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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의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암울하고 여전히 역병의 긴 터널 속을 더듬고 있으며 조그만 한켠에서는 욕망의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온다. 세상은 이 암울함과 무거움을 켜켜히 쌓아 단단함을 더할 것이다. 소설은 세상 단단한 어듬의 페허를 기다려 꽃을 피우려 할 것이다. 시는, 그러면 시인은 이 페허를 일으킬 단 하나의 씨앗을 심을 것이다. 새들반점은 그 소중한 씨앗이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쇠락한 부산의 구도심 골목 갈라진 시멘트 바닥의 틈속에 한 톨의 씨앗이 나 살아 있노라, 살아서 반드시 싹을 틔우리라 버둥거리는 경련과 같은 외침이다. 전구가 그 체력을 다 하여 가끔은 헐떡거리는 영주동의 골목 점빵 한켠에서 한잔의 잔술을 기울이고 싶은 글이다. 이번 주에는 이 골목들을 어슬렁 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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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길을 나섰지만 얇은 비닐장막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 너머로 사람이며, 기울어진 탁자며, 집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루의 고단함이며, 낮게 흐느끼는 추억들이 보란듯이 내게 손짓을 했다. 비닐에 손을 가져다 대자 그것들은 시간의 방죽을 무너뜨리면서 달려들었다. 흠뻑 젖은 채로 또 다른 꿈속에서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내가 보였다. 나는 먼지처럼, 사람들이 이미 지나갔던 길목에 달라붙어 바람에 마냥 흔들리고만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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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지 않다. 백석 이후 시와는 멀어졌는데 이 시집은 좋다. 깊고 애잔하다. 어떤 시는 전체가 꽂히고 어떤 시는 문구가 꽂힌다. '이만하면 됐다. 시달리면서도 꺽여 피 흘리면서도 본체 망각하지 않고 꼿꼿하기만 하면 되었다' 시에 나오는 식당들을 가보고 싶다. 새들반점, 부산명태찌짐집, 동광동멸치쌈밥집ㆍㆍㆍ 책이 작고 표지가 예쁘다. 가볍고 색감이 좋다. 들고 다니기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