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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이 느껴지는 내 인생의 봄날
"친밀감이 느껴지는 내 인생의 봄날" 내용보기
이장기 시인은 우리 마을에 살고 계시다. 우리 집에서 천천히 걸어가도 반 시간이 채 안 걸리니 글자 그대로 이웃사촌이다. 내게는 큰 형님 연배시니 이웃의 어른이라고 할까?   그런 분이 우리 동리에 계시고, 멋진 시집까지 내신 문인이라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두어 달 전 횡성문협 모임에서야 알았으니, 이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시골에서도 무색해진 듯하다.   표지도
"친밀감이 느껴지는 내 인생의 봄날" 내용보기


 

이장기 시인은 우리 마을에 살고 계시다. 우리 집에서 천천히 걸어가도 반 시간이 채 안 걸리니 글자 그대로 이웃사촌이다. 내게는 큰 형님 연배시니 이웃의 어른이라고 할까?

 

그런 분이 우리 동리에 계시고, 멋진 시집까지 내신 문인이라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두어 달 전 횡성문협 모임에서야 알았으니, 이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시골에서도 무색해진 듯하다.

 

지도 예쁘고, 명동 신사 같은 이미지로 멋지게 연세가 드신 시인의 모습도 정겹다. 내 눈길을 끈 시는 「몽현사」였다. 이 절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우리 집에서 15분쯤 걸으면, 주천강을 마주 보는 산자락에 있는 사찰이다. 동리를 걸으면서 대여섯 번 이상 찾기도 한 곳이다.

 

「몽현사」의 전문은 이렇다.

 

"산사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추녀 끝에 픙경이 딸랑딸랑

여승의 염불 소리에 새벽이

일렁인다

 

산새 들새 텃새들은

봄소식 봄편지를 나르느라

이 가지 저 가지 바쁘게 날으네

 

뜰앞에 목련꽃

뽀족한 부리로

두꺼운 알 껍질을

깨고 알에서 깨어나

 

수줍은 자태를 뽐내며 봄을 부르고

 

장삼 두른 여승의 발걸음 가볍다

 

아침 염불이 살갑게

산사의 정원 팔각정에

고요를 깨운다

 

목욕 재개한 여승의

사월초파일 올릴 기도준비

한창 바쁠 때이다

 

비바람 불어오는 날

혹시 부처님 오시는 길

아름다운 목련꽃이

녹슬지는 않을까 (14~15쪽)"

 

시의 분위기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농촌의 아침은 몹시 분주하다. 텃밭을 가꾸거나 주변의 잡초를 뽑아야지 몽현사까지 갈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스님이 여승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만나 뵌 적은 없다. 몽현사까지 갔을 때도 사찰 주변만 돌아보고 왔기 때문이다. 그곳에 목련꽃이 있었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같은 공간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른가 보다. 나는 몽현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 것은 몽현사의 참모습이 아니었던 듯하다.

 

언젠가 아침 녘에 짬을 내서 몽현사까지 걸어보고 싶다. 산새, 들새, 텃새들이 전하는 계절의 소식을 들으면서 부처님 오시는 길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도 인연이 아니겠는가?

 

책장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우리 마을을 느꼈다.

 

-섶다리 흔들흔들 / 주천강은 흘러가고 (그때는 그랬었지 18쪽)

-주천강 물길 따라 / 반짝이는 여울목을 지나(기도하는 여인 20쪽)

-흐르는 물 주천강에선 /방울방울 솟아오르는 / 구슬 같은 물방울 (가을비 22쪽 )

 

곳곳에서 시인이 살고 있고, 내가 머물고 있는 우리 마을 속에서 이웃사촌들이 어울리는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 시인이 본 것을 나는 왜 보지 못했을까? 지금의 우선순위는 어느 달 밝은 밤에 시인의 집을 찾아서 살면서 느낀 지혜와 함께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배우고 싶다.

 

시집의 제목인 '내 인생의 봄날'은 시인의 지나간 청춘 시절이 아니라, 깊은 연륜 속에서 시심이 익어가는 지금이 아닐까? 이 책을 완독하면 내 인생에도 봄날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도 느꼈다.

 

y******3 2022.06.24.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