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적과 인종이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문화와 습관이 차이에서 오는 다름. 그것을 넘어서기란 마치 문화가 가진 본질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전에는 국제 연애하는 사람을 볼 때면 참 낭만적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어쩌면 굉장히 어려운 연애라는 것,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일도, 견해의 차이가 클 거라고 예상했다.
삼십 대의 호주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서로의 연애에 대하여 깊이 파고드는 것과는 다른,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인식하는 과정들을 나타낸 소설이다. 두 사람의 사고방식은 좁힐 수 있다 치더라도 상대방 부모와의 견해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거 같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유진은 한국인으로,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호주인으로 자란 데이브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연애의 시작에서부터 다르다. 집에서 물담배를 하자는 초대의 의미와 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의 차이. 집에 초대했을 때 물담배 말고 다른 것을 할 건지 하지 말 것인지를 미리 말해야 한다고? 한국인처럼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건 없는 거 같다. 그에 따른 문제, 상대방이 잘못 인식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그어진 선에 대하여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만의 선을 그어놓고 그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이브에 반해 유진은 엄마의 요구도 그렇고 결혼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인이 서로의 부모에게 초대받은 일을 결혼의 시작점이라고 보는 반면, 외국인은 자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상황을 비교적 가볍게 받아들인다. 데이브의 부모 집에 갔을 때 유진이 입었던 원피스에 대하여 말해 보자. 격식을 갖춰 불편한 옷을 입었으나 데이브의 부모나 여동생과 여동생의 여자친구가 편한 옷을 입은 것의 차이는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불편하다. 초대받은 집에서 한국식으로 도와드리겠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의 차이와도 같다. 초대된 손님이 설거지하는 경우는 없다는 걸 유진은 몰랐다.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생각했다.
이와 반대로 데이브가 한국에 왔을 때, 무거운 물건 때문에 엄마가 도와주러 집 밖에 나왔을 때 데이브를 마주쳤다. 데이브는 당연히 자기를 초대할 줄 알았는데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하겠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는 집에서 편하게 입었던 옷이 불편했고, 데이브는 집에 찾아온 손님을 내쳤다고 생각했다. 데이브가 유진의 엄마에게 정식으로 초대받아 갈 때 데이브가 선물하려 했던 빗자루는 압권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선물은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주고 싶은 선물을 할 거라고 말하는 데서 오는 이질감 혹은 다름의 인식이다.
한국 사람들도 결혼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결혼과 동거의 차이에 대하여 서양처럼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거 같다. 결혼에 대한 확고한 생각, 결혼과 아이에 대한 미래를 그리지 않은 사람이 하는 행동에 마냥 그의 뜻이 맞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얼마나 불합리한가 말이다. 자기의 유전자를 물려준 아이가 자기의 아이인가 가족의 아이인가. 어쩌면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는 거라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만약 우리가 특정한 나라의 외국인을 만났을 때 저절로 그 나라의 정치적 현실이 궁금해 질문하게 될까.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는 건 좋으나, 국가를 대표하여 답을 내놓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유지하지 않느냐 말이다. 언젠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에 대하여 표현하는 걸 보았다. 북한과의 갈등은 국가의 일이고 우리는 개인이므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를 하기 마련인 것이다.
유진은 정성껏 그린 그림을 뭉개는 작업을 했다. 그림을 뭉갰다는 것은 유진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거다. 사람의 얼굴이 뭉개졌다는 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 태즈메이니아 창에서 바라보았던 풍경과 뭉개지 않을 그림을 그릴 것 같았던 마음은 곧 다름의 차이로 역시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랑이 어디까지인지, 국적과 인종 간의 갈등과 다름을 극복하기란 역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그녀가 햇살 가득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유진은 다른 삶을 시작할 것이다.
