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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중반이 넘어가신 부모님이 계신다. 부모님은 늘 거기에 계실 것만 같았고, 시간은 영원할 줄 알았다. 외면하고 싶지만, 부모님의 연로하심을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 기억..
구멍가게가 있고 모퉁이 식당이 있었다. 뛰어놀던 길거리, 학교 가는 길.. 엄마 아빠는 그 기억속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늠름하게, 무뚝뚝하게 계실 것만 같다. "엄마는 우리 집안의 엔진이었다".
이 책은 엄마가 치매에 걸리고 돌아가시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생일 카드를 보내지 않았던 해,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던 일요일.... 진실은 바로 그것들의 틈새에 자리하고 있었다." (본문 중)
작가는 우리집의 엔진과 같은 엄마가 치매에 결렸을 때, 내 마음 속 그 사이 어딘가쯤에서 갈등하는 현실사이의 감정을 그림과 글로 보여준다. 그는 슬픔과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기술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에게 보여지는 부모님의 무뚝뚝한 모습처럼, 치매에 걸린 엄마가 돌아가시기까지 겪는 과정을 절제된 감정으로 무표정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그 메세지는 바다와 같이 묵직하며 깊다. 기초연금, 간병제도, 요양시설, 변하는 엄마의 모습, 직장과의 거리, 의무감, 공포감, 상실감 등을 통해 내 모습을 투영케 하고 불합리함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스며들게 한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우리 엄마였다. 엄마는 여전히 엄마로 대접받을 자격이, 존엄성을 지닌 한 생명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있었다." (본문 중)
작가는 어렸을적 본인의 기억을 우리와 공유하고 싶었나 보다. 작가의 어렸을적 동네 모습을 보며 내가 살았던 동네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부모님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의 어렸을적 기억을 소환하게 하였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그림을 통해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이 책의 힘은 작가의 경험을 내 경험으로 치환하게 하는 탁월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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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북디자이너인 나이젤 베인스가 엄마의 치매 발병부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2년을 글과 그림으로 회고한 '그래픽 내러티브'이다. 픽션이 아닌 회고록이란 점에서 그래픽 노블과 구분되며 프레임과 간격 등을 좀더 의도적으로 배치할 수 있어 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에 개인적 체험을 회고하기에 적절한 형식이다. 저자의 80대 노모는 춥고 비오는 날 오후 5시에 택시에서 내리다 엉덩이뼈를 다치며 쓰러지셨는데 전화교환원이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길에서 네 시간을 보낸 후에 겨우 앰뷸런스에 올랐고, 입원까지 또 세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이 일로 저자는 지역 앰뷸런스 서비스와 지역 응급실의 문제, 경찰이 종종 긴급 앰뷸런스 서비스를 대행하는 현실에 대해 tv, 라디오, 신문과 인터뷰했다. 이로써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단 생각에 스스로 만족한 것도 잠시, 청천벽력 같은 어머니의 치매 판정 소식을 듣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의외로 엄마와의 사적인 에피소드보다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데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좀 아쉽기도 했지만 덕분에 배운 것도 많긴 하다. 자꾸 이런 책을 찾아읽는 게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언젠가는 마주할 상실의 순간에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면 뇌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두 단백질이 이상반응을 보여 신경세포를 공격하고 죽이며, 이에 따라 뇌는 위축되고 공격당한 부위에 따라 뇌의 중요 기능이 상실된다. 그것은 치료법이 없는 진행성 질환이며 결국에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들의 고장으로 이어진다." -p.27 ??“엄마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그 서식들은 끔찍했다. 체크를 하는 네모 칸들, 양자택일들. 미묘한 차이가 들어설 여지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은 네모 칸 안에 쑤셔넣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인간을 위한 여지는 그 시스템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 돌보미들은 훌륭했지만 돌봄 시간은 너무 짧았고, 그들은 오자마자 택시를 불러서 다음 고객에게 가기 바빴다.”-p.93 ??"인생도 마찬가지다. 말들 사이의 틈새. 순간들 사이의 공백, 없어져버린 듯한 것들. 바로 그곳이 우리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엄마의 경우에도 정말로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그 없어져버린 것들이었다.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생일 카드를 보내지 않았던 해.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던 일요일. 내가 방문할 때면 엄마가 늘 방갈로식 주택의 손님용 침대에 두곤 하던 '그랜섬 타운; 쿠션의 실종. 진실은 바로 그것들의 틈새에 자리하고 있다."-p.127 ??"연도를 본다. 1933-2017. 저 대시. 저 짧은 대시. 저것이 인생이다. 모든 게 다 저 짧은 문장 부호 안에 들어 있다. 당신이 하고, 생각하고, 보고, 꿈꾸고, 울고 웃은 모든 것. 당신의 전부. 저 대시 안에."-p.167 ??"국민건강보험과 사회복지 사이에 벌어진 틈은 사라져야만 한다. 자원은 이용가능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임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분명 우리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달려있다."-p.176 ??"궁극적으로 꼭 해야 할 일의 목록은 사실 꽤 간단하다. 그리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분명 그 상황에 익숙해지긴 할 것이다. 그것은 꽤나 놀라운 발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략) 하지만 그 일을 혼자서 하진 말라. 대화를 하라. 당신에게 큰 의미를 지닌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라. 당신만을 위한 공간을 찾으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 있는 것뿐이다."-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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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이 책은 저자가 겪었던 어머니의 치매에 대한 시작부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겪었던 심적 변화와 주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다소 힘들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엄마가 아프고, 나를 서서히 잊어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삶의 자연스러운 이치이기도 하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진리와도 같다.
