처질의 주변에서 가장 많았던 일은 주요 인사들과 함께하는 식사였다. 먹고 토론하고 신뢰를 쌓아갔다. 그렇게 그들은 나라를 운영하고 미국과 소통했다. (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3. 처칠 못지 않은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간 사람은 파멜라 였다. 이 책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더 재미있는 삶이다. (가장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 영화 같은 삶이다)

4. 제3제국의 3인자 루돌프 헤스는 4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87까지 복역하다가 자살했다. 괴벨스 부부와 자녀 6명의 마지막은 충격적이다.(그들에게도 단란한 가족이 있었다)

5.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전쟁이 끝난 뒤 선거에 패해 수상에서 물러났다. 그는 낙담했다. (씁쓸하다)

마음잡고 읽어야 한다. 중간에 포기할 수 있다.
YES마니아 : 로얄 s*****3 2022.11.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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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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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의 강인함이 국가를 위기에서극복함을 생생하게 느껴본다.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위태로운 현시국에서각성하길 기대해보며 한사람의 시민으로서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나오길 바래본다.역사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어떤 사실들나열된 사실들만을 공부하기 위한 게 아니라지금 현실의 여러가지 상황 인식에 올바르게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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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의 강인함이 국가를 위기에서
극복함을 생생하게 느껴본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위태로운 현시국에서
각성하길 기대해보며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나오길 바래본다.
역사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어떤 사실들
나열된 사실들만을 공부하기 위한 게 아니라
지금 현실의 여러가지 상황 인식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 선거일에 국민 모두가 투표하여 나라를
잘 이끌어 줄 지도자가 꼭 당선되길 기대해본다.
c*****o 2022.03.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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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폭격기의 달 아래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폭격기의 달이 뜨면》: 폭격기의 달 아래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내용보기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읽기 전까지 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주로 ‘전쟁의 역사’로 생각했다. 어느 나라가 침공했고, 어떤 전투에서 누가 승리했으며, 어떤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가 내가 알고 있던 전쟁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쟁을 전혀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게 했다. 전쟁은 지도자의 연설이나 전투기의 숫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폭격
"《폭격기의 달이 뜨면》: 폭격기의 달 아래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내용보기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읽기 전까지 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주로 ‘전쟁의 역사’로 생각했다. 어느 나라가 침공했고, 어떤 전투에서 누가 승리했으며, 어떤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가 내가 알고 있던 전쟁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쟁을 전혀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게 했다.


전쟁은 지도자의 연설이나 전투기의 숫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폭격이 끝난 뒤 다시 출근해야 했던 사람들, 가족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식탁에 앉았던 사람들,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밤에도 내일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전쟁의 역사는 결국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가 쌓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책은 1940년 5월, 윈스턴 처칠이 영국의 총리로 취임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당시 영국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독일군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침공했고, 프랑스마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영국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방어선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고, 독일의 공군인 루프트바페는 영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었다. 처칠에게는 국민에게 승리를 약속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하원에서 남긴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 외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라는 말은 이 책에서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처칠은 국민에게 희망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숨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닥칠 고통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후 그는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선언한다. 당시 영국이 가진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면, 어쩌면 그 말은 무모한 허세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칠은 절망적인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현실이 미래까지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후 책은 영국 본토항공전과 런던 대공습의 과정을 따라간다. 독일은 영국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영국 공군 RAF는 이에 맞서 필사적으로 싸웠다. 수많은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고 폭탄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런던 시민들은 등화관제를 실시하며 빛마저 숨겨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달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밝은 달이 뜨면 폭격기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름달이나 밝게 차오른 달을 ‘폭격기의 달’이라고 불렀다.


나는 이 대목에서 책의 제목이 단순히 전쟁의 참혹함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달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었다. 밤길을 비추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그 달마저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름다운 달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폭격기가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전쟁은 건물만 파괴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폭격과 전투 자체보다 그 속에서도 계속된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사람들은 공습경보가 울리면 대피소로 내려갔다가, 다음 날이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폭격으로 도시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농담을 하고, 가족을 걱정하고, 친구를 만나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내일을 살아갈 준비를 했다. 이 모습이 오히려 전쟁의 참혹함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에서는 흔히 용감한 군인이나 위대한 영웅이 중심에 등장한다. 하지만 《폭격기의 달이 뜨면》에서 내가 발견한 영웅은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시민들이었다. 폭격을 견디면서도 아침이 되면 일터로 향했던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의 생사를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할 일을 해낸 사람들, 폐허가 된 도시에서 다시 삶을 이어간 사람들이야말로 전쟁을 견뎌낸 사람들이었다.