#유진과데이브 #서수진 #현대문학 #책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시리즈 #핀소설 ##월간핀리뷰대회 |
|
예전에 한창 국제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국제연애를 다룬 인기웹툰의 영향도 있었고 세계곳곳을 돌아다니는 직업을 꿈꿀 때라 주변에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도 있었고 외국인을 접할 일도 많아 그랬던것같다. 그런데 한 번의 사건을 계기로 국제연애는 물론이고 국제결혼은 꿈도 꾸지 않아야지 했었다. 구체적 사건을 언급할순 없지만 정서차이, 문화차이,언어차이를 사랑만으로 극복하기에 정말 한계가 있었다. 사람에 따라 한국인도 외국마인드로 살수있고 그 반대 케이스도 있겠지만 ...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적 허기가 느껴지고 사소한걸 하나하나 설명하고 해명하고 오해하고 그런게 힘들었다. 단 한 번의 사건이 몇년이 지나도 임팩트있게 내 뇌리에 박혀있는걸 보면 나랑 국제연애는 안맞는걸로 결론짓고..ㅋ
|
|
처음엔 표지에 이끌려 구입했다. 구입 후 잊어버렸다가 지하철 탈 일이 생겨 가방에 넣고 외출했는데 그날로 다 읽어버린 건 안 비밀. 한시간만에 다 읽고는 그날 이후로 만난 사람들에게 거의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자라온 환경이 거의 완벽하게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겪는 일들에 관한, 어찌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는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자만의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겪는 일들은 그 내용은 모두 다르겠지만 결국 상대방과의 생각 차이에서 일어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유진과 데이브 사이의 싸움이나 다툼을 얼핏보면 문화차이로 여기고 넘어가도록 했지만 이건 사실 함정이다. 유진은 종종 이게 정말 문화차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고 그건 데이브 역시 마찬가지이다. 같은 문화권안에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기에 이는 결국 유진이라는 사람과 데이브라는 사람, 두 사람의 가치관 인격의 차이인 것이다. 그렇기에 국제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 역시 일정 부분은 유진에게 또는 데이브에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이 책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많은 연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고집불통들에게. |
|
‘코리언 티처’로 알게 된 소설가 서수진이 좋았다. 이전에 한겨레문학상은 내게 러프한 작품이 수상한다는 편견을 남겼다. 더 고쳐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쓸래요, 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초안 같았는데 ‘코리언 티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놀란 점은 인간관계, 언어와 권력과 성애를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구성해내는 돌파력이다. 아는 부분에 대해서만 정갈하게 말하는 직시성이, 다소 느슨한 감이 있어도 그것이 약점보다는 가닿을 수 없는 섬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나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냈겠지만 실직한 채 몸까지 망가져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볼 시간이 많았다. 그럴 때면 마지막에 곱씹게 되는 단어가 당혹스럽게도 ‘사랑’이었다. 제대로 열어보지 못하고 닫아둔 언박싱 상자 같은 사랑은 내게 절박하면서도 여전히 잘 모르겠는 미지의 영역이다. 외국어를 전공한 내 주변인들은 외국인과의 교제에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남자는 억압적이고 답답한 비교 대상이었던 탓이다. 나는 좀 달랐는데 그 이유가 모국어로도 감정과 갈등을 풀어낼 자신이 없음으로 인해 속 터질 게 딱 그려졌기 때문이다. ‘유진과 데이브’도 첫 작품과 비슷하게 좋았다. 디테일하고 세부적인 묘사는 피해갔다는 서사 관련 인상은 이번에 ‘뭉개졌다.’ 국제 커플의 밀당으로 이야기 전개에 긴장과 탄력을 부여하는 까닭이다. 신기한 것이 그는 감정, 그것도 두 남녀의 가로막힌 넘을 수 없는 ‘선’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싱그러운 미풍이 분다. 그렇다고 설렁설렁하게 현실인식과 문제의식을 방임하지도 않는다. 여러 세트장을 잘 디렉팅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 엉키지 않게 감상하게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청춘의 ‘선택지’에서 계속 전의를 다듬어 싸우기Fight보다는 도망Flight을 선택한다. 아직 젊기에 궤도 이탈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설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유진의 뭉갠 화풍 이야기는 앞날을 불길하게 내다보게 한다. 세밀하면서도 투명하고 맑은 그림을 완성하고 싶지만 끝내 ‘눈물’로 뭉개질 그림picture은 그들의 앞날future이기도 하다. 오년의 사랑을 실패나 “잃음”으로 단순히 정의하기란 곤란하다. 데이브가 유진의 엄마 집에 걸린 그림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했기에 그는 쪼개진 사이더라도 둘의 포개진 시간을 잘게 반짝이는 밤하늘로 회상할 것 같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유진이 ‘한국 여자’라는 정체를 완전히 벗지 못한다는 각성에 있다. 자유와 독립과 평등과 존중을 선망하지만 막상 어느 부분에서는 가부장제 속 한국 남자의 그늘과 보호막을 돌아본다. 한국 여자로서 보호받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아주 사적인 약속”, 즉 꽉 붙잡아줄 말(뚝)이 필요한 것이다. 하필 이런 인식은 실직자가 되고 한국인 억양으로 차별을 받는 지점에서 사회적 존재감이 흔들리면서 심화된다. 술집 화장실을 청소할 때 맹렬히 달라붙는 자괴감과 누적된 섭섭함과 고립감은 돌아갈 이민 가방을 싸게 한다.