이 책은 단순히 치매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지녀야할 삶의 태도 또한 가지고 있다.
살면서 우리는 참 많은 자아를 만나게 된다. 그 본질에서 또한 만날 수 있는 것은, 단일의 자아를 찾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단일한 자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여러개의 자아가 자신의 자아임을 받아들인다면 기분은 한결 나아질 것이다. 그것 또한 결국 나임으로. 이 책은 전반적으로 어머니의 치매를 받아들이는 과정, 떠나보내는 과정을 주되게 이루고 있지만, 자신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상상도 하기 힘든 어머니의 치매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잃지 않고 얻을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든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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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것이 한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겨우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지막 표현일지 모른다. _ 문태준(시인) 】
『엄마, 가라앉지 마』 나이젤 베인스 글/그림,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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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죽음을 종착지로 하는 긴 여행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타자의 삶과 죽음 또한 무수히 접하곤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것 또한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체험일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 『엄마, 가라앉지 마』는 저자가 저자의 어머니 치매 발병으로부터 죽음까지 2년 동안의 회고를 담은 논픽션 그래픽내러티브다. 원제는 『Afloat』으로, 떠 있음의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원제는 부유하는 상태,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상태를 떠올리게 한 반면 번역된 한국판 제목은 어머니를 바라보는 저자의 절박함과 상실을 느끼게 해 주었다. 맥을 같이하면서 서로 다른 느낌을 주어 원제와 한국판 제목 두 가지 모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픽내러티브 형식을 갖추고 있는 만큼 각 페이지마다의 연출이 상당히 뛰어났는데, 어떤 부분은 살 떨릴 만큼 아릿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족여행을 회고하는 부분에서는 저자가 오르막을 오르고 있음에도 부유하는 느낌과 푹푹 빠지는 느낌, 가라앉는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가족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지만 결국 어머니의 치매를 계기로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돌이켜보는 것이므로, 연출을 통해 그러한 회고가 그저 편안하지 않았음을 표현해낸 것 같았다. 그러나 그저 아픈 기억에 멈추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으나 그 내면에는 삶이 존재했다. 상실 속에서 저자는 살아감을 찾는다. 그것이 연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필요에 따라 문단을 특수하게 구성한 것 또한 마음에 남았다. 글자의 배치를 통해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이 하나씩 저자를 덮쳐오는 상황을 형상화했다. 결국 '그것들의 발아래에 깔려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끝맺음에서 묵직한 고통을 느꼈다. 가장 좋았던 연출은 마지막에 저자가 자아와 삶에 대한 고찰을 네 가지 형태의 바다를 통해 표현해낸 부분이었다. 「하나의 유일무이한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고 자아가 분열적이고 유동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171쪽)」 절망과 상실의 질곡 속에서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이 말을 남겨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바다의 물살이 잠잠할 때도 있고 때론 파도가 몰아칠 때도 있는 것처럼 인간 또한 순간순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결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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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도 마찬가지다. 말들 사이의 틈새. 순간들 사이의 공백. 없어져버린 듯한 것들. 바로 그곳이 우리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127쪽)
* 나는 엄마네 집 화장실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어떤 거울이라도 본 게 언제였을지 궁금했다. 우리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온전한 하나의 '나'를 상상하지, 변덕스럽고 분열된 자아를 상상하지 않는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엄마가 낯선 그 사람을 보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129쪽)
* 나는 그동안 늘 엄마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었고, 그 생각을 하고 있자면 소름끼치게 몸이 떨려오곤 했었다. (162쪽)
* 하지만 세상에 영원히 계속되는 일은 없고, 그건 심지어 나쁜 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자유이며 나 자신의 본질을 규정하는 그 어떤 잘못된 생각들에도 얽매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현듯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조차… 괜찮게 느껴졌다. (169쪽)
* 엄마는 여전히 엄마로 대접받을 자격이, 존엄성을 지닌 한 생명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있었다. 요양원 직원들은 훌륭한 분들이며 더 나은 훈련과 보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사회가 노화와 질병을 다루는 방식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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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리뷰는 개인의 주관적 시각에서 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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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딱 한 번만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는 차 한 잔을 마신다.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먹을 걸 사야 한다.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기분이 든다(161쪽).”