특히 책 속 크리스마스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독일과 영국 양쪽에서 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밤, 사람들은 잠시나마 평범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러나 식탁에는 빈자리가 있었고 교회 종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전쟁은 잠시 멈추었지만, 전쟁이 가져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평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평화는 단순히 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아닐 것이다. 가족이 함께 식탁에 앉고, 내일 출근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무 걱정 없이 전화를 걸 수 있으며, 달빛을 바라보면서도 그것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는 처칠뿐 아니라 독일의 히틀러와 루프트바페의 수장 괴링,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등 여러 인물의 판단과 전략도 등장한다. 각각의 지도자는 자신의 정보와 판단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 하나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었다. 특히 처칠이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전쟁에서 지도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칠의 위대함을 단순히 ‘강한 리더십’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느낀 처칠의 진정한 힘은 두려움이 없었다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움과 절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동했다는 데 있었다. 진정한 용기는 무섭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무서운 상황에서도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이 생각은 지금의 나에게도 이어졌다. 우리는 전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방식으로 ‘폭격기의 달’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노력해도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고, 예상하지 못한 실패를 만날 때도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칠과 당시 영국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들은 승리를 확신해서 싸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패배할 가능성이 너무나 현실적인 상황에서 싸웠다. 런던 시민들도 자신들이 무사할 것이라는 보장을 받은 채 일상을 이어간 것이 아니었다. 오늘 밤 폭탄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내일 가족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늘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이 결국 역사를 바꾸었다.


나는 여기에서 ‘희망’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희망은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믿는 낙관이 아닐지도 모른다. 희망은 결과를 알 수 없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폭격기의 굉음이 아니라 그 소리가 멈춘 뒤에도 다시 시작되었을 사람들의 아침이었다.


전쟁은 수많은 것을 파괴했다. 집을 무너뜨렸고, 가족을 갈라놓았으며, 평범했던 일상을 빼앗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폐허 속에서 다시 길을 찾았고, 폭격이 끝나면 출근했으며, 크리스마스를 맞았고, 서로를 위로했다. 거대한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한 사회가 버티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전쟁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삶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위대한 역사를 만드는 것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처칠 같은 지도자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그 결단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뒤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수많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폭격 속에서도 다시 문을 열고, 공장으로 가고, 가족을 돌보고, 서로의 손을 잡았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영국은 버틸 수 있었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폭격기의 달’은 이제 나에게 단순히 전쟁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두려움이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에도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달은 여전히 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폭격의 위험을 알리는 달이다. 같은 달 아래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달이 얼마나 밝은지가 아니라, 그 아래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나에게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전쟁의 날짜와 전투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럼에도 어떻게 하루를 살아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어쩌면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위대한 힘은 거창한 승리의 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날에도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폭격기의 달이 뜨는 밤에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k*******n 2026.09.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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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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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윈스턴 처칠이나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칠이나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고 또 지도자로서의 고뇌라든지 그런 것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교과서적으로 쓰이는게 아니라 소설 같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힘이 매우 컸다. 정말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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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윈스턴 처칠이나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칠이나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고 또 지도자로서의 고뇌라든지 그런 것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교과서적으로 쓰이는게 아니라 소설 같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힘이 매우 컸다. 정말 잘 봤다.

YES마니아 : 로얄 m*********8 2026.06.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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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기록, 기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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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2차대전 초기인 1940년부터 1941년 말까지 영국 본토에 전개된 독일 공군의 무차별 폭격과 이에 맞선 처칠 내각의 결사항전을 세밀하게 기록한 역사책이자 일기장이다. 얼핏 보면 많이 알려지고 흔한 주제이지만 이 책은 세계대전과 처칠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확연히 다르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기록을 어디서, 어떻게 발굴하고, 다시 어떻게 조립하느냐,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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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2차대전 초기인 1940년부터 1941년 말까지 영국 본토에 전개된 독일 공군의 무차별 폭격과 이에 맞선 처칠 내각의 결사항전을 세밀하게 기록한 역사책이자 일기장이다. 얼핏 보면 많이 알려지고 흔한 주제이지만 이 책은 세계대전과 처칠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확연히 다르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기록을 어디서, 어떻게 발굴하고, 다시 어떻게 조립하느냐, 즉 기록의 활용방식이다. 책을 읽으면서 부럽고, 한편으론 부끄러운 사실은, 이들은 아직도 당시의 작고 하찮은 기록들을 찾아내고, 꿰매고, 연결해서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잊어버리자, 용서하자,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는 우리의 한가한 역사인식이 얼마나 무책임한 자세인지 돌아봐야 한다. 저자의 이야기꾼 재능도 기록이 빛나는데 한몫한다.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어떤 이의 평가가 절대 공치사가 아니다. 독자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현재의 역사가들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s***u 2025.08.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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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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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독일의 침공을 대비해 영국에서 등화관제를 엄격히 하면서 밤에 조명을 끄고 달빛에 의지하면서 그런 달빛에 의해 폭격기의 습격이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여 보름달이나 상하현달과 같이 볼록한 밝은 달을 폭격기의 달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과거지만 불안감과 긴장감이 함께 한 논픽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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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독일의 침공을 대비해 영국에서 등화관제를 엄격히 하면서 밤에 조명을 끄고 달빛에 의지하면서 그런 달빛에 의해 폭격기의 습격이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여 보름달이나 상하현달과 같이 볼록한 밝은 달을 폭격기의 달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과거지만 불안감과 긴장감이 함께 한 논픽션션
YES마니아 : 로얄 d*******e 2024.03.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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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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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알차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네요 읽는 내내 지식을 얻는 것과 더불어 아주 즐거운 독서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도 감탄할 만 했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큰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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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알차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네요

읽는 내내 지식을 얻는 것과 더불어 아주 즐거운 독서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도 감탄할 만 했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큰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으니깐요

저자는 치밀한 재구성을 통해 독자들을 2차대전 당시의 상황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까지 충실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이 앞으로 많이 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n****1 2024.01.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