서수진의 소설들의 공통적인 매력은 아마 언어화/언어화 되지 못함에 있을 것이다. 유진은 데이브와의 관계에 있어 마음을 제때 읽고 표현하지 않은 채 외면하거나 그냥 넘긴다. 그러나 감정 찌꺼기는 사라지지 않고 습습하게 남아 있다가 악성 곰팡이로 번진다. 모나미술관의 등에 문신이 새겨진 남자 미라를 볼 때처럼 유진을 강타하며 “몸의 무엇도 빼앗기지 말라”는 경고음을 보낸다. 한편 데이브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에 “시비” 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화 차이일 수도 있겠으나 데이브는 자기 취향과 소신이 분명해 흔들림이 별로 없다. 안정적으로 떠 있는 강렬한 태양 같다. 그런 그의 확고한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가 도리어 화근이 되어 유진의 마음을 찢고 떠돌게 한다. 작가가 언쟁이라고 부르지 않고 연인의 싸움으로 묘사한 것도 납득이 된다. 말로 정확히 전달되거나 유머로 흡수되지 못하고 확 눌러둔 부정적인 감정들이 부단히 애씀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닫게 했다고 생각된다. 유진의 고립과 불안을 떨쳐내는 노력은 “밥상 배틀”마다 압도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둘만 있을 때는 괜찮던 문제도 가족과 얽히면서 복잡해진다. 영국계 호주인 남자 친구의 집에서의 식사 장면은 데이브가 너무했네로 귀결된다. 실제로 어학교사이기도 한 작가에게 ‘친절’(한 설명)은 몸에 밴 직업병에 가까운 성격 구성요소이다. 결핍이나 부족함이 거의 없는 애인은 너무 환한 햇살 같은 존재인 반면에 “역광”을 받아 유진 안의 검은 습습함과 구멍을 크게 비춘다. 한순간 “광대”가 되고 조롱거리가 된 듯한 불쾌감은 무대가 한국으로 바뀌면서 역치된다. 개인 비서(“남자 수발”)처럼 외국인 연인을 챙겨야 하는 까닭이다. 유진이 웬만하면 참고 양보하며 그의 비위를 맞추는 반면, 데이브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벽에 부딪혀 튕겨 바닥을 뒹구는 작은 공 같은 유진.
이들 커플이 위기와 임계점을 맞이할 때마다 공간이 전환되며 다시 관계를 환기시킨다. 오년의 줄다리기에서 결혼도 아이도 원하지 않는 남자와의 관계가 ‘같이 자는 룸메이트’라는 자각을 일으켜 유진은 그만 손을 놓고 만다. “우리 헤어지자.” 유진이 데이브를 떠난 바탕에는 같이 꾸는 미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다. 특히 그림과 관련해서 ‘다르게 다시’ 그리고 싶은 갈망이 유진 안에 자리하고 있다. 현실은 그려보려(응시) 할수록 외면하고픈 두려움과 공허함에 시달리며, 결국 시퍼런 바다가 내다보이는 방은 유진을 캔버스 밖으로 밀어내고 멀어지게 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유진은 흡연이나 동거나 예술 같은 선진적인 측면은 내세우면서도 전복적인 히피 스타일이나 동성애 가정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다. 애인의 본가를 방문할 때는 음식을 싸고 여성스럽게 옷을 차려입고 주방 일을 거들며 ‘학습된’ 반듯함을 인정받고자 한다. 엄마의 희생과 기대에 못 미치는 뜨끔한 현실을 피해 떠난 곳에서 특정할 수 없는 매정하고 적대적인 시선을 받아내야 했다. 충분히 깨어 있고 독립적이나 어느 순간 남자 혹은 보호자의 안식처를 원하는 연약함이 새어나오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관계에서 시험대가 되는 것은 살아온 방식이나 성격 차이 외에도 ‘엄마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배척할 수 없는 울림으로 유진을 감쌀 때이다. “계속 한국에서 살아갈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 살아온 나는? 한국에서 살아와서 한국식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나는?(142).” 데이브가 정한 룰에 내맡기면 단순할 텐데도 결정적인 순간에 유진은 분열되고 마음이 동요되고 걷잡을 수 없다. 섞일 수 없는 경계선 앞에 여러 번 좌절한다. 이런 감정 소모, 흔히 말하는 “시간 낭비”가 비생산적으로 반복돼 암담했을 터이다. 데이브는 유진과 동반자로서 함께하다가도 이내 스프링처럼 불가침 영역으로 홀연히 물러나버린다. 너와 나 사이에 그어진 단단한 선을 넘을 수 없음이 포기와 떠남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혼자서도 온전히 선 상태에서 상대를 향해 뻗어나가는 (인류)애라고 정의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휘청대는 동시 상황이 유진을 빠르게 지치게 했을 것 같다. 