- 『엄마, 가라앉지 마』 :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나이젤 베인스 저, 황유원 옮김, 싱긋 출판사
#도서협찬 #교유당
언젠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의 건강 문제 그리고 죽음/이별, 생각할 때마다 초연함보다는 떨림, 두려움이 느껴지는 미래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생각에 빈틈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주제인데, <엄마, 가라앉지 마>라는 책 덕분에 마주해야 할 주제에 마주하게 되었다.
엄마의 건강 문제,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 책에선 담담하면서도 좌절스럽고 때론 행복하고 슬프게 그려낸다.
만약 이런 책에서 위안을 받으려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으로 일상과 비극을 “버티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인간적으로 그려낸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린 사랑을 했고 이별을 마주할 것이다. 그때 쉬운 해결책은 없지만, 그래도 버텨봤으면 좋겠고 버티길 기도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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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라앉지마 원제는 Afloat 이고 굳이 해석해 보자면 떠있어~라고 할 수 있겠어요. 33년생 엄마가 택시에서 내리려다가 낙상, 엉덩이뼈를 다쳤어요.런던에 있던 62년생 아들이 고향 링컨셔주 그랜섬에 돌아와 #돌봄노동 을 한 #회고록 입니다. #그래픽노블 처럼 보이는데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 이고 사실을 기록한 책이라 장르는 #그래픽내러티브 라고 하네요. 진즉에 다 읽고 29일 씨네북토크 하고 또 한번 더 읽었어요. 번역가 #황유원 님과 편집자 #헤르츠티어강건모 님의 북토크 후 재독하니 더더더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나이젤베인스 님의 #블랙코미디 도 보이고 2017년 2월에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애도도 보이고 그러네요.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 둔 2014년12월 어느날 여동생 전화를 받고 엄마의 사고를 알게 되었고 사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해 보니 #혼합성치매 를 앓고 계셨구요.뇌가 점점 쪼그라드는 모습을 반쪽 사과가 쪼그라들고 썩어가는 모습으로 그렸는데 참 인상적인 그림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매일 준비했었대도 막상 이별이 눈 앞에 다가왔다면 너무 고통스럽겠죠. 오늘 본 컴온컴온영화에서 한 아이가 "우린 죽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하는 질문을 하는데요.그 대답을 이 책이 해주고 있어요. "연도를 본다.1933-2017.저 대시.저 짧은 대시.저것이 인생이다.모든 게 다 저 짧은 문장 부호 안에 들어있다. 당신이 하고,생각하고,보고,꿈꾸고.울고 웃은 모든 것.당신의 전부.저 대시 안에." #삶 의 #노화 #죽음 의 곤란함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우린 모르고 있어요.이 책을 읽으며 우리 조금씩 조금씩 이별연습을 해야할지도요. #책추천 #회고만화책 #만화책 #만화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싱긋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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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면 신체의 병과 마음의 병이 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발달해가는 의학 기술 덕분에 어지간한 신체의 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게 많다. 발병 원인도, 마땅한 치료법도 아직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중 치매는 대표적인 마음의 질병이다. 치매를 앓는 사람도 많고 오래 전부터 있었던 병이지만 치매를 마주한 순간 우리는 무력해진다. 그래, 마치 홀로 바다에 있을 때 만나는 태풍같이...
마음의 병인 치매는 환자는 물론이고 주변인들에게 마저 아주 끔찍한 체험과 고통을 안겨준다. 기억을 지운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애초에 불완전하다지만 살면서 누구나 죽기 직전까지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 있을 거다.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추억들은 치매에 걸린 이후 무심히 하나둘씩 지워진다. 도려내어진다. 씻겨내려간다. 이윽고 우리의 기억은, 아니 추억은 원래의 흔적도 없이 얼기설기 기워진 누더기처럼 변해버린다. 기억은 맥락을 잃고 쪼그라든다. 빈 자리엔 공허한 공백이 대신 한다.
짧건 길건 살면서 우리는 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 부모님만큼 소중한 인연은 없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그 정을 과연 뭘로 대신할 수 있을까. 내가 한살 두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다시 말해 부모님 역시 그만큼 나이를 드신다는 거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부쩍 더 많아진 거 같은 부모님 얼굴의 주름, 줄어든 머리숱, 구부정해진 허리를 보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반드시 맞이해야 할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살아간다는 건 곧 늙어간다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 책의 경우처럼 '엄마'에게 불쑥 치매가 찾아올 수 있다. 전형적인 영국의 노동자 계층 부모에게서 성장한 작가 나이젤은 마땅한 대비도 없는 상태에서 엄마의 남은 인생을 책임져야 했다. 따로 살고 있던 엄마의 집에 찾아가는 횟수가 불쑥 잦아지고 그 집 앞으로 통지되는 각종 요금들은 이제 자기 몫이 되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여간 일이 아니었다. 온갖 서류 더미에 덮혀 살던 작가는 엄마를 요양원에서 모시게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술회한다.
삶은 치열하다.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들을 연속해서 마주하는 건 수영도 할 줄 모르는 채로 물에 던져진 상황과 같을지도 모른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갖은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그 발버둥이 오히려 우리 발목을 잡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 차라리 몸에 힘을 쭈욱 빼고 있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가라앉지 않을 수는 있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대표되는 상반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중요한 건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나이젤은 인생의 완급을 조절하는 일을 치매에 걸린 엄마를 간병하고 떠나보내는 일을 통해서 배운 듯하다. 가볍건 무겁건 간에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다. 그런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눈부신 햇빛을 반사하건, 세찬 파도가 몰아치건 바다는 결국 바다이다. 슬프지만 삶은 언제나 기쁘고 빛나는 순간으로 가득하지는 않다. 삶은 죽음이란 종착지로 가는 과정이고, 우리는 그 여정 도중 필연적으로 노화와 질병을 마주한다. 내가 나중에 어떤 시련이나 고난을 겪으면서도 삶 그 자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길 바랄 뿐이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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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영국 링컨셔주 그랜섬에서 태어나 철도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어머니 밑에서 노동자 계층의 삶을 경험한 저자는 시집에 삽화를 그리면서 직업 그림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후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디자인하고 삽화를 그렸고, 2005년과 2010년 BBC 주관 블루 피터 최고의 논픽션상을 2회 수상했고, 2017년 영국 독립출판 서점인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가 쓴 <엄마, 가라앉지 마>를 보겠습니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어느 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던 엄마가 엉덩이뼈를 다쳐서 병원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실어야 했는데 병원을 혐오했던 엄마는 고집을 부렸고 한참 걸려 겨우 병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수술을 받았고 치매 증상을 확인해 요양원으로 옮겼습니다. 이 요양원은 주인공이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지나쳤던 곳으로 다행히 엄마는 적응을 잘 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결국 퇴원을 했습니다. 2015년 2월 엄마는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혼자 있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때 공공의료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신청하는 순간 무료이지만, 사회복지수당은 수입 조사 결과에 따라 지급됩니다. 즉 낼 수 있는 만큼만 받는 것입니다. 정신이 있을 때 '지속적 대리권'에 서명을 받았고 엄마에게 오는 청구서를 정리했습니다. 수도세가 오랫동안 미납되었고, 미납된 청구서들이 많았습니다. 엄마는 돈이나 부동산도 없고 빚까지 있습니다. 2015년 7월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돌봄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습니다. 8월 드디어 엄마의 연금계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6개월째 미수령 상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자 엄마는 더 이상 몸을 씻지 않고, 돌볼 사람을 보내지만 그들을 돌려보냅니다. 2016년 10월 엄마가 쓰러져서 수술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11월 엄마가 머무를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처음 엉덩이뼈를 다쳤을 때는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이제 엄마는 망가진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2017년 1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장례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처리하고, 장례식에서 엄마의 묘비를 봅니다.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세상은 돌아갑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서 갑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갑니다. <엄마, 가라앉지 마>는 치매 발견부터 죽을 때까지의 2년 동안의 저자의 엄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집에서 같이 돌보며 힘든 때고 있고, 따로 살면서 마음으로 힘든 때도 있습니다. 같이 사나, 따로 사나 힘든 것은 같습니다. 건강할 때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면 병든 지금의 모습이 슬픕니다. 처음엔 재활 치료를 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다음에 다시 수술을 했을 땐 재활치료는 없었습니다. 망가진 물건처럼, 사회에서 유용하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인간의 좀비화, 그 상황을 주인공의 엄마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만약 알았다면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엄마지요. 여전히 엄마로 대접받을 자격이, 존엄성을 지닌 한 생명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노화와 질병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복지 수준이 달려 있습니다. 그 복지 수준을 높이는 일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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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것보다도 나를 뭉클하게 했던 것은 맨 마지막 페이지,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단순하게 치매에 덜린 엄마를 돌보는 자식의 애틋한 이야기만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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