서른하나에서 시작된 사랑은 서른여섯에 마침표를 찍는다. 투명하고 밝은 그림은 애초에 눈부신 걸 감당 못하는 유진에게 지속가능한 사랑이나 삶의 형태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나는 국제 커플이 느는 이유가 일상생활은 그리 어려운 표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단순하고 관용적인 짧은 말로도 얼마든지 함께 지낼 수 있다고. 반대로 그 이상을 원할 때 도리어 피곤해진다고. 그런데 소설은 이런 나의 안일한 생각을 비튼다. 서양인들은 밥상에서 정치와 사회 문제를 논하고 개인적이지 않다면 민감한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우리의 정서와는 반대인 듯하다). 언뜻 보면 역사와 정치와 국제 정세를 대화에 끌어들여 세련되고 성숙해 보인다. 그런데 질문과 물음이 같은 환경이나 피부색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알고자 하는 욕망(curiousity보다는 inquisitiveness에 가까운)에 치우쳐 너의 입장을 말해보라는 강요가 될 수 있다. 면접관의 갑질 행태가 시연되는 것이다. 내가 국가대표나 외교관이 아닌 이상 답하기 난감하다. 질문 속에 자연스레 나를 타자화하여 분리해서 답할 것을 요구한다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없는 ‘여유’와 위에서 내려다보는 테이블에 그만 속이 더부룩할 것이다. |
|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시드니의 펍에서 우연히 만난 유진과 데이브의 관계는 데이브가 유진에게 이 물음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이 물음은 이후 5년 여 동안 이어진 둘의 관계에 대한 유진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유진의 이 물음은 "부족한 게 있으면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할 것"(46쪽)이란 데이브의 말처럼 유진 또한 데이브와의 관계에 부족함이 없기에 품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진 그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지만 둘의 관계는 어쨌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니까. 그것이 뭐라 꼬집어 말하기 힘든 불쾌함과 불편함을 부르더라도 그런 태도는 한국의 연인에게서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태도는 유진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지켜진 것이었기에 유진이 둘의 관계로 옮겨진 그 물음에 답을 내렸을 때 데이브는 처음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겠지. 일방적으로 보이는 유진의 희생에도 그 스스로가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다 가졌기에 데이브와의 관계에 물음을 품을 수 있다 여겨지는 까닭은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갖는 이미지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도 그려지듯 호주의 워홀 비자는 흔히 말하는 N포 세대의 한국 청년들이 환상과 희망의 방편으로 삼는 것이기도 하니까. 서울에서의 생활과 시드니와 태즈메이니아에서의 생활에서 유진이 겪는 어려움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일 테고. 어쩌면 나에게 그런 여유가 없기에 유진이 겪는 어려움에도 그가 가진 것을 보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대문학 #핀시리즈 #핀소설 #월간핀리뷰대회 |
|
음 이 책은 저의 국제 연애에 대한 환상을 다 깨주었어요. 역시 타국의 사람과 교제를 하게 되면 문화 차이가 존재하는구나. 그런데 그게 좀 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진과 데이브가 빨리 헤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헤어져서 놀랐어요. 아마 저라면 금방 헤어졌을 겁니다.ㅋㅋㅋ 서로의 문화차이를 알고 배려했다면 이런 결과를 초래하진 않았을 거예요. 제 생각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소설 자체가 굉장히 현실적이었어서